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12
밥만 먹고 레벨업 513화
아레스.
그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수라가 펼친 지옥도에 자신과 함께한 랭커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아테네에 존재하는 신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는 대목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분명 유저들에게 ‘신클래스’라는 사기적인 클래스는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그들은 진정한 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미안하다.’
아레스의 치아가 꽉 깨물어졌다.
랭커들을 이끌고 온 이는 바로 그였다. 그들이 받을 패널티가, 또 그들이 가질 좌절이.
아레스는 살아생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허탈함.’이었다.
아테네는 목표를 잡고 나아가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반신 아수라를 보자 그 전의를 상실한다.
몇몇 랭커들은 어쩌면 아테네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허무했다.
바로 그때였다.
“날 두고 현시대를 논하려 하는가?”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방금 전까지 100m 바깥에 있었다.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인.
‘검의 대제 엘레……!’
아레스.
그는 실제로 엘레를 눈앞에서 본 적은 없었다.
식신 민혁은 검의 대제 엘레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유저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철컥-
검이 뽑히고.
툭- 툭-
검집에 들어가며.
아수라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떨어진다.
“……!”
그 모습을 눈앞에서 목도한 아레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의 아수라. 어떠한 존재였던가?
대한민국 최고 랭커 500명 중 그 반절을 30초도 되지 않아 학살시킨 자였다.
심지어 자신과 칸의 추가 공격력 5,000%의 데미지조차 비웃으며 견뎌낸 존재이다.
그런데 엘레가 그를 단숨에 제압했다.
“이럴 수가…….”
“거, 검의 대제 엘레…….”
“미쳤다…….”
“현시대 최고의 검사…….”
그렇다.
아수라는 현시대의 강자를 논했다. 현시대의 강자 중 검의 대제 엘레를 빼두고 그를 운운할 순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쓰러지는 아수라를 등지고 무표정으로 걸어오는 엘레는 많은 여성에게 ‘걸크러쉬’를 선사하고 많은 남성에겐 ‘멋과 아름다움, 섹시함’까지 선사한다.
“저런 자와…… 친구…… 라고?”
아레스는 이 순간 식신에 대한 존경심마저 가질 정도였다. 저러한 자의 마음을 샀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터벅터벅 걸어온 엘레가 좌중을 훑었다.
낭자한 피와 많은 이들의 잔해가 땅에서 아비규환을 펼쳐내고 있었다.
곧 이어진 엘레의 말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모두 피해라.”
“……!”
“……!”
“……!”
“……!”
그 말의 뜻을 알았다. 엘레조차도 저자를 상대로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엘레 폐하. 저희들은 폐하를 두고 갈 수 없어요.”
팔 한쪽이 날아간 지니의 말이었다.
하지만 곧, 엘레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해되니까 꺼지라고.”
지니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았다.
여기에 있으면.
‘모두 죽을지도 몰라.’
이방인들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NPC들은 달랐다.
엘레는 싫었다. 나의 소중한 동생 민혁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곧바로 한 사내가 걸음을 옮겨 그들의 앞에 섰다.
“맞네, 방해되니 이만 가시게.”
그의 이름을 아스간 대륙에서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검의 대제 엘레만큼이나 유명하다. 비록 검의 대제 엘레가 절대지존 NPC로 각성하며 그보다는 못하나, 그 또한 아스간 대륙의 현시대의 강자 중 한 명이었다.
바로 콜로디스 제국의 황제 아스폰이었다.
콜로디스 제국 황제 아스폰.
콜로디스 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며 가장 강력하다고 소문난 사내이다.
그 또한 지존 NPC 중 한 사람이며 사람들은 그를 ‘신’이 아니나 ‘권신 아스폰’이라고도 부르곤 한다.
“이것은 우리들의 싸움일세.”
이필립스 제국과 콜로디스 제국은 아스간 대륙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산맥이었다.
그 두 개의 거대한 산맥이, 바로 오늘 아스간 대륙을 지키기 위해 손을 잡았다.
어느덧 그들이 이끈 정예군 각 1만씩이 참혹한 전장터에 도착하였다. 그들 모두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 자리에 왔다.
“그래, 방해되니까 이만들 꺼져라.”
그때 한 사내가 자신의 어깨에 검 한 자루를 걸치고 쇠사슬을 손목에 감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의 이름.
대해적 고르피도이자 악귀 고르피도다.
“나 정도는 함께해줘야 시간을 벌지 않겠나?”
“……?”
“……??”
“대해적 고르피도…….”
엘레와 아스폰이 의문을 가질 때, 군중 속 누군가 중얼거렸다.
“……!”
“……!”
엘레와 아스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얼굴은 모르나, 그가 다른 대륙에서 어떠한 악명을 펼친 전설이었는지는 두 사람도 알았다.
그리고.
뚜벅-
“모두 가라.”
엘피스가 한 걸음 나선다. 그의 눈빛이 쓰러져 있는 아수라에게 향한다.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다.
엘피스. 아스폰 황제나 고르피도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 지존이다.
그렇다.
아수라는 아직 현시대의 강자들을 논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 고르피도와 엘피스가 아직 그와 합을 겨뤄보지 않았으니.
그리고 지니.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안해요.’
그들을 둘러보며 지니는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렸다.
“전하의 대행자로서 명령한다!!”
“예!!!”
“예!!!”
천외국 이들이 지니의 명령을 받든다.
“전속력으로 이곳을 벗어난다!!!”
“코, 코니르 가기 싫다…… 코니르 함께 싸운다!”
“가지 않겠습니다. 우리도 함께……!”
“크르르르르!”
“크르으으으!”
“크르으으으으!”
많은 이들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지니가 검 한 자루를 뽑아 들어 그들을 겨눴다.
“나의 명령을 어기는 일. 전하의 명령을 어기는 일과 같다.”
“…….”
“…….”
“…….”
그녀의 가냘프게 떨리는 검을 보지 못한 자들은 없었다.
그것이 본인을 위함이 아닌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선발대는 키메리에스를 따라 신속히 후퇴할 것이며 엘피스와 고르피도는 선발대가 후퇴하면 곧바로 합류하여 후퇴한다. 알겠나!?”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지니의 판단은 이성적인 것이었다. 시간을 끌기 위해 엘피스와 고르피도를 앞으로 배치하고 후퇴를 시작한다.
그리고.
“유저들은 나와 함께 남는다.”
“명 받듭니다!!!”
“명 받듭니다!!!”
“명 받듭니다!!!”
지니의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이 천외국 길드원들이 결의를 다진다.
NPC들과 다르게, 자신들은 무한한 목숨을 가졌다.
싸우리라. 이곳에서 끝까지 싸우리라.
그리고 길드채팅창에 명령한다.
[부길드 마스터 지니: 애들아 엘레와 아스폰 황제, 엘피스와 고르피도가 위험에 빠지면 목숨을 바쳐 구해야 할 것 같아.] [칸: 당연한 소릴.] [로크: 나 몸빵 세다 걱정 ㄴㄴ.] [아스갈: 걱정 마요 ^_^] [알리: 동료오오오오!]지니가 내린 명령은 참혹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들을 지킬 것.
그리고 네 사람이 앞으로 나선다.
엘피스, 고르피도, 엘레, 아스폰 황제.
그 뒤쪽으로 길드원들이 자연스레 지원을 맡는다.
“재밌구나.”
분리된 아수라의 머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아수라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몸으로 굴러가 다시 붙는다.
뚜두두둑-
뼈가 뒤틀리는 기이한 소리가 나며 아수라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아수라의 눈이 붉은 안광으로 번뜩였다.
“이곳에서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한 적 없다.”
후퇴하는 천외국 병력을 향해 아수라의 검이 힘껏 내리쳐졌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붉은빛 검기가 땅을 패게 만들 정도의 위력으로 그들에게 나아간다.
파앗-
엘레가 빛처럼 움직여 단숨에 그 검기를 베어낸다.
그리고 또 한 번 발걸음을 내딛는 그때.
아수라의 앞에 있었다.
검의 대제 엘레이자 대륙 황제라 불리는 인물이.
그의 검 한 번이, 엘레를 내리칠 때 세 번의 타격이 가해진다.
탱- 탱탱!
하지만 놀라운 일이었다.
아수라의 거칠면서도 정확한 타격을 엘레는 고작 한 손에 쥔 검 한 자루로 막아내기 시작했다.
탱태태태태태태탱-
오히려 엘레가 그를 압박한다.
[패왕검술 2장. 사자의 기지개.]그녀의 검이 힘껏 위로 치켜 올려진다.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아수라의 대검이 한 발 더 빨랐다. 곧바로 올려 쳐지는 그녀의 검을 내리찍어 무효화시킨다.
곧 아수라의 공격이 그녀를 가격하려 할 때였다.
촤르르르르르르륵-
고르피도의 쇠사슬이 아수라의 손목을 잡아챈다.
“이런 장난질…….”
그 말을 뱉은 아수라는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손목을 감은 쇠사슬에 의해 팔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틈에 엘레가 힘을 개방한다.
“멸살검(滅殺劍).”
그녀의 검에서 8m 길이의 날카로운 예기를 흩뿌리는 검날들 천여 개가 나타나 아수라를 포위했다.
곧바로.
퓨퓨퓨퓨퓨퓨퓨퓨퓨퓨퓨퓨퓨퓨퓩-
아수라의 몸 곳곳을 천여 개가 넘는 검날들이 난자하기 시작했다.
피이이이이잇-
피이이이잇-
피이이이이잇-
아수라의 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틈에서 아수라가 광소한다.
“크하하하하, 재밌구나. 재밌어!!!”
천여 개가 넘는 검들에 찢기고 베이면서도 광소하는 아수라의 모습은 그로데스크했다.
심지어 아수라의 몸에서 흘렀던 피가 붉은 구슬이 되어 다시 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수라의 흡수가 발동됩니다.] [아수라의 HP가 100%로 회복됩니다.] [아수라가 2% 더 강력해집니다.]“……!?”
엘레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공격당할수록 더 강해진다?
“이런 개 같은……!”
엘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앙-
“피보라.”
아수라의 몸 주변으로 피의 소용돌이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피의 소용돌이가 단숨에 고르피도의 만년사슬을 쳐내고 뒤에서 접근하던 아스폰과 엘피스의 접근을 막아냈다.
곧바로 하늘로 솟구쳐 오른 아수라가 주변을 흩어본다.
“그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하였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또 한 번이었다. 미치광이 지배자 아칸이 아수라를 소환했을 때처럼 거대한 지옥문이 나타났다.
그 지옥문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아수라였다.
지옥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수백, 수천의 불에 휩싸인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각기 검과 활, 도끼, 창 등을 지니고 있다.
[지옥문(地獄問)에서 아수라가 깨운 지옥 전사들이 세상에 깨어납니다!] [지옥 전사 Lv 596]어지간한 기사들을 넘어서는 레벨을 가진 불에 휩싸인 전사들의 숫자가 자그마치 4천이었다.
심지어 그들의 레벨이 거의 600 가까이에 이르고 있으며 모두가 하나같이 거대한 흑마에 올라 있다.
“죽여라.”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힝!”
흑마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는 천외국 이들을 쫓기 위해 하늘 위를 밟는다.
아수라가 지상에서 자신을 두려움에 떨며 바라보는 이들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고 곧바로.
쿠호오오오오오오오오-
“피 축제.”
크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변에 흩뿌려져 있던 피들이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충격적인 알림이 주변에 강타했다.
[아수라의 피 축제가 발동됩니다.] [아수라의 피 축제는 반경 200m 내로 뻗어 나가 추가 공격력 3,200%의 폭발을 일으킵니다.] [아수라의 피 축제에 직격 시 초당 HP가 2%씩 하락하며 고위급 사제의 축복마법만이 상태 이상을 해지시킵니다.]“허억!?”
“바, 반경 200m라고!?”
이필립스 제국과 콜로디스 제국 기사들.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이 이 자리에서 전투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전멸할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후퇴하던 천외국 이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면서 200m 반경의 스킬은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하늘에 몰려든 붉은 피가 약 수만 톤에 이른다.
카아아아아아앙-
카아아아아앙-
“깨지지 않아…….”
“빌어먹을!”
밑에 있던 네 사람은 피 축제를 벌인 순간 바로 밑쪽으로 생성된 피의 방어막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놈은 이 자리의 이들을 모두 죽인 후에, 자신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저런 광역 마법의 경우 커다란 물리 데미지를 입힐 시 시전이 중단된다.
하지만 아수라가 그를 모를 리 없었기에 사전에 대비한 것이다.
모든 이들이 아연실색한다.
“으아아아아…….”
“주, 죽는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
저 정도 위력이라면 엘레나, 엘피스, 고르피도, 아스폰은 무사할 것이다.
하지만 상처 입은 코니르나 혹은 켈베로스, 자신 등은 아니었다.
바로 그때.
[길드 마스터 민혁: 도착. 늦어서 미안하다.]지니는 다급해졌다.
[부길드 마스터 지니: 어디? 어딨는데. 지금 상황이…….]그때 민혁이 답했다.
[민혁: 하늘.]“……?”
지니가 의아해할 때였다. 정말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늘에서 수천 마리의 언데드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틈엔 스무 마리가 넘는 데스나이트들이 황금빛 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치고 광검으로 세상을 밝히며 지옥 전사들을 두 쪽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곧바로.
“키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떨어지는 수천 마리의 언데드들의 사이.
한 마리의 레드 드래곤이 거칠게 포효하며 그 등 뒤에 있던 두 명의 사내 중 한 사내가 뛰어내린다.
수천의 언데드 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사내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빛처럼 하강하며 검 끝을 밑쪽으로 향한 그가 노리는 곳.
바로 아수라의 정수리였다.
“대륙 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