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20
그가 처음으로 내게 고견(高見)을 말하고 있다.
장제스를 그대로 두자고?
녀석을 다크 나이트로 활용하자는 샤즈광의 말은 솔직히 유혹적이다.
그러나 마음속 어느 한 구석에서 저항선이 생겨나 자꾸만 날 잡아채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나는 문득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
샤즈광의 얼굴에 패인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은 언제 또 이렇게 나이를 먹었대.
“야. 됐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예?”
“옛날처럼 말이야. 마작을 치고 난 다음에는 항상 사거리 주루에 갔었잖아? 거기 아직도 영업하는지 모르겠네.”
“갑자기요? 그리고 거기 할머니 아직 정정하십니다.”
“좋아. 리페이양도 불러서, 셋이서 옛날처럼 취해보자고.”
세 시간 후.
오랜만에 취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신해혁명 이전의 정겹고 그리운, 다시 오지 못할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샤즈광.”
“왜.”
어? 언제부터 말을 놓기로 했었지.
몰라, 그까이꺼.
“시발, 기타 잇키의 대아시아연방 따위. 다크 나이트 장제스 따위. 좆까라 그래.”
“그래! 뭔진 모르겠지만 좆까라 그래!”
“한신은 한신의 길을 간다.”
리페이양이 잔을 들어 올렸다.
“한신의 길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어어어!”
기타 잇키고 장제스고.
닥치고 감금이다.
나한테 반항하면 골로 가는 거야.
샤즈광과 리페이양이 러브샷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밌게들 논다.
집에 있는 시시우와 아기가 떠올랐다.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왔다.
“난 집에 간다.”
“벌써? 대장?”
“그래.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삶. 이게 한신의 길이야.”
언젠가, 출근 없이 마지막 퇴근을 마칠 그날을 위하여.
전차 기동화력 테스트
한커우 평원.
일대가 병사들에 의해 통제되었다.
오늘은 전차의 기동 화력 테스트가 있는 날.
독일 군사고문단과 병공창 병기부 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리핑을 맡은 사람은 한양병공창의 털보 리쯔위였다.
“먼저 영국의 마크5 전차입니다. 공수해 온 그대로는 아니고 중국의 실정에 맞게 얼마간 수정을 거쳤습니다. 기존에 5밀리미터에 불과하던 장갑을 두 배 이상 강화하였으며, 신형 기어박스를 장착하여 조종수 1명으로도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마크 전차가 느릿느릿 기어 나왔다.
양옆에 달린 무한궤도는 거대한 굼벵이의 모습을 하고 있고.
누런색 기체는 벌써 진흙탕이라도 통과한 것 같다.
“여기 알아보기 편하게 마크 전차의 제원을 작성해왔습니다. 보시지요.”
“잘해왔군.”
MK-V.
승무원 8명.
무게 30톤. 길이 8m. 높이 2.64m.
최고 속도 8km. 항속거리 도로 70km.
장갑 12mm. 무장 57mm 포. 기관총 7정.
“항속거리 말인데, 야지에서의 자료는 없나?”
“···없습니다.”
“어째서? 야전 테스트를 다 거친 것 아닌가?”
“그것이···, 다섯 대를 투입했는데 중간에 죄다 고장이 나는 바람에···.”
이게 영국의 기술력인가.
이보시오. 로이드조지 총리.
결함 있는 상품을 판매한 것 아니오?
“이유가 뭐지?”
“아무래도 무한궤도가 큰 탓입니다. 바퀴가 지나치게 무거워 엔진의 출력이 무한궤도를 굴리는데 다 소진되어 버립니다.”
“그렇군. 하지만 참호를 돌파할 때는 확실히 쓸모가 있겠어.”
“예. 그렇지요.”
문제는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참호전을 벌인 적이 없다는 건데.
활용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한커우평원에는 이번 대규모 테스트를 위하여 전투 상황을 가정하여 각종 장애물과 표적을 미리 설치해 놓았다.
마크 전차가 우람한 엔진소리를 내며 평원을 달렸다.
양옆에 달린 57mm 포문이 위력을 과시했다.
펑!
포가 불을 뿜었으나 과녁의 명중에는 실패했다.
펑! 펑!
재차 쏘았으나 모두 빗나갔다.
안에 탑승한 포수는 지금 얼마나 쫄았을까.
보다 못한 전차가 멈추어 섰다.
펑!
드디어 명중!
“잘 보았다. 다음.”
리쯔위가 팔을 세차게 돌렸다.
신호병이 깃발을 흔들자 마크 전차가 회전하여 자리로 돌아왔다.
“다음 전차는 독일의 슈투름판처바겐 A7V 모델입니다. 원래는 베르사유 조약으로 폐기처분 하게 되어있었지만, LN군의 기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들여왔습니다.”
거대한 직사각형 전차가 빨빨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원래 새겨져 있던 독일제국의 표식은 지워버리고 청록색 기체에 큼지막하게 LN의 소속임을 명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급히 만들어진 모델이라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서스펜션 덕에 흔들림은 덜 합니다.”
나는 보고서를 확인했다.
“승무원이 12명이나 되나?”
“원래 탑승 인원은 18명입니다만. 대부분 포수인지라 무장과 함께 승무원의 수 또한 줄였습니다.”
“잘했어. 12명도 박터지겠는데.”
슈투름판처바겐 A7V.
승무원 12명.
무게 33톤. 길이 7.4m. 높이 3.3m.
최고속도 15km. 항속거리. 도로 80km. 야지 30km.
장갑 20mm. 무장 57mm 포, 기관총 4정.
A7V을 보는 감상은 탱크라기보다는 만원 버스 같았다.
차라리 마크 아저씨가 선녀인데?
펑! 펑! 펑!
과녁은 세 번 만에 맞추었다.
이동하면서 쏘는 것이 어려워 그나마 처음부터 정지하여 조준한 결과였다.
A7V의 시험도 끝났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마크 게 섰거라!
부릉부릉 국산 전차 나가신다!
시험을 준비하는 도중.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깐만. 구데리안은 어디 있지?”
전차 개발에 참여한 양대 축은.
한양병공창 병기부의 리쯔위와 국제연맹군 수송부의 구데리안.
그런데 브리핑은 리쯔위만 하고 있다.
“저기 있습니다.”
리쯔위의 손가락이 명을 기다리는 국산 전차를 향했다.
그런데 전차가 두 대다.
두 대 모두 검정으로 칠하여.
외형은 비슷하였으나 몸집의 크기가 달랐다.
“전차가 두 대가 있는데. 어느 쪽이지?”
“큰 쪽입니다.”
“조종석에 있나?”
“예.”
전차 개발에 열을 올린 구데리안이니만큼.
직접 몰고 싶어 안달이 난 거야 당연하다.
“두 대를 연달아 시험할 건가?”
“예. 모두 시제품인 만큼 아직 정식 생산라인이 없는 모델들입니다. 장단점을 명확히 비교하기 위함입니다.”
“좋은 생각이야.”
나는 제원표를 펼쳤다.
외형만큼이나 명칭들도 강렬했다.
현무(玄武)와 도철(饕餮).
작은 쪽이 현무고, 큰 쪽이 도철이다.
“기존 프로토타입을 개량한 것이 현무로군. 그런데 이 도철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아무래도 구데리안 대위의 입김이···.”
“아, 그 친구가?”
“일전에 예산을 타려고 사령관님께 보고드렸을 때 기억나십니까?”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임신한 시시우가 휴직하며.
임시로 내가 예산을 담당하게 되었었지.
당시 나는 돈에 쪼들리는 리쯔위와 구데리안이 안쓰러워.
원하는 대로 펑펑 쓰라며 통 크게 백지수표를 건넸었다.
그런데 지금 현무와 도철의 모습을 보니 정말 원 없이 쓰긴 한 것 같았다.
현무-3.
승무원 4명.
무게 21톤. 길이 4.9m. 높이 2.2m.
최고 속도 21km. 항속거리 도로 90km. 야지 50km.
장갑 20mm. 무장 47mm 포. 기관총 2정.
현무는 그야말로 신식 전차의 모든 것을 갖추었다.
180마력의 엔진과 토션 바 서스펜션은 고속주행 중에도 안정성을 자랑한다.
47mm 구경의 포는 조금 약한 듯하지만 360도로 돌아가는 포탑 덕에 기존 전차를 아득히 뛰어넘는 효율성을 확보한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전차의 시대.
대전쟁이 끝난 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았으니, 아직 어떤 나라도 전차란 이런 것이다 라는 기준모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형인 MK 시리즈와 A7V의 외형이 천차만별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크기의 무한궤도에, 경사장갑을 채용한 사다리꼴 차체가 얹혀있고.
움직이는 포탑이 설치된 현무의 외형은 현대식 전차와 비교해 보아도 크게 손색이 없다.
“현무가 갑니다!”
둔중한 기계음과 함께 검은 거북이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현무가 장차 전 세계에서 양산될 전차의 대표모델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기존의 MK나 A7V와 견주어보았을 때, 현무의 우월성은 발달된 엔진 기술이었다.
A7V의 경우, 장착한 100마력짜리 엔진은 무게만 10톤에 달했으니.
사실상 흔히 전차 활용을 생각할 때 떠올리게 되는, 기동전의 수행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신 움직이는 벙커. 육지의 전함에 가까웠다.
그러나 작고 가벼우며, 속도가 빠른 현무는.
무장과 장갑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만큼, 고장은 줄어들고 범용성이 올라갔으니.
가히 주력전차로 활용하기에 탁월한 기능성을 갖추고 있었다.
“포격합니다!”
펑!
초탄에 적중.
적의 보루를 본떠 만든 흙 포대가 무너졌다.
적어도 10km 이상 고속으로 기동 중에 맞춘 것이라, 더욱 감격스러웠다.
표적 확인에서 사격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리쯔위에게 물었다.
“현무에 1등 포수를 태웠겠지?”
“그렇기도 하지만, 용접 방식으로 포탑을 만들어 움직임이 부드럽고 조준이 용이한 점도 있지요. 실제로 적중률이 매우 높습니다.”
현무가 크게 선회하며 바퀴를 굴렸다.
적의 포탄이 비껴 나가도록 설계된 경사형 장갑이 햇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번쩍였다.
이거다. 이건 된다!
나는 말없이 리쯔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뜬금없이 내 손에 쥐어지는 담배 한 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