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52
153.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그래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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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 제이든이 마중을 나온다는 건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도 동행이 있다고 얘기를 했고.
하지만, 둘뿐 아니라 로버트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어머, 여성분 스타일이 정말 좋으시네요. 배우인가요? 모델?”
“시치미 떼지 마, 앨리스. 누가 일하는 사람하고 저렇게 팔짱을 껴?”
“나는 낄 수 있는데? 봐.”
“떨어져!”
이렇게 개판인 현장을 보리라곤.
나는 쌩뚱맞은 둘의 질문이 누나를 향해 있다는 걸 깨닫고서 우선 대답부터 했다.
“연예인은 아니고요.”
“네? 그러면······방송국 관계자? 그것도 아니라면 기획사 직원? 어쨌든 일로 엮인 사람은 맞죠?”
나는 앨리스의 질문들에 고개를 저었다.
고갯짓을 할 때마다 그녀의 안색이 점차 구겨졌다.
그리고 마치 그 반작용처럼 로버트의 안색이 환해졌다.
그가 앨리스에게 손을 척 내밀었다.
“천 달러. 계좌에 바로 넣어줘도 괜찮으니 편하게 달라고.”
“젠장······. 당신들, 그쪽으로는 아예 머리가 안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앨리스가 투덜거리며 로버트의 계좌를 묻는다.
왠지 가만히 있다가 욕이라도 들은 듯한 기분이다.
그때 누나가 내게서 몸을 뗐다.
내가 물었다.
“멀미는 이제 좀 괜찮아?”
“응. 내리니까 낫네.”
누나가 도도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앨리스가 물었다.
“······멀미?”
“아, 네. 이쪽은 저희 누나인데, 멀미를 하더라고요. 장거리 비행이다보니 약효도 다 떨어져서······. 그래도 이제 괜찮아졌나봐요.”
내 설명에 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앨리스가 손을 싹 거두고선 말했다.
“가족이었구나. 어쩜, 닮았다 싶더라니.”
“웬만한 동양인은 다 비슷하게 보면서 뭘. 그것보다 돈은 마저 보내지 그래? 일 관계자는 확실히 아니잖아?”
“······.”
로버트의 단호한 말에 앨리스가 입술을 깨물더니 폰을 다시 들었다.
“자! 됐어?”
“오케이. 역시 확실해. 이래서 너랑 일한다니까.”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릴 가지고 내기라도 한 것 같다.
나는 희비가 엇갈리는 둘을 무시하고서 누나에게 눈짓을 했다.
누나는 웬일로 선글라스를 벗고서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도하 누나, 김도연이라고 해요.”
“앨리스 워커예요.”
앨리스와 누나가 잠시 서로를 쳐다봤다.
기싸움 같은 건 아닐테고.
둘이 비슷한 부류이니, 첫 눈에 마음이 통한 게 아닐까.
누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가방 멋지네요.”
“어머, 고마워요.”
“혹시 어디서 구하신 건지······.”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가는 동안, 나는 로버트에게 물었다.
“제이든은요?”
“커피 사러요. 아마도 직접 로스팅을 해오는 것 같아요.”
마침 저 멀리서 제이든의 모습이 보였다.
양손에 커피를 든 제이든은 우리를 발견하고선 뛰어왔다.
안 뛰어도 되는데.
순식간에 앞에 도달한 제이든이 고른 호흡으로 말했다.
“오시느라 고생했어요.”
“고생은 제이든 씨가 한 것 같은데요.”
“괜찮은 카페는 항상 먼 곳에 있더라구요.”
나는 제이든이 내미는 음료를 받아들었다.
아무래도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나 원두인 듯했다.
로버트가 앨리스와 누나에게도 음료를 건네주는데 제이든이 내게 말했다.
“도하 씨, 혹시 수상소감은 준비해뒀어요?”
“아니요.”
그런 걸 미리 준비하나?
내가 멀뚱히 답하자 제이든이 예상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왠지 그럴 것 같더라고요. 보통 후보들은 다 준비하니까 미리 준비를 해두시는 편이 나을 거예요.”
“네. 그런데 설마 그거 때문에 오늘 마중나온 거였어요?”
“그렇긴 한데.”
제이든이 뭔가를 건네주었다.
“이건 전에 제가 썼던 거예요. 필요하다면 참고하시라고 들고왔어요.”
노란 종이에 자필로 적은 소감문이었다.
이걸 제이든도 미리 준비했었구나.
얼떨결에 받아들고서 가방에 넣는데, 앨리스가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당신, 이런 가족이 있다는 걸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예요? 우리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도 있었다고요.”
아무래도 누나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누나도 비슷하겠지, 싶은 생각에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흠칫했다.
“도하야. 클락이랑 아는 사이라는 거, 왜 말 안했니?”
······말 안 했구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놀래켜 주려고.”
“그래? 그러면 누나가 클락과의 만남을 기대해봐도 좋은 걸까?”
여기서 곤란하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나는 제이든을 곁눈질했다.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듯, 제이든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었죠? 클락 만나기로 한 날.”
“네? 아니······.”
내가 부정하기도 전에 제이든이 재빠르게 소곤거렸다.
“사실 제가 보기로 했는데, 그냥 누나분이랑 만나러 가세요. 앨리스랑 하는 이야길 들어보니 클락 팬이신 것 같은데.”
그래도 되나?
그 정도로 둘이 친하다고?
내가 당황해서 있는데 누나의 입가에 웃음이 돌아왔다.
“고마워, 도하야. 역시 내 동생.”
“······고마워요.”
제이든이 웃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앨리스는 마냥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우선 짐부터 풀어요.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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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측에서 준비해준 호텔은, 전에 묵었던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이번 시상식은 LA에서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앨리스는 누나에게 ‘call me!’라는 말만 남기고서 떠났는데, 아마 그래미 시상식 퍼포머로서 공연 준비를 하러 간 게 아닐까 싶다.
‘이럴 때 보면 송라이터가 차라리 편하지.’
나는 막 짐을 다 풀고서 푹신한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비록 일정보다 일찍 오긴 했지만, 적어도 공연 준비를 따로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선글라스를 낀 누나가 완벽한 외출 차림을 한 채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뭐하니? 나와, 밥 먹으러 가게.”
“좀 쉬다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 오늘 저녁에 클락 만나러 가기로 했잖아.”
참, 그랬었지.
누나는 드물게 설레어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준비를 하고 나갔다.
누나의 취향에 따라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자마자 약속 장소로 달렸다.
클락과는 사실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아 가깝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제이든의 입김은 생각보다 강력한 듯했다.
클락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단번에 ‘저녁 시간을 빼줄 수 있다’며 내게 말한 것이다.
상당히 일이 많은 걸로 아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주다니.
이게 다 제이든 덕이었다.
누나와 함께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오, 반가워요.”
편한 자세로 앉아있던 클락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디자이너라곤 믿을 수 없는 후줄근한 패션은 여전했다.
그의 모습에 누나의 눈썹이 꿈틀댔다.
“누나, 이상한 소리는 절대 하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나가 입을 열었다.
“역시 클락 브라운. 아방가르드 패션에도 조예가 깊군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
갑자기 하나연이 그리워진다.
누나가 우아하게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김도연이라고 해요. 여기 명함이에요.”
그녀가 내민 명함을 받은 클락이 흥미로운 투로 말했다.
“패션회사?”
“작게나마 제가 론칭한 브랜드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당신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가방, 지갑을 포함한 액세서리류를 연구하고 있어요.”
“어디, 봅시다.”
누나가 기다렸다는 듯 지갑을 하나 꺼냈다.
원래 클락과의 만남은 일정에 없었을 테니, 아마 앨리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져온 듯했다.
유심히 쳐다보던 클락이 입을 열었다.
“괜찮긴 한데, 조금 정형화된 디자인이네요. 개방감을 더 줘도 되겠어요. 톤도 더 올렸으면 좋겠고.”
“어떤 식으로······.”
“그러니까······.”
알 수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나는 음료만 홀짝였다.
디자인 피드백을 마친 뒤 이제는 현대의 패션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이야기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제 가봐야겠는데요.”
“그래요, 일어납시다. 얘기가 너무 즐거워서 시간 가는지도 몰랐네요.”
클락이 웃으며 말했다.
누나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할지.”
“그건 동생분한테 해주세요. 아니었다면 오늘 자리도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클락의 말에 누나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동생한테는 부탁을 좀 해보려구요.”
“무슨 부탁?”
“신상품 론칭할 때, 너희 회사 아티스트들을 모델로 쓰고 싶어서.“
‘데이바이데이’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중소 브랜드 중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누나의 브랜드에 모델로 서는 건 결코 실이 아니었다.
“좋아. 그건 나중에 천천히 얘기하자.”
내 말에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먼저 일어나 나가고, 나도 따라가려는데 클락이 불러세웠다.
“시상식, 기대해도 됩니까?”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제가 만든 곡이 상 타는 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오, 벌써 재밌네요.”
클락이 웃으며 말했다.
“누나분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추천해요. 저 디자인으로 상품 출시하면 분명히 대박이 터질 테니까. 제가 장담하는 거니 확실해요.”
그러고선 그가 작별인사를 했다.
이미 출입구까지 간 누나가 왜 안 오냐고 다그쳤다.
나는 클락에게 인사를 하고서 누나와 합류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그녀가 앓는 소리를 냈다.
“생각보다 지적을 꽤 받았어. 대부분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이대로 출시해도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클락이 다 말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다.
“일단 해 봐. 잘 될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누나를 믿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그냥 내뱉은 말이었지만, 누나는 은근히 감동받은 듯했다.
“내 동생, 드디어 철들었구나.”
“······아무튼 걱정되면 우리랑 장기로 계약해도 되고. 알다시피 하나연이든 손여울이든, 인기 좋잖아.”
클락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인기는 더더욱 좋아질 예정이었다.
만약 아니더라도 우리가 손해볼 건 없었고 말이다.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넌 그래도 되겠니?”
“나야 누나 돕는 건데 당연히 되지. 나연이랑 여울이도 이의는 없을 거야.”
애초에 둘은 관심있는 분야가 따로 있었으니 이런 광고모델 쪽 일은 내게 온전히 맡기는 편이었다.
내 단언에 누나가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 만약 반응 괜찮으면 조건은 원하는 대로 맞춰줄게.”
“알겠어. 열심히 해 봐.”
나는 모르는 척 말했다.
클락의 혜안이 맞다면, 누나의 일생일대의 디자인에 우리 아티스트들을 끼워넣은 셈이었다.
부디 그가 폼으로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게 아니길 바라는데, 제이든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클락이랑 이야기 잘 하셨어요?
“덕분에요.”
-클락이 무슨 말을 했다면 새겨듣는 게 좋을 거예요. 거의 예지 수준으로 잘 맞거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제이든이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시상식에서 볼 날만 남았네요. 소감문이 꼭 쓰이길 빌어요.
“그래야죠.”
두말할 것 없이, 나도 바라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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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시상식 당일.
라인업에 오른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공연으로 막을 연 현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대중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존 테일러가 아니면 누가 수상하겠어?] [내 말이 그 말이야. 앨리스와 김도하는 경우가 다르잖아. 앨리스는 이해해. 하지만 김도하라니?] [존이 3관왕을 하길 원하는 건 너무 큰 바람일까?]존 테일러의 수상을 바라는 사람들과.
[존의 노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앨리스가 수상한다면 당연히 김도하도 수상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야?] [내가 해외의 아티스트를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지.]김도하의 수상을 바라는 사람들이 펼치는 논쟁이었다.
하지만 그 비율은 후자가 훨씬 높았다.
즉, 대중의 의견은 이미 김도하가 수상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까보기 전엔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바로 시상식이었다.
그것도 그래미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조정우는 이런 분위기를 빤히 파악했으면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건 하나연도 마찬가지였다.
“으으, 제가 다 긴장돼요.”
“나도.”
“청심환 드릴까요?”
“······그런 걸 챙겨왔냐?”
조정우가 질색하며 물었다.
하나연이 입에 하나를 쏙 넣으며 말했다.
“네. 피디님한테도 아침에 드릴까 여쭤봤었는데 필요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마도 너 말고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을걸.”
조정우가 말하며 후보석 쪽을 살폈다.
곧 본격적인 시상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김도하는 어떤지 보려고 하는데, 그가 일어나는 게 보였다.
“뭐야. 어디 가시지?”
“그러게요. 어, 아예 나가시는데요?”
“어어.”
조정우가 따라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김도하는 이미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봐요, 안 보이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조정우는 대충 사과를 하고서 김도하에게 톡을 넣었다.
전화를 걸어도 받는 기색이 없었다.
“대체 어디 가신 거야.”
“······혹시 이미 결과를 듣고 마음이 상해서 나가신 건 아닐까요?”
“설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말에 조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김도하의 누나, 김도연이 무심하게 말했다.
“화장실이라도 갔겠죠. 우선 좀 앉으세요.”
“네······.”
조정우는 다시 털썩 앉았다.
어쨌거나 김도하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 드릴까요?”
하나연이 옆에서 청심환을 내밀었다.
“······응.”
조정우가 쓰기만 쓴 환을 우걱우걱 씹어먹을 때, 김도하는.
“아, 죄송합니다.”
“······김도하?”
화장실에서 막 브루스 스콧과 마주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