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53
시민들이 주춤거리며 자리를 피했다.
“저건 우페이푸의 부하인 펑위샹이다···!”
“그 허난 독군이라던? 과연 멧돼지같이 우락부락하구나.”
“성문을 어떻게 통과한 거야? 우한에서 수비군이 왔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다 한신이 없어서 그래···! 수도를 방비할 생각은 않고 쓸모도 없는 동북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니, 멍청한 자식···.”
시민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펑위샹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일반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처럼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위명을 가진 한신의 뒷담화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지금.
이 수상한 시점이 펑위샹이라는 이름을 만천하에 떨칠 기회였다.
“우리는 반란군이 아니다! 베이징을 수호하기 위해 온 것이다!”
펑위샹은 우렁차게 외쳤다.
“우리 부대는 본래 육군부에 속해 있었으나. 역적 우페이푸의 간계에 맞서기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려 지난 밤 베이징에 도착한 바이다! 알아보기 쉽게 팔에 흰색 완장을 부착하였으니, 자세히 보아라!”
펑위샹은 완장이 잘 보이도록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완장에 적힌 글씨를 크게 읽었다.
펑위샹이 읽을 때마다 병사들이 따라서 합창을 하였다.
“서사구국(誓死救國)!”
“목숨으로 나라를 구할 것이며!”
“불요민(不扰民)!
“백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진애민(眞愛民)!”
“진심으로 백성을 사랑한다!”
펑위샹은 만족하여 다시 외쳤다.
“이 세 가지는 우리 군이 베이징에 들어올 때 정한 원칙이다! 약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힘쓰라!”
오전 내내 펑위샹은 병사들을 이끌고 시민들을 계도하며 베이징 시내를 행진하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시민들도.
정오쯤 되자 박수를 치며 호응하기 시작하였다.
“우와아! 기독교 장군 만세!”
“허난군 만세! 베이징의 수호군!”
펑위샹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환호해라. 더욱더 환호해라···!’
이런 작업은 이후 자신의 위치를 끌어 올려줄 것이다.
우페이푸 같은 미련한 곰탱이는 전투에서 이기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줄 알지만.
여론을 등에 업었을 때와, 그러지 못했을 때의 전투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리고···.
‘한신이 방치한 베이징을 내가 지켜낸다면, 인기는 더 높이 치솟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발터 모델이라는 독일인이 뭘 꾸미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날 모델에게 방어작전을 위임한다고 했지만.
정말로 모든 부분을 다 맡길 생각은 아니었다.
골치 아픈 작전을 독일인이 짜면.
그 다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작전은 자신이 전담할 생각이었다.
“모든 것은 낙원을 위해. 하나님 아버지를 위해···.”
남모르게 중얼거리며 펑위샹은 베이징 서남부 펑타이구로 향했다.
모델이 방어선을 꾸린 지역이었다.
***
공화군 제3군 사령관인 발터 모델은 오래도록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옆에는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참모진이 부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모델이 몸을 일으켰다.
“아닐세, 그게 아니야.”
“예?”
“방어전은 그런 식으로 계획을 짜서 실시하는 게 아니야.”
모델의 발언에 참모진이 조용해졌다.
한 중국인이 나서서 말했다.
“실례지만, 통역도 없이 지도만 보고 계셨는데. 저희가 나누는 이야기를 알아들으셨습니까?”
“그렇다네. 듣는 것은 어느 정도 되거든.”
참모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갑작스레 맡은 사령관 자리.
만슈타인은 본래부터 난놈인데다, 이번 흑색작전을 총괄하였으니 총참모를 맡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구데리안 또한 오랫동안 전차에 미치다시피 파고들었으니 제2군장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자신은?
평가성적은 평범하다.
그렇다고 롬멜처럼 실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타입도 아니다.
한신 총사령관이 자신을 제3군장으로 지명했을 때.
의아해하던 동료들이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의 수도에 도착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모델은 총사령관의 혜안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기들은 그와 워게임을 하면.
심심찮게 투덜거리곤 했다.
“젠장! 야비하게 그게 무슨 추태냐! 보병여단이 그렇게나 많은데, 진지에 틀어박혀서는 꿈쩍도 안 하고! 우리는 지금 모의전투를 벌이는 중이야! 비겁하게 숨어만 있을 게 아니라···!”
“이것도 모의 전투야.”
“포대만 지키는 게 뭔.”
그러나 빗장을 걸고 꽁꽁 싸매면 싸맬수록, 상대는 조급해져 병력 배치에 실수를 드러내었고.
모델은 언제나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벼락같은 공세 전환.
“어? 어어? 어어어?”
상대가 어버버하는 사이에 진지에서 뛰쳐나온 방어군이 적군을 진압한다.
모델은 어렴풋이 자신이 방어전에 재능이 있음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밤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이만하면 실전에서도 어느 정도 통하리라 자신이 붙었을 무렵.
한신 총사령관은 모델에게 제3군과 베이징을 맡겼다.
기대에 부응할 때가 온 것이다.
모델은 중국인 참모들과 빠른 시간 안에 친밀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살아온 방식대로 참모진을 진실되게 대하면 언젠가는 진심이 통하리라 여겼다.
중요한 것은 임무를 완수하는 것.
베이징을 지키는 일이다.
모델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참모들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격을 할 때는 사전에 치밀한 작전 계획을 입안하는 것이 중요하지. 아군끼리 합을 맞추어, 적진에 들어갔을 때 추호의 어긋남이 없이 신속하게 적을 섬멸해야 하니까. 하지만 방어는 완전히 달라. 아군의 작전보다, 적군의 작전이 중요하다고 해야 할까.”
모델은 베이징 지도 앞으로 걸어갔다.
우한에서 사용하던 군사병략모의가 있으면 좋겠는데.
있는 대로 전도(戰圖)를 활용할 밖에.
“따라서 방어군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어떠한 상황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일세. 상대의 공격을 정확히 분석하여 빠른 시간 내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적합하게 대처하는 걸세.”
모델은 손가락으로 전도를 짚어가며.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하여 작전 분석을 이어갔다.
“알려진 적군의 공세는 크게 세 방향이다. 그러나 북쪽과 남쪽에서 오는 군대는 직접적인 베이징 진공보다는 봉쇄가 주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직접적인 공세는 펑 독군의 군대가 들어온 경로. 서쪽에서 올 거다. 자연스레 여기 융딩허(永定河)를 잇는 유일한 다리, 루거우차오(盧溝橋, 노구교)가 중요해진다···.”
모델은 차분한 어조로.
예상되는 적의 공세 범위와 정도, 시간을 헤아리며.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1차 설명을 마쳤을 때.
모델은 언제 왔는지 참모진 사이에 섞여 앉은 펑위샹을 발견했다.
“오호.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니, 이 사람도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구려.”
“오셨습니까.”
펑위샹이 어떤 자인지 아직 세세히 알 수는 없으나.
시시각각 적군이 진격해오는 위급한 상황에서.
오전 내내 모습을 감췄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 미심쩍었다.
“우리 군은 뭘 하면 되겠소?”
“차차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인지요?”
“아아, 별거 아니오. 농성에 돌입한 도시는 으레 내부적으로 혼란에 빠지기 쉬우니. 병사들을 동원하여 시민들이 겁먹지 않도록 안정시키고 왔소이다.”
“오···.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모델은 곧바로 후회했다.
어젯밤 약속하지 않았던가.
진실함을 방패로 삼으며 함께 적과 맞서 싸우기로.
맡은 바 임무는 베이징 수호다.
쓸데없는 견제는 필요치 않다.
둥지를 품는 어미 독수리의 심정으로, 600년 역사를 가졌다는 중국의 수도를 지키는 데만 전념하기로 모델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서쪽에 즈리군 대군이 도착했을 때의 대응 방안은···.”
***
우페이푸는 새벽부터 날아갈 기분이었다.
평소보다도 배는 더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았다.
“뭘 하고 있냐! 늘어지게 늦잠이나 처자면서! 얼른 일어나란 말이다!”
늦잠이라기에는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시각이었으나.
우페이푸는 지휘관들을 독촉하여 새벽부터 행군을 시작하였다.
“점심은 베이징의 태화각(太和閣)에서 먹어야지. 거기 양고기 맛이 기가 막히거든. 벌써 군침이 도는군.”
역사적인 순간.
수도 없이 오고 간 베이징이지만.
점령군이 되어 들어가려니 묘한 기분이었다.
이미 펑위샹의 부대가 진입하였으니.
자신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지만.
이 순간, 치열하게 고민되는 부분은.
“내가 대총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을 받은 부관이 곧바로 대답했다.
“예! 물론이지요! 일찍이 혁명의 이유가 뭐였습니까. 한신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정권을 전복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리위안훙은 총통 재목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술장사나 하면 어울릴 놈이지요.”
“그런가. 나는 지위에는 욕심이 없는데.”
“그래서 더더욱 사령관께서 총통이 되셔야 합니다. 진정으로 중국을 생각하는 분은 사령관님밖에 없으니까요.”
“허허. 말은 잘 하는구나.”
당연히 욕심은 있다.
그러나 막상 총통 자리에 올랐을 때, 받게 될 손가락질이 두렵다.
정치 입문이 어렵다면.
차라리 대원수 같은 직위를 만들어 무관으로 남아도 된다.
어차피 군권만 쥐고 있으면,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으니.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던 우페이푸는 어느덧 베이징을 감싸고 흐르는 융딩허에 도착했다.
이 강만 넘으면 베이징에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건너편에 군대가 주둔해 있다.
“저놈들은 뭐지?”
“복장을 보니, 제11사단 예하 부대입니다.”
“펑위샹이? 아직도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단 말인가?”
우페이푸는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어 진군을 멈추었다.
“전령을 보내봐.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돌로 만들어진 루거우차오 위를 전령이 내달렸다.
전령은 금방 돌아왔다.
“제11사단이 맞습니다! 베이징의 방어가 예상보다 견고해서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사령관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합니다!”
“베이징의 방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분명 위수사령관 쑨웨에게 단단히 일러놓았는데, 설마 놈이 배신이라도 했다는 거냐?”
“쑨웨가 아니라, 한신이 보낸 지휘관이 방어를 하고 있는데 솜씨가 여간 아니라 했습니다.”
“한신의 지휘관? 누군데?”
“그것까지는 잘···.”
일어나서부터 좋았던 기분이 일시에 폭삭 가라앉았다.
분기 탱천한 우페이푸는 루거우차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펑위샹 이 새끼···. 사정하길래 선봉 자리를 줬더니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해? 이번 혁명 계획의 골자는 한신도 예상치 못할 기발함과 기습 효과에 있는 것인데. 대놓고 진지를 꾸리면, 적이 방비를 강화할 게 뻔하잖아! 멍청한 펑가 놈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리를 건너려는데.
갑자기 다리 밑에서 무언가 희끗한 것이 튀어나왔다.
대경실색한 우페이푸는 재빨리 권총을 빼들었다.
“장군님! 저예요! 장군님 밑에서 몸종으로 있던 슈란이에요···!”
아직 어린 여자아이.
자세히 보니 정말 베이징 저택의 하인이다.
우페이푸는 권총을 집어넣고 물었다.
“여기서 뭘 하느냐? 너 같은 꼬마에게 전장은 위험하다! 집으로 돌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