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2
밥만 먹고 레벨업 72화
‘식신의 전설은 요리사의 탑의 요리사들이라면 상당수가 알고 있는 내용.’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야기를 꺼내기 전 설명했다.
“허황된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전설로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식신이란 자에 관련한 이야기는 전 요리사의 탑장님인 보로토 님을 통해서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예전에 하늘을 가르고 땅을 울리게 하는 힘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고. 또 그는 먹을 것을 아주 좋아하고 요리 실력 또한 요리사 중 따라갈 자가 없다 하여 그의 요리를 맛본 이들은 모두 그에게 반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자들도 아주 많았다고 하더군요. 한데, 이 전설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내용뿐입니다.”
“터무니가 없어요?”
“예.”
그는 황당하다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식신에게 황제의 자리에 앉을 기회가 생겼었다고 하더군요. 한데, 이 식신이란 자는 ‘아, 배고픈데 뭔 황제야 귀찮게! 야, 켈론. 너 황제해. 나 밥 먹으러 간다.’ 하고 갔다더군요.”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 황제 켈론이 대륙 역사상 최고의 황제인 보켈리 제국의 황제랍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고든은 흥분한 기색으로 침까지 튀기며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작게 탁 내리쳤다.
“역사상 가장 잔학무도하다는 블랙 드래곤 로드 칸! 그에게 가서 한 말이 뭔지 아십니까?”
“뭔데요?”
“‘나 통구이 바베큐 먹을 건데, 브레스로 좀 구워줘. 태워 먹으면 네 비늘 개수대로 맞는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전설입니까?”
“브레스로 구우면 맛있겠다.”
“그렇죠. 맛있긴 하겠……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요. 이건 말이 안 되잖습니까.”
그에 민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말이 안 되죠? 어째서?”
“아니, 당연히 그렇잖습니까. 지상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한테 가서 브레스로 바비큐를 구워 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바베큐가 너무 먹고 싶으면 그럴 수도 있죠!”
“음…….”
고든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건 어떠냐는 듯 말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드워프들의 왕 황금 망치 란트에게 가서는 ‘나 부침개 끝부분처럼 노릇노릇 잘 구워지는 도구 좀 만들어줘! 라면서 신의 광물 아만타디움을 가져다줬다고 합니다! 세상에. 신의 광물이라 불리는 아만타디움으로 부침개 굽는 도구를 만들어달라고 하다니!”
“와, 그런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럽다.”
“…….”
고든은 정말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 민혁을 보며 ‘얘, 뭐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요정들이 섬기는 수호신인 어머니 나무에게서는 레펜더서라는 꽃이 자랍니다. 레펜더서는 성스러운 꿀을 가지고 있죠. 근데 그 미친 식신이란 자는 레펜더서를 몰래 훔쳐다가 꿀을 짜서 가래떡에 찍어 먹었다는 겁니다! 그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레펜더서의 꿀로 가래떡을 먹다니!”
“먹을 줄 아시네!”
“그렇죠. 가래떡에 꿀 찍어 먹으면 맛있는 건 알아 가지고!”
결국 또 말려든 고든.
그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헛기침을 흠흠 했다.
“당신은 식신의 후예라도 되는 겁니까? 아니, 어떻게 하면 그걸 이해할 수가 있는 거죠?”
“제가 식신이 맞으니까요.”
“예?”
“제가 식신입니다. 후예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민혁은 굳이 숨길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또한, 이를 통해 식신에 관련한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단서에 관한 모든 것도 이런 의도다.
‘식신이라면 맛있는 걸 숨겨놨을지도 모르지!’
잠시 고든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보로토 님은 식신이 언젠가는 요리사의 탑에 나타날 거라고 하셨지. 그리고 나타나면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어. 그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건만.’
그에 고든은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당신이 정말 식신이라면 전 요리사의 탑장님이신 보로토 님을 한 번 만나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아……!’
그리고 민혁은 알 수 있었다.
괴식의 식신으로 2차 전직했을 때, 그는 ‘식신의 유물’이라는 퀘스트를 받았었다.
하지만 레벨 제한 때문에 정보 자체가 열람되지 않았다.
‘아마도 보로토라는 요리사를 만나는 거였나 본데?’
거의 반은 확실한 거였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든은 추가로 생각난게 있었다.
그걸 말하려던 차였다.
[아테네의 신이 당신에게 제재를 가합니다.] [더 이상 발설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그에 고든은 알 수 있었다.
‘저, 정말 식신이었구나!’
그리고 앞의 사내가 아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라는 것도 눈치챘다.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렇군요. 이야기 감사합니다. 후…….”
그렇게 말하면서 민혁은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시죠?”
“제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그분처럼 더 열심히 잘 먹었어야 하는 건데…….”
“아, 아니. 지금도 충분히 잘 먹고 다니시잖습니까.”
“아니요. 그 정도론 부족해요. 저도 목표가 하나 생겼습니다.”
“……?”
“꼭 브레스로 바비큐 구워 먹어 볼래요. 가래떡을 레펜더서의 꿀로도 찍어 먹어보고요.”
그는 진심이라는 듯 주먹을 꽉 쥐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눈빛을 빛냈다.
“…….”
“그럼 모쪼록 안녕히 계세요.”
고든은 멍하니 그가 나간자리를 보다가 툭 던졌다.
“저 사람도 제정신은 아니야.”
이어 하르멜이 말했다.
“왜 뒷말은 안 하셨어요?”
가장 중요한 전설의 한 부분이 존재했다.
한데, 고든이 그 말을 꺼내지 않자 하급자인 하르멜은 가만히 있었을 뿐.
“아테네의 신께선 그가 스스로 찾길 원하시는 것 같더군. 드래곤 로드 칸, 황금 망치 드워프 란트, 그리고 어머니 나무, 그 외의 무수히 많은 자들.”
고든은 그가 나선 자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들이 식신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중 일부 이들의 힘이 그가 남긴 유물과 함께 숨겨져 있다는 것.”
* * *
대장장이 론.
그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큰일이군, 큰일이야.’
그는 조금 전에 막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온 참이다.
론은 성격이 매우 안 좋기로 바라스 왕국 일대에서 무척이나 유명했다.
이방인들에 이어서, 같은 지킴이들까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실력이 좋은 대장장이여서 거래를 할 수 있던 것.
한데, 그런 그가 거래하기로 했던 상품을 늦게 줘버려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다.
기초 구급 약품 상점 주인 매캔.
농부 브레트.
그 외의 다른 이들까지!
거래가 늦자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해온 상태!
이는 얼마 전에 온 한 어린 이방인 꼬마 소녀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그래도 그 어린 것이 혼자 있는 게 마음이 아픈데 어쩌겠어.’
론은 아내와 자식을 잃었다.
그 때문에 그는 어린 이방인이 혼자 있는 게 안타까웠기에 항상 대장간에 두곤 했다.
위험한 것들이 있는 것엔 못 가게 하면서.
그리고 실제 이 소녀의 이방인 아버지가 론에게 그녀를 부탁했다.
원체 성격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론이었지만, 과거에 잃은 자식을 생각하며 자신이 항상 여기에 있을 수 없다는 그 아버지의 말을 들어주고 돌봐주기로 한 것이었다.
‘병을 치료하느라, 그 후유증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도 참 큰일이야.’
그 어린아이는 음식을 일절 먹지 않았다.
듣기론 이방인들의 세상에서 백혈병이라는 병마와 싸우다가 그 병이 완치되었음에도, 매일 치료를 하며 토를 하던 것 때문에 아이가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그 두려움을 이기게 하려고 데리고 왔더니, 여전히 나아지질 않는다고 그 아버지가 한탄 어린 한숨을 쉬곤 했다.
그리고 그 한숨은 냉혈인 같은 론에게서도 나왔다.
어린 것이 그 얼마나 가엾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대장간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까르르르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는 매우 익숙했다.
어린 이방인 혜민이!
그에 론은 의아함을 느끼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이어 볼 수 있었다.
한 정체 모를 이방인이 혜민이를 목마를 태운 채 덩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혜민이는…….
“가댜! 대지야!”
“꾸울 꿀! 꿀꿀!”
그 청년의 어깨 위에 올라탄 채 웃고 있었고 그 청년은 돼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다 론과 눈이 마주친 청년.
그가 무안했던 듯 얼음이 되더니, 혜민이를 슬그머니 내려놓고는 헛기침을 ‘큼큼’ 하고 뱉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 제가…… 죄송한 일이 하나 있는데요.”
* * *
1시간 전.
론의 대장간에 왔던 민혁은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요? 아무도 안 계신 가요?”
그에 고개를 갸웃했던 민혁!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용광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이것이 바로 TV 속에서 보던 용광로군, 용광로 하면 삼겹살이지!”
TV에서 자주 봤던 삽자루 삽겸살!
호일을 감싼 후 삼겹살을 삽 위에 올려 넣으면 5초 만에 뚝딱 잘 익어서 나오지 않던가.
하지만 민혁은 잠시 고민했다.
주인 없는 대장간에서 그런 짓을 하면 되겠는가!
그렇게 기다리던 중.
결국 민혁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삽에 호일을 두르고 미리 구비해 놓았던 삼겹살을 올렸다.
그다음 조심스레 용광로의 뚜껑을 밀고 그 안에 삽을 넣었다.
그 후에 몇 초가 지나고 빼낸 삼겹살.
지글지글 지글-
기름기를 가득 품은 삽자루 삼겹살!
그에 민혁은 감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다.
소금장에 찍어 먹고 상추에 쌈을 싸서 먹고.
“크흐! 확실히 삽자루 삼겹살이 진리구만! 흐하하핫!”
그렇게 웃음을 지으며 어서 빨리 먹어치우자고 생각하면서도 다 먹으면 두 번 굽고, 또 먹으면 세 번 굽고, 열 번째 먹고 있을 때였다.
끼이익-
탱그랑!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홱!
서둘러 고개를 튼 민혁.
마치 도둑고양이와 같았다.
그리고 구석에 숨어서 자신을 훔쳐보는 한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응?”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
그 아이가 말했다.
“그게 그렇게도 맛있더?”
“그럼! 맛있는 게 최고야!”
“혜민이는 먹으면 아파…….”
“말도 안 돼.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아프다니! 맛있으면 영칼로리라구!”
“덩칼로리?”
“아니, 영칼로리.”
그에 혜민이라는 아이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럼 이거 너가 먹어.”
“……!”
그에 민혁은 눈을 크게 떴다.
혜민이란 아이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ABD 초콜릿이었던 것이다.
민혁에게 초콜릿이란 있어도 닿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초콜릿을 매우 좋아했었다.
하지만 폭식 결여증 환자에게는 독과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 울고불고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남들에겐 아닐지 몰라도 민혁에겐 초콜릿이라는 건 특별한 ‘음식’이었다.
그에 당연히 눈이 그곳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 귀한 게 어디서 난 거니?”
“아빠가 먹으라고 줬는데, 먹기 싫어! 이거 먹으면 아파!”
“아닌데, 맛있는 거 먹으면 안 아픈데?”
“아니야, 혜민이는 아파.”
배를 문지르는 그녀의 말에 민혁은 한 아름에 접근했다.
달콤한 초콜릿.
“그러니까, 너가 먹오.”
혜민이가 손수 직접 까서 민혁에게 내밀었다.
그 순간.
“와아아아앙!”
혜민이의 그 조막만 한 손까지 날름해버린 민혁!
그에 혜민이가 그 작은 주먹으로 머리를 콩 때렸다.
“이 똥꾸야, 손까지 먹으면 안 되지!”
“아, 미안. 아웅, 맛있어!”
민혁은 입안에 가득 퍼지는 달콤한 초콜릿의 맛에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웃어버렸다.
반 정도 녹여 먹고, 깨물어 먹었다.
그러자 단맛이 더욱더 짙게 퍼져나갔다.
혜민이 이어 초콜릿 봉지 통째로 그에게 내밀었다.
“자, 더 먹어.”
“고마워! 너 정말 좋은 애구나!”
민혁은 초콜릿을 게눈 감추듯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마지막 하나까지 까먹었다.
“우물우물?”
초콜릿 봉지에 손을 넣고 없는 걸 알고 아쉬워하던 민혁.
그는 곧 혜민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하나도 남지 않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내 쪼콜릿…….”
“흐억, 미안!”
민혁은 자신이 식욕을 참지 못해 다 먹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혜민은 초콜릿을 먹지 못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것을 누군가 다 가져가면 크나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던가!
또한, 지금 혜민이의 표정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저 대지가 다 먹었어…….”
뜨끔!
괜스레 그 말에 흠칫한 민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