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03
밥만 먹고 레벨업 804화
“대륙의 쓰레기들은 얼마나 나약한지 궁금하군.”
이는 돌발 퀘스트 알림 후에 온 대륙에 월드 메시지로 울려 퍼진 빌의 목소리였다.
누군가는 그저 에피소드의 일부분이겠거니 하고 넘겼고 또 누군가는 발끈했다.
그런 그들은 떠오른 퀘스트창의 보상 목록을 보고 환호했다.
‘생채기만 입혀도, 아니 공격만 성공해도 100 플래티넘과 영구적 스텟상승이라고? 심지어 100회 이상이면 사자들의 보물을 택할 수 있다?’
유저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하이랭커들은 히든 퀘스트나 S급 이상의 퀘스트를 줄곧 받는 편이다.
하지만 평범한 유저들은 히든 퀘스트와 같은 것들조차 평생에 한 번 받을까 말까였다.
그런 그들에게 100 플래티넘과 영구적 스텟 상승 보상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타격만 해도 영구적 스텟 상승이라?
영구적으로 스텟을 올려주는 먹거리든, 그 무엇이든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다.
심지어 환술의 땅엔 들어가도 죽지 않는단다.
유저들은 기회라 여기고 환술의 땅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앞에서 목격했다.
빌의 대검 휘두름 한 번에 8천 명의 유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유저들이 말문을 잃으며 긴장했다.
세계 최고의 하이랭커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우리를 찍어죽이고 싶어서 환술의 땅을 열었군.”
“…….”
세계 최고의 랭커 중 한 명. 알렉산더의 말이었다.
그 자리의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랭커들이 알렉산더를 보며 긴장했다.
‘요근래 어딘가에 숨어 수련 중이라고 들었다.’
‘알렉산더의 레벨은 599.’
‘그는 600레벨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알렉산더는 민혁 등장 이전에 세계 최고의 랭커였던 인물이다. 600레벨을 넘으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그러나 곧 그들은 빠르게 그 생각을 뒤로했다.
하늘에 두둥실 떠 있던 빌이 대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유저들 사이에 운석처럼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자리에 있던 수십 명의 유저들이 휩쓸리며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 자리에 있는 유저들은 하나같이 레벨 450을 넘는 자들이었다.
다양한 버프스킬을 발현하거나 방어스킬을 발현하며 빌의 공격을 방어하려 했다.
그렇지만.
콰자자자자자작-
빌이 대검 한 번을 휘두른 순간, 실드나 방패, 방어 스킬이 무용지물이 됐다.
[빌의 대검은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며, 아머 브레이크 스킬이 깃들어 있습니다!]콰자자자자작-
한 번의 휘두름에 수십의 유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들을 베어내던 빌이 몸을 웅크린다.
“야수 포효.”
크하하하하하하항-!
[야수 포효.] [모든 스텟 22%가 하락합니다.] [명중률이 40% 하락하며, 모든 방어력이 30% 하락합니다.] [야수의 포효가 극한의 두려움을 끌어냅니다.]유저들이 상태이상 두려움에 빠져든다.
그들에겐 돌진하는 빌이 호랑이로 보였다.
환영의 일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라, 당장 눈앞에 있는 호랑이가 번쩍 뛰어올라 자신을 물어뜯는 모습을.
“흐이이이이익!”
“히이이이익!”
“사, 살려……!”
콰자자자자자자작-
속수무책으로 유저들이 베어진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학살이었다.
현재 접속한 유저들 중에는 방송국 관계자들도 있었다.
방송국 관계자들의 시야를 통해서 해설자들이 중계 중이었다.
[정체불명의 사내들. 그들은 잊혀진 영웅들의 땅이라 불리는 에데아의 옥황상제의 사자들입니다.] [옥황상제는 쉽게 표현한다면 절대신. 사자들은 일반 신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 신이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될 것입니다. 실제로 유저 중에서 신을 직접 목도하고 겨뤄본 자들은 손에 꼽을 것이며, 설령 있다 한들 그들 대부분은 죽어나갔을 것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현재 빌이라는 자를 제외한 나머지 둘의 신은 이를 그저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저 네임드 NPC들의 유저에 대한 농락으로밖에 보이질 않는군요.] [유저들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나가고 있습니다.]콰르르르르르릉-
빌이 땅을 힘껏 내리치자 땅이 갈라졌다. 갈라진 땅 안으로 유저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하찮은 쓰레기들 같으니.”
빌은 이젠 시시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때.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악-
“토네이도 샷.”
한 유저가 활시위를 당겼다. 그녀 주변으로 거센 바람이 회오리친다.
거대한 힘이 회오리치는 화살을, 신궁 먀오가 쏘아냈다.
쿠콰콰아아아아아앙-
반경 30m를 집어삼키는 토네이도샷이 빌과 충돌했다.
찌익-
빌의 볼에 작은 상처가 생기며 핏줄기가 주륵 흘렀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100 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미친 듯이 회오리치는 그 힘을 빌이 한 손으로 화살을 잡아채며 잠재웠다.
꽈득-
화살을 반으로 갈라내 땅에 던진 빌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감히, 쓰레기 따위…….”
그러나 그가 말을 끝맺기 전에.
차르르르르륵-
빛의 속도로 켄타로가 움직였다. 그가 잔상을 남기며 달려간다.
곧바로 빌의 앞에 마주했을 때, 수십 명의 분신을 만든다.
펑-!
수십 명의 분신이 일제히 힘껏 검을 내지른다.
푹, 푸푹-
총 세 개의 검이, ‘파고들었다’가 아닌 ‘찔렀다’로 빌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공격 성공이었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힘+1을 획득합니다.] [1회의 공격에 성공…….] [민첩+1을 획득…….]빌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켄타로의 환영 사이에서 진짜 그를 찾아냈다.
콰콰콰콱-!
단숨에 4번 이상. 엄청난 대검을 휘둘러대며 켄타로를 빌이 베어냈다.
“크학!”
켄타로의 HP가 10%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로 그때, 거대해진 검 한 자루가 빌을 내리찍었다.
“재앙검.”
[재앙검.] [추가 공격력 11,000%의 힘으로 재앙처럼 무엇이든 부수고 베어버립니다!] [막아낼 수 없는 공격입니다!]콰아아아아아아앙-
막을 수 없는 공격이, 빌이 치켜든 대검을 그대로 스치고 지나가 그의 머리를 내리꽂는다.
콰자아아악-
빌의 양쪽 다리가 땅에 깊숙이 박혔다.
정상급 하이랭커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테네의 지존들이 빌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알렉산더를 필두로, 하이랭커들이 엄청난 선전을 벌이고 있습니다.]해설자들이 흥분한다. 신을 몰아붙이는 아테네의 강자들.
그리고 시청자들 또한 감탄했다.
[캬…… 아테네 지존들이 나서니까 바르는고만.] [속수무책이네요.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하이랭커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데.] [빌인가 닐인가 뭐시기 잡겠는데?] [……못 잡음.] [왜요?] [제대로 보셈.]한 시청자의 반박에 모두가 집중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공격은 성공하는데, 딜이 안 들어간다……?] [……진짜네.]그랬다. 분명히 공격은 성공하고 있었지만 딜은 들어가지 않고 있다.
베였다?
아니, 그것은 마치 검으로 철을 베어내는 것 같았다.
찔렀다?
그저 벽을 검으로 찌른 것과 같아 보일 지경이다.
그처럼 공격은 성공하나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도대체 방어력이 몇이면 저럴 수 있는 거야……?] [최상위 하이랭커들 딜량이 저 정도 데미지도 못 준다고?]하악하악.
누군가 거칠게 토해내는 숨소리다. 스킬들이 잦아진다. 대부분 총공격을 퍼부었던 그들이다.
그리고 어떠한 랭커는 깨닫는다.
‘비명 한 번 나지 않았어.’
이러한 자신들의 총공격에도 말이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도사 에론이 말했다.
“이제 그만 끝내라.”
그는 빌이 만든 이 상황 자체가 썩 달갑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그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가 손가락을 긋는 순간, 선이 생겨나며 원을 만들어낸다.
그 원이 좁혀진 순간.
쫘아아아아아아아-
땅이 좁아진다. 그 좁아진 땅과 함께 모든 유저들이 황금 마법사 알리의 ‘압축’ 마법처럼 좁혀진다.
“벌레들을 상대로 너무 오래 끌었나?”
흙먼지가 걷히며 빌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커다란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랭커들이 신음을 흘렸다.
“서둘러 끝내고 가지.”
에론이 부적 한 장을 꺼냈다. 부적이 타오르는 순간, 좁혀진 땅의 주변으로 원의 형태로 화염이 솟아나며 랭커들을 가뒀다.
[화염벽의 부적.] [화염벽에 닿는 순간, 6,000%의 추가 데미지를 입게 됩니다!]“…….”
유저들은 쉽사리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때 빌이 읊조렸다.
“기억해라.”
빌의 대검이 들어 올려진다. 그의 대검에 강대한 힘이 모여든다.
“무력한 너희 벌레들의 모습을.”
콰르르르르르르륵-
힘껏 내려친 순간, 땅의 곳곳이 갈라지며 그 충격파에 유저들이 휩쓸렸다.
“너희는 가축에 지나지 않는다.”
빌은 이들을 이용해 제천대성을 끌어내릴 것이었다.
그 이전에, 자신과 다른 사자들이 어떠한 이들인지 각인시켜줄 생각이었다.
그가 대검을 크게 젖혔다.
크게 휘두른 순간.
투투투투투투투투툭-
수천 명의 유저들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며 재가 되어 스르르 사라졌다.
그중에는 신궁 먀오를 비롯한 이름난 하이랭커들도 상당했다.
그때, 빌이 뒤쪽으로 번쩍 뛰어올랐다. 에론의 또 다른 부적 한 장이 허공에 날아오르며 활활 불타올랐다.
[폭주의 부적.] [발동되는 스킬이 1.6배 더 뛰어나집니다.]“호랑이 난타.”
그것은 호랑이의 앞발차기와 같았다.
우악스러운 힘과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약한 인간의 피부를 단숨에 찢어버리는.
거대한 대검에서 쏟아지는 수백여 개의 갈고리 같은 검기들이 유저들 사이에 폭격처럼 쏟아진다.
찌지지지지직, 찌지직-!
잔인하게도 그 특이한 형태의 검기는, ‘벤다’의 느낌이 아니라, ‘찢어발긴다’는 느낌으로 유저들을 송두리째 로그아웃시키고 있었다.
심지어 랭커들이 발현하는 스킬들을 도사 에논이 부적을 이용해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미친…….”
유저들이 허무하게 강제로그아웃 되어간다.
“깨달았느냐?”
빌이 흥미 잃은 눈빛으로 말한다.
“너희는 그저 벌레이고, 우리는 그저 너희를 손가락으로 찍어누른 것일 뿐이다.”
“…….”
“…….”
압도적.
그렇다. 그것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물론 이 자리에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모든 랭커들이 모인 건 아니다.
그들은 이것보다 중요한 퀘스트나, 보스 사냥, 혹은 알림에 응하지 못할 사냥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저들이 NPC에게 닿기 얼마나 먼 것인지, 그들은 새삼 깨닫는다.
오만과 자만이 사라지고 허탈함이 깃든다.
매섭게 쏟아지는 갈고리 형태의 검기는 바로 소멸되지 않았다. 여전히 유저들을 찢어대며 유린하고 있다.
“다음에 만났을 땐 잘 짖는 개가 되어…….”
그때, 말을 잇던 빌이 잠시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정체 모를 황금빛이 유저들 틈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주사위?’
* * *
좌절과 무력함. 강해지기 위해 달려왔던 이들의 상실감.
신급 네임드 NPC의 강함이 유저들에게 절망을 선사한다.
알렉산더라는 강자가 있음에도 우리들은 NPC에게 안 되는 것인가?
“다음에 만났을 땐 잘 짖는 개가 되어…….”
빌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저들은 다음엔 저항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때는 정말 강제로그아웃 페널티를 받을 테니까.
그런데 그때,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황금빛 주사위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곧바로 웅장한 알림이 울려 퍼진다.
[가장 높은 곳의 신이 등장합니다.]“…….”
“…….”
그 알림과 동시에, 유저들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알렉산더와 켄타로가 피식 웃는다.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뱉어낸다.
꿈틀-
빌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곧바로.
파아아아앗-
한 사내가 빛처럼 날아올랐다. 빌의 갈고리 형태의 검기들이 사내를 빠르게 쫓으며 그의 몸 곳곳을 베어낸다.
하지만.
‘타격이 전혀 없다? 뭐지?’
사내의 몸이 은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 사내의 정체를 빌은 알고 있다.
장신이라 하기 충분한 키, 조각 같은 얼굴,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빛나는 눈동자.
그는 등 뒤로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그려진 백색 망토를 두르고 있다.
빌이 휘둘러지려는 사내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사내의 검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힘이다.
“학살자의 검.”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힘+1을 획득합니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민첩+1을 획득합니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100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100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손재주+1을 획득합니다.] [1회의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지능+1을 획득합니다.] [1회의…….] [1회의…….] [1회의…….] [1회의…….] [1회의…….] [1회의…….]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이, 그의 공격 성공량을 알린다.
또한, 빌에게 온몸을 찢는 고통과 함께 강력한 데미지가 들어온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는 빌을 따라 그 옆에 내려선 사내가 말한다.
“벌레한테 처맞는 너는 뭔데?”
바로 민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