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10
10화 – 황후를 만나다
“전하, 큰 지원에 정말 감사하옵니다! 앞으로도 분골쇄신하여…”
한츠슈 소장은 내 통 큰 결단에 제자와 함께 허리를 숙이며 기쁨을 표출했다.
조금 전에 벌벌 떨던 사람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내 결정이 아니라 그저 돈이 좋은 게 아닐까?
그저 돈밖에 모르는 바보들…
그래도 이번에는 고민이 길지 않았다.
대량생산의 실마리를 붙잡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페니실린이 어디 돈만 벌겠는가?
페니실린은 나에게 엄청난 권위와 인기를 가져올 수 있다.
황제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겠는가? 당연히 아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황제야! 라고 외치면 국민들이 오오오오! 하며 손뼉을 쳐주긴 할 것이다.
합스부르크 가문, 황제라는 위상은 이 제국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니까.
하지만 민족주의가 서서히 불타오르는 시대에 그게 언제까지 가겠나.
그렇다면 황제가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황제 놈은 다른 놈들과 뭐가 다른지!
페니실린은 답이 될 수 있다.
페니실린이 나온다면 결국 제일 많이 사용되는 곳은 제국의 영토일 것이고, 혜택은 국민들이 받게 될 터.
윗동네의 팔병신 카이저는 유능한 수상을 해임한 다음 유럽 이곳저곳을 찌르며 시비를 걸고, 옆동네 차르는 곧 일요일을 피로 물들이고 노동자들을 찍어 누를 것이다.
이런 놈들이 황제라고 있는 판국에 국민을 위해 항생제 개발까지 한 황제가 있다?
밥을 먹다가도 뛰쳐나와 ‘카이저 만세!’라고 소리칠 것이 분명하다.
살리는 황제와 죽이는 황제. 누가 더 인기가 있겠는가.
게다가 여러 질병으로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은 그대로 국가의 힘이 될 터.
페니실린은 나와 제국에게 어마어마한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
“한츠슈 소장.”
평소와 다르게 황족으로서 위엄을 지닌 채 목소리를 깔았다.
내 분위기에 맞춰 진중하게 대답하는 한츠슈 소장.
“예, 전하!”
“아무리 늦어도 3년 안에 임상실험을 마치고 5년 안에 대량생산. 가능하겠습니까?”
이게 마지노선이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건대 언제 매독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으며 5년 안에 대량생산을 통해 재정적 이득을 봐야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정해진 계획대로 행동할 수 있다.
“믿어주십시오. 5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 보겠나이다!”
한츠슈 소장은 제자와 함께 내 앞에서 맹세했다.
제발 그러길 바란다. 만약 성공한다면 연구원들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게 지원해 줄 생각이니까.
성공하지 못한다면? 황족 능멸한 죄로 아무도 모르게 매장해 버릴 것이다.
물론 매장은 농담이다. 하지만 그만큼 페니실린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업, 영화의 제작, 연구소에 추가 지원까지 결정했다.
그리고 미국과 스페인 전쟁은 서서히 끝이 보였다.
식민지 출신의 신흥 열강 미국과 식민 제국 스페인의 전쟁.
팽팽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깨고 미국은 스페인을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잠깐 스페인이 분발하기는 했으나 전쟁의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은 대규모 함대로 카리브해의 제해권을 확보하고 쿠바, 푸에르토리코에 지상군을 상륙시켜 스페인과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카리브해의 안전을 확보한 미국은 태평양 진출을 위해 필리핀까지 완벽히 잡아먹으면서 전쟁은 끝이 났다.
스페인은 영혼까지 털리고 결국 워싱턴에서 평화 의정서에 서명하면서 모든 적대 행위가 종료됐다.
그리고 나는 황제의 옐로카드를 지우기 위해 9월까지 기다렸다.
스위스의 한 신문사는 기사를 실었다.
[아름다운 제네바 호수의 고급 호텔에서 평범한 귀족 부인이 머무르신다. 놀랍게도 그분의 정체는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
19세기에 유럽에서 매우 유명한 여성 중 하나다. 제국의 황후라는 것과 그 외모로 워낙 이야기가 많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가 왜 황제에게 받은 옐로카드를 없앨 계기가 될까?
그건 바로 이 여자가 이번 달에 암살당하기 때문이다. 그녀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황제는 충격을 받아 혼절까지 할 정도였다.
황제는 적어도 정신력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가혹한 교육에 루돌프 황태자는 버티지 못해서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증, 노이로제에 걸렸는데 황제는 꿋꿋이 이겨낸 사람이다.
괜히 루돌프 황태자가 가혹한 교육을 받았겠는가. 프란츠 요제프도 버텼으니 루돌프도 버티겠지? 하는 멍청한 생각에 일어난 일.
아무튼 거의 기계 수준의 정신력을 보여준 황제도 아내의 사망만큼은 큰 충격을 주었기에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황제에게 이만큼 점수를 따는 일이 어디 있을까.
앞으로도 십수 년 동안 황제 해 먹을 테니 덩달아 내 운신 폭도 넓어지리라.
덜컹덜컹!
“저, 전하 이러시면 안 되옵니다…!”
스위스로 향하는 길. 내 옆에 평범한 귀족 부인처럼 변장한 시녀는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최근에 빈을 나가지 말라는 황제의 경고를 받은 건 우리 궁전 사람이라면 알고 있다.
그런데 대놓고 빈을 나가고 있으니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미친놈 같겠지. 황명을 거역하다니.
시녀는 열차 유리창을 깨고 몸을 던지고 싶지 않을까?
“괜찮아요. 안 들켜요.”
하지만 난 괜찮다. 어린 황족인데 황명이고 나발이고 다시 걸려도 호통 말고 더 있겠는가.
게다가 난 미래의 계승권자다. 집무실에 처박혀 일이나 하는 황제가 뭘 할 수 있겠나.
뒤늦게 알고 분노를 터뜨리는 것 말고는 없다.
그리고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기에 나는 이번 일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일단 걸리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이 끝나고 들키는 건 상관없는데 가다가 들키면 정말 끝이다.
시녀와 내 호위를 맡은 군인을 귀족 부부로 변장시키고, 나는 부부의 자식처럼 행동했다.
게다가 근처에는 호위를 맡은 군인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위험한 것도 없고, 들킬 염려도 없다.
“카이저께서 아시면 경을 치실 겁니다…!”
시녀의 목소리가 벌벌 떨렸다.
황족의 시녀는 아무나 되지 않는다. 빨갱이, 아나키스트, 민족주의자가 미쳐 날뛰는 세상이다.
그런 놈들이 황족을 노리고 있는데 아무나 고용했다가 칼빵을 맞는 시대다.
당연히 같이 빈을 빠져나온 시녀는 신분이 확실한 귀족 출신. 그래도 황제는 무서운 모양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번 일이 끝나면 경고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장담하건대 잘했다고 비행기라도 태워주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황제가 끔찍이 사랑하는 시씨(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애칭, 시시라고도 부름)니까.
하지만 나는 무척이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제국의 황후가 밖을 싸돌아다니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제국의 행사는 많으며 당연히 자리를 빛내주고 권위를 드높여 줄 황후의 책무는 많다.
하지만 그걸 다 저버리고 여행이나 다니고 있으니.
그리고 그녀가 어디 평범한 곳에서 머물겠는가. 여행마다 고급 호텔에서 지내고, 당연히 비용은 국가에서 대고 있다.
이런 여자가 뭐가 예쁘다고 프란츠 요제프는 그녀를 위해 해외에 궁전까지 지어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정작 자기는 집무실을 벗어나지 않고 일만 하면서.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공적으로 오스트리아의 황후로서, 사적으로 아내, 어머니로서의 모든 책임과 역할을 벗어던지고 여행이나 다니고 있으니 부정적이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녀는 루돌프 황태자의 자살의 원인 중 하나고, 애정 없는 딸을 정략 결혼시킨 다음 막내만 편애했다.
물론 그녀도 변명할 것은 많다. 그녀가 시집온 시절의 제국이 어디 정상이겠는가?
헝가리가 날뛰면서 이중제국이 설립되고 황실은 위기감을 느끼는 시절이다.
당연히 위기감은 황실 예법과 문화를 빡빡하게 만들었고, 시어머니인 조피 대공비는 유럽에서 고부갈등 시어머니계의 GOAT다.
며느리의 자식들을 멋대로 데려가 이름 붙이고, 학대에 가까운 교육을 했으니 시씨가 어디 편할 수가 있겠는가.
남편이라는 놈은 일만 하느라 바쁘고, 시어머니는 때려죽이고 싶고, 황실 문화는 빡빡하고.
어릴 때부터 자유분방하게 자란 그녀가 적응 못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연 없는 사람 어딨나. 시씨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아들 자살한 다음 상복 입고 여행 다니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관심 주지 않다가 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서 죄책감이 들면 좀 변하기라도 하지 언제나 한결같은 여자였다.
하여간 이놈의 제국이 망한 이유가 있다.
병으로 인한 사망은 너무 양호한 편이다. 암살, 처형, 누군가는 미쳐버리고, 자살까지 일어난 가문이 망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남들은 싸울 때 합스하는 것이 합스부르크 가문의 본질인데.
제국이 안정되려면 가정부터 안정적이어야 한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
“폐하, 너무 위험해요!”
“걱정이 많구나. 스위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니?”
엘리자베트 황후는 시녀의 경고에도 무작정 거리를 나섰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는가? 스위스가 어디 위험한 분쟁지대도 아니고 안정적인 국가이기에 그녀는 마음을 놓았다.
아프리카 여행도 다녀왔는데 유럽의 도시에서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하지만 그 불감증과 멍청한 행동이 그녀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평범한 귀족 부인으로 변장한 건 한 신문사의 기사에 탄로 났기에 그녀가 제네바 호수 근방에 있는 건 이미 누구나 안다.
하지만 스위스 경찰은 바보 등신이 아니다. 옆에 있는 제국의 황후? 국내에서 무슨 사고라도 당하면 어쩐단 말인가.
당연히 스위스 당국은 발 빠르게 호위 병력을 보냈지만, 황후는 답답하고 감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을 물렸다.
문제는 황후는 얼마 전에 그녀를 모시던 시종들까지 해고하면서 시녀 한 명 말고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접근하는 한 남자를 막지 못했다.
“꺅!”
황후는 다가오는 남성과 강하게 부딪히고 휘청거렸다.
남성은 돌아보지도 않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폐하,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 소매치기였나 봐.”
“정말요? 사라진 물건이라도 있으셔요?”
“아니야. 사라진 게 없네.”
“휴우, 걱정했잖아요.”
“너는 너무 겁이 많아.”
그녀들은 남성을 매우 멍청한 소매치기로 생각했다.
부딪혔는데 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소매치기를 비웃으며 안심하고 갈 길 가려는데.
그녀들을 둘러싸는 사람들이 있었다.
“폐하, 빈에서 왔습니다.”
***
“이, 이거 뭐야! 놓지 못해?!”
호위로 데려온 군인들이 황후를 찌르고 도망가는 루이지 루케니를 강하게 붙들었다.
“빠르게 처리하세요.”
군인들은 명을 받자마자 능숙하게 으슥한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역시 황족 호위에 나선 사람들답게 실력은 확실하다.
문제는 스위스 도시 내라서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경찰이 오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암살범의 접근을 막지는 못했다.
처음 계획은 찌르기 전에 이놈을 잡는 거였는데 문제는 황후를 찾기가 어려웠다.
빌어먹을, 황후라는 인간이 호위 하나도 없이 시녀 한 명이랑 돌아다닐 줄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어쩐지 너무 쉽게 죽었다 했다.
“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놈이 그리 헐레벌떡 도망가?”
“누, 누구?”
“알 거 없어.”
“커윽…!”
옆에 있던 호위가 녀석을 강하게 걷어찼다.
컥컥거리며 쓰러지는 암살범 루이지 루케니.
아나키스트로서 그저 아무 왕족이면 좋다고 돌아다니다가 황후를 찌른 것이다.
솔직히 빨갱이나 민족주의들은 이해라도 되지만 아나키스트는 이해조차 되지 않는다.
말만 앞선 이상주의자에 세력도 없는 병신들.
지저분한 행색을 보아하니 그저 비참한 현실에 누군가에게 화풀이하고 싶었던 거 아닌가?
이 시대에 왕족을 노린 암살은 흔하다.
민족주의자나 빨갱이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늙은 여자 하나 잡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릴 거면 차라리 황제나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을 노리던가.
내가 그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왜 그랬는지 물을까도 싶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런 놈들이랑 무슨 말을 섞어.
“죽이지는 마세요.”
“예, 전하!”
암살 후에 잡혀서 죽여달라고 간청하던 놈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사형제를 폐지해서 그럴 리가 없었고, 루이지 루케니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놈을 죽여봤자 구원밖에 더 되겠는가. 오히려 현실일수록 더 비참해질 테니 살리는 게 맞다.
대신 황족 암살범이니 내 호위들이 팔다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꺾어주겠지.
“끄아아아아악-!”
인간이 아닌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하고 황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인 건 혹시 몰라서 미리 고용한 의사 두 명이 황후에게 붙어서 치료하고 있었다.
황후의 안색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서 어쩔 줄 모르는 시녀의 안색이 창백할 정도였다.
“어때요?”
“관통상입니다. 출혈이 있지만 처치가 빨라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사료되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고용했던 의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루이지 루케니는 총 혹은 제대로 된 무기 살 돈도 없는 놈이었다. 흉기는 과도보다 작았다.
황후는 흉기에 찔리고도 자신이 찔린 줄 몰랐고 멀쩡히 배에 탑승할 정도였다.
원인은 과도한 출혈인데 의사의 치료가 있다면 안전하리라.
황후의 나이가 있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우리들의 대화가 끝나고 황후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넌 누구니?”
한숨이 나왔다. 황후가 황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저 카를입니다. 큰할머니.”
황후는 카를이라는 말에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고, 할머니라는 말에 눈을 치켜떴다.
죽을 뻔했던 여자 주제에 이상한 걸 신경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