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308
“···.”
나는 대답 없이 장제스를 보았다.
몇 모금 만에 담배가 꽁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중정, 나는 열려 있다. 이쪽으로 건너오고 싶으면 지금 말해라.”
꽁초를 입에 문 채, 장제스가 말했다.
“가.”
나는 그대로 호텔을 빠져나왔다.
***
중화통일전선의 사령부로 돌아온 나는 곧장 허잉친을 호출하였다.
15분 이내에 나타난다면, 두 팔을 벌려 포옹해주려 했다.
30분 이내에 나타난다면, 악수를 하며 베이징을 지킨 공을 치하하려 했다.
1시간 이내에 나타난다면, 고개를 끄덕여주며 의심을 없던 일로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5시간이 지나도록 허잉친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해온 말에 의하면 병이 났다고 했다.
“병은 얼어 죽을! 들통난 것 같으니, 숨어버린 겁니다! 당장 군사경찰을 풀어 잡아들여야 합니다!”
다혈질의 우페이푸가 호통을 쳤다.
“그럴 수는 없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증거라 해봤자, 장제스의 애매모호한 말뿐이야. 게다가 그놈이 실토를 할 리도 없지.”
“제까짓 게 뭡니까! 일단 잡아들여 족치면 알아서 불 겁니다! 감히 국사무쌍에게 반기를 들다니!”
가장 크게 반기를 들었던 사람이 우페이푸 너잖아···.
서로 친구가 되었다가, 적이 되었다가, 친구가 되는 어지러운 군벌시대.
허잉친도 비슷한 테크트리를 밟는 것일까.
“베이징의 모든 군부대가 녀석의 소관이다. 놈이 진정으로 역심을 품었다면, 사실 이건 말이 안 돼.”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말을 곱씹다가 내뱉었다.
“일단 후퇴한다.”
“예에?”
“예감이 좋지 않아. 우한으로 돌아가야겠다.”
중일전쟁을 수행한 대부분의 공화군 병력은 후베이성과 후난성, 안후이성에 적을 둔 병사들.
지금은 휴가를 즐기며 상당수가 고향으로 돌아가 있다.
다시 군대를 일으키려면 적어도 3일은 필요하다.
“아직 전국평화회의가 진행 중인데···.”
“그깟 회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거기서 결정된 사항은 단 한 가지도 실행되지 않을 거다.”
바보처럼 눈을 깜박이는 우페이푸.
지금부터 천하 통일 전쟁에 들어간다고 알려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는 일반적인 루트가 아닌, 동쪽 해안을 타는 철도를 탔다.
목적지와 승객을 알리지 않고 한신 특공대의 경호 아래 비밀스러운 탈출을 감행했다.
우페이푸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우리가 베이징을 나온 지 17시간이 지났을 무렵.
라디오의 전국 방송을 통해 냉엄한 음성이 송출되었다.
“아아, 반복한다. 이것은 혁명도 반란도 아니다. 중국의 정상화 작업이다. 한신은 그동안 중앙군과 내각을 불법적으로 전횡하고 독재를 감행해왔다. 국군이 피를 흘려 얻은 대가를 스스로 포기하는 식의 기괴망측한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듣자마자 알아차렸다.
허잉친의 목소리였다.
“중국인을 칭하되, 중화를 부정하는 자를 어찌 중국인으로 받아들이겠는가. 본관은 구국의 결단으로, 한신에 의해 억눌려있던 정치범들을 해방하고 의회를 안정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특별참모를 칭하며 중국을 어지럽힌 역천의 수괴뿐이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한신은 양심이 있으면 스스로 책망하고 하야하라. 반복한다, 이것은 중국의 정상화 작업이다···.”
혓바닥이 길지만, 그냥 쿠데타다.
중국에서 달에 한 번씩은 꼭 일어나는 흔하디흔한 쿠데타.
단, 수도 베이징에서 발생했다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할 뿐.
나도 비슷한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했으니, 허잉친을 뭐라 할 자격은 없다.
수도방위군의 총부리를 돌린 허잉친은 미리 훈련이라도 한 듯 신속하게, 만 하루 만에 베이징과 톈진의 양대 도시를 점거하였다.
그러나 골때리는 일은 여기서부터였으니.
공교롭게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국평화회의에는 수십 명의 내로라하는 군벌들이 참석해있었다.
허잉친은 그들이 가진 수백만 군부대의 목숨을 담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허잉친이 대군벌로 우뚝 서는 건가?
그럴 리가 있나.
허잉친은 주도적으로 일을 벌일 그릇이 아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뒤에 있다.
장제스든, 펑위샹이든, 옌시산이든···.
모두와 함께 인질로 잡힌 것처럼 연기하며, 실제로는 허잉친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범인은 그 안에 있달까.
내가 허잉친을 붙잡아 쿠데타를 저지하기보다, 일단 베이징을 빠져나온 것이 그래서였다.
적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으니까.
“장군 덕분에 살았습니다!”
라디오를 듣자마자 찾아온 우페이푸가 한동안 나를 찬양해댔다.
한참을 껑충한 키로 우리 집 문틀에 부딪칠 것처럼 야단법석 끝에, 그가 다시 물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여부가 있나.
“군에 복귀 명령을 내려라.”
“오···. 그러면···.”
“군벌전쟁이다.”
반한전쟁
“허잉친! 진정 자신 있느냐? 자금성이 폭격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큼지막한 배를 들이밀며 호통치는 사람은 펑위샹이었다.
그러나 단상에 선 허잉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른한 눈으로, 자리에 앉은 다른 군벌들을 훑어볼 뿐이었다.
“내가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이 허난성에 전해졌다! 트로츠키가 직접 사령관으로 취임하여 뤄양에 30만 대군을 집결시키고 있어!”
펑위샹이 계속해서 외치자, 그제서야 허잉친의 입이 열렸다.
“거참, 돼지 새끼 한 마리가 거하게도 울어대는군.”
“뭐, 뭐라고?”
“누가 재갈 좀 물려라.”
몇 명의 사내들이 우악스러운 팔뚝으로 펑위샹의 입에 쇠막대를 욱여넣었다.
펑위샹은 칠대군벌로 손꼽히는 거물.
그 같은 대접은 파격적이면서도 모욕적이라, 순식간에 강당 안이 조용해졌다.
“이제야 제대로 된 영웅들끼리 공사를 논할 수 있겠습니다.”
허잉친의 군대가 베이징을 접수하는 과정은 순탄하였다.
총알 몇 발이 빵야빵야된 것 말고는 순조롭기 그지없었다.
수도를 지켜야 할 방위군이 총부리를 돌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에 따라 전국평화회의를 위해 모인 수십 명 군벌들은 베이징에 발이 묶였다.
단번에 계엄이 선포되고 도시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되었으며 철도와 여객선은 운항을 중단했다.
군사를 동원하여 주요 군벌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포위한 허잉친은, 회의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그들을 불러들였다.
그렇게 모인 군벌들이었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장제스가 윽박지르듯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하고 끝내라. 허잉친, 네게 이런 억지 연극은 어울리지 않아.”
일부러 강하게 말했다.
그런데 펑위샹에게 보였던 단호한 태도와는 다르게, 허잉친은 한결 부드러운 어투로 대답했다.
“장 형, 너무 그러지 마. 나도 큰 결단을 내린 거란 말이야.”
“얼마나 대단한 결단이길래? 너는 언제나 우유부단한 녀석이었잖느냐.”
“흐···, 형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왜 모르겠냐. 일본에서 같이 공부하던 시절, 우리는 중국 유학생을 괴롭히던 상급생을 린치하기로 했었지. 휴가 나온 그 새끼의 뒤를 거의 다 따라잡았을 때, 너는 마지막 순간에 겁이 나 달아났어.”
뜻하지 않게 튀어나온 과거 얘기에 허잉친은 당황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놈에게 패거리가 있었잖아···.”
“그래, 그리고 나는 놈들에게 잡혀 뒤지게 처맞았지.”
“그때 내 이름을 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내게는 재갈을 물리지 않는 거냐?”
“그렇다기보다는···.”
턱을 매만지던 허잉친이 좌중을 향해 말했다.
“펑위샹을 제외한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중화의 가치를 지켜내는 거지요. 혹시라도 중국의 우수한 옛것을 되살려 부흥시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중국을 이롭게 한다는데 누가 반기를 들까마는.
장제스는 어째 입을 가만히 놀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펑위샹이나 마오쩌둥 같은 빨갱이들을 제외하고도 있지, 한 사람.”
“누구? 설마, 형이라는 건 아니겠지.”
“한신이 반대할 거다.”
“흐···, 한신···. 그자는 여기 없잖아.”
“어떻게 한 거지? 따로 처리한 건가?”
허잉친은 어깨를 으쓱했다.
“상상에 맡기지.”
“그 말은 놓친 거로군. 네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거야.”
“말했듯이, 상상에 맡길게.”
답변을 회피하는 허잉친.
그러나 장제스는 알 수 있었다.
한신은 베이징에 없다.
그 사실을 두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과거의 장제스는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한량이었다.
하지만 쑨원의 수하로 들어가 국민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서부터는,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한신에게 허잉친의 동향이 수상함을 알린 것은 오랜만에 그런 책무에서 벗어나서 한 행동이었다.
스무 살 시절의 장중정이 되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 것이었다.
“변죽은 그만 울리고, 이만 패를 까봐. 누구의 사주를 받고 움직인 거냐? 중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변란을 일으킨 주범이다! 뒤에 누가 있는 거냐?”
허잉친은 곤란하다는 듯 안경을 만지작거리다가 부하를 불러 속삭였다.
부하가 바삐 발을 놀려 나갔다.
허잉친이 말했다.
“별거 아니야. 단지 중요한 기로에 선 중국의 진보를 위해 나는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지금 들어올 사람은 그 여정에서 첫 번째로 포섭한 사람···.”
벌컥! 강당의 문이 열렸다.
한 젊은이가 펄쩍 뛰어 단상에 올랐다.
“바로 접니다!”
장제스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졌다.
장쉐량, 저 고아 새끼가 여긴 무슨 일이지?
“장 공자는 본래 동북의 책임자인데, 한신이 자신이 동북3성을 차지할 요량으로 공자를 좌천시켰습니다. 저는 믿을 수 있는 동북의 유력자분들과 접촉하며 동북의 분리를 막고 중국을 지켜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잠깐만, 분리라니···. 그건 또 뭔 소리지?”
“장 형. 몰랐어? 이 모든 사단은 한신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돼. 조선 민족이 오랫동안 만주의 넓은 땅을 노려온 것은 알지? 한신은 동북3성을 중국에서 분리해 자신의 조국에 선사할 작정이라고···!”
그렇게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장제스.
과하다 싶으면서도, 한신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한신과 십 대 때부터 알고 지냈어. 놈은 지금껏 중국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 모든 작업이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밑밥으로 작용하고 있단 말이야.”
“아냐, 녀석은 사나이다. 의리가 있다고.”
“언제부터 중국의 배신자를 대협으로 쳐주었지?”
“네가 할 말이냐, 허잉친! 너는 패싸움을 피해 도망쳤지만, 만약 그 자리에 한신이 있었더라면 녀석은 절대 달아나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나와 함께 끝까지 싸우다 죽으면 죽었지, 결코 비겁하게 등을 보이진 않았을 거라고!”
재차 옛이야기를 꺼내자, 허잉친의 표정도 험악해져 갔다.
상황을 정리한 것은 장쉐량이었다.
“자자, 영웅분들께서는 다투지 마시고. 천하의 풍운이 여기 다 모였는데, 천제께 못 볼 꼴을 보여드려야 되겠습니까? 저는 동북의 30만 군대를 통째로 중화를 지키는 데 바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 누가 제 뒤를 따르겠습니까!”
호쾌한 음성과 함께 장쉐량이 군도를 뽑았다.
높이 들어 올려진 칼날이 햇살을 받아 빛을 내뿜었다.
지나치게 과장되고 뜬금없는 동작이라 장제스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빠르게 물었다.
“당신의 뒤를 따라서? 대체 어디로 향한다는 거요?”
“당연히 한신의 목을 치러 가는 거지요!”
“국사무쌍을 죽이겠다고?”
“한신이 다른 속셈을 지닌 것을 천하의 영웅들이 다 압니다. 편견회의(編遣會議)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자기가 통솔하는 군대를 단 한 명도 줄이지 않으려 하지요. 이번 중일전쟁의 가장 큰 전리품인 조선 반도 처분에 관해서도 중국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기이한 주장을 합니다.”
아마도 여기서 한신을 가장 최근에 대면한 사람이 장제스 자신이리라.
마지막까지도 한신의 입장은 확고했다.
장제스는 크게 양보하려고 했다.
적어도 중화적 세계질서만 인정해준다면, 조선의 독립을 승인하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한신은 끝까지 조선의 완전한 독립을 말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이었다.
어찌 소국이 대국과 맞먹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