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84
밥만 먹고 레벨업 785화
어쩌면.
켄라우헬은 지쳐 있었을지도 모른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주인. 어려서부터 많은 자들의 부러움과 시기의 눈빛을 사왔다.
어린 시절의 켄라우헬의 친구들은 여느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경제에 관련된 것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댔다.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잘 보여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랐던 사람들이다.
켄라우헬이 살아가면서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도 그러했다.
돈이 아닌 순전히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집은 평범했고 가문의 반대는 컸다.
그에 켄라우헬은 그녀에게 물었다.
-나와 함께 도망치겠어?
-으, 응? 도망?
-그래, 난 너만 있다면 이까짓 가문 버릴 수 있어.
-내게 생각할 시간을 줘.
그 후로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켄라우헬의 순수한 사랑보다 결국 그가 가졌던 커다란 재력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의 삶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목표’는 없었다.
내겐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은 돈이 있었기에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테네가 출시되었다.
이 아테네에 들어와 눈을 떴을 때, 교관이란 작자는 이렇게 말했다.
-초보자가 그렇게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다니, 당장 목검을 쥐고 저기 있는 허수아비나 때리거라.
처음이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당연하듯 하대하며 막 대하는 것은.
-초보자는 열정이라도 있어야지!
-레벨을 더 올려야 더 좋은 사냥터를 갈 수 있을 걸세!
NPC들은 자신을 로스차일드의 가주가 아닌 평범한 유저로 대해줬다.
-내가 누군지 알고 네깟 것들이 감히…….
처음엔 으르렁거렸던 켄라우헬이다.
그런데 허수아비를 때리면서, 또는 그들의 하찮은 퀘스트를 받으면서.
켄라우헬은 웃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는 아테네에서 가장 뛰어난 랭커가 되는 것이었다.
내 힘으로 꼭 해내겠다, 같은 어리석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 되겠다.
그에 블랙스톤을 창립하고 갖은 아티팩트를 모아왔다.
그 과정에서 꼭 돈에 의해서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아닌, 자신이 좋아서 따르는 유저들도 몇 명 생겼다.
그리고 ‘왕국’을 건립했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랭커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의 왕국은 게르나 사냥 이후 크게 몰락했다.
그리고 게르나 사냥 당시 NPC들의 소중함에 대해 누구보다 크게 깨달은 켄라우헬.
그는 왕들의 무덤으로 오는 출정길에 자신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있던 소년을 기억한다.
그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의 눈은 존경심을 담고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그리고 그 순수한 눈망울을 빛내며 말했다.
-다치지 마세요. 그리고, 물러서지 말아주세요.
-…….
켄라우헬은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물러서지 않겠다. 네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내가 그리 만들겠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저하되었습니다.] [그들이 지독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하신 곳에서 10분 내로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전진하시지 않을 시, 지속적으로 HP가 하락하게 됩니다.]켄라우헬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멈춰 있었다.
나아간다면 이젠 남은 병사들의 죽음밖에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켄라우헬에게 블랙스톤에서 로스차일드 왕국까지 그저 자신이 좋아 쫓아온 레소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그 질문에 켄라우헬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곧 로그아웃될 텐데, 내 걱정부터 하다니.’
레소는 세계 랭킹 1,000위권 안에 들 정도의 강자인 자다.
당장에 루브앙 제국으로 달려간다면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했을 터다.
그러나 로스차일드의 몰락과 함께 그는 3,000위권 밖의 랭킹까지 밀려났다.
이처럼 레소와 같이 그저 켄라우헬이 좋아서 그를 따르는 하이랭커들이 몇 있다.
그리고 로스차일드 왕국의 자랑스러운 인재.
검성이라 불리는 기사단장 루만이 다가와 말했다.
“전하, 낯빛이 좋지 않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켄라우헬은 쓰게 웃었다.
그래, 그래도 민혁처럼 그저 자신이 좋아서 따르는 자들도 몇 있다.
“내가 아닌 민혁을 섬겼다면 더 나았을 텐데…….”
“전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어찌 저희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
켄라우헬은 요근래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푸념을 많이 하고는 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이 인재들이 천외국에 있었다면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높은 곳에 섰을 테니까.
기사단장 루만이 작게 웃음 지었다.
“전하를 섬길 수 있음에 저는 기쁩니다.”
켄라우헬은 말문을 잃었다.
정말이지 멍청한 놈들이었다.
레소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입장한 또 다른 왕은 누구일까요?”
“그 또한 많은 병력을 이끌고 왔을까요.”
몇십 분 전 들려왔던 알림.
이 왕들의 무덤에 자신들이 아닌 또 다른 왕이 입장했다.
현재 유저 왕국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누구인지는 추측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계속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1분 내로 전진하지 않을 시 HP가 하락합니다.]이제 더 지체할 수 없음을 켄라우헬은 알았다.
그가 있는 힘을 다해 검을 꽉 쥐었다.
“최후까지!!!”
“최후까지이이이이!!!”
병사들과 기사들이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합창했다.
용병들은 그 대단했던 켄라우헬의 마지막을 눈에 담을 것에 조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켄라우헬을 필두로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계속 걷는 그들의 시야를 어느 순간 어둠이 자리매김했다.
켄라우헬이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숨을 들이마시었다.
그 순간, 음침한 알림이 울려 퍼졌다.
[더 높은 왕의 자격에 도전하는 자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에게 죽음을.] [로카이 왕국의 기마대는 전설로 남아있다. 로카이 왕국의 기마대원 100명이 출정하는 날. 파도가 갈라지듯, 적진으로 향하는 길이 뚫리곤 했다.] [로카이 왕국의 전설의 기마대가 등장합니다!]“히히히히히히힝!”
“이히히히히히히힝!”
[푸르칸 왕국의 병사들은 뛰어난 기사 에켄에 의해 육성되어 왔다. 그 병사들은 제국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을 정도였다더라.] [푸르칸 왕국의 병사들이 등장합니다!]순간적으로 어둠이 걷히며 거칠게 달려오는 기마대가 켄라우헬의 눈에 들어왔다.
그 주변에 길게 나열되어 있는 병사 동상들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설의 기마대원 Lv 543.] [푸르칸 왕국의 병사 Lv 510.]기마대 약 800에, 푸르칸 왕국의 병사 1,000.
그들의 레벨은 일반 병사나 기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막아라!!!”
켄라우헬의 명령에 따라 탱커 유저들이 서둘러 방패진을 형성해 낸다.
내달려 오는 기마대와 탱커 유저들이 충돌한다.
콰하아아아아아앙-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탱커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기마대들이 노련하게, 방패의 틈으로 창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푸르칸 왕국 병사들의 화살이 로스차일드 왕국 병사들에게 꽂히고 있었다.
“마법사들!”
쿠콰콰콰콰콰콰쾅!
랭커 마법사들이 쏘아내는 폭발마법이 기마대를 휩쓸었다.
그러나 기마대의 방어력이 몇인지, 그들은 커다란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파멸하라.”
파멸의 마에스트로.
켄라우헬이 힘을 짜냈다.
그의 검에 붉은 스파크가 튄다.
그리고 힘껏 내려친 순간.
[파멸시키는 자.] [파멸의 전류가 반경 30m 앞의 적들에게 추가 공격력 4,400%의 데미지를 입힙니다.]파지지지지지직-
붉은 전류가 기마대를 휩쓸었다. 전기에 감전되듯 부들부들 떠는 기마대를 향해 로스차일드의 하이랭커들이 몸을 날렸다.
그 뒤를 쫓아 켄라우헬도 직접 나섰다.
“저, 전하!!!”
켄라우헬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직접 전선에 뛰어든 이유.
조금이라도 더, 병사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콰지지직, 쾨지익-
켄라우헬은 왕좌전에 참여했던 한 국가를 대표했던 랭커이기도 하다.
그의 검이 기마대나 병사들과 충돌할 때마다 그들을 가뿐하게 휩쓸어댄다.
“울어라.”
쿠화아아아아아앙-
켄라우헬의 검의 휘두름에 하늘에서 내리친 거대한 운석이 주변을 휩쓴다.
또한, 켄라우헬은 갖가지 최상급 아티팩트로 무장하고 있는 바도 있었다.
“우오오오오오!!!”
켄라우헬의 선전에 로스차일드 군이 적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과, 과연 전하……!”
유저들과 용병들은 감탄했다.
켄라우헬은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엄청난 무용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바논 왕의 저주.] [1분 동안 모든 스킬이 통제됩니다.] [1분 동안 방어력이 30% 하락합니다!]“…….”
스킬빨로 밀어붙이고 있던 켄라우헬의 입술이 질끈 깨물어졌다.
스킬 사용이 불가능해진 순간, 노련한 기마대와 병사들이 로스차일드 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악!!!”
죽어가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켄라우헬은 다급해졌다.
스킬 사용 없이 그저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둘러 댔다.
“크아아악!”
“으아아아악!”
“저, 전하…… 죽지 마소서……!”
“로스차일드 왕국을 부흥시켜 주소서!!!”
“헤닐. 제 딸아이를 부탁합니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NPC들의 죽음은 실제 죽음이었다.
죽어가는 병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켄라우헬은 좌절했다.
그때, 무차별적으로 적들을 공격하는 켄라우헬을 향해 기마대의 창이 그의 가슴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그 순간.
푸우우우우욱-
“…….”
켄라우헬은 한 어린 병사가 자신을 감싸며 그 창을 대신 받는 것을 보았다.
나를 진심으로 대해준.
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준 병사.
그저 왕이기에, 나를 존경하기에 몸을 던진 병사.
그 병사의 가슴을 관통했던 창이 뽑힌다.
푸화아악-!
“아…….”
“전하.”
흐릿하게 웃는 병사가 가슴에서 피를 쏟으며 무너진다.
“부디 강녕하소서.”
쓰러지는 병사를 바라보며 켄라우헬은 좌절했다.
그때 단장 루만이 몸 곳곳이 창에 관통당한 모습이 보였다.
그런 루만의 목을 한 기마대가 치려 했다.
왜인지는 몰랐다.
켄라우헬은 달렸다.
단장 루만은 말했다.
-전하를 섬길 수 있음에 저는 기쁩니다.
그런 그였기에 켄라우헬은 온몸으로 그를 꽉 껴안았다.
푸화아아아아악
[HP가 7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저, 전하……?”
켄라우헬은 루만을 꽉 껴안았다.
주변에 있던 기마대가 쉴 틈 없이 켄라우헬의 몸 곳곳에 창을 꽂아 넣었다.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4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고마웠다. 루만.”
켄라우헬은 몸 곳곳에 창이 꽂히면서도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때 갑자기 일순간, 모든 기마대와 병사들이 멈췄다.
[무덤의 왕들이 당신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덤의 왕들은 무능하나, 병사들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보다 값지게 여기는 당신의 ‘자격’을 시험하고 싶어 합니다.] [새로운 클래스.] [왕 위의 왕.] [모든 왕들의 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것입니다.]그러나 달콤한 알림과 다르게, 기마대와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덤의 왕들은 당신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으나 ‘무능한’ 자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무덤의 마지막까지 도달하지 못할 시 새로운 클래스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다시금 켄라우헬의 몸 곳곳에 공격이 이어진다.
병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새로운 클래스?
그딴 것 이제 그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검에 베이고 창에 찔리는 순간까지도, 살아남은 병사들과 자신을 따르는 유저들은 못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달려오는 그들이 기마대에 의해 쓸려 나간다.
켄라우헬이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입술을 깨문다.
그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다.
가장 오만했던 자이며, 자신의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 믿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서 모두가 죽어가고 있다.
그가, 떨리는 입술을 연다.
“제발…….”
그 목소리는 왕들의 무덤에 입장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외침이다.
“제발, 나를 도와주시오. 나의 백성들을 구해주시오!!!”
허황된 외침인 것을 안다.
그 어떤 왕이 경쟁자인 왕을 도와주겠는가?
그러나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 오만했던 켄라우헬이 절박하게 외친다.
“제발 나의 이 병사들을 구해주시오!!! 내 어떤 것이라도 해줄 터이니, 제발!!!”
켄라우헬이 절망 어린 목소리로 바라고 바랐다.
그때, 켄라우헬의 눈앞으로 여러 개의 창들이 보였다.
저 창들이 자신을 관통하고 나면, 자신의 모든 병사들은 전멸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차르륵-
창들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켄라우헬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그 사내는 켄라우헬을 돌아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쳐 보인다. 켄라우헬.”
곧바로 켄라우헬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왕들의 무덤의 또 다른 입장자가 동맹을 신청합니다.] [동맹을 신청한 자는 ‘천외국’의 왕 민혁입니다!] [로스차일드 왕국과 천외국의 동맹을 허락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