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38
열일하는 과금 기사 137화
그 이후의 과정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A-1 착점에 생겨난 던전을 클리어하고 공성전까지 완료. 그 자리에 고급 등급의 성을 지어 줬다. 솔직히 말하면 거기에 들어간 50만 원도 아까웠지만 미래를 향한 투자라고 생각해 참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완벽한 위치 선정이지.’
바둑판 좌표에서 A-1이란 어디인가? 그곳은 바둑판의 가장 아래쪽인 동시에 가장 좌측. 즉, 바둑판의 네 꼭짓점 중 하나이다.
즉, 최저 레벨.
리벤지를 처음 플레이할 때 드워프를 고르면 도착하는 튜토리얼 지역이다.
‘심지어 이곳은 음식 재료까지 떨어지니까.’
나는 고급 등급 성 가운데에 대형 분수까지 설치해 준 뒤 신성제국의 난민들을 그곳에 머물도록 했다.
영웅급은커녕 희귀급도 안 되는 고급 등급의 성채는 10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에 모자란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상관없다.
‘대부분 이그니션에 남으니까.’
염마왕이 제물을 사육하기 위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100만이 넘는 인원 모두가, 1년 넘게 머물렀던 훌륭한 도시를 단번에 버리고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시 대부분이 사막에 가깝지만, 그 중앙에는 제법 큰 규모의 오아시스도 있으니 한동안 지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물론 영원히 그럴 수는 없으리라.
‘헬하운드의 고기를 보급해 주던 마인들이 사라졌으니까.’
100만이나 되는 인원이 계속 살아가기엔, 결국 식량 문제가 발목을 잡을 터였다.
[멀끔한 벽돌성(고급)을 훌륭한 요새(희귀)로 업그레이드합니다!] [훌륭한 요새(희귀)를 완벽한 요새 도시(영웅)로 업그레이드합니다!]쿠구구구궁!
불꽃성의 성벽이 40미터까지 높아진다. 성벽 위로 버스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워지고 성벽 전체에 항마력을 가진 마법진이 그려진다. 성벽 사이사이에서 생겨나는 감시탑과 마나 포탑, 거기에 비축된 자원을 소모해 작동하는 자동 수복 기능까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보는 내 마음은 편치 않다.
‘아. 전설 성 세우고 싶은데.’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해당 성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예(300,000다이아), 아니오.]‘하, 시바.’
3천만 원. 수천억 원치 다이아를 가지고 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도저히 여유가 나지 않는 돈이다.
“이건, 정말, 그야말로…….”
한숨 쉬는 나와 달리 하모니가 자라나는 성벽을 보고 신음한다.
“신의 기적이나 다름없군요. 손짓 한 번에 이만한 성을 만들다니.”
“뭐, 이 정도로. 아이언 캐슬에 비하면 오두막에 불과하지.”
지금은 영웅 등급에서 그쳤지만 궁극적으로 이곳 역시 [기가스 랜드]가 될 것이다. 현재 아르데니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무력이기 때문이다.
온갖 놀거리로 가득한 놀이공원 타입, 매혹적인 이성들을 만날 수 있는 몽마 도시 타입, 회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오피스 센터 타입, 광활한 자연과 영물 등을 만날 수 있는 대수림 타입 등은 아무래도 아르데니아에서 그 효율이 떨어진다.
어차피 아르데니아의 모든 플레이어는 무과금.
다이아 벌이 건물 따위 사치에 불과하다.
“뭐 그래도…… 쓸 건 써야겠지.”
나는 다이아를 소모해 건물 하나를 지었다.
<2,000석 반원형 극장(고급)의 건설을 시작합니다!>
불꽃성 한쪽의 공터에서 무대 하나가 솟구친다. 지금껏 차분하던 하모니가 반색하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에! 이렇게 깔끔한 무대는 처음 봐요! 게다가 악기들까지!”
그녀가 날 듯이 무대 위로 올라간다. 무대에는 키보드와 전자 기타. 드럼 등 각종 악기가 세팅되어 있다.
띵~ 띵! 띵!
하모니가 키보드의 건반을 누른다. 그렇게 차례대로 죽 눌러 보더니.
딩~♬ 디디딩~~♪
즉석에서 한 곡 연주한다. 꽤 듣기 좋은 음이 퍼져 나간다.
“괜찮군. 제목이 뭐지?”
“지금 대충 만들어서 제목은 없어요. 그보다 이거 음정이 정말 깔끔하게 나오네요. 그냥 누르는 것만으로 이렇게 소리가 나다니 이런 악기는 처음 봐요!”
지금까지의 차분함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방방 뛰는 하모니의 모습에, 나는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머리를 갸웃거렸다.
“방금 연주했는데 이런 악기를 처음 본다는 건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해하거나 말거나 다른 배우들도 몰려온다.
“와! 바닥 재질 좀 봐! 넘어져도 안 다치겠어!”
“소리 울리는 것 봐!”
“무대 뒤쪽 공간도 엄청 넓고 깨끗해!”
“세상에! 샤워실이 따로 있어! 아, 아니 엄청나게 큰 거울이!”
작은 무대라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모두 만족하는 모양이다.
‘뭐, 의욕이 넘쳐 보이니 다행이군.’
솔직히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 아르데니아의 문학이 지구에서 인기가 없었듯 음악 역시 지구에서는 잘 먹히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꽤 괜찮았어.’
그리고 그렇다면 당연히 이들을 키워야 한다. 예술은 아르데니아에서 지구로 수출이 가능한 유일한 것이니, 문학에서 예술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나는 그레이트 홀 출신의 배우와 악단들을 뒤로하고 에드워드에게 책자 하나를 넘겼다.
“넌 이거나 외워.”
“……이게 뭔데? 아, 아니 뭔데요?”
“구십구광검세(九十九光劍勢). 극의에 이르면 빛으로 이루어진 구십구 개의 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학이다.”
신화 확정이라고 불렀지만, 그렇다고 녀석을 신관으로 키울 수는 없다. 괜히 신관 테크를 탔다가 본래 녀석이 접촉했을 외신과 만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솔직히 녀석이 검술에 재능이 있을지 마법에 재능이 있을지 정령술에 재능이 있을지 나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녀석이 이미 오러를 깨우쳤고, 그 재능이 광 속성이라는 점이다.
“이런 걸 줘도 되는 거야? 아니 됩니까?”
“되니까 줬지. 일단은 외워. 다 외우면 모르는 부분은 가르쳐 줄 테니.”
“……네.”
그렇게 녀석을 보낸 후 옥좌에 앉아 [빛의 성서]를 펼친다.
‘마지막 보물급 서적이다.’
원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신성제국에는 신의 말씀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 100권의 필사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괜찮겠지.’
좀 아쉽긴 해도 나부터가 필사본을 만드는 상황 아니던가?
어차피 나오는 결과가 필사본이니 그 서적이 원본이냐 아니냐는 상관없다. 실제로 후원을 받은 다수의 작품이 도서관에서 구한 물건들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필사를 다 해도 당장은 수입이 안 된다는 거지.’
어떤 불가사의한 힘으로 [서바이벌 아일랜드]가 진행 중인 섬이 고립된 상황이다.
온라인 게임인 리벤지의 플레이도, 외부와의 통신도 불가능한 상황.
필사를 완료해도 후원을 받을 수가 없으니 한정된 과금력은 깎이기만 한다. 지구의 다섯 드래곤이 초월급 몬스터를 다 죽이기 전까지는 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소리다.
“로그아웃.”
지구, 정확히는 그린 드래곤 플라워의 꽃마차에서 필사를 진행한다. 당장 연재할 수는 없어도 문서를 저장해 놓으면 나중에 한 번에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로그인.”
작업을 이어 나가는 동안 계속해서 시간이 흐른다.
아이언 캐슬에서 출발한 깃발 연대는 무사히 세계수의 성과 폭풍의 성에 도착해 수성을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그 규모다.
“3만 명이라고?”
랜드웜을 이용해 지하도로와 지상까지의 길을 연결해 준 나는 지하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수천 대의 수레와 1만의 플레이어, 거기에 2만의 일반인들을 보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들의 가족. 상인. 노동자 병사 등.
단순히 성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작은 도시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인원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지원자들이 너무 많이 인원을 추려야 했지요.”
“왜 이렇게 많지? 거리가 먼 데다 완벽히 안전한 곳이 아닌데.”
아파트 단지 수준의 성벽을 가진 영웅성은 난공불락처럼 보이지만 고레벨 몬스터나 비행 몬스터가 등장하면 얼마든지 뚫릴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얼마 전 아이언 캐슬을 공격했던 와이번도 그런 케이스가 아니던가?
“네, 위험하지요. 그러나 동시에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기회의 땅이라…….”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직접. 휘하의 기사들까지 데려온 것이군.”
“그렇습니다, 폐하.”
놀랍게도 폭풍성에는 헌드레드가 그의 은십자 기사단까지 이끌고 찾아온 상태였다. 인류제국에서도 권력자라 할 수 있는 그가 개척 지대로 내려온 것!
한두 마디만 나눴을 뿐이지만, 난 단번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드랍 템이 문제군.”
“그렇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아르데니아에서 고기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고기는커녕 배를 곯는 게 일상일 정도.
내가 난민들에게 통다리 바비큐와 고기 스튜를 먹여 주었을 때, 그들이 너무 맛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것은 절대 과장된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요즘 인류제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식재료가 바로 멧돼지 고기다. 특히나 멧돼지 다리를 바로 구워 낸 구이는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물렸으니까.’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하루 세끼 365일 내내 먹으면 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멧돼지 고기의 가치는 형편없이 낮아져 같은 부피의 감자나 옥수수보다도 쌀 정도라 한다.
같은 쓸모를 가진 물건이라도 희소하면 귀해지고 흔하면 쓰레기가 되는 법.
뼈 장검, 멧돼지 가죽 등등 과할 정도로 많이 생산되는 아이템들의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스타팅에서 생산되는 고블린제 아이템들도 마찬가지이며, 얼음 여왕의 낙원 던전에서 드랍되는 아이템들 또한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강제로 쫓아낸 것도 아닌데 비어 있는 착점들로 사람들이 흩어진 것도 같은 이유겠군.’
그리고 새로이 ‘정복’된 두 용맥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
‘나쁘지 않군.’
그들은 성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던전을 돌기 위해 찾아왔지만, 그렇다 해도 성의 전력이 늘어나는 건 틀림없는 일이다.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욕망을 목표로 움직이는 상황이 기꺼웠다.
“던전을 독점하거나 권한 이상의 행사 벌이지만 마라.”
“물론입니다, 폐하.”
“그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
불꽃성으로 돌아온 난 플라워를 통해 도시별 인구 현황을 확인했다. 인제 보니 아이언 캐슬과 바로 연결된 빛의 성은 이미 인구가 15만이 넘었다.
그뿐이 아니다.
“올해 들어온 출생 신고가 87만…….”
인류제국의 전체 인구가 600만을 겨우 넘겼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미친 수준이다. 인류의 위기를 어느 정도 이겨 내고 먹고 살 만해지자 제국민들이 가정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몬스터 사태 때 고령층이 거의 다 죽어 평균 연령이 낮다는 걸 생각해도 실로 놀라운 수준의 인구 증가.
‘그래. 몬스터들이 강해지는 만큼…… 우리 인간도 성장하고 번성하고 있다.’
늘어나는 것은 인구만이 아니어서, 이제 굳이 내가 클래스 카드를 뿌리지 않아도 플레이어의 수가 저절로 늘고 있다. 막대한 골드를 벌어들인 플레이어들이 100만 골드라는 창설 비용을 감수하고 길드를 생성. 출석, 업적 등으로 얻어 낸 명예 코인으로 하급 클래스 소환권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존재하는 길드 수가…….”
나는 길드창을 띄웠다. 현존하는 길드 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 길드(1/418)
“가속이 붙는군…… 조금만 지나면 500개가 되겠네.”
24시간 알바로 꾸준히 뿌렸던 플레이어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 숲을 이루고 있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어쩌면 인류제국의 모두가 플레이어가 될지도 모른다.
“로그아웃.”
지구로 넘어가 빛의 성서 필사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대충 둘러보며 생각한다.
‘역시…… 성경 베낀 거겠지?’
나는 성경을 본 적이 없지만, 빛의 성서 중간중간 눈에 익은 구절들이 있었다.
게임이나 영화에도 자주 인용되는 성경의 문구들.
다만 완전히 같다고 하기도 미묘하다.
예수나 야훼에 대한 이야기 대신 오대신(五大神). 그러니까 천신과 마신, 문명의 신과 자연의 신, 그리고 운명의 여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근데 완전히 복붙은 아니고…… 표절의 경우는 후원 기준이 어떻게 되지?”
뭐 기준이 어떻게 되든 연재가 불가능한 지금은 알 수 없는 일.
“로그인.”
문서를 대충 정리하고 아르데니아로 넘어온다. 꽃마차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으니 한숨 푹 잔 다음 전투에 나설 생각이었다.
“폐하! 폐하!”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한 순간, 누군가 영주성의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옥좌에서 내려다보니 에드워드가 날이 시퍼런 칼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누군가 그를 봤다면 영락없이 암살자라고 오해했을 것이다.
“뭔데? 나 자러 간다.”
“이거 봐요!”
우우웅!
순간 녀석이 들고 있던 검에서 빛이 솟구친다.
그것은 유형화된 내공이자 절정 고수의 상징.
검기(劍氣)였다.
“이거 전에 말했던 빛의 검!!! 이거 98개만 더 만들면 되는 거 맞죠?”
환하게 웃는 금발의 꼬맹이를 어이가 없어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니…… 이거 미친놈 아니야?’
에드워드가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