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75
75화 – 이탈리아는 멈추지 않아
상부의 진격 명령에 이탈리아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럴 거라고 예상했지만 병사들은 하나 같이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오스트리아-헝가리 영토로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첫 실전이다. 그들의 상대는 오스만 제국같이 환자라고 조롱당한 국가와 차원이 다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전쟁 전에는 독일 잘 따라다니는 국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랐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점령하고,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를 아래에 둔, 미래에 중부 유럽의 맹주가 될지 모르는 국가.
그만큼 전쟁에서 보여준 저력이 어마어마했다.
전쟁에 대비했다는 듯 신속하게 움직여 승리하고 또 승리한 군대, 유능한 지휘관, 동부전선에 어마어마한 군세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보여준 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이탈리아의 병사들은 무척 긴장한 채로 잘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긴장은 계속 갈 수 없었다.
“너무 조용한데?”
“어디 숨어 있는 거 아닙니까?”
“빌어먹을, 차라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국경을 넘는 그들에게 쏟아지는 포탄도 없고, 어디선가 매의 눈으로 그들을 노리는 저격수도, 보병이 가득 찬 참호도 없었다.
국경 안으로 들어가도 텅 비어 있기만 하지 방해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민간인까지 피난시켰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같이 떠나지 못한 강아지 정도만 그들을 반겨줄 뿐.
“하하, 이놈들 다 도망갔나 본데?”
“그, 그래도 긴장을 풀면 위험하지 않을까?”
“야, 봐봐. 아무것도 없다니까? 도망간 게 분명해.”
긴장으로 가득했던 얼굴에서 어느새 미소가 떠올랐다.
엄청난 저항을 예상했는데 적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질 않았으니까.
전쟁 별거 없네.
이런 생각이 병사들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수적 우위가 압도적이다 보니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정말 소문대로 몇 개월 안에 전쟁이 끝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훈장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진정한 통일을 이룩한 이탈리아에서 살아가겠지.
이탈리아군은 너무 긴장해서 걷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까진 병사 말고는 아무런 피해 없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영토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계속 진격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보고받은 이탈리아 장군참모장 카도르나는 크게 웃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영토로 진격하는데 총알 하나 날아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병력이 부족해도 영토를 그냥 넘겨주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감히 어떤 군인이 조국의 영토를 쉽게 내어주겠는가.
현실이 어쩔 수 없다면 지연전이라도 펼쳐서 상대를 괴롭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오스트리아-헝가리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지 않은가. 시간을 끈다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시간이라도 있어야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다.
지연전을 통해 공격 측의 피로 누적, 보급 소모, 인명피해, 사기 저하 등을 노려야지 나중에 만회할 기회가 온다.
하지만 상대 지휘관이 멍청이라서 그걸 안 하겠는가? 당연히 아니다.
수백만 명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이끌던 사람이 갑자기 바보가 될 리가 있는가.
아마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겠지.”
전선에 배치된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그만큼 형편없다는 뜻이다.
방어가 쉬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쟁에서 쉬운 건 없다. 수천수만 명의 사람을 지휘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니까.
애초에 방어를 선택했다는 건 전선에서 열세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 전선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열세다.
당연히 방어 측도 매우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지연전을 잘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괜히 각개격파 당해 안 그래도 부족한 병력 손실에 심하면 전선까지 돌파당한다.
“아무리 카를 대공이라도 별수 없나 보군.”
지휘관이 아무리 뛰어나도 병사가 최소한도 해주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실전 경험 많은 부대는 전부 동부 전선에 가 있으니까.
이제 막 창설한 부대와 예비군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손초 너머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발견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코도르나는 히죽 웃었다. 너무나도 뻔하다.
지연전을 벌일 엄두도 나지 않는 형편없는 병사와 낮은 사기에 그들이 선택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주변 환경을 살려서 끝없는 방어.
특히 고리치아와 몬팔코네는 공격 측에서 부담을 느끼는 곳이다.
도시 앞에 강이 흐르고, 도시는 요새화, 근처 고지는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점령하고 있다.
방어하기에 이보다 좋은 환경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방어로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지. 바로 병력을 밀어 넣는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을 들여서 고지부터 점령하고 이어 나가는 것이 어떠십니까?”
“고지를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참모들의 의견은 아주 타당하고 정석적이다. 전쟁에서 고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니까.
고지의 중요성은 군대가 아니라 밖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도 이해할 정도다.
아래에서 돌을 던지는 것보다 위에서 돌을 던지는 게 더 쉬우니까.
하지만 그것도 다 시간이 있을 때나 하는 이야기다.
영국 함대가 집결 중인데 이탈리아가 시간을 들여 하나둘 차근차근 점령할 수가 없다.
왜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공세를 했겠는가. 다 이탈리아의 공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참모들의 의견도 타당하니.
“고지와 몬팔코네, 고리치아를 동시 공격한다.”
모든 곳을 선택했다.
하나가 부족하면 전부 다 선택하면 그만이다.
병력이 3배가 넘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
***
쿠웅!
고리치아 시내에 포탄이 떨어졌고, 포탄에 맞은 건물 한쪽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전하, 위험하니 떨어져 계시는것이…”
나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나는 지금 최전선이자 이탈리아군의 제일 강한 공세를 받을 고리치아에 있었다.
고리치아의 방어를 맡은 장성이나 장교들이 전부 트리에스테로 가라고 권유했고, 다른 장교는 더 후방에 대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기까지 했다.
모두는 내가 후방에 있기를 바란다. 그저 웃음이 났다.
내가 짐이 될까 봐 그러겠는가. 전혀 아니다. 그들의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저 내가 너무 좋아서 애지중지하는 모습.
이건 비단 장성과 참모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선 시찰 중에 한 병사도 그랬다. 나보다 어린 헝가리 병사였는데 위험하니 후방에 계시는 게 좋지 않냐고.
전선에서 제일 먼저 죽을 수 있는 병사가 나를 걱정한다.
하지만 후방으로 가라고 권유할 때마다 난 항상 이렇게 말한다.
전우를 두고 어떻게 가겠냐고.
지타에게 다시는 전선에 서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건 지킬 수 없게 됐다.
뭐 어쩔 수 없지. 열세인 방어전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수적으로 부족하지만 상대는 이탈리아군이다.
덜덜 떨면서 후방에서 지휘할 정도의 군대는 아니다.
숫자가 많으면 숫자를 줄이면 그만 아니던가.
“이탈리아군이 움직입니다!”
이탈리아군의 포격은 매우 짧았다.
성급한데.
이래야 이탈리아답기는 하다.
러시아 제국은 공업 능력이 부족했지, 구식이라도 보유한 포병이라도 많았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포병 숫자 자체가 부족했다.
그렇다면 오래 쏘기라도 해야 하는데 포탄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쏠 마음이 없는 건지 포격은 매우 짧았다.
이 시대의 많은 장성과 장교들이 정신력과 공격적인 교리를 매우 매우 강조했다.
군대를 지휘해서 깨달은 건 정신력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고대부터 21세기까지 강조한 것이니까.
공격도 마찬가지. 방어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
모든 이론은 항상 옳다. 문제는 그 이론을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놈들이다.
프랑스는 몇 개월을 독일 제국에 무지성하게 꼬라박다가 머리가 봉합됐다.
수십만이 죽어 나가니까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프랑스 장성 중에는 공격 일변도에 환상을 품고 있다.
대가리가 깨져도 공격!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수십만이 죽어 나가도 자기가 옳다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유리하나 불리하나 오직 공격 일변도로 러시아 제국을 찢어발기고 있지 않은가.
이탈리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탈리아-튀르크 전쟁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다.
그저 멍청하게 고리치아 정면으로 돌격해 오고 있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진짜로 하니 웃음까지 나온다.
아. 웃다가 한 참모와 눈이 마주쳤다.
나중에 은퇴해서 회고록에 ‘과거의 황제 폐하께서는 이손초 전투에서 적의 포격이 떨어지는데도 웃고 계셨다.’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거 아니야?
너무 전쟁광 같은데.
크흠.
“적의 선봉을 빠르게 갈아버린다.”
이탈리아군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부대가 선봉을 맡을 터.
그들을 빨리 소모시켜야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그리고 우린 마땅히 그러한 저력이 있었다.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3배 이상으로 병력이 많지만 우린 화력만으로 가볍게 4배가 넘어간다.
병력은 빼 오지 못해도 동부 전선으로 갈 기관총과 포를 가져왔으니까.
“고리치아를 절대 사수한다!”
우리는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콰아아앙!
두두두두두-!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기관총이 포격에 살아남은 병력을 향해 불을 뿜는다.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저항이 없어서 여유가 넘쳤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졌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고리치아는 해자처럼 도시 코앞에 강이 있다.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강을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적의 포격과 기관총 화력이 너무 막강하다.
“이 개자식들!”
병사들은 자기들을 정면으로 밀어 넣은 지휘부를 욕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꼬라박으라고 명령했는가? 이곳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함락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욕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하늘에서 포탄이 쏟아지고, 기관총은 그들의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뿜는데.
“강을 건너야 한다! 돌격 앞으로!”
“여기서 계속 있다간 포화에 노출되어 죽을 뿐이야!”
“일어서라! 이탈리아군의 정신을 보여줘라!”
이유가 어떻든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 건 똑같으니까.
적의 포화를 뚫고 강에 도착해도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
강을 어떻게 건너? 수영? 못할 것도 없지만 과연 적의 포화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시 보니 물살이 꽤 빠른 것 같다.
“빨리 타라!”
어디에서 나룻배를 구해왔는지는 몰라도 그거라도 타고 건너려고 했지만 당연히 표적이 되어 금방 침몰해 버렸다.
철로 두른 배도 아닌데 기관총 사격을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만약 배가 버텨도 타고 있는 사람의 육체는 버틸 수가 없다.
“피해가 큽니다! 작전을 중지하고 다른 방법을….!”
“쯧.”
선두 부대가 빠르게 갈려 나가자 참모들은 작전 중지를 외쳤다. 피해가 생각보다 크니까.
하지만 그 모습에 카도르나는 혀를 찼다.
참모들이 호들갑을 떨어도 그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탈리아군을 지휘하는 장군참모장이니까.
어차피 피해는 예상하지 않았는가.
“더 밀어 넣어라. 막다른 길에 몰린 쥐의 마지막 저항이다.”
원래 공격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 병사 300명이 죽어도 상대 100명을 죽이면 우리 승리다.”
전선에 쏟을 수 있는 여력이 오스트리아-헝가리에는 없다.
이탈리아군은 끊임없이 병력을 동원할 것이고, 동부 전선 때문에 여전히 병력이 부족할 오스트리아-헝가리니까.
이탈리아군의 피해? 조국의 영광과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공세를 멈추지 마라!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우리보다 더 빠르게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
“전하, 적들이 물러갑니다!”
며칠 동안의 공세 끝에 이탈리아군은 물러났다.
미친 듯이 병력을 밀어 넣어 피해가 미칠 듯이 누적되는데 버틸 수가 있나.
강 너머에는 도강하지 못하고 쓰러진 이탈리아군의 시체가 땅을 덮고 있었다.
며칠 동안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이탈리아군은 최소 3만 명의 사상자가 생겼을걸?
“전하…! 우리가 이겼습니다!”
참모들은 무척 기쁜 모양이지만 그래봐야 전투 한 번의 승리일 뿐이다.
엄청난 피해에 이탈리아군이 벌벌 떨 것 같은가? 전혀 아니다.
20세기 초 상남자는 이런 피해에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장군참모장 카도르나, 그 양반은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탈리아군을 밀어 넣는다.
뭐 이런 멍청하고 무능한 지휘관이 있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군의 사상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피해도 계속해서 누적된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론 고리치아는 이탈리아군의 공세에 1년 이상 버티고, 내가 있는 이상 더더욱 무너질 일은 없다.
아무런 변수가 없다면 말이다.
“저, 전하! 오…! 오트란토 해협에 대규모 함대가 접근 중이라고 합니다.”
오, 시발.
진짠가? 정말로 아드리아해로 대규모 함대가 들어오고 있다고?
이건 미친 짓이다.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아드리아해로 함대를 밀어 넣어?
그냥 해협을 봉쇄해서 함대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견제만 하면 되는데.
그런데도 밀고 들어왔다는 건 다른 것을 노린다는 뜻이고, 그게 우리가 될 확률이 무척 높다.
병력을 밀어 넣으려면 그냥 이탈리아 땅에 상륙시켜서 공세를 함께 하면 된다.
그럼에도 함대가 들어오는 이유는 상륙을 위한 전초전일 게 분명하다.
미치겠네. 상륙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를 생각하고 대비했는데 적의 대규모 부대의 등장은 확실히 위협적이다.
안 그래도 병력이 부족하니까.
갈리폴리에 꼬라박는 병력만 해도 수십만 단위인데 이게 위협이 되지 않을 리가 없다.
이론적으로 성공하면 확실히 치명적이긴 하다.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둘 중 하나가 흔들리면 전쟁이 불리해진다.
“불가리아, 오스만 제국에 전보를 보내라.”
그렇다면 우리도 병력을 끌어와야 한다. 독일 제국은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요청해도 빠르게 올 수도 없다.
불가리아는 갈리폴리를 대비하기 위해 진즉에 준비했을 것이고, 오스만 제국은 어렵겠지만 혹시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뿌우우우우-!
오트란토 해협에 적 대규모 함대가 발견됨과 동시에 트리에스테 기차역에 열차가 도착했다.
“빨리 이동해! 전하께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열차에서 수많은 병력과 장비가 쏟아져 나온다.
이탈리아 전선에서는 볼 수 없는 전투복과 장비.
바로 이곳으로 오기 전에 차출을 요청한 2개의 근위 보병 사단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