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22
밥만 먹고 레벨업 523화
루마이 왕국으로 향하려던 민혁은 자신에게 루나를 부탁하는 드래곤들을 둘러보았다.
드래곤들도 잘 알았던 것이다.
루나가 더 훌륭한 드래곤이 되기 위해선 천외국에 계속 남는 것이 맞다는 것.
루나가 계속 천외국에서 배워나간다면 그녀는 정말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가 될 터이다.
“그러도록 하지.”
사실 민혁은 그들이 루나를 데려간다고 하면 어쩌나 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루나를 키울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위임받습니다.] [드래곤들은 이 말을 번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곧바로 드래곤 장로 벨라크가 말한다.
“우리가 행한 죄를 잊지 않았소. 그대가 부른다면 언젠가 딱 한 번. 그대를 위해 모든 것을 제치고 달려오도록 하겠소.”
드래곤들이 언제든 한 번 달려와 준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곧바로 폴리모프 상태의 드래곤들이 하늘 높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뛰어올랐던 그들은 곧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멀리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민혁이 걸음을 옮기려던 때였다.
“식신.”
“……?”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레스와 그 길드의 간부진들이 민혁을 바라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혁은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아레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었던 바 있다.
“우리를 천외국에 받아다오!!!”
아레스.
오만하고 뛰어난 하이랭커.
그리고 국내 4대 길드 중 하나를 이끄는 최강자인 그가 천외국 휘하에 들어오길 꿈꾸고 있었다.
심지어 얼마 전, 민혁과 아레스가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그래도 우리 아레스님 최고!’라는 눈빛이었던 간부진들의 표정이 민혁을 보며 묘한 존경심에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아레스. 그는 작은 불안감을 가졌다.
아레스 길드는 이제까지 계속해서 천외국을 숱하게 견제해왔던 길드이다.
모든 선택권은 식신에게 있는 법.
그런 걱정을 할 때 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라.”
‘……역시 안 되는 건가.’
아레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자신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식신의 입장이라면? 기가 차고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어제까지 통수를 노렸던 적들이, 갑자기 자신의 편으로 받아달라고 하는 것이니.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쉬는 아레스.
그는 곧 자신의 앞에 펼쳐진 손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 식신이자 천외국의 왕이 있었다.
“친구끼리 무릎 꿇고 그러는 거 아니다. 환영한다. 아레스.”
“……!”
아레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리고 민혁의 손을 쥐여줬다.
꽈아아아악-
“천외국. 그리고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마.”
아레스는 지금 오로지 천외국만을 위해 게임을 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아직 그들과 끈끈하지 않았고 진짜 천외국의 진가에 대해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청한 만큼 힘은 다할 생각이었다.
그 흥분감에 취해 물었다.
“난 천외국에서 어떠한 일을 하면 될까? 격투술 교관? 아니면 타격대?”
아레스.
그리고 간부진들이 맡게 될 직책!
그들은 작게 설레고 있었다.
명색이 길드가 아니라, 한 나라에서 직책을 맡게 되는 것이니까!
‘고작 천부장이라 해도 난 만족할 수 있다.’
아레스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민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그것은 양피지였는데, 양피지에 인적사항과 관련한 것을 적는 내용이 있었다.
‘역시 천외국. 길드원 한 명 한 명의 신상정보도 파악하고 그들의 특기 등으로 분류하는 것인가?’
역시나 체계적인 국가이다.
그런데 신상정보를 적는 곳에 이상한 질문들이 있다.
[당신이 특별히 잘하는 요리가 있는가? 예시) 라면을 자신만의 비법으로 맛있게 끓인다.] [당신은 민혁과 삼겹살을 먹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점만이 남았다. 당신은 양보할 수 있겠는가?]“……???”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밭일, 낚시, 맛집 탐방. 추가로 민혁에게 맛집에 대해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모든 길드원과 아레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아아, 너무 부담들 갖지 마. 혹시 그런 거 있잖아? 특별한 요리, 맛있게 하는 비법 같은 거. 그런 거 적는 거야~”
“저희 어머니가 만드신 계란찜이 세상에서 먹었던 어떤 계란찜보다 맛있는데, 이런 것도 적어도 되나요?”
짝 짝짝!
민혁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박수 쳤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그런 건 꼭 적어야지. 옆에 별표도 치고!”
그러면서 스리슬쩍 계란찜 잘하는 어머니를 둔 길드원에게 다가갔다.
“우리 친하게 지낼까?”
“…….”
아레스.
그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뭐, 뭐지?’
그에 길드원들이 한 마디씩 던진다.
“전 낚시가 취미입니다.”
“훌륭하다!! 아주 훌륭해!!!”
“아, 전 현실 직업이 요리사입니다.”
“사랑한다!!”
그렇게 돌고 돌아, 아레스에게로 시선이 집중된다.
마치 어떤 요리를 잘하던가, 요리를 구하는 취미 등과 관련되어 있으면 환영받는 분위기였다.
아레스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거지?’
그러면서 조심스레 말해본다.
“우리 엄마 비법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다. 밥 두 공기 먹을 정도로.”
“……크흐!!”
민혁이 와락 아레스를 껴안았다.
“훌륭하다. 아레스! 정말 훌륭해! 하하하하하!!!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아, 그리고 혹시 어머니 된장찌개 레시피 있으면 좀 적어줄래?”
“하, 하하…… 무, 물론이지. 나만 믿어!”
아레스.
그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아레스 길드가 천외국 길드에 들어갔다.
천외국이 한층 더 강해졌다.
* * *
민혁은 천외국의 주요 간부진들과 병력 일부를 이끌고 곧바로 루마이 왕국으로 출발했다.
루마이 왕국의 동행에는 당연하게도 ‘보토 왕자’ 또한 함께였다.
루마이 왕국에 당도하자 포박당한 보토 왕자와 그가 홀로 벌인 전쟁에 의해 패배했다는 사실에, 많은 루마이 왕국 백성들이 그를 원망하거나 그를 부르짖으며 울었다.
“보토 왕자시여, 어찌 무신의 나라를 욕보이시나이까!”
“라르도 전하아아아!!! 무신의 나라가 어찌 이 정도로 몰락했단 말입니까!”
“흐흐흐흐흑!”
백성들의 울음이 왕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무신의 나라 루마이 왕국.
소국이나 어떠한 강국도 무시하지 못한 절대자가 다스리는 국가였다.
그러한 절대자는 정체불명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원망의 목소리를 백성들이 뱉으나 그들은 보토 왕자를 포로로 잡은 천외국의 왕과 간부진, 병력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밧줄에 속박된 채 맨 앞에서 걷던 보토 왕자가 민혁을 돌아봤다.
“약속. 잊지 마셨으면 하오.”
보토 왕자와 민혁의 약속.
보토 왕자는 이곳으로 오면서 민혁에게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이끌었던 기사들과 병력들을 천외국이 거두어달라는 말이었다.
보토 왕자는 루마이 왕국 내에서 자신만의 파벌을 만들었고 그 파벌의 이들이 그를 따라 전쟁에 동참했던 것.
그들의 충성심은 당연히 하늘처럼 높다.
보토 왕자는 그들을 살리고 싶었다.
하나, 그들은 패배한 전쟁에서 루마이 왕국 백성으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알겠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그들의 진정한 충성심을 얻어낼 수 있는가이다.’
보토 왕자를 향한 충성심만큼은 바라지 않는다.
단지, 미워하고 증오한다면 민혁이 그들을 거느리는 것에 한계가 올터다.
‘그들의 마음을 산다면 나는 강군을 얻는 것.’
자그마치 루마이 왕국의 기사와 병력들.
천외국의 정예들과 맞먹는 전력이라 할 수 있다.
민혁은 계속해서 보토 왕자를 앞세워 왕궁 안까지 진입했다.
루마이 왕국 기사들이 민혁과 천외국 간부진들을 향해 검을 겨누지만 그들은 물러나 있었다.
감히, 보토 왕자가 잡힌 상태에서 그들을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어느덧 민혁은 라르도가 잠들어 있다던 문 앞에 도착했다.
그 앞에 한 명의 사내가 막아서고 있었다.
그 한 명의 사내는 루마이 왕국의 수호자라 불리는 자였다.
그자의 이름은 에반.
하얀 턱수염을 기른 노인으로 가벼운 형태로 휘두르기 편한 레이피어를 허리춤에 차고 있다.
하나, 무시해선 안 된다.
에반은 어지간한 전설들도 상회하는 검의 실력자 중 한 명으로 민혁이 보았을 때, 지존 NPC 중 한 명이 분명해 보였다.
‘NPC들의 실력은 우리를 훨씬 상회한다.’
그것은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민혁이 검도 분야에서 현실에서 정상을 달리는 사람이라지만, NPC들의 경우 날 때부터 검을 쥐었다.
날 때부터 검을 쥔 그들은 살기 위해,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자들이다.
때문에 모든 NPC가 유저와 동급이라고 해도 유저들의 실력을 훨씬 더 상회한다.
동급의 NPC 한 명이 유저 셋 이상을 상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토 왕자시여, 결국 이런 파국으로 루마이 왕국을 치닫게 하시나이까.”
에반은 오랜 시간을 루마이 왕국과 무신 라르도를 위해 헌신한 충신 중의 충신이다.
라르도가 정체불명의 잠에 빠져 보토 왕자의 명령에 따라 라르도에게서 돌아선 이들이 허다했다.
하지만 오로지 에반만큼은 항상 라르도가 잠든 곳 앞을 지켰으니 충신 중의 충신이라 할 수 있다.
‘감히 탐날만한 자야.’
민혁의 평가였다.
곧 보토 왕자가 씁쓸한 표정을 머금었다.
“에반 경. 전하를 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어리석음을 만류하기 위해 천외국의 왕을 이끌고 걸음했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찌 전하가 계신 곳으로 적들을 이끌고 와 해하지 않으려 한다 말씀하십니까?”
에반의 기세가 주변에 흩어진다.
자그마치 패왕의 스승이었던 자다.
또한, 엘레조차도 경고한 바 있다.
‘민혁아, 에반은 나조차도 쉬이 할 수 없는 실력자야. 조심해.’
단순히 힘이 강하다 해서 센 것은 아닌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 에반이다.
“내가 직접 천외국의 왕께 청했네, 아버지의 상태를 봐달라고.”
그 말을 들은 에반이 실소했다.
“이방인들이라 한들 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거늘…….”
민혁은 에반과의 충돌은 괜한 피해라 생각했다. 자신들이 다치든, 에반이 다치든.
민혁이 한 행동은 간단했다.
“모두 무기를 거두고 예를 갖춰라.”
민혁은 무기를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고, 모든 병력이 무기를 내려놓게 하였다.
맨몸이 된 민혁이 말한다.
“우리는 피해를 입었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라르도와 나눠야 하네, 그를 깨울 방법도 어쩌면 있을지 모르네.”
그 말을 들은 에반은 고개를 저었다.
오랜 시간, 정말 오랜 시간을 잠들어 계셨던 분이다.
어떠한 방법도 그를 낫지 못하게 했다.
“현재 이 땅엔 그러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땅의 존재가 아닌 자의 방법이라면?”
에반의 눈빛이 그 말에 흔들렸다.
민혁이 그에 따라 한 존재를 앞으로 내세웠다.
“어찌 이런…….”
그 존재.
바로 키메리에스였다.
아주 오래전 잊어버렸던 기억을 찾게 해준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악마.
에반 또한 키메리에스라는 악마에 대한 기록에 대해 알고 있다.
키메리에스 또한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았다.
에반. 그는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전하를 위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겁니까.’
에반은 눈을 감고 한참이나 생각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가 하는 걱정과 자네의 충심을 아네.”
민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나에게도 자네와 같은 충신이 있었거든. 웃고 떠들고 힘들 땐 함께 울며, 그러했던 충신. 나잇대도 자네와 비슷한 것 같군. 걱정 말게.”
민혁이 천천히 다가가 에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네의 전하를 꿈속에서 깨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그자를.”
“…….”
에반.
그는 그 목소리에서 거짓을 엿볼 수 없었다.
나와 같았던 충신이라.
또한 충신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아끼는 왕이라.
‘천외국. 훌륭한 국가구나. 마치 라르도 전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에반이 천천히 몸을 틀었다.
그와 함께 저절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악-
열린 문틈으로 엄청난 위압감이 쏘아져 나왔다.
[잠든 패왕을 목격합니다!] [잠든 패왕의 살기가 당신의 숨통을 조여 맵니다.] [모든 상태 이상으로부터 버텨낼 수 있는 만독불체의 육체를 가지고 계십니다.] [상태 이상으로부터 저항하셨습니다.]‘잠들었는데, 이 정도 살기를 발산한다고……?’
민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곧바로 민혁은 열린 문틈으로 보았다.
왕좌에 앉은 패왕 라르도.
그는 양손으로 대검을 쥐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검 끝이 땅을 향하여 잠든 상태에서도 쓰러지지 않게 몸을 지탱하고 있다.
또한, 그가 입고 있는 흑빛 갑주가 멋들어지게 돋보이고 있다.
뚜벅-
패왕이자 무신을 향해 민혁이 한 걸음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