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14
밥만 먹고 레벨업 815화
지옥의 모습은 평소 민혁이 생각하던 그대로였다.
척박한 이 땅은 기분 나쁜 습기가 가득했고 지독한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죽음의 신을 만나기 위해 지옥에 온 민혁은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죽음의 신은 어딨는 거지?’
그렇다. 민혁은 죽음의 신이 어디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걷던 때였다.
[재료탐색에 성공합니다!] [죄악의 무에 대해 안내합니다!]재료탐색 스킬은 반경 1㎞ 내에 있는 특별하고도 진귀한 재료를 스스로 인식하여 찾아내는 놀라운 스킬이었다.
꼬르륵-
때마침 민혁은 무척이나 허기가 진 때였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 지옥. 이곳에 있는 재료라면 더욱 특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무라는 재료에 대해서 생각하자 한 가지 음식이 떠올랐다.
바로 소고기뭇국이었다.
소고기뭇국.
아주아주 배가 고픈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냄비를 열면 어머니가 해놓고 가신 소고기뭇국.
집에 딱히 먹을 만한 게 없을 때, 소고기뭇국을 팔팔 끓여 밥과 김치, 소고기뭇국을 함께 먹어주면 그만한 것도 없다.
꼴깍-
상상만 해도 배가 고파진다.
허기가 잔뜩 진 민혁이 죄악의 무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메마른 대지에 입장하셨습니다.] [메마른 대지는 지옥에서도 더 척박하고 위험한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성 200을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10을 획득합니다.]재료탐색 스킬이 안내하는 곳을 따라 걷던 민혁이 ‘메마른 대지’라는 곳에 입장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이 보았던 다른 지옥의 풍경보다도 훨씬 더 척박한 모습이 보였다.
그런 메마른 대지에 무 하나만이 우뚝 솟아 있다.
기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무였다.
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 오오라가 이질적인 느낌까지 줬다.
재료탐색 스킬은 ‘열람’이 가능했다.
이 열람을 사용할 시에 탐색한 재료에 대한 위치가 안내되며 해당 재료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민혁은 이미 이 죄악의 무에 대해 열람해본 바가 있었다.
(죄악의 무)
재료등급: 명약
특수능력:
⦁모든 스텟 0.5% 상승.
⦁지옥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에 대한 공격력 3% 상승.
⦁죄악의 재료를 모두 먹을 시 모든 스텟 1% 추가 상승.
설명: 죄악의 무는 여느 다른 재료들과 함께 지옥의 모든 생명체가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는 힘을 가졌다. 죄악의 무를 캐기 전까지, 다른 죄악의 재료를 캐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또 죄악의 무를 캐는 것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모든 스텟 0.5% 상승과 지옥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 3% 상승은 무척이나 뛰어난 효과였다.
심지어 마치 세트 아티팩트를 착용한 것처럼 모든 죄악의 재료를 먹으면 1%의 모든 스텟이 상승하기까지 한다.
‘이만한 재료가 또 어딨겠어.’
민혁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죄악의 무를 채집하기 위해 손으로 잡고 쭈욱 잡아당겨 봤다.
[죄악의 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확할 수 없습니다.]예상하였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 봤던 것이다.
민혁은 호미를 꺼내어 죄악의 무 근처를 조심스레 파봤다.
[채집률이 4%가 됩니다.] [채집률이 7%가 됩니다.] [채집률이 13%가 됩…….]솔직히 말해서 민혁은 조금 놀랐다.
그는 매우 높은 손재주 스텟 보유자였다.
때문에 ‘최고로’라는 알림과 함께 그 어떠한 재료들도 단번에 쑥쑥 뽑아내곤 하는 그였다.
그러나 죄악의 무는 채집률이 최악 수준이었다.
‘아직도 20%라고?’
그리고 채집률을 약 25% 정도 채운 때였다.
[죄악의 무에 아주 작은 압력이 가해집니다.] [죄악의 무의 채집률이 0%로 초기화됩니다.]“헐…….”
민혁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죄악의 무를 바라봤다.
작은 압력. 땅을 파면서 일어나는 아주 미미한 진동이었다.
퍼냈던 흙이 스르륵, 사라지며 파인 부위가 다시 흙으로 채워졌다.
민혁은 또 한 번 시도해 봤다.
이번에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땅을 파내며 수확을 시도했다.
그리고 약 60%의 채집률을 달성하고 20초가 지났을 때.
[죄악의 무 수확에 시도한 지 20초가 지났습니다.] [시간 초과에 따라 죄악의 무의 채집률이 0%로 초기화됩니다.]“……잉?”
민혁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주 적게 오르는 채집률, 덧붙여 20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죄악의 무의 채집률은 리셋된다.
‘이거 뽑을 수 있긴 한 거야?’
이제까지 농작물을 그 누구보다 뛰어나게 뽑아냈던 민혁조차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또 20초라는 시간 동안 약 60%의 채집률을 달성했던 민혁이다.
‘어지간한 농부들이면, 10%의 채집률도 달성하기 힘들겠는데?’
그러나 민혁은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수차례를 더 시도해 봤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흠.”
그가 자신의 턱을 쓸었다.
죄악의 무는 0.5%의 모든 스텟을 상승시켜 주는 엄청난 메리트를 가졌다.
심지어 그 맛도 일품임이 분명하니, 꼭 얻어야 한다.
때문에 민혁이 품속에서 만다라가 만든 포션 한 병을 꺼냈다.
그것은 ‘능통한 자의 물약’이었다.
능통한 자의 물약은 손재주를 자그마치 2배, 약 2분 동안 상승시켜 주는 사기적인 포션이다.
민혁조차 딱 한 병 가지고 있는 이 포션은, 죄악의 무에 쓰기 충분해 보였다.
‘아무리 능통한 자의 물약이 뛰어나도 죄악의 무를 통해서 얻는 모든스텟이 훨씬 큰 메리트니까.’
단 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만 x2배의 손재주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민혁이 보랏빛 액체가 출렁이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능통한 자의 물약을 복용하셨습니다.] [x2배의 손재주가 2분 동안 적용됩니다.]시간이 없었다. 민혁이 호미를 이용해 죄악의 무 주변 땅을 내려친 순간.
[호미로 땅을 최고로 잘 고르셨습니다.] [손재주의 신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경이로운 실력입니다.] [당신이 휘두르는 호미가 캐내려는 재료에 맞게, 가장 정확하게, 손상 없이 수확하게 도와줍니다.]농작물을 수확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캐내려는 것이 손상되지 않는 것이다.
파직! 파직! 파직!
민혁이 경쾌한 소리를 내는 호미로 계속해서 죄악의 무 주변을 내려쳤다.
[채집률이 15% 상승…….] [채집률이 16% 상승…….] [채집률이 14% 상승…….]엄청난 빠르기로 채집률이 상승한다. 그러나 무릇 사람이라면 실수를 하게 마련.
위치를 잘못 잡은 민혁이 무 쪽을 호미로 내리찍었다.
그 순간.
[손재주의 신조차 뛰어넘는 높은 손재주가 당신의 실수를 보완해 줍니다!]파지익-
민혁의 호미가 저절로 죄악의 무를 비껴가며 땅을 내리찍었다.
그리고 끝끝내.
[죄악의 무를 수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경이적인 일입니다!]“……?”
민혁은 어찌 보면 고작 무 하나 뽑은 것에 호들갑을 떠는 알림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들려오는 알림이 고작 ‘무 하나’ 뽑는 일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죄악의 무는 세월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땅속 깊이 박혀 지옥의 모든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죄악의 무를 수확함으로써 다른 죄악의 재료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알 수 없을 정도의 세월이라?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손재주가 기이할 정도로 높은 자신조차도 쉽지 않았으니까.
쑤욱, 뽑혀 나온 죄악의 무에서 흘러나오던 검은 오오라가 사라졌다.
민혁은 먹기 좋게 아주 실한 죄악의 무를 바라봤다.
“크…….”
작게 감탄하며, 요리를 시작했다.
죄악의 무의 껍질을 벗겨내자 희고 고운 속살이 드러났다.
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 후에, 냄비를 가열한다.
가열한 냄비에 참기름을 둘러준 후에, 그곳에 국거리용 소고기를 넣는다.
치이이이이이익-
소고기가 가열된 참기름과 만나 지글지글 익어간다. 눌어붙지 않게 조리용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다가 후추를 뿌려주고, 그다음 죄악의 무도 가득 넣고 볶아준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을 넣고 푸우우욱 끓인다.
소고기뭇국은 아주 푹 끓여줘야 맛있다.
어느덧 소고기뭇국을 모두 끓여낸 민혁이 맛있는 한 상을 완성했다.
대파를 넣어 장식한 뜨끈한 소고기뭇국과 김치, 김, 그리고 막 한 밥.
먼저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좋은 쌀로 막 지은 밥은 단맛이 난다.
그다음 소고기뭇국을 한 입 떠먹어본다.
“크…….”
소고기뭇국에 간이 아주 잘 뱄다.
민혁은 그 상태에서 밥을 말았다.
밥을 말아 소고기뭇국을 크게 한 입 먹는다.
입안에서 밥알과 소고기뭇국이 만나 환상의 맛을 자아낸다.
그리고 또 한 번 수저에 뜨면 무와 소고기가 함께 얹어지게 한다.
푹 끓여진 소고기뭇국의 무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혀 사라지고, 고기는 씹는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또 한 숟가락 먹다가 아삭아삭한 김치도 먹어준다.
“캬!”
감탄한 민혁이 이번에도 한 수저를 퍼서 이번엔 그 위로 짭짤한 김을 얹었다.
김을 얹은 후, 입에 넣자 짭짤하고 고소한 김과 뭇국이 만나 기똥찬 맛을 냈다.
어느덧 국물 한 방울까지 쓱싹 비워낸 민혁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모든 스텟 0.5%와 지옥의 존재들에 대한 공격력 3%가 상승했다는 알림을 들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죄, 죄악의 무로 소고기뭇국을 끓여 먹었다고?”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이 고개를 틀자 밀짚모자를 쓰고 호미를 찬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초대 농사의 신 헬라의 출현!] [명성 500을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10을 획득합니다.]‘초대 농사의 신?’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초대 농사의 신이 도대체 왜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녀는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헬라 입장에서는 그랬다.
자신은 수천 년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죄악의 무를 캐기 위해 노력했건만.
저자는 죄악의 무로 소고기뭇국을 끓여 먹지 않았는가?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헬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순간 화가 울컥하고 치밀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죄악의 무가 누군가의 소유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자신은 죄악의 무를 뽑기 위해 노력 중이었으니 잘된 일이긴 했다.
인사를 끝마친 예의 바른 사내 민혁이 걸음을 옮기려 했다.
‘배는 채웠으니, 일단 죽음의 신부터 만나 해결할 걸 해결하고 나머지 재료들도 수확해야겠다.’
현재 급한 것은 영겁의 검의 봉인을 깨우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걸음을 옮기는 민혁을 보며 헬라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럴 수밖에.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뽑지 못한 죄악의 무를 뽑았어. 어쩌면 다른 재료들도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가 민혁을 멈춰 세웠다.
“자, 잠깐만……!”
“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멈춰섰다.
“이대로 가게? 아직, 더 맛있는 죄악의 재료들이 남아 있는데?”
“아.”
민혁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무언가 갈망하고 원하는 듯한 표정!
그 표정에서 그가 속으로 웃었다.
‘어라? 이거 잘만 하면…….’
심지어 그녀는 초대 농사의 신이었다.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은 죄악의 재료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저 재료들을 없애서 이 황무지 같은 지옥에 단비를 내리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 청년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아, 제가 좀 바빠서요, 죽음의 신도 만나야 하고 이따 잠도 자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해서요.”
민혁은 무언가를 원하는 이들의 심리를 알고 있다.
초대 농사의 신.
그녀는 분명히 진귀하고 아주 뛰어난 재료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민혁은 관심 없다는 듯 매몰차게 몸을 돌렸다.
곧 멀어지는 민혁을 헬라가 불렀다.
“주, 죽음의 신? 내가 잘 알아. 내가 소개해 줄게!”
먼 곳으로 걸어가던 민혁이 멈춰 섰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물었다.
“뭐 해줄 건데요?”
“나와 함께 재료들을 수확해 준다면 내가 수확했던 뛰어난 농작물들을 너에게 줄게.”
띠링!
[히든 퀘스트: 헬라의 부탁.]등급: SSS
제한: 헬라가 부탁한 자.
보상: 신등급 요리재료 3개.
실패 시 페널티: 지옥에서 쫓겨남.
설명: 초대 농사의 신 헬라는 메마른 대지에 있는 죄악의 재료들을 모두 수확하여 지옥에 있는 자들도 음식을 배불리 먹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품고 있다. 그녀를 도와 죄악의 재료를 수확할 시, 재료 하나당 한 개의 신등급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신등급 재료 3개라고……?’
민혁의 눈이 말려 올라간다.
이거, 개꿀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