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16
밥만 먹고 레벨업 717화
아바크는 대륙 각지의 용병들에게 알린 바 있다.
‘벤테오를 옹호하는 자.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 아바크가 용병왕이 된다면 그를 옹호했던 자들은 전부 숙청될 것이었다.
또한, 제국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 씨를 말려 버릴 것이었다.
이는 벤테오 역시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가 오늘날 이곳에 발걸음한 이유는 세상에 ‘용병의 긍지’를 알리고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함이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자신과 함께 그분이 남긴 ‘용병극강검술’을 발휘하는 용병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용병들의 길어진 검기가 주변에 있던 자들을 짓밟는다.
“벤테오. 벤테오. 벤테오!”
“벤테오. 벤테오. 벤테오!”
수만 명의 용병들이 목놓아 소리친다. 그 함성의 중심에 벤테오가 있었다.
그는 알았다. 저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스승님.”
용병의 긍지를 저버리지 말라던 ‘그분’이 떠오른다.
나와 함께 그 긍지를 지켜주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한 저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벤테오의 검에 더 강한 힘이 실린다.
“용병극강검술. 최종장.”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처럼 눈빛을 번뜩이는 벤테오.
마치 그가 전쟁터에서 하울링 하는 것 같다.
아우우우우우우우-
“울부짖는 늑대.”
검은 늑대 수백 마리가, 검기가 되어 적들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쓸려나가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아바크와 장로들, 두 명의 용병왕 후보가 신음을 흘렸다.
‘네 개의 대륙 용병들을 통합했던 인물…….’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용병…….’
만약 벤테오가 제국만 배신하지 않았어도 필히 용병왕이 되어 오랜 시간 동안 이름을 떨쳤을 것이다.
빠득-
그러나 아바크는 그의 운명이 뒤틀렸다 믿었다.
벤테오와 함께 죽음을 불사르고 싸우는 약 3만 명에 이르는 늑대의 용병들.
그들에게로 용병들이 등 뒤의 석궁을 꺼내 들어 쏘기 시작했다.
퓨퓨퓨퓨퓨퓨퓨퓨퓩-
“크아아아악!”
“크하아아악!”
“크으으읍!”
“요, 용병의 긍지를 잊지 마라. 으아아악!”
숫자 앞에 장사 없다 했는가, 용병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콰자아아악-
단숨에 세 용병의 목을 친 벤테오는 그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아바크가 외쳤다.
“벤테오. 너로 인한 죗값을 다른 이들이 물게 하려 하는가!?”
“…….”
가슴이 쓰리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아는 벤테오는 함께 장렬히 전사하려는 그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검을 거두고 이곳에 오라! 용병의 신 앞에 심판받으라. 그렇다면 최소한 저들의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용병왕이시여, 우리가 섬기는 용병왕은 오로지 당신뿐입니다!!!”
“벤테오……!”
“용병왕이시여!!!”
“안 됩니다!!!!”
스르릉-
벤테오의 뽑혔던 검이 검집에 들어간다. 용병들이 늑대의 용병들을 죽이지 않고 속박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용병들 틈을 벤테오가 묵묵히 걸어간다.
마침내, 바힐론 요새에 들어온 벤테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용병장로들과 용병왕 후보 세 사람이었다.
그들은 벤테오를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거대하게 세워진 용병의 신의 동상이 있었다.
용병의 신 던. 모든 용병들의 신이며 모든 용병들은 그를 숭배하며 따른다.
검을 허리춤에 차고 양 팔짱을 낀 채 전장을 바라보는 던의 동상을 벤테오는 한참이나 바라봤다.
“무릎을 꿇고 용병의 신 앞에 사죄하라, 벤테오.”
쿠우우웅-
벤테오의 뒤에 선 용병들이 그의 다리를 걷어차 무릎 꿇렸다.
“네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네놈은 루브앙 제국을 배반하고 그로 인해 많은 용병들이 피를 흘리게 했다.”
“…….”
사실이다. 어쩌면 그것은 벤테오 개인의 욕심이었을지 모르니까.
그리고 곧, 우르르르- 속박된 용병들이 끌려왔다.
그들은 늑대의 용병들이다.
아바크가 따로 명령하여 곳곳에서 잡아들인 이들이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렇게 바깥에 늑대의 용병들이 제 발로 걸음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벤테오. 용병왕 취임을 시작하겠다.”
“…….”
벤테오는 말이 없었다. 용병왕 취임은 장로와 용병왕들이 표를 던진다.
그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자. 그자의 이름을 용병의 신에게 올려 신께 인정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들은 동상을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나 라이카는 대륙 곳곳에 있는 용병들의 의지를 받들어, 앞으로 우리를 이끌 명예롭고 용감한 용병왕을 선택할지니. 그의 이름…….”
원 안에는 무릎 꿇은 벤테오와 그 앞에 서서 오만하게 그를 내려다보는 아바크가 있었다.
“아바크이다.”
“…….”
벤테오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계속하여 장로들이 하나둘 읽는다.
“나 에던은 대륙 곳곳에 있는 용병들의 의지를 받들어, 앞으로 우리를 이끌…….”
“그의 이름 아바크이다.”
“나 콜루는 대륙 곳곳에…….”
“그의 이름 아바크이다.”
용병장로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지막으로 이스펜이 슬픈 눈빛으로 벤테오를 바라본다.
“나 이스펜은 대륙 곳곳에…….”
그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벤테오의 가슴에 박힌다.
그리고 낮게 깔린 아바크의 목소리가 그에게 파고든다.
“너 또한 나를 인정해라, 벤테오. 그렇지 않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늑대의 용병들을 죽이겠다.”
“…….”
벤테오가 아바크를 올려다봤다.
애초에 아바크가 늑대의 용병들을 잡아들인 이유는 그것이었으리라.
용병왕 후보 중엔 분명 벤테오도 있다.
본디 이 자리에서 용병왕들은 싸워서 진짜 용병왕을 가리거나 혹은 다른 이를 용병왕으로 지목함으로써 그 자격을 상실해야 함이 맞다.
아바크는 영악한 인물이다.
벤테오가 자신을 지목해야 지금 불신의 씨앗을 품은 모든 용병들이 자신을 따를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검은 안대를 차고 밧줄에 속박된 채 벌벌 떨고 있는 늑대의 용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 용병왕 후보 아스는 그 자격을 포기하고 용병왕의 재목으로 아바크를 지목하는 바이다.”
한 명의 후보가 아바크를 지목한다.
“나 용병왕 후보 페럴은 그 자격을 포기하고 용병왕의 재목으로 아바크를 지목하는 바이다.”
이젠 두 명이 되었다.
이 자리에 어떤 장로와 후보도 벤테오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벤테오. 저 가여운 자들을 죽일 셈인가?”
사악하고 음침한, 탐욕스러운 아바크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린다.
“나 용병왕 후보 벤테오는…….”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읊는다.
“그 자격을 포기하고.”
아바크. 그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찢어진다.
벤테오를 넘어서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을 생각과 갖은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에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벤테오는 싸늘한 주검이 될 것이다.
“용병왕의 재목으로…….”
모든 이들이 숨죽였다.
늑대의 용병들마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은 벤테오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던 용병의 긍지는 어디 있는가?
고작 자신들의 죽음이 안타까워 그를 저버리는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때 침묵만 가득한 그곳으로 누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용병왕으로 벤테오를 지목한다.”
“……!”
“……!”
“……!”
아바크가 분노한 눈으로 그를 좇았다.
그렇지만 늑대의 용병들 틈에 섞여 있어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날카로운 눈으로 아바크를 올려다보는 벤테오가 굽혔던 무릎을 피고 있었다.
“아바크를 인정하지 않는다.”
“네노오오오옴!!”
스르릉-
벤테오의 검이 빠르게 뽑힌다.
나의 긍지는 무너지지 않는다. 늑대의 용병들이 모두 죽는다는 사실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하나, 모두 함께 전설이 되고 역사가 되리라.
콰아아아아앙-
벤테오의 검이 아바크를 후려쳤다. 아바크가 뒤로 날아갈 때 두 명의 용병왕 후보가 벤테오를 향해 날아든다.
벤테오가 아무리 강한 인물이라 하나 셋의 용병왕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가 힘을 담아 소리친다.
“부끄러운 줄 알거라! 모든 용병들의 왕이라 불리는 자들아, 용병의 긍지를 버리고 루브앙의 개가 되려는 자들아!!!!”
콰아아아아앙-
벤테오가 휘두른 검이, 용병왕 후보 아스의 걸음을 제지한다.
“너희는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긍지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늑대의 용병들이여, 그 사실만은 알거라!!!!”
벤테오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물든다.
“우리의 죽음은 헛된 것이 아니며 후대의 많은 이들이 우리의 긍지를 이을 것이다!”
“믿소!!!!”
“죽음이 두렵지 않소!!!”
“오늘의 죽음이 영광스러울 따름이오!”
“이이익, 장로들. 용병의 신께 용병왕의 취임을 알리시오!”
아바크가 서둘러 소리쳤다. 벤테오는 괴물 같은 자다.
자신들 셋이라면 충분히 죽일 수 있으나, 그 피해는 클 것이다.
하지만 용병왕으로 선택되는 순간, 용병의 신이 내린 힘을 일부 개화하게 된다.
때문에 벤테오를 죽이기 훨씬 쉬워질 터.
용병장로들이 서둘러 신께 간곡히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용병의 아버지시여, 지금 만인의 인정을 받은 용병왕…….”
“용병의 아버지시여, 지금 만인의…….”
벤테오의 가슴이 아렸다. 명예로운 죽음 뒤에 용병왕이 된 아바크에 도구로 전락하게 될 용병들.
‘스승님, 저는 어찌해야 하는 겁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처절한 싸움뿐이었다. 이를 악물고 용병왕 후보들의 검을 방어한다.
핏-
“크으으윽!”
공격을 한 번 허용한 순간, 벤테오에게 여러 번의 공격이 들어온다.
피피피피핏-
“크흐읍!”
벤테오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흐른다. 그리고 장로들의 용병의 신에 대한 기도가 끝에 이른다.
벤테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다.
“용병왕 아바크를 인정하여 주소서.”
“용병왕 아바크를 인정하여 주소서.”
“용병왕…….”
그들이 동시에 뱉어내는 말에 용병의 신. 던의 동상이 공명한다.
우우우우우우웅-
그 공명 속에서 아바크는 양팔을 들어 올리고 희열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모든 용병이 내 발밑에 무릎 꿇고 나를 찬양할 것이며 많은 것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용병의 신은 용병왕을 간택할 때 한 자루의 빛의 검을 먼저 하사하여 그가 쥐게 한다.
그가 그 검을 쥐는 그 순간, 그는 진정한 용병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용병왕 던의 동상 앞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흑빛의 검. 흑빛의 검은 그 어떤 역사에도 기록되지 아니한 검이다.
그 흑빛의 검이 두둥실 주인을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아바크를 지나치며, 연이어 벤테오 또한 지나친다.
그때 용병의 신 던의 동상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모든 용병의 아버지요, 모든 용병들의 신인 던이 자신의 ‘이름’을 이을 후예를 위해 사자를 보내니.]“……!”
“……!”
“……!”
“……!”
모두가 얼어붙었다.
후예라 한다면 용병왕을 뜻하는 게 아니다. 바로 새로운 용병의 신을 뜻한다.
그리고 그 사자.
늑대의 용병들 틈에 껴 있던 그 정체불명의 사내의 앞으로 두둥실 흑빛의 검이 떠올라 있다.
스르륵-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속박된 밧줄을 너무도 가뿐히 풀어내고 눈을 가린 안대를 벗어낸다는 사실이다.
그가 그 흑빛의 검을 쥔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그의 얼굴이 스르르륵- 검은 기류에 둘러싸이더니 얼굴이 변화한다.
새하얀 피부에 높은 콧대, 사슴같이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사내.
그가 입고 있던 초라한 망토도 백색의 망토로 변화하며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그려진다.
그가 벤테오의 앞에 멈춰선다.
벤테오, 그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그 어떤 이도 신의 힘에 의해 이 순간 움직일 수 없었다.
‘다, 당신은…….’
벤테오는 최근 전쟁터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가 인자한 미소로 벤테오를 바라본다.
[용병의 신은 용병의 긍지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려 했던 자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용병의 신의 사자가 그의 목소리를 전합니다!]“아이야.”
부드럽고 청아한 목소리다. 어미 같은 따뜻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벤테오는 그저 바라봤다.
“검을 쥐거라.”
“…….”
천천히, 벤테오의 손이 움직인다.
그리고 흑빛을 흩뿌리는 그 아름다운 검의 그립을 쥔다.
꽈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르르르륵-
검은 화염이 검에서 일렁이며 벤테오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다시 움직일 수 없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를 바라보는 사내.
그자의 정체는 바로 식신 민혁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말했잖습니까. 용병왕으로 당신만을 지목한다고.”
“…….”
방금 전 늑대의 용병들 사이에서 들렸던 정체불명의 목소리의 주인.
바로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