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66
이래서 새끼 귀신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되는 거다.
방치하면 부모 귀신을 불러오니까.
지금까지의 전투가 훈련 규모였다면.
홍군의 합류는 그 규모를 전쟁 수준으로까지 키우게 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였던 쑨촨팡은, 처음으로 겨드랑이 밑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또다시 해상 페리에서와 같이 물어오는 미쓰이의 일본인.
반란이 터진 이후, 경제고문역을 자처하며 쭉 쑨촨팡 곁에 머물고 있었다.
이번에도 쑨촨팡은, 빨치산 활동을 벌이던 공산군이 푸저우에 들어왔음을 알려주었다.
“그렇습니까? 큰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일본인은 쑨촨팡이 위기에 처할수록 묘하게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쑨촨팡은 금방 해결될 거라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나 토치카 방어선을 크게 우회하여 후방에서 홍군이 공격해 들어왔을 때.
겨우 병력을 꾸려 반격을 가하자 홍군은 달아나 버렸고, 지나치게 깊숙이 따라들어간 추격군이 모조리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지속되는 선전 활동으로 저장성에서도 홍군의 외침에 화답하는 반란군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그때마다 일본인은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물었고.
마침내 쑨촨팡은 고백하였다.
“솔직히 내 힘으로는 어렵겠소. 도움을 받고 싶소.”
“얼마든지요.”
일본인은 비로소 미소를 숨기지 않고 활짝 드러내었다.
“먼저 미쓰이물산의 재산으로 조건 없이 10만엔을 융통해드리지요. 당장 용병대 1개 사단을 꾸릴 만큼은 될 겁니다.”
“고맙소.”
“2차로 상황이 위급해지면, 본국에 요청하여 황군을 직접 파견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민간회사가 그런 것까지 가능하오?”
일본인은 자부심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미쓰이 그룹은···, 보통의 민간회사가 아니니까요. 미쓰이가 곧 일본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직접 행동을 원하십니까?”
“그건 조금 고려해봐야겠소.”
“예. 큰일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요.”
쑨촨팡은 알고 있었다.
충분히 큰일이다.
자그마치 3개 대군벌이 연합한 국민혁명정부도 빨갱이 연놈들을 근절하지 못해 골치를 썩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한적한 화남에서, 자신 혼자 홍군을 상대하는 것은 힘에 벅찰 것이 분명하다.
그에 따라 국민정부에 원조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귀하가 온 중국에 퍼트린 아편 매매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지원군을 보내겠소.」
아편은 쑨촨팡이 군벌 해체의 차가운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연료였다.
지하에서 힘을 응축하며, 다시금 일곱 신군벌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서게 만들어준 고마운 물건이었다.
그 아편을 포기하라는 것은 쑨촨팡에게 자살을 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유일하게 기댈 곳은 일본.
그러나 일본의 도움을 받는 것은 중국에서는 거의 금기시되어 있었다.
대륙을 휩쓰는 중화민족주의의 열풍을 잘못 거슬렀다가는,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혀 교과서에나 실리게 될 터.
아직도 반일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위안스카이의 초상화가 찢기는 판인데.
누가 그리되길 원하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살아남은 다음의 배부른 소리지.
여기서 죽으면 말짱 꽝이다.
푸저우의 운명을 건 시가전.
자그마치 8시간에 걸쳐 쉴 새 없이 기관총이 불을 뿜어내었지만, 결국 쑨촨팡군은 패퇴하여 물러나야 했다.
푸저우를 장악함으로써, 푸젠성 일대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홍군은 곧바로 정부수립을 발표하였다.
국명은 중화소비에트공화국.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법과.
사유재산 철폐의 경제법.
생산수단 공유화의 노동법까지.
3개의 근본강령으로 세워진 국가.
코민테른의 형제국이었다.
“이로써 중국에만 사회주의 정부가 두 개나 세워졌군요. 각하는 괜찮으십니까?”
푸젠성을 공산당에 내주고 패주하는 차 안에서 쑨촨팡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따라다니는 일본인이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신처럼 느껴졌다.
“안 되겠소.”
“뭐가요?”
“2차 도움이 필요하오.”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장성의 근거지에 도착하여, 미쓰이의 일본인이 전화를 걸자.
잠시 후, 쑨촨팡은 한 인물과 연결이 되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요.”
“쑨촨팡이오.”
“허락한다면, 다음 달에라도 개입이 가능하오. 사회주의의 확산을 바라보는 자유 진영의 심사가 편치 못하오. 중국이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본국이 도움을 줄 수 있소.”
실상 사회주의 저지는 구실에 불과하고, 중국을 집어삼킬 야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쑨촨팡이었지만.
다른 무엇에 앞서, 자신의 권역이 붕괴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만약 개입한다면, 전함을 보낼 거요?”
“본국은 육전대를 포함한 상륙작전을 고려하고 있소. 사건이 발발한 푸저우시는 해안으로부터 멀지 않으며, 강폭이 넓은 민장강은 군함의 운항도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소. 정예를 투입하여, 단번에 끝낼 작정이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일은?”
“없소. 지켜보기만 하면 되오.”
시라카와 장군은 마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푸저우 공략 계획을 술술 풀어 놓았다.
일사천리로 합의가 되었다.
“일단 그리 알고 있으시오. 이쪽에서도 천황 폐하께 재가를 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작전은 통과될 거라 믿어도 좋소.”
시라카와와의 통화가 끝나자 미쓰이의 일본인이 열렬히 손뼉을 쳤다.
축하를 받으며, 쑨촨팡에게 밀려드는 감정은 놀랍게도 속시원함이었다.
사신처럼 느껴지던 일본인이 이제는 수호신 같다.
일본육사를 나온 자신이 잘 안다.
일본군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걸.
쑨촨팡은 죄책감이 들지 않는 자신에게서 어떤 해방감을 느꼈다.
민족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일반적인 소시민들은 큰 결과를 가져올 결정을 내릴 때, 망설이고 두려워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 일쑤이지만.
자신은 다르다.
사람들의 비난을 개의치 않으며, 반공을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
“일본인들이 피부병이라면, 공산당은 심장병이야. 중한 병부터 고쳐야지.”
중국말로 중얼거리자, 일본인이 물었다.
“예? 뭐라 하셨습니까?”
“별거 아니오. 빨갱이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소.”
“저 역시 동감입니다. 같은 자본주의 동맹으로 일본과 중국이 함께 가야지요.”
푸저우를 빼앗긴 지 이 주째 되는 날.
쑨촨팡은 한 통의 전보를 받았다.
「작전의 허락이 떨어졌소. 작전군을 본인이 직접 지휘하게 되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푸저우에서 만납시다. 육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
푸저우 사변
외교의 달인 구웨이쥔은 머리에 기름칠을 하여 반질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나이인 걸로 아는데, 나보다 젊어 보였다.
나 같은 군바리가 야전에서 뙤약볕을 견디며 개고생을 하는 동안.
구웨이쥔 같은 외교 대사들은 턱시도를 차려입고 와인을 들이킨 덕이겠지.
불평할 생각은 없다.
그게 외교니까.
“각하께서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성취해서 돌아오겠습니다.”
괜히 외교의 달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특별히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치 오랜 심복인 듯 듣기 좋은 말로 착착 감겨온다.
“세간에는 각하의 용병술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저는 국제관계에서 힘의 이동을 조망하는 각하의 외교술 또한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차관께서 어찌?”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대전쟁이 끝나고 열린 파리 회의에 저도 따라갔었습니다. 당시 량치차오 장관께서 열강들의 카르텔에 부딪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을 때, 각하께서 뒤늦게 특사로 합류하셨지요. 그리고 요술이라도 부린 듯, 중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기적을 목격하였습니다.”
구웨이쥔도 파리강화회의의 수행원 중 한 명이었던 모양.
그나저나 아무래도 이자는 머리카락뿐 아니라 혀에도 기름칠을 한 것 같다.
혀가 비단뱀처럼 매끄럽다.
“각하라는 호칭은 그만두시오. 나는 참모본부의 일익(一翼)을 맡고 있을 뿐이니까.”
“헤헤. 어찌 그러겠습니까. 공화정부의 모든 권력이 각하께 집중되어있는 것을 온 천하가 다 아는데요.”
“됐다니까 그러시오.”
“알겠습니다, 장군.”
구웨이쥔은 결코 상관의 심사를 거스르는 자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신경은 내 비위를 맞추는 데 쏠려 있었다.
모스크바에 가서 중국의 권익을 어떤 방식으로 옹호할지에 대해 고민한다기보다.
내가 이번 모스크바 회의에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아내는 일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인 듯했다.
아무래도 이런 부하는 부담스럽지만.
그 열의만큼은 가상하여 쉬이 내치기 어려웠다.
이것이 구웨이쥔이 지금껏, 부정부패가 만연한 베이징 정치판에서 살아남은 비결일 터.
“이번 모스크바 회의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요.”
대숙청 작업 중인 스탈린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데다, 최대 정적인 트로츠키까지 멀지 않은 내몽골에 버티고 있으니 전쟁을 길게 끌 형편이 아니었다.
공화정부 또한 중국이 조각난 상태에서, 동북에만 집중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중소전쟁은 양측이 가볍게 잽을 날리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남은 이야기는 양국의 총회의에서 합의하기로 했으므로, 나는 그 적임자로 구웨이쥔을 낙점했다.
“첫째, 전쟁의 촉발점이 된 중둥철도의 소유권 문제. 둘째, 트로츠키와 펑위샹의 제4인터내셔널 문제. 셋째, 소련의 중국공산당 후원 문제.”
첫째와 둘째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던 구웨이쥔.
셋째에 이르자 뜻밖이라는 표정이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공산당 문제를 거론하길 원하십니까?”
“당연하오. 현재 남방을 가장 어지럽히고 있는 세력은 마오쩌둥이 이끄는 홍군의 무리이며, 소련이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신 말대로 하면 온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소.”
“하지만···, 민감한 문제라 자칫 회의 자체를 어그러뜨릴지 모릅니다.”
명석한 친구.
그러나 조금 더 명석해질 필요가 있다.
“중둥철도는 돈 문제일 뿐이고, 제4인터내셔널은 내전에 불과하오. 하지만 소련이 중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을 획책하는 이상,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 차관은 그걸 원하시오?”
“물론 아닙니다.”
“나는 얼마 전에 국제연맹 위원들과 만나 대담을 나눴소.”
구웨이쥔의 눈빛이 빛났다.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런 얘기가 떠돌더군요.”
“국제연맹은 중국의 내전을 염려하더군. 하지만 그 저의는 중국 국민들의 목숨을 아껴서가 아니오.”
“그럼 왜입니까?”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두려워하고 있소.”
구웨이쥔은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2차 대전쟁이요? 그런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난단 말입니까?”
“지금으로서는 예측일 뿐이지.”
“하지만···, 누가 누구와 싸운단 말입니까? 독일은 이제 자유 진영의 소속이고, 오스트리아와 오스만은 해체되었잖습니까.”
“대전쟁이 끝나고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을 해 온 나라가 있잖소.”
말뜻을 알아차린 구웨이쥔.
필사적으로 중얼거렸다.
“허, 아니요. 중국은 예로부터 대국이었는데, 어찌 그런···. 적국이라고 해봐야, 체제가 다른 소련이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일제가 만몽을 노리는 정도. 최근 대공황의 여파로, 미국이나 영국과의 교류가 뜸해지긴 했지만요. 독일과의 군사협약도 기한이 만료되어 갱신해야 되고···,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특별히 사이가 가깝진 않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고. 굳이 따지자면 황화론으로 해서 적국에 가깝긴 합니다만···.”
쉴 새 없이 지껄이던 구웨이쥔은 문득, 자기 말에 스스로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죄다 적이군요.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요?”
이것은 필연적이다.
중국이 그저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불쌍한 국가이던 시절에는 관대하기 그지없던 서방의 강대국들.
그들이 돌보던 아이가 태생이 거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자 자기네 마을이 짓밟힐까 뒤늦게 염려를 하고 있다.
“차관,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중국은 지금 중요한 시점을 지나고 있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강대국으로, 패권국으로 나아갈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오. 지금은 중국의 부상(浮上)을 인정할 수 없기에 수많은 견제가 들어오지만, 중국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면 그들의 태도가 바뀔 거요.”
“어떻게 말입니까?”
“유명한 격언이지.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예···?”
“중국이 가는 길을 훼방 놓으려던 국가들이, 중국이 가는 길을 뒤따르는 날이 올 것이오.”
구웨이쥔은 숨을 죽이고 가늘게 떨었다.
베이징의 호텔 방에서 만난 후, 처음으로 내비치는 진심이었다.
“···그런 날이 오겠습니까?”
“올 거요. 내가 그리 만들 테니까.”
“역시, 아무래도 각하가 맞습니다.”
나는 구웨이쥔에게, 보안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향후 나아갈 공화군의 대전략을 설명해주었다.
“당장에 전 지구적으로, 내재된 불만들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오. 어딘가에서, 어떤 사소한 일로 점화된 불씨가,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화마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이오. 하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여 부조리를 방치하고 미루기만 하여서는, 종래에 더 큰 일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뿐이오. 나는 공화정부의 전쟁권을 얻은 순간 맹세하였소. 이 모든 부조리를 다 타파할 때까지 멈추지 않기로.”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
“닥치고 내 말이나 들으시오. 그간 중국은 공산당을 잡는답시고 전국의 산맥을 온통 뒤지면서도, 정작 그들의 자금원이 되는 소련에는 감히 책임을 묻지 못하였지. 코민테른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공산당은 절대 박멸되지 않을 것이오. 차관은 모스크바 회의에서 이점을 확실히 따져주시오.”
구웨이쥔은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