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85
한신은 뭐가 문제냐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후스는 어째 멍청한 질문을 한 느낌이 들어 얼른 말했다.
“성의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교수님도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자리로 돌아오자, 루쉰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스는 가슴속에 휘몰아치는 기이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였다.
“기억나십니까, 선생님? 베이징대에서 한신과 만났을 당시 선생님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자리에서 거머쥔 권력을 포기하고 내려올 수 있는 자가 진짜 영웅이라고 말씀하셨었지요.”
“확실히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지.”
“당시 저는 중화민국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부정하였습니다만···.”
후스는 단상 위를 올려다 보았다.
질의 응답을 마친 한신이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진짜 영웅의 조건은 어떤 위대한 대업을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백만대군을 통솔하든, 백개의 나라를 정복하든.
그건 야망과 탐욕으로 가득 찬 인간이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정점에서 박수를 받을 때,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는 흔치 않다.
아니, 그냥 없다.
중국 역사에서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랬다.
후스는 중얼거렸다.
“이 순간,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대영웅의 탄생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대군벌 시대
당초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는 이틀 만에 종료되었다.
군벌 해체라는 화두에 회장이 난장판이 되었던 것이다.
리위안훙은 대뜸 고함을 질렀다.
“자식아! 그런 폭탄을 터트리려면 미리 언질을 주었어야 하지 않냐!”
“드렸잖아요.”
“언제?”
“직원들하고 불꽃놀이를 하던 날에, 모조리 말씀드리고 동의까지 얻었는데···. 기억 안 나십니까?”
“그랬나?”
리위안훙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거, 전설의 주당께서 무슨 수칩니까. 맥주는 술이 아니라고 큰소리칠 때는 언제고.”
“아니, 그게. 소주나 고량주를 안 먹고 맥주만 마시니까 주량이 점점 약해지는 거 같아.”
“약해지면 좋지요. 나이도 있으신데 줄이세요.”
“야, 안 되겠다. 오늘 저녁부터 다시 단련에 들어간다. 소주를 100병쯤 준비할 테니, 너도 와라. 한신.”
“일 없습니다.”
그대로 나가려 하자.
리위안훙이 불쑥 손을 내밀어 나를 잡았다.
“괜찮겠냐?”
“뭐가요?”
“너는 전국에 대고 선전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게 되었어. 군벌 놈들이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주면 다행이지만. 만약 자기들끼리 연합하여,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기라도 하면···.”
말끝을 흐리는 리위안훙은 진심으로 날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전쟁을 한 번 더 하는 거지요.”
“나는 그놈이 신경 쓰인다.”
“누구요?”
“우페이푸. 지금 어디 숨어서 무슨 수작을 꾸미는 중인지···.”
리위안훙의 말대로.
우페이푸는 마치 증발해버린 것처럼 흔적이 없었다.
여러 달에 걸친 베이징 공방전에서.
공화군과 즈리군, 양측이 입은 피해는 경미했다.
사령부의 부재로 인해 상당수 즈리군이 투항해오긴 했으나.
그 수는 1만에 못 미치는 정도.
즈리군의 저력은 허난성 뤄양에 여실히 살아있었다.
“만약에라도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오는 군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반역자 우페이푸일 거다.”
“그리된다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줘야지요.”
다시 총통부 집무실을 나가는 문고리를 잡았을 때.
리위안훙이 조용히 말했다.
“너를 믿는다.”
***
공청회가 끝나고.
일주일간은 리위안훙이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독군의 폐지와 문민통제가 정부 입장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었으나.
다른 누구도 아닌 한신의 입에서 나왔기에 이미 정부와 상당 부분 얘기가 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떠돌았고···.
그건 사실이었다.
언론에서 연일 설전이 벌어졌다.
푸젠성의 독군인 쑨촨팡은 기고문을 투고하여 정부를 거하게 성토하였다.
「군현제는 시황제 시절부터 중국 역사와 함께해온 제도이다. 군수와 총독, 도독 등으로 명칭은 바뀌어 왔으나 그 성격은 한결같이 군주가 임명한 관리라는 것이다. 지금의 성장과 독군 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일찍이 남방의 변란을 평정하여 중앙정부로부터 인정받았고, 대총통의 날인이 찍힌 임명장을 직접 수령하였다.
내가 푸젠 독군으로 부임한 지 삼년 만에 가난했던 푸젠성은 강남의 제일가는 노른자위가 되었다. 그런 푸젠성을 부러워하여, 저장성과 장시성 등에서는 은근히 푸젠과 같은 정책을 펴주기를 원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아무런 근거 없이 나를 군벌 무리로 매도하며, 기껏 일궈놓은 땅에서 내쫓겠다는 것은 정부 권력의 지나친 횡포이다. 과연 공화주의를 근본으로 삼는 국가의 가치에 어울리는 처사인가···.」
쑨촨팡을 시작으로.
광시성의 리쭝런도 불만에 가득찬 의견을 내었다.
「광시성은 줄곧 소외받아왔다. 정부의 재원이 투자되는 곳은 대개 베이징과 우한 주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독군제를 폐지하고 모든 군사력을 중앙에 집중시킨다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산시성의 옌시산은 처음엔 조용한 듯 하였으나.
하나둘 목소리를 내는 군벌들이 늘어나자.
그에 편승하여 구구절절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산시의 성장과 독군을 겸하게 된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처음과 같습니다. 바로 산시의 발전이지요. 저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산시의 재원만으로 학교를 짓고 공장을 세웠습니다. 은행과 군대도 만들었지요.
높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산시를 사람들은 어렵게만 봅니다. 산시인들은 태도가 쌀쌀맞아 깊이 사귈 자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세간에 떠돕니다. 그러나 산시인의 차가움은 누구보다 신용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입니다. 이런 이해 없이 누가 산시의 경제와 문화에 적합한 정책을 펼 수 있겠습니까? 산시성 오대현 출신인 저같은 사람이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독군제는 연성자치를 위해 폐지해야 할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할 제도입니다. 지방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일부러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습니다. 산시성의 성장이자 독군으로서, 저 옌시산은 공화정부의 입장이 담긴 이번 사안에 큰 유감을 표하며. 다시 한번 숙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초반에는 예의를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던 군벌들이 갈수록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특히 앞장선 자는 쑨촨팡이었다.
그는 푸젠성뿐 아니라 인근 성의 독군들까지 선동하였다.
「근래에 논의가 자꾸 심화되는 것을 볼 때, 본인은 의심스럽다. 공화정부는 진심으로 전국 각지의 독군들을 적으로 돌리려 하는가? 지금껏 개처럼 정부에 충성하였는데, 돌아오는 것이 고작 팽당하는 일이라면.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끓는 물속으로 들어가, 익어버릴 개새끼가 과연 있을까? 경고하겠다. 중앙정부는 지방과 싸우려 들지 말라···.」
은근한 충고 사이에.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협박이 숨어있었다.
장쭤린과 우페이푸를 제외하면.
현시점에서 가장 큰 세력은 남방의 쑨촨팡.
나는 그를 새로운 적으로 점찍었다.
만슈타인을 불러 작전계획을 짜라고 거의 지시를 내릴 뻔했다.
그러나 오후 늦게 기별이 하나 들어왔고, 그럴 이유가 사라졌다.
“사령관님.”
“이제 사령관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그러네.”
“아, 예. 손님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찌해야 할지···.”
내 밑에서 갖은 풍파를 겪어온 리페이양이 당황해할 만한 일이 뭘까.
“손님이 누군데?”
리페이양이 말없이 배첩을 하나 내밀었다.
힘 있고 웅혼한 필체.
펜이 아닌 붓으로 쓴 글씨였다.
「안녕하시오. 쯔위요. 무쌍장군께 긴밀히 드릴 말씀이 있어 직접 방문하게 되었소. 여기까지 온 이상, 나의 처분은 장군께 달렸소. 그러나 마지막 부탁을 드리건대, 직접 대면하여 말씀을 올릴 수 있게 허락해주시오. 그 다음에는 사내대장부답게 어떤 처분이든 달게 받겠소이다.」
쯔위는 우페이푸의 자(字)다.
나는 리페이양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저 밑에 지금 우페이푸가 와 있다는 거냐?”
“···그런 듯합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그런 듯하다는 건 또 뭐냐.”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들라 할까요? 아니면 곧바로 체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육군부의 장관으로서.
중앙군을 사사로이 운용하여 베이징에 총구를 들이민 우페이푸의 죄는 무겁다.
그러나 초반의 기세만 대단했지.
곧바로 펑위샹에게 배신당해 베이징에는 입성도 못해보고 외곽에서만 맴돌았으니.
그게 차라리 우페이푸에게는 다행이었을까.
실제로 중국에 끼친 해악 자체는 미미했다.
무엇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대화를 하겠다고 찾아온 자를 밀쳐낸 적이 없다.
“올라오라 해.”
“예.”
잠시 후.
밖에서 투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나타난 자의 모습을 보자 나는, 리페이양이 우페이푸가 확실한지 잘 모르겠다고 한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했다.
처음에는 프랑켄슈타인이 걸어들어오는 줄 알았다.
우페이푸는 그대로 성큼성큼 오더니 내 앞에 섰다.
그리곤 빳빳이 선 채로 경례를 올렸다.
나는 그의 행동이 뜻밖이라 보고만 있었다.
“대면을 허락해주어 감사하오.”
“꼴이 말이 아니군. 무슨 일이 있었나?”
“···조금 다쳤을 뿐이오. 지금은 괜찮소.”
우페이푸는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은 상태였다.
붕대가 목까지 이어진데다 손목에도 빼꼼히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전신을 붕대로 도배한 모양이었다.
“죽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니라 다행이야.”
“날 걱정해주는 거요?”
“그래.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있기를 원하잖아.”
“나는 반역을 저질렀소.”
“그래. 그리고 여전히 한 명의 사람이지.”
자리에 앉은 우페이푸가 모자를 벗었다.
그리곤 뒤통수에서부터 붕대를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드러난 그의 상태는 처참하였다.
곳곳에 난 상처가 짓물러서, 살짝 누르면 당장이라도 고름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뻘겋게 변한 화상 흉터는 완치가 불가능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포탄 파편에 휩쓸린 건가?”
“엄밀히 말하면 지뢰였소. 멋도 모르고 선두에서 돌격하다 그대로 황천길을 경험할 뻔했지.”
“모델이란 친구가 꽤 영악하거든. 힘으로만 상대하려들면 뭔 짓을 해도 안 될 거야.”
“맞소이다. 이번 전쟁을 통하여 뼈저리게 깨달았소.”
한동안 방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팔을 걸치고 앉았다.
우페이푸가 본론을 꺼낼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후···.”
문득 우페이푸가 폐부에서 토해내는 것 같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꿈이 있었소.”
“꿈이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건데.”
“외세가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중국을 세우고 싶었소. 군사력을 바탕으로 어떤 외교적 압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중국 말이오. 그러나 야망은 나를 자꾸만 급하게 몰아세웠고. 종래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바 없는 반란의 길에까지 들고 말았소. 그 벌을 받았는지, 이 꼴이 되었지···.”
처음에는 곤죽이 된 피부에만 신경이 쓰였으나.
차츰 익숙해진 나는 우페이푸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 푹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패기가 넘치던 우페이푸가 아닌.
쯔위라는 다소 여성스러운 예명을 가진 한 남자가 자신의 실패를 토로하고 있었다.
“당신의 방식은 틀렸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가 돼버렸다고. 군사력만으로 패권을 차지하려 들다가는 전 세계와 전쟁을 벌여야 할 거야.”
“···맞는 말이오. 만주에서 벌어졌던 사변은 만약 나였다면 절대로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을 거요. 일본과 사생결단을 내기 위하여, 전 중국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갔겠지···. 그러나 무쌍장군께서는 서구권 국가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 도리어 일본을 외교로 압박하였소이다. 그게 군사력과는 또 다른 힘이라는 거겠지.”
우페이푸가 하는 말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었다.
일단, 당시 나는 일본과 전면전까지 각오했지만, 미국의 압력에 의해 만주의 위기가 조기 종료되었고.
오히려 나름 활약한 쪽은 리위안훙을 비롯한 중화민국 외교부.
나는 별로 한 일이 없다. 그러나 우페이푸 앞에서 그 점을 굳이 지적하여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 불거진 군벌 해체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보았소. 일찍이 공자께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군(軍)이 아닌 민(民)이라 말씀하셨으며. 통치방식은 예(禮)로서 가능하다 하였으니 무쌍장군이 말한 법도가 바로 그러하오.”
왜 이리 빨아주지?
지금껏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심산이었는데.
슬슬 우페이푸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천안문 공청회는 기사를 통하여 흥미롭게 접하였소.”
“오호.”
“또한 독군제의 폐지와 문민통제를 둘러싸고 많은 독군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소.”
“전 육군부 장관의 고견은 뭔가?”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소. 사실 내가 오늘 헌병의 감시를 피해 몰래 장군을 만나러 온 이유가 바로 그 일 때문이오.”
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리고 우페이푸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공식용어는 아니지만 일명 즈리파라 불리는 거대 파벌이 있지. 나는 오랫동안 그 즈리파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지금은 수장으로 불리고 있소. 그러나 장군의 식견대로 중국의 발전을 위해 군벌은 없어져야 할 적폐. 최소한 내 지휘하에 있는 즈리파의 군병들은 중화민국에 모두 반납하겠소.”
이게 웬 떡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