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96
밥만 먹고 레벨업 597화
리챠드.
그는 좌절했다. 자신이 힘들게 친해진 NPC들. 정확히는 이제 정말 가상현실이라는 게임 안에서 ‘친구’가 된 그들이, 자신의 어리석음에 의해 죽게 생겼다.
아테네에서 NPC는 죽어도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과 같다. 그랬기에 영원한 이별이었다.
리챠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으며 120만 뱀병사 군대가 그 자리의 모두를 쓸어버리려고 했다.
그때, 공간이 찢어지며 등장한 여인.
그녀가 말했다.
“짐의 이름. 대악마 그레모리이다.”
“……!”
“……!”
리챠드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대악마 그레모리!!!
그녀에 대해선 익히 들은 바가 있다.
대악마 베로스가 천외국에 의해 봉인되고 그로 인해 72악마들의 힘은 나약해졌다.
그 틈을 타서 한 마족이 마계를 점령하고 마신의 자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 위대한 이름.
바로 대악마 그레모리이다.
“어, 어떻게……?”
모든 자의 의문이었다.
또한, 대악마 그레모리는 커다란 재앙 자체였다.
그 누구도 갑자기 등장한 대악마 그레모리를 아군으로 생각할 순 없었다.
‘설마 리오나가 아닌, 자신이 지상계를 점령해야 하기 때문인가?’
그렇다.
그것이 더 현실성 있다.
리오나가 별들의 길을 흡수하는 것보다 자신이 흡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그녀가 강림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때.
그녀의 시선이 민혁에게로 향했다.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눈빛이다. 곧 그 눈빛이 부드럽게 치켜 올라갔다.
그레모리는 과거 민혁의 ‘간짜장’과 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그의 음식을 먹고 홀딱 반한 적이 있다.
‘저 녀석만 보면 입에 침이 고여.’
하지만 저 녀석과 꽤 오래 만나지 못해 그의 음식을 못 먹은 지 꽤 되었다.
갑자기 등장해서 ‘나 밥 좀……’ 해달라고 해도 웃기지 않은가?
때문에 그녀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흔히 인간들이 친해지고 싶을 때, 하는 말을 뱉어낸다.
“민혁아, 잘 지냈어? 너 때문에 달려왔다.”
그리고 그 말이 가지는 파장은 컸다.
“컥……!”
“무, 무슨…….”
“……거짓말이지?”
“…….”
생존했던 유저들, 그리고 마세르라티 길드의 길드원과 그들이 보유한 네임드 NPC들이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대악마 그레모리가, 일개 인간을 위해 달려왔다?
이는 역사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특히나. 리챠드의 경우 받아들이는 충격이 더 컸다. 때문에 부정한다.
‘천외국의 왕이 부른다는 NPC가 그레모리였어, 그, 그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는 한 존재만을 불렀지만 나는 실제로 네임드 NPC가 스무명 가까이 왔잖아? 하하…….’
그는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이는 그들뿐만이 아닌, 방송을 보고 있는 해설자들과 시청자들도 놀라기 충분한 일이었다.
[마신 후보자인 대악마가 천외국의 왕과 친하다고……?] [지금 그레모리 미소 보임? 마치 친해지고 싶어 하는 표정임…….] [개쩌네…….] [근데 리오나랑 그레모리랑 싸우면 누가 이김?] [그레모리.] [당빠 대악마죠 ㅋ.]그렇다.
시청자들의 이야기처럼 일반적으로 대악마 그레모리와 신의 여섯 괴물인 뱀의 신의 자녀인 리오나가 싸운다면 그레모리가 이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계’에서의 이야기다.
“악마 따위가 감히…… 지상에서 나를 욕보이려 하는가!!”
콰직!
리오나가 양팔에 힘을 주어 손 모양으로 구축된 마기를 소멸시켜버렸다.
그렇다.
지상에서 마족, 악마는 온전한 힘을 내지 못한다.
일전에 대악마 베로스 또한 50% 가까이 힘이 봉인된 상태에서 천외국과 전투를 치르지 않았는가?
그처럼 대악마들은 현재 지상에서 온전한 힘을 낼 수 없으며, 대악마 그레모리의 대군단 역시 마찬가지다.
“저 쓰레기 같은 마족들을 쓸어라!!”
리오나의 안광이 붉게 번뜩였다.
“확실히…… 위험하긴 하네.”
대악마 그레모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취이이이이이이!”
“취이이이이이이!”
“취이이익!”
“키헤에에에에에!”
“키햐아아아아악!”
“키레에에에엑!”
120만에 가까운 뱀병사 군단과 10만을 겨우 넘어서는 마계 군단이 서로를 바라보며 포효한다.
마침내.
콰자아아아악-
한 마족이 뱀병사를 향해 달려가 머리를 내리찍음으로써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곧바로.
리오나의 번뜩거리던 안광에서 뿜어지는 붉은 빛들이 마계군단을 향해 뻗어 나갔다.
한 마리의 마족이 그 붉은 빛과 닿는 순간.
쩌저저저저적-
굳기 시작했다.
“……눈을 보지 않고도 돌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군.”
물론 저것은 광범위 스킬일 것이다.
한 번 사용하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하는.
하지만 만약 마계군단 모두가 돌처럼 굳어버린다면?
대악마 그레모리가 지상에서 리오나에게 처참히 패배하는 치욕적인 역사가 그려진다.
하나.
“짐은 뱀 년의 딸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그레모리의 채찍이 휘둘러진 순간.
쿠화아아아아아아악-
검은색 마기가 폭주하며 붉은 기운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
리오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약해진 상태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집어삼킨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그레모리가 강할지언정 뱀병사 120만은 마계군단을 씹어 먹고 있었다.
50% 가까이 약해진 그들이 뱀병사들을 감당해낼 재간이 있을 리 없다.
“네 군대는 나의 아이들이 모두 잡아먹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레모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봐도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다.
그러다 민혁을 돌아봤다.
“……??”
민혁은 요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레모리가 작게 웃었다.
“근데 넌 해선 안 될 일을 저질렀어.”
“……?”
“저 인간 아이를 죽음까지 몰고 갔다는 것.”
“……??”
리오나.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게 무슨 개 같은 소리란 말인가?
자신은 그를 공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민혁이 리오나의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폭주하는 검’에 이어서 곧바로 ‘필살검’을 꽂아 넣은 뒤에 약 올리듯 배리어 뒤로 숨어버렸다.
즉, 개 패듯이 맞은 사람은 리오나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저 인간을…….”
“저 인간 아이를 건드리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거든?”
“아니, 나는 손끝 하나…….”
“이제 두 눈 뜨고 보도록 해봐.”
“내 말 좀…….”
리오나.
그녀는 억울했다.
아니, 나는 안 건드리고 오히려 내가 처맞았다니까!?
하지만 곧, 그레모리가 하늘 위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첫 번째 재앙 도착.”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늘.
하늘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리오나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을 때. 자그마치 40m 길이의 검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
그때. 그레모리의 등 뒤로 빛처럼 나타난 한 사내와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사내는 한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또한, 그의 옆에 있는 여인은 매서운 기세로 리오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가 말한다.
“짐이 누구인지 아는가?”
“…….”
리오나.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디에서 다 같이 대기해서 순번 뽑아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분명하다. 이 새끼들,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걸 보면……!’
그런 어이없음 뒤로, 그녀에게 이어지는 것은 재앙이었다.
“짐은 검신이라 한다.”
“……!?”
그리고 경악 뒤로.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린 40m 길이의 빛의 검이 뱀병사 군단의 가운데에 떨어져 내렸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것은 핵폭탄과 같았다. 땅에 꽂힌 순간, 순식간에 반경 50m가량에 존재하는 뱀병사 군단을 모두 소멸시켜 버렸다.
세상이 경악한다.
유저들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정한 ‘신’의 강림.
그 강림이 이어진다.
그리고 사내가 말한다.
“네가 저 청년을 죽이려고 했다며?”
“아니, 나는…….”
푸, 푸푸푸푸푹-
검신의 검이 일 초에 여섯 번. 리오나의 몸을 난자한다. 그녀의 몸에서 초록 피가 솟구쳐 오른다.
쓰러지려는 그녀의 무릎이 땅에 닿는다.
몸을 돌린 발렌과 로이나가 뱀병사 군단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로이나와 발렌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10마리의 뱀병사 군단이 썰려 나간다.
하나. 뱀병사 군단의 숫자가 너무 많다.
아직은 마계군단이 우세를 갖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초록 피를 흘리며 몸이 재생되고 있는 리오나.
그녀는 억울했다.
그리고 치욕스러웠다.
“감히……!”
한데, 그때.
“그대는 짐이 누구인지 아는가?”
“…….”
“짐은 창신 밴이라고 한다.”
곧바로.
그는 뱀병사들을 향해 강대한 힘을 발현한다.
“절대극창.”
하늘에서 빛의 창이 뱀병사들 사이로 떨어져 내린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벼락처럼 떨어지는 빛의 창들이 수천의 뱀병사들을 녹여버린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은 리오나의 심장을 그의 창이 꿰뚫는다.
푸욱-
“커허어어어억!”
“네가 우리 전하를 죽이려고 했더냐?”
“끄으으윽, 나는…… 손끝…….”
“닥쳐.”
노장 밴이 차갑게 선고한 후 그녀의 심장을 꿰뚫은 창을 힘껏 뽑아냈다.
곧바로 몸을 돌린 그가 뱀병사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리오나.
이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였다.
‘난…… 정말…… 건드리지 않았다……!’
어째서 믿어 주지 않는가?
정작 민혁이란 인간한테 맞은 것은 나인데!
‘그보다 이젠…….’
또 안 나오겠지?
심지어 이상한 일이 한 가지 있었다.
‘왜 계속 회복할 틈을 주는 거야?’
그렇다.
그들은 자신에게 강대한 데미지를 한 번씩 입힌 후에 뱀병사 군단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그래, 우연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차츰 회복되어갈 때.
“짐이 누구인지 아는가?”
“…….”
그녀가 말문을 잃었다.
거대한 2m 크기의 장신.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자.
소악마 디아블로라 불렸던 자.
“천외국의 방패. 엘피스다.”
푸푸푸푸푸푹-
“네가 우리 전하 죽이려고 했다고?”
“…….”
푸푸푸푸푹-
연이어서.
“너 내가 누군지 아냐!!?”
“…….”
“나는 코니르!! 네가 우리 전하 괴롭혔다고 들었다. 울부짖는 아이!!!”
푸푸푸푸푸푸푹-
“…….”
리오나.
그녀가 돌아가면서 개 패듯이 처맞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리오나와의 전투가 펼쳐지는 곳과 멀지 않은 곳.
여러 사람이 막대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중엔 검의 대제 엘레, 패왕 라르도, 용왕, 성녀 로이나, 엘프의 왕 아르곤 등이 자신들이 이끌고 온 총합 100만이 넘어서는 대군을 뒤로 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인 오로디스 왕국의 아르나 후작.
그는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대기(?)하고 있는 그들을 둘러봤다.
그들의 머릿속엔 모두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더 멋지게 등장하려나?’
‘그레모리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 그를 뛰어넘는 등장이 필요한데.’
‘그래도 내가 제일 멋지게 등장할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아르나 후작.
그는 분명 왕국에서 알아주는 귀족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다음 분은 검의 대제 엘레이십니다.”
그렇다.
그들은 리오나가 ‘설마’하며 생각했던 것처럼 ‘제비뽑기’로 순번을 정하여 전쟁터로 뛰어들고 있었다.
검의 대제 엘레.
그녀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빛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멋지게 등장할 것이다.’
훗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민혁은 그들을 ‘그레모리와 관종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