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15
밥만 먹고 레벨업 516화
붉게 달아올라 굴뚝에서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취사 트레일러.
아수라를 보고 조소해 준 민혁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드래곤들에게 레시피 창조 스킬을 사용한다?’
드래곤들은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 먹는 것 또한 다른 편이며, 위대한 종족인 만큼 입맛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민혁은 실험삼아 벨라크를 상대로 레시피 창조를 사용해 봤다.
‘오우거의 힘줄 구이? 무슨…….’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드래곤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먹고자 하는 것은 민혁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실제로 오우거 힘줄을 구워줘야 하나?’
레시피 창조에 따른 요리는 보통 그 존재가 만족할 때 더 높은 등급의 요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우거 힘줄을 구운다는 건, 민혁 스스로가 거부감이 들게 하는 일이다.
‘이럴 때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혁이 벨라크를 돌아봤다.
벨라크는 폴리모프한 상태로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미남의 중년인이 되어 있었다.
“인간들의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는가?”
“우리는 인간들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어째서지?”
“인간들이 만든 하찮은 음식을 우리 드래곤들이 먹을 것 같은가?”
‘오우거 힘줄 요리가 더 이상한데…….’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민혁이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모든 종족이 먹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오래된 전통이다.
그것에 대해 부정하고 보는 행위는 옳지 않다.
“이번 기회에 딱 한 번 인간의 요리를 먹어봐라.”
미식 드래곤은 인간의 음식을 즐겨 먹었다. 그렇다는 건, 드래곤들이 맛보지 않았기에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야.”
드래곤 중 몇몇은 내키지 않아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지금이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님을 알았다.
“구이와 같은 종류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편하니까.”
“……”
정말 속 편한 대답이다.
인간의 삼대 욕구는 성욕, 식욕, 수면욕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더 맛있는 음식, 돈을 더 들여서라도 자신이 감탄할 음식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드래곤들은 그와는 조금 달랐다.
요리하는 스스로들의 모습이 ‘추태’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최대한 빠르고 간결한 요리를 즐기거나, 때론 날로 먹는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이나 볶음류의 요리를 즐겼다. 그렇다면 새로운 형식의 요리. 세상 사람 모두가 좋아할 요리.’
민혁이 트레일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튀김이다.’
매번 같은 형태의 요리를 먹어왔던 드래곤들이다. 심지어 튀김은 먹기도 편하며 새로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는 게 튀김.’
민혁은 빙긋 웃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좁혀진다. 모두가 좋아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튀김.
‘치킨.’
사람들의 치킨에 대한 명언 중 이러한 말도 있을 정도다.
‘인생은 치킨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농담 식의 말이었지만 민혁은 충분히 공감했다.
‘내가 다섯 살 때 처음 치킨을 먹고 유레카를 외쳤다고 아버지가 누누이 그러셨지.’
그럴 정도로 치킨은 맛있고 먹기도 편하며, 값도 싸며 가난한 자도, 일반적인 자도, 부자들도 즐기는 음식이다.
민혁이 한 걸음을 떼어 트레일러 위에 올라선다.
“올라가도 되나?”
“올라와라.”
벨라크의 질문에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은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족속이다.
그 중 상당수가 트레일러 위로 올라왔다.
‘여러 가지의 치킨을 만든다.’
치킨이라고 해서 그냥 치킨이 아니다.
브랜드에 따라 같은 치킨이지만 모두 다른 느낌 다른 맛을 낸다.
그리고 막 요리를 시작하려던 그때였다.
띠링!
등급: SSS
제한: 드래곤들에게 요리를 해줄 자.
보상: 만족도에 따라 달라짐.
실패 시 패널티: 드래곤들과의 친밀도 최하로 하락.
설명: 이 자리의 드래곤들은 살면서 인간의 음식을 접해본 적이 없다. 그러한 드래곤들에게 인간의 음식에 대해 깨우치게 하라.
최소 만족도 50%는 달성해야 하며 만족도가 올라갈수록 그들의 레어에서 다양한 보물과 골드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 50% 미만의 만족도를 달성한다면 드래곤들과의 친밀도가 최하치가 되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좋네.’
만약 만족도가 낮게 나온다면 무척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민혁은 자신 있었다.
먼저 민혁은 우유에 재워둔 닭들을 무더기로 꺼냈다.
치킨을 만들 때 본래 우유에 약 30분 정도 재워둬야 한다.
하지만 민혁은 항상 재워둔 닭고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참된 식신이었다.
재워둔 닭고기를 만들어낸 반죽 옷에 입히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튀김 솥의 온도가 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현재 트레일러가 받아들이는 위험도는 최고치.
‘가장 맛있는 치킨이, 가장 높은 버프 효과도 낸다라.’
환상적인 조합이다.
민혁이 튀김 솥 앞으로 걸음 했다. 그의 앞에는 볼 안에 튀김옷이 아주 잘 입혀진 닭고기들이 있었다.
먼저 그가 끓어오른 기름으로 닭 다리를 집어넣었다.
그 순간.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륵-
아아, 황홀한 소리이다!
드래곤들 또한 새롭고 놀라운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중한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기름 안으로 들어간 닭이 춤을 추고, 그 주변으로 튀김가루가 떠오른다.
그와 함께 민혁이 닭고기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륵-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보기 좋은 튀겨지는 모습에도 드래곤들은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은 거추장스럽게 이렇게 먹는 것 따위에 시간을 쓰는가?”
“황당하군. 이렇게 불편하게 살다니.”
사실 드래곤들은 민혁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한 상황일 뿐이다.
그들은 하찮은 인간의 음식 따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곧 트레일러의 ‘자동조리기능’이 활성화되며 노릇노릇 잘 익어진 튀김들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타악! 타악-!
허공에 떠오른 치킨들이 저절로 탁탁 털어지며 맑고 깨끗한 황금 기름을 뿌려댄다.
튀김의 표면이 지글지글 끓는 모습.
꿀꺽-
‘……내가 왜 침을 삼키지?’
벨라크는 살아생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느꼈다.
목울대가 움직이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심지어.
‘이 냄새는……?’
코를 스치는 이 냄새는 중독성이 강하다.
다른 드래곤들도 그 냄새에 자신들도 모르게 음미하고 있다.
민혁은 양념치킨 소스를 잘 튀겨진 치킨 위에 뿌렸다. 그러자 트레일러의 자동조리기능이 또 한 번 발휘되며 골고루 섞어준다.
“아름다운 색이군.”
“허어, 정말 멋지군.”
황금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치킨의 모습이 그들은 생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갈릭 치킨의 경우엔 갈릭 양념을 만든 후에, 프라이팬을 이용해 달달 볶아준다.
때론 교자촌 치킨의 간장 콤보를 만들며, 또는 레드 콤보도 만들어낸다.
치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드래곤들은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마침내 치킨이 완성되었을 때.
들려온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경악 어린 음성을 토해냈다.
“미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트레일러 내부를 둘러봤다.
위험도를 감지하고 최고치까지 올라간 트레일러가 내놓은 버프 요리.
민혁은 치킨들을 먹기 좋게 담아낸 후 그들의 앞으로 놔줬다.
그들의 앞에는 차갑게 김이 서린 맥주캔도 함께였다.
“먹어보지.”
민혁의 목소리.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 * *
실버 드래곤 아나크온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일반 드래곤들보다 호기심이 많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도 더 뛰어났다.
그러한 아나크온은 다른 드래곤들과 다르게 인간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것은 오로지 ‘호기심’에 의해 먹어본 것이었다.
길거리 시장에서 인간들이 파는 음식. 이름이 아마도 ‘샌드위치’였던가?
샌드위치를 먹어본 아나크온의 평가는 이러했다.
‘썩은 내가 난다……!’
샌드위치에 들어 있는 치즈라는 것에선 악취가 진동했고 햄은 질겼으며 채소는 푸석푸석했다.
그나마 소스는 먹을 만했으나 본 재료가 좋지 않아 입맛이 버린 것이다.
그때 이후로 아나크온은 인간의 음식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그가 시장에서 먹었던 샌드위치는 며칠이 지난 오래된 것이었다.
“인간의 음식은 쓰레기야.”
아나크온은 앞에 놓인 ‘치킨’이라는 음식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다른 드래곤들도 막상 음식이 놓이자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앞에 있는 인간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거대한 닭 다리를 들고 그 닭 다리를 한 입 베어 무는데…….
바사삭-
“……!?”
충격적인 소리였다. 어찌 입으로 깨무는데, 자신이 평소 알던 ‘질겅’이는 소리나 혹은 ‘쩝쩝’거리는 소리가 아닌, 바사삭- 소리가 난단 말인가?
심지어 그가 후라이드 치킨을 베어 물자 기름기가 입가에 묻는다.
그 큼지막한 닭 다리를 이번엔 인간 사내가 소금을 콕콕 찍는다.
바사삭- 바사삭-
“크흐~ 치킨의 후라이드는 언제나 최고지.”
사내가 그 다리를 통째로 입에 넣더니, 쏙하고 빼내자 다리뼈만이 나온다.
참으로 신기한 묘기였다.
그리고 아나크온의 앞에 놓여 있는 치킨.
다름 아닌 양념치킨이었다.
“흐음……”
아나크온은 순간 입맛이 돌았다. 오래전 경험한 샌드위치의 기억 때문에 인간의 음식이 싫었지만 저 인간이 너무 맛있게 먹지 않는가?
‘또 아수라를 죽이기 위해선…….’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
‘끈적거리는 게 기분 나쁘군.’
양념치킨을 손가락으로 집자 뜨거우면서도 끈적한 느낌에 얼굴이 찌푸려진다.
그러다 사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닭 다리를 한입 베어 문다.
바사삭-
자신의 입안에서 귀로 전달되는 사운드가 예술이다. 그 황홀한 소리 뒤로.
육즙이 흘러나오며 바삭한 튀김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조화를 이룬다.
“이, 이 무슨……?”
눈이 부릅 하고 떠진다. 아나크온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 입 베어 물었다.
민혁루야~ 민혁루야~ 민혁루야~ 민혁루야아아아아!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천상의 하모니!
갑자기 민혁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추는 듯하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제야 나의 음식을 영접하였는가?’
아나크온. 그가 허겁지겁 양념치킨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번엔 후라이드 치킨을 집어 든다.
바사사삭-
양념치킨보다 더 바삭하고 더 담백한 맛의 후라이드.
민혁처럼 소금에 찍어 먹어보자 절로 눈이 감기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때 앞의 사내가 또다시 행동한다.
그가 차가운 김이 서린 맥주캔을 한 손으로 따낸다.
푸쉭-
거품이 모락모락 올라오자 사내가 서둘러 입으로 가져간다.
“추르르릅, 한 방울도 놓칠 수 없지.”
그 거품을 먹어낸 후에 사내가 그대로 들이킨다.
아나크온도 그를 따라 맥주캔에 손을 뻗으면서 치킨이란 음식에 대해 생각한다.
‘맛있긴 한데, 입가에 있는 기름기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준다. 이것만 좀 없었어도.’
그런 평가를 내리다가 아나크온도 맥주캔을 딴다.
푸쉭-
치킨을 씹는 소리만큼 환상적인 소리.
그와 함께 그를 들어 올려 입가에 넣어본다.
벌컥벌컥-
“……!?”
번쩍-
아나크온의 눈이 번쩍 떠진다.
이 정체 모를 인간의 술이 느끼한 맛을 싸악 내려가게 하며 목 끝으로 기분 좋은 간질거림을 느끼게 한다.
그것을 반 캔 정도 들이켠 후에, 자신도 모르게 뱉어낸다.
“후아……!”
지친 노동을 끝낸 후, 집에 돌아와 캔맥주 하나를 까서 들이켠 인간이 내뱉는 감탄사와 다르지 않다.
그렇게 다 먹어가던 중. 아나크온은 어느덧 한 마리를 다 먹어치운 벨라크 장로를 보았다.
‘장로님께선 이미 버프를 받았겠군. 한데, 표정이 심상치 않다.’
벨라크 장로의 표정이 좋지 않다. 맛이 좋다 한들 버프가 좋지 않으면 아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는 이미 버프를 확인했을 터.
장로 벨라크가 위협적인 걸음으로 인간의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말한다.
“음식 조금만 더 줄 수 없는가?”
민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 자존심 높은 벨라크가 말한다.
“부탁이네. 닭 다리 하나만이라도.”
벨라크.
그는 지금 치킨에 영혼까지 팔 기세였다.
한데, 문제는.
“나도…….”
“아, 아까 전엔 내가 화내서 미안하다. 그러니 한 조각만 더 줄 수 없나…… 요?”
“한 조각에 1,000플래티넘은 어떤가?”
다른 드래곤들도 똑같았다.
그리고 아나크온.
그도 마지막 치킨을 베여 물었다.
버프 알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