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52
그러므로, 우페이푸를 상대할 소방수는 믿음직스러운 자여야 한다.
“모델은 도착했다던가?”
“예. 오늘 아침 베이징에 들어가, 제3군을 포함하여 베이징 수비대의 전권을 맡았습니다.”
“그럼 됐어. 베이징은 안심이야.”
“···그래도 독일인에게 수도 방어를 맡긴다는 것이 약간은 불안합니다. 그자는 지금껏 보여준 것도 없고···.”
리페이양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발터 모델이 어떤 인물인지,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지. 보여준 게 없지. 지금까지는 공세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친구의 진가는 방어전에서 나온다고.”
발터 모델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2차세계대전 최고의 방어전 마스터.
지금부터 내게 있어 베이징 전선은 모델 사령관의 킹 갓 우주방어를 관람할 수 있는 스크린이다.
우페이푸는 펑위샹과 모델이 맡는다 치고.
역시 문제는 장쭤린이다.
나는 충동적으로 말했다.
“좋아. 기갑대를 포함하여 총공세를 편다.”
그리곤 후회했다.
재빨리 단서를 붙였다.
“사흘 후에.”
조금만 더 포격을 해보자.
장쭤린도 펑톈에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 테니, 조만간 항복 의사를 밝혀올지 모르잖는가.
***
장장 13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
행군하기에 꽤 먼 거리이나.
펑위샹은 허투루 거짓을 지어내는 자가 아니었다.
펑위샹의 직계부대인 제11사단은 정확히 3일째 되는 날 밤에.
베이징 외곽에 도착하였다.
“성문이 보입니다···!”
“들어가자.”
성곽은 고요했다.
경비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펑위샹은 안도감과 위협감을 동시에 느꼈다.
수비군이 없다는 사실은 전투를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므로 다행이지만.
동시에 육군부 장관이 역모의 마음을 품었을 때, 그 파장이 미칠 범위에 대해서는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베이징 진공의 직접적인 걸림돌은 두 사람.
즈리 독군 왕정빈과 베이징 위수사령관 쑨웨다.
펑위샹은 삼일 전 있었던 최종 작전회의에서 두 사람 모두를 목격한 바 있다.
중화민국의 수도를 방어해야 할 지휘관 두 명이 쿠데타에 합류하였는데.
바로 그 쿠데타를 이끄는 수괴가 육군부 장관이니.
이미 베이징은 넘어간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아직 펑위샹, 자신이 남아있다.
한신도 예측하지 못하고 깜박 당할 뻔한 우페이푸의 반란.
그것을 저지한 한 명의 기독교 장군!
다가올 영광에 도취하여, 펑위샹은 피가 끓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화르르!
삽시간에 성곽의 가스등이 켜지며 수백에 가까운 총구가 튀어나왔다.
언제든 점화할 수 있게 박격포까지도 포신을 높이 세우고 있었다.
이제 막 선두 부대가 성문을 통과한 참인데.
매복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대응이 가장 취약할 순간을 노렸다.
당황한 병사들이 소총을 꺼내고, 검을 붙이고, 장전하느라.
고요했던 사위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대기해! 경거망동 하지 마라!”
펑위샹은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보이는 병력은 그리 많지 않다.
공격할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기관총을 수백 발은 갈겼을 터.
베이징 성문은 위수사령관 쑨웨의 관할이니.
그가 배신한 것인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했다.
“쑨웨! 이게 무슨 짓이냐! 숨어있지 말고 나오너라!”
쑨웨는 나타나지 않았다.
성곽 위의 병사들은 귀신이라도 되는 양 미동이 없었다.
눈썰미 좋은 펑위샹은 그들의 자세가 게을러빠진 베이징 수비대라기에는 지나치게 꼿꼿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때,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말한 자는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나는···.”
순간 펑위샹은 망설였다.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혹시 쑨웨가 당한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잘못 말했다가는 자신도 당한다···.
그게 아니면 우페이푸가 배신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처리하려는 건가?
설마···. 그렇게까지 용의주도한 자가 아닌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 뛰며 식은땀이 났다.
대답을 잘해야 한다.
펑위샹은 성호를 그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허난 독군 펑위샹이오.”
“···허난 독군이 베이징에서 뭘 하는 거지?”
상대는 누구랑 회의라도 하는지.
간단한 대화에도 대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훈련 중이오.”
“무슨 훈련?”
“날씨가 선선하고 딱 좋으니, 병사들과 함께 행군하였소. 베이징 시내에서 보급을 보충하고 내일 다시 출발하려 하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말이 안 된다.
대화를 나누며 펑위샹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고도로 집중을 하였다.
병사들 틈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목소리를 통해 유추하건대.
위수사령관 쑨웨는 아니다.
대신 굉장히 젊은 남자다. 목소리에 앳된 기가 남아있다.
심지어 가녀리게 떨고 있어 잔뜩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하는 말은 핵심만을 딱딱 전하는 까다로움을 지니고 있다.
펑위샹은 승부를 걸기로 했다.
자신 뒤에 3만의 부대가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됐소이다. 나는 시내에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소.”
펑위샹은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몇 발짝이나 갔을까.
“멈춰라!”
고함과 함께, 성벽 위에서 하늘거리며 문서가 한 장 떨어졌다.
“거기 적힌 걸 읽을 수 있겠는가?”
허리를 굽혀 문서를 집은 펑위샹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자신이 만든 암호다.
펑위샹은 품에 늘 지니고 다니는 성경을 꺼냈다.
순식간에 암호를 해독하여 소리내어 읽었다.
“깃으로 덮어 날개 아래로 피하라···. 진실함이야말로 방패가 될 것이니···.”
살짝 다르긴 하지만, 성경의 구절이다.
펑위샹은 그제서야 지금까지의 상황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폐에 바람을 가득 넣고 크게 외쳤다.
“양호 독군! 거기 계시오? 허난 독군이 왔소! 함께 우거인을 격퇴합시다!”
암호를 이용해 자신에게 이런 내용을 전할 사람은 한신밖에 없다.
서로 의심하지 않고, 진실하게 대해야 서로가 서로에게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
펑위샹은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리더니 성문 아래로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한신이 아니었다.
“총사령관님은 여기 안 계십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껏 대화해 왔던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볼품이 없다.
군인도 아닌 것 같다.
펑위샹이 다시 말하려는 순간.
“직접 인사드리겠슙니다. LN군 제3군을 맡흔 발터 모델입니다.”
청년의 뒤에서 나타나 서툰 중국어로 말하는 자는 독일인이었다.
한신이 독일인들을 높은 자리에 기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으나.
직접 마주하니 놀라움이 컸다.
“저 청년은 통역이고. 내가 지금껏 이야기한 상대는 당신이로군.”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펑위샹의 부대는 베이징에 입성하여 군장을 풀었다.
누가 누굴 배신했는지 알 수 없는 극도의 혼란 상황에서.
유혈사태 없이 공화군에 합류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쑨웨는 어떻게 됐소?”
“쑨웨?”
“베이징 위수사령관 말이오.”
“그는 감옥에 있습니다.”
발터 모델은 이야기하면 할수록 품위가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또한 기독교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얘기가 더 잘 통했다.
“진실함이 방패라는 암호, 당신이 만든 것이오?”
“만든 것은 접니다만, 지시는 총사령관이 하셨습니다. 성경의 구절을 고르면 더욱 좋아할 거라더군요.”
“사실이오.”
“총사령관께서 말씀하시길 허난 독군과 협력하라고 하셨지만, 귀하가 진정 허난 독군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잘하셨소.”
“또한 총사령관께서···.”
다만, 말끝마다 총사령관을 언급하는 것이 약간은 거슬렸다.
한신을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밤이 가기 전에.
펑위샹은 베이징의 수비로 화제를 돌렸다.
이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 중에는 우페이푸의 군대가 들이닥칠 거다.
모델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작전을 하나 짠 것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러겠소.”
“가제로 독수리 방어작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둥지를 지키는 어미 독수리의 모습에서 따 온 것입니다.”
막힘없이 이어지는 모델의 설명을 들으며.
펑위샹은 이상하게 심통이 났다.
모델을 수하로 둔 한신이 부러웠다.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하여, 화력과 기동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공세로 전환합니다. 독수리가 뱀을 쪼듯이, 적을 섬멸할 겁니다.”
“하지만, 그건 방어전이 아니지 않소?”
“아니오. 최선의 방어는 적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건 공세적 방어 작전입니다.”
펑위샹은 군문에서 구르며 지금껏, 스스로를 아둔하다고 여긴 적이 없었으나.
이때만큼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이징 방어는 공화군이 도맡으시오. 제11사단은 뒤에서 지원하겠소.”
독수리의 방패2
날이 밝자.
베이징 거리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한에서 먼저 올라온 공화군이 북적이는 와중에.
전날 새로 나타난 펑위샹의 제11사단까지 합세하자, 베이징은 전쟁의 공포에 휩싸혔다.
우페이푸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우거인이 베이징을 집어삼키러 온다!”
“반란이다! 반란이야! 여자와 아이는 대피해라! 약탈범들이 몰려온다!”
“버, 벌써 온 거 아냐?”
“히이익!”
거리의 소란을 들으며 펑위샹은 걸음을 옮겼다.
제11사단의 병사들이 그를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