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63
64.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마음에 쏙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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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은 ‘밴드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는 말이 있다.
밴드 내에서 드러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간단하게 나타내주는 말이었다.
광고 대행사 ‘쇼트기획’의 제작팀 감독 ‘장석호’는 현재.
‘캬, 영혼을 울리는구만.’
그 존재감을 확실히 실감하는 중이었다.
-쿵, 쿵!
박력있는 몸짓으로 스틱을 휘두를 때마다 진동이 느껴졌다.
아직 카메라가 돌아가지도 않는데도 마치 본 촬영처럼 완벽했다.
드럼을 치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감독이 생각했다.
‘리허설도 없이 잠시 악기 점검만 하는 건데도 이렇게 친다니. 역시 슬라이드의 드러머다워.’
슬라이드.
한때 대한민국에 록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인기있던 록 밴드였다.
현재는 해체되어 전설로 남았는데, 개중 가장 인기있던 멤버가 바로 드러머인 ‘신근석’이었다.
데뷔 때부터 화려하게 스틱을 휘두르는 솜씨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다 실력마저 흠 잡을 구석 없이 훌륭해, ‘드러머의 교본’이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였다.
다만 그는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광고주인 하연악기의 사장이 그와의 친분이 없었다면 출연이 불발되었을 수도 있었다.
쇼트기획의 섭외력으로 그를 쓰기는 무리였을 테니까 말이다.
‘촬영이 잘 되야 할 텐데.’
광고가 잘 뽑히면 하연악기에게서 지속적으로 일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의지를 다지며 신근석의 연습 현장을 보는데, 조연출이 우물쭈물하다 그에게 말했다.
“장 감독님. 그, 광고주 아드님이요. 여기 와도 괜찮은 거예요?”
“······김도하 작곡가 말하는 거지?
“네······. 광고주 측에서는 이미 마케팅팀 대리님이 와 있잖아요. 광고주가 둘이나 현장에 있으니 너무 부담스러워요. 게다가.”
조연출이 걱정이라는 듯 뒤쪽을 쳐다봤다.
“음향 엔지니어님 상태도 안 좋고. 어쩐지 불안합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인이어를 낀 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제작팀의 메인 엔지니어였는데, 낮에 음식을 잘못먹었다고 하더니 역시나.
아까부터 화장실에 들락거리기 시작해 지금은 안색이 창백해져있었다.
그는 옆에서 서브 엔지니어가 주는 물을 마시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그 모습을 뻔히 보고 있는 감독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네 말대로 오고 싶다고 한 사람은 광고주 아드님이고, 와도 된다고 한 사람은 광고 모델인데.”
그가 할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했지만, 그 또한 긴장이 되었다.
원래 광고판이란 게 한 순간의 실수로 틀어져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광고주 측 사람이 둘이나 있으면 행동도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는 법이었다.
다만.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현장을 구경하고 싶으면 오라고 한 장본인은 태평해보였다.
전자드럼이 신기한지 막 쳐보고 있었으니까.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앞서, 감독이 신근석에게 다가갔다.
“그 작곡가님, 여기 오셔도 괜찮겠습니까?”
“김도하 작곡가요? 이미 양해를 구한 걸로 아는데. 문제가 됩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혹시나 연주에 지장이 가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아시다시피 이번 촬영은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거라. 오늘 일정도 빡빡해서, 만에 하나 차질이 생기면 곤란합니다.”
그에 신근석이 피식 웃었다.
“괜찮습니다. 실수는 없을 테니까요.”
‘당신이 아니라 김도하가 걱정이라고.’
감독이 속으로 생각했다.
김도하의 이미지야 최근들어 호감으로 비추어지긴 하고, 감독 본인도 하나연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긴 했지만.
원래 들렸던 소문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때 망나니라는 소문이 돌았었지. 하나연의 인터뷰를 보면 헛소문 같긴 한데, 상황이 틀어지면 또 몰라.’
무슨 이유로 신근석을 만나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바쁜 현장에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심기가 불편해질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광고주가 자기 아버지이니.
본인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쇼트기획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게 상관없는 신근석은.
“걱정되면 들이지 말고요. 내가 촬영때문에 시간내기 힘들다고 하니까 그쪽에서 온다고 한 거라서.”
라는 태평한 소리를 할 뿐이었다.
‘일류 드러머’ 대우를 받으며 아쉬울 것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제가 잘 해봐야겠네요.”
아쉬운 게 많은 감독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신근석과 호흡을 맞출 기타리스트도 준비가 끝나고.
음향 엔지니어도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곧 촬영이 들어가려고 할 때, 김도하가 도착했다.
다른 모델이 있었나 싶던 조연출은 얼굴을 보고서야 그가 요즘 핫한 작곡가이자 광고주의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 작곡가님은 저쪽에 계시면 됩니다.”
조연출의 말에 김도하는 견학자의 자세로 자리로 갔다.
자연스레 그의 옆에는 마케팅팀 대리가.
앞에는 음향 엔지니어가 위치하게 됐다.
감독은 불안한 눈으로 그쪽을 보다가.
“감독님! 이제 슛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라는 조연출의 말에 촬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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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치네.’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된 신근석의 화려한 연주는 시선을 빼앗기기에 충분했다.
오늘 촬영 때 치는 건 총 네 곡.
모두 해외 유명 록 밴드의 노래였다.
광고하는 제품은 전에 내게 줬던 전자드럼인 듯했는데, 사운드를 비교하기 위해서인지 어쿠스틱과 전자드럼을 번갈아 치는 듯했다.
♬! ♪!
신근석의 드럼 소리와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촬영장을 가득 울렸다.
단순히 연주만 할 뿐이었는데도 이만한 박력이 전해지니.
광고가 얼마나 에너지틱하게 나올지 짐작이 가기도 했다.
듣자하니 원테이크로 촬영한다던데.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모두 어지간한 실력이 없다면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둘 중 가장 중요한 건 단연코 신근석이었다.
아무리 인이어로 박자를 넣어준대도, 록인 만큼 드럼이 곡을 이끌어가는 형태였으니까.
첫 곡이 무사히 끝나는 걸 들으며 내가 생각했다.
‘이 사운드가 내 곡에 삽입된다면······.’
어떻게 보면 세션 하나이지만.
세션 하나로 그 완성도를 좌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전에 아버지가 신근석의 번호를 줬던 날을 떠올렸다.
‘이러니 자신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
당시에는 몰랐지만 전화를 해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슬라이드’의 드러머, 신근석이었으니까.
그래서 만날 수 있겠냐고 하니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광고 촬영이 있어서 바쁜데······아니면 그쪽으로 오실래요? 아마 재미는 있을 겁니다.’
만나기 귀찮아하는 티가 났지만, 광고 촬영장.
그것도 하연악기사가 광고주인 촬영장에 오라고 한 걸 보면 이야기를 할 의사는 있는 듯했다.
아버지가 내게 연락처를 준 것도, 이걸 다 알면서 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와보니, 역시나.
그의 실력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만큼 신근석은 ‘드러머의 교본’이라 불리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옆에서 마케팅팀 대리가 중얼거렸다.
“이대로 가면 수월하겠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서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오늘은 오신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신근석 드러머님과 약속이 있으시다고······.”
“방해는 안 되게 하겠습니다.”
“방해라니요! 요즘 핫! 한 작곡가이시기도 한데, 오히려 영광이죠.”
이래서 최대한 구석에 있으려고 했는데.
한 대리의 부담스러운 아부에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어느새 두 곡까지 끝나자 다들 말이 없어졌다.
촬영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더니, 조금 예민해진 것 같았다.
그때.
“아, 죄송합니다.”
기타리스트 쪽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실수라고 해봤자 코드가 약간 틀리는 실수였지만, 가라앉은 분위기 탓인지.
“죄송한데 조금 빨리 진행할 수 있을까요?”
한 대리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그에 감독이 기타리스트에게 말했다.
“실수 없이 가봅시다, 실수 없이.”
긴장한 듯 보이는 기타리스트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재정비를 했다.
한 대리가 내게 소곤거렸다.
“연주하는 거 촬영하고 바로 다음 촬영으로 넘어가야 하거든요. 일정이 타이트해서 어쩔 수가 없네요.”
나는 그러려니 했다.
이렇게 촉박한 진행은 광고 촬영장에서 허다한 일이라고 들었으니까.
재정비가 다 됐는지 오케이 사인이 보였다.
그때, 안색이 안 좋던 음향 엔지니어가 일어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급히 어딘가로 간 뒤, 조금 더 어려보이는 사람으로 교체되었다.
감독은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한 대리를 힐끔거리고선 어쩔 수 없다는 듯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응?’
신근석과 기타리스트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뭔가 빼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럴만한 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앞을 보는데, 인이어를 낀 엔지니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화면을 보는데.
‘뮤트되어 있잖아?’
똑딱거리며 박자를 맞춰주는 트랙, 클릭.
혹은 메트로놈이라고도 불리는 사운드가 뮤트되어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경력이 짧아보이는 엔지니어는 아직 이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데 저렇게 칼박으로 맞춘다고?’
나는 새삼스레 놀라 신근석을 쳐다보았다.
인이어를 끼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아마 박자는 전혀 들리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도 둘의 박자감은 완벽했다.
정확히는, 드럼으로 리드하고 있는 신근석의 박자감이 말이다.
‘저게 가능한 거였어?’
거의 인간 클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완벽했다.
경이로운 심정으로 그를 쳐다보는데.
‘빨라진다.’
당황한 건지 기타소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신근석의 연주도 빨라졌고.
이대로 가다간 명백히 처음과 끝이 다른 사운드가 나올 게 뻔했다.
그렇다고 중단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고.
‘어쩔 수 없지.’
가만히 있으려고 했건만.
나는 이상함을 못 느끼고 있는 엔지니어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제가 조작을 좀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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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이거 어떡해요!’
라는 눈빛이 기타리스트에게서 날아왔다.
하지만 그런 눈빛을 보낸들, 신근석으로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네가 박자를 놓쳤잖냐.’
‘네? 놓쳤다고요? 아니, 박자가 안 들려서 당황해서 그만······.’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는 그들.
신근석이야 분위기가 어떻든 상관없었지만, 이 기타리스트는 그가 한창 밀어주고 있는 유망주였다.
다만 실력은 확실하지만 아직 경험이 없어서 경험을 키워주려고 그를 추천한 것이다.
그렇기에 일단 감독이 중단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똑딱! 똑딱!
“······!”
인이어를 통해 메트로놈 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제 박자를 찾게 된 둘은 자연스럽게 템포를 늦췄다.
어려보이는 엔지니어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싶어 고개를 든 신근석은 의외의 인물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김도하?’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던 김도하였다.
잠시 시선을 두던 김도하가 이내 태연한 얼굴로 엔지니어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엔지니어는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김도하가 해결을 한 게 틀림없었다.
‘제법이네.’
문제를 알아차린 것도 그렇지만, 해결도 금방이었다.
그가 김도하를 알게된 건 디펑크의 곡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공동작곡 덕을 봤다고 여겨, 이번 연락도 광고주 아들로서의 연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기본은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촬영 끝나고 노래는 들어봐도 되겠어.’
신근석은 그제서야 김도하에게 흥미가 생겼다.
김도하 덕에 무사히 연주가 끝나고, 감독을 포함해 누구도 박자가 미묘하게 어긋났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엔지니어와 김도하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마지막 곡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한숨을 쉬는 기타리스트를 힐끔 쳐다본 신근석이 김도하에게 다가갔다.
“덕분에 연주 잘 했어요.”
“별 말씀을요.”
의미모를 대화에 주변 사람들이 물음표를 그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신근석이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절 보자고 한 겁니까?”
그러자 김도하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물어보시네요. 아무 관심 없으신 줄 알았는데. 제가 이번에 앨범을 낼 예정인데, 그때 세션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세션이요.”
신근석이 흠, 하며 턱을 짚었다.
“데모 있어요?”
“당연하죠.”
김도하가 기다렸다는 듯 말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여기서 들어보겠냐는 눈빛에 신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오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인 그는.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노래를 들어보네.”
기분좋게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