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41
밥만 먹고 레벨업 542화
루바이는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해가는 걸 알고 긴장감이 역력했다.
여전히 ‘시체놀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는 시체처럼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왕, 파리다. 파리. 파리가 막 날아’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루바이와 마주 앉은 ‘배고파’라는 사내는 우걱우걱 따온 독버섯을 먹고 있었다.
“님, 버섯 좀 드실래요?”
“됐습니다. 아니, 도대체 독버섯을 왜 먹는 겁니까?”
“맛있으니까요. 으하하핫!”
“……후.”
루바이는 자신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생각했다.
구원자라는 특별한 클래스를 보유한 루바이는 무척이나 강한 인물이었다.
실제로 그는 살인자의 눈 길드의 지부장 둘을 로그아웃시킨 적이 있다.
살인자의 눈 길드 지부장들은 대부분 각 영지의 영주로 군림하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각 국가에서 알아줄 하이랭커들이었다.
하지만 그와 대조되게 루바이는 중수 레벨 유저들이 착용할 법한 갑옷과 검을 차고 있다.
‘나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어쩌면 나는 이 불쌍한 분들을 구원해야 하는 걸지도 몰라. 그래, 이 사람들은 살인자의 눈 길드에 의해 커다란 정신적 피해를 입어 폭식증과 시체놀이(?)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
닉네임 시체놀이나 혹은 배고파가 보았을 때, 루바이도 영향력 있어 보이지는 않을 터다.
‘모든 건 나의 계획.’
소설 속에 보면 항상 주인공들은 힘을 숨기기 마련이다. 루바이 또한 그러했다.
힘을 숨긴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을 구한다!
‘후후후.’
루바이는 저들이 놀랄 모습을 상상하고 웃음 지었다.
그러다 누워있는 사내의 얼굴에 파리 몇 마리가 붙은 걸 보았다.
“얼굴에 파리가…….”
“시체는…… 움직이지…… 않지…….”
“…….”
그러다 버섯을 우걱거리는 사내가 묻는다.
“닉네임 ‘주인공’님은 어째서 살인자의 눈 길드와 싸우시려고 하나요? 님도 피해 입으셨나요?”
루바이는 이제까지의 대화 중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것을 알고 말했다.
“저는 딱히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어느날 부모를 잃은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소녀는 며칠을 먹고 마시지 못해 말라 있었습니다. 몸이 멍으로 가득했고 저를 무서워했죠. 알고 보니 살인자의 눈 길드와 손을 잡고 있는 NPC들의 소행이었습니다.”
루바이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살인자의 눈 길드가 워낙 방대한 규모이기에 그들에게 협력한 NPC들의 숫자 또한 상당하다.
“그뿐만이 아니죠. 그들은 NPC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죽이고 많은 사람이 살아가던 터전을 빼앗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유저 중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상당한 편이죠.”
이야기를 듣던 배고파 사내가 물었다.
“님, 지나가다 노점상 할머니 보면 그냥 못 지나치죠?”
“…….”
루바이는 그저 멋쩍게 웃음 지었다. 많은 이들이 루바이에게 ‘바보같이 착하다’라고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나름 괜찮은 삶이라 생각한다.
“좋은 가치관이네요. 하지만 때론 큰 피해를 감수하셔야 할 것 같네요.”
그 말을 들은 루바이가 쓰게 웃었다.
“착하게만 사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닙니다. 천외국의 왕을 아십니까?”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폭식 결여증이라는 병마를 이겨내고 어린 시절 무수히 많은 선행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보답 받았습니다. 그는 NPC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하고 그 수하들 또한 그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더군요. 어쩌면 그랬기에 처음으로 왕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도 살인자의 눈 길드를 노린다던데,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을 끝으로 서서히 마차가 영지의 입구를 향해 진입하기 시작했다.
“루바이. 캐릭터 코드 513313입니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것 같으면 곧바로 귓속말하십시오. 안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배고파 사내의 시선이 영지로 향한다.
노예의 행렬이 영지 안에서 지나가고 있다. 그중엔 어린 소년과 소녀들도 있었다.
“제 목표는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영지를 빼앗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의 영주를 살해할 생각입니다.”
루바이는 굳은 의지로 다짐해 보였다.
“기필코 해낼 테니, 지켜보시죠.”
루바이가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15분 후.
“……?”
“……?”
“……?”
세 사람은 나란히 감옥에 갇혀 있었다. 루바이는 두 눈을 끔뻑이며 철창 너머를 바라봤다.
‘빌어먹을,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고!?’
마차가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경비병들은 그들을 통과시키더니, 곧바로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 몰려와 세 사람을 포박했다.
예상대로 배고파라는 사내와 시체놀이 사내는 약한 편이었고 저항한 건 루바이뿐이었다.
그러나 그 저항이 오래가지 못해, 감옥에 잡혀 들어온 것이다.
“나는 시체…… 잡혀 들어왔지…… 하지만 시체는 움직이지 않는다…….”
“저기요, 간수님? 배고픈데, 밥 시간은 언제예요?”
“…….”
“…….”
루바이는 참담했다. 영주를 하나둘씩 암살하여 살인자의 눈 길드에게 피해 입은 자들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들을 단합하여 함께 싸우려 했지만 지금 자신의 꼴은? 감옥에 갇혀 있다는 거다.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지의 영주이자 유저이며 살인자의 눈 길드의 간부 버그였다.
버그는 악질 중의 악질로 유명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살인자의 눈 길드를 통해 빼앗은 것들로 슈퍼카를 몰거나 혹은 돈다발을 자랑하는 것을 SNS에 매번 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레벨은 자그마치 567로 하이랭커 중의 하이랭커로 하이클래스 전직을 마친 전직자이기도 하다.
레벨 500이 넘어도 하이클래스를 전직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그리고 하이클래스 전직을 끝마친 이들은 전직하지 못한 이들 여럿을 상대할 강함을 갖췄다.
“루바이. 얼마 전 두 명의 지부장을 살해하고 도망쳤지, 구원자 클래스라는 희한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아는데.”
버그가 자신의 턱을 쓸었다. 그는 루바이를 위아래로 흩어보았다.
“듣기로 ‘구원자’ 클래스는 다른 사람들을 구원할 때마다 스텟이 오른다 했던가? 거참 쓰레기 같은 직업이군.”
“……앞으로 어쩔 거지?”
루바이는 눈치챘다. 죽일 거였다면 진작에 죽였겠지, 그 말에 버그가 히죽 웃었다.
“공개처형 할 예정이다.”
“……!”
경악스러운 이야기였다.
구원자 클래스는 특별하고 놀랍다.
전설 클래스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루바이는 전직 퀘스트를 받은 상태이다.
즉, 로열 클래스로의 성장을 뜻하는데 얼마만큼의 성장을 해낼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단, 구원자 클래스는 만인의 귀감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구원자 클래스가 공개처형 당한다?
‘치가 떨리도록 잔인하잖아?’
루바이는 실제로 이들이 행하는 게 중세시대의 악덕 영주들과 다를 바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다른 유저를 공개처형 한다?
살인자의 눈 길드는 루바이를 단상 위에 올려놓고 마음껏 조롱할 것이고 이 이야기는 세상에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구원자의 조롱을 많은 사람은 듣게 되겠지.
거기에.
“네가 죽은 후, 현상금도 걸 것이다. 10플래티넘씩.”
부들부들-
루바이의 몸이 분노로 떨려왔다. 사람은 추악하다.
10 플래티넘이라면 많은 유저들이 그를 제보할 것이고 살인자의 눈 길드는 그를 매번 죽일 것이다.
“레벨 1이 될 때까지. 크하하하하핫!”
버그가 쩌렁쩌렁 웃음 지었다. 그러다 흘끗, 그와 함께 온 자들을 보았다.
여전히 한 명은 시체놀이를 하고 있고, 한 명은 배를 부여잡고 있다.
“함께 온 놈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더니, 쯧쯧. 저 누워있는 놈, 가면은 어떻게 못 하나?”
“가면이 벗겨지질 않습니다.”
“흠, 뭐 내버려 둬.”
그 말을 끝으로 버그가 몸을 돌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루바이가 형장으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루바이가 끌려가기 전 그들을 돌아봤다.
시체놀이는 여전히 누워 중얼거린다.
“나는 시체…… 시체는…… 움직이지 않아…….”
배고파란 사내는.
“밥은 언제……?”
“…….”
루바이는 참담했다.
* * *
루바이가 손목에 수갑을 찬 채, 걸음을 옮겼다. 무수히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있다.
전부 살인자의 눈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모두가 루바이를 조롱하고 비웃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그 자리의 그들은 전부 빼앗고 약탈한 것으로 사리사욕을 챙기는 이들이다.
“우웩! 착한 놈이잖아!? 역겨워~”
“저 새끼, 표정 똥 씹은 거 봐라.”
“우우우우, X신 새끼.”
갖은 조롱이 루바이를 집어삼킨다. 루바이가 단상 위에 서자 그에게로 계란 세례가 쏟아졌다.
펏, 퍽퍽퍽-
계란을 흠뻑 뒤집어쓴 루바이는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갈 방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수갑이 풀리지 않았다.
모든 MP와 스텟량을 일반적인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수갑이었다.
‘빌어먹을.’
그는 고개를 푹하고 숙였다. 모두의 조롱 속에서, 문득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두 분은 어떻게 될까?’
다행히도 그들은 살인자의 눈 길드의 조롱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 그러다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남 걱정부터 하고 나도 참.’
그의 얼굴로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때, 버그가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말했다.
“개처럼 왈왈 짖으면 살려줄 수도 있다. 척살령도 내리지 않겠다. 한번 짖어보지그래? 응?”
그에 루바이가 싱긋 웃으며 가래를 끌어모았다.
“카악퉷, 내 가래침보다 못생긴 게.”
“…….”
아니, 도대체 가래침보다 못생긴 건 어떤 얼굴을 뜻하는가?
실제로 얼굴에 푸짐하게 살이 오른 버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 가래…… 이런 개 같은!”
루바이는 굉장한 외모를 소유한 사내였다. 그렇기에 버그가 더욱 길길이 날뛴다.
그가 활 한 자루를 집었다.
활시위를 당긴, 그가 한쪽 눈을 감고 겨냥했다.
“내가 원래 궁수가 아니라, 네 잘난 면상에 화살이 박힐 수 있다.”
팟-
활시위를 놓은 버그의 화살이 루바이의 어깨에 박혔다.
푹-
“큽.”
푹- 푹푹-
연달아 화살을 쏴대는 버그는 일부러 급소를 벗어난 부분만 쏴댔다. 워낙 가까운 거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그저 루바이를 조롱하고 싶었던 거다.
“우리는 너를 이끌고 내일은 다른 영지로 가서 조롱할 것이고, 또 다음날은 다른 곳으로, 또 다른 날은 유저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계속 조롱하며 한 달이 지나도록 죽이지 않을 거다. 크하하하하핫!”
과연 인간의 탈을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루바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바로 그때.
띠링!
알림이 들려왔다.
[구원자 퀘스트를 내린 누군가. 절 대신이 당신을 안쓰러워하고 있습니다.] [절대신은 당신께 구원자 클래스를 준 것을 후회하며 슬퍼하고 있습니다.]‘뭐……?’
루바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 첫 번째 이유.
‘구원자…… 클래스…… 그 클래스가 절대신 클래스라고?’
절대신.
루바이도 말로만 들어봤다. 신 중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절대적인 신들.
그냥 신도 아닌, 절대적인 신이라는 사실이었다.
곧바로 알림이 추가로 들려온다.
[지금 바로 ‘구원자’ 클래스를 포기하실 시, 절대신은 당신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힘을 내릴 것입니다. 이는 당신의 덕이 만들어낸 기적입니다.] [이를 허용하지 않을 시, 당신은 계속된 ‘구원자’ 클래스로 남게 됩니다.]“…….”
루바이.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착하게 살면 누가 밥이라도 주던가? 아니었다.
자신의 것을 털어 남을 배 불린다. 그들은 때론 그러했던 자신을 모른 척한다.
한 사람이, 착한 일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착한 사람 한 명보다 나쁜 사람 수천 명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그는 ‘구원자’가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 배고팠고 힘든 삶을 현실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꽈득-
루바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크, 크하하하하하하!”
“저자식 우는 것 좀 보게!”
“으하하하하하!”
“병신 새끼, 구원자란 새끼가 질질 짜고 말이야!!”
살인자의 눈 길드가 그를 비웃는다.
루바이는 슬펐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
하지만.
‘내가 지금 힘든 사람의 그 순간만큼은 바꿔줄 수 있었어.’
살인자의 눈 길드와 손을 잡은 NPC들이 겁탈했던 소녀. 그 소녀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면서, 잠깐이나마 그 소녀의 인생을 빛나게 해주었다.
고작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나는 구원자가 되겠다!’라고 외쳐대며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누군간 그래도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나는 세상을 바꾸진 못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한순간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나는…….”
루바이의 두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랬기에, 나는 그 작은 순간이라도 바꿔줄 수 있었기에.
“구원자를 포기하지 않겠다.”
구원자.
그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클래스였다. 비록, 이 클래스가 이제껏 자신에게 커다란 힘을 주진 못했다 하나, 그는 계속 구원자라는 클래스로 살아갈 것이다.
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 순간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구원자 클래스의 히든피스가 발동됩니다.] [당신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세상을 밝힐 구원자가 될 것입니다!] [구원자가 전설 클래스에서 신클래스로 전직합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첫 번째 절대신 클래스입니다!] [당신의 모든 스킬과 스텟이 변화합니다!] [절대신이 당신과 함께할 사도를 간택합니다.] [구원자의 사도는 오늘만 당신을 위해 혼신의 힘을 위해 싸워줄 것입니다.] [구원자의 사도는 그의 축복을 받습니다.] [구원자의 사도의 모든 스텟이 25% 증가합니다.] [구원자의 사도의 스킬 레벨이 +1 증가합니다.] [구원자의 사도는 언제든 구원자가 확인할 수 있게 표시되며 그의 기초적인 정보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바로 그때.
밧줄에 속박된 두 명의 사내가 처형장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먹을 것을 좋아하던 ‘배고파’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던 사내의 머리 위로 푸른색 글귀가 떠올라 있다.
알림에 따르면 구원자는 사도의 기초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배고파란 사내의 기초정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당신의 사도는 천외국이라는 국가를 건립한 왕입니다!] [당신의 사도는 최초로 반신을 베어낸 유저입니다!] [당신의 사도는 최초로 신 아티팩트를 얻어낸 유저입니다!] [당신의 사도는 최초로 절대신의 비기를 획득한…….] [당신의 사도는 최초로…….] [당신의 사도는 최초로…….]그리고 마지막 알림.
[사도의 직업은 식신이며 그의 캐릭터명은 ‘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