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양심 없어?
“정오의 뮤직 라이브, 스타더스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DJ 정훈입니다.”
잠깐의 광고 시간이 끝난 뒤에 로고송이 흘러나왔다.
어깨를 흔들거리며 카메라를 보고 있는데, DJ 정훈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네, 광고 듣고 왔습니다. 세 번째 질문부터 마저 이어가도록 하죠.”
모니터 화면에 질문이 띄워졌다.
DJ 정훈이 웃으면서 정면에 앉은 멤버들을 향해 물었다.
“우리 스타더스트 멤버들 중에서 어린 시절 육아난이도 최하였을 것 같은 멤버는?”
육아난이도 최하?
쭈뼛-
다 같이 잠시 눈치를 살피던 와중, 서이안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의외로 거기서 내 이름이 튀어나왔다.
“제 생각에는 서한이…?”
“저도 도서한인 것 같아요.”
“나도 찬성.”
내 이미지 아주 바람직하군.
“오, 형들이 막내 서한 씨를 지목해 주셨는데요. 도서한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
나, 어렸을 때 아주 착한 편이었지.
“네, 이거는 저라고 생각합니다.”
-바른 생활 도서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멤버들이 인증해 줄 정도면 얼마나 바르게 살고 있는 거야
-근데 애기 때 사진만 봐도 진짜 말 잘 듣는 아기였을 듯 항상 얌전히 앉아서 해맑게 웃고 있어 ㅋㅋㅋㅋ
-말 잘 듣는 아가 햄찌
-아 저 뿌듯해하는 표정 ㅠㅠ 진심 벽 치게 되네
“저 어렸을 때 사고 한번 안 치고 자랐거든요.”
내 말에 다른 형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얹었다.
“아, 그랬을 것 같긴 해요.”
“서한이가 어렸을 때 혼자 요리를 하려 한 게 아니라면 아마 사고 치진 않았을 거예요. 유일하게 요리할 때만 평생 할 사고를 다 몰아서 치셔서.”
“크흠.”
“근데 죄송한데 지금도 어리시지 않아요?”
몇 번의 반박이 있었으나 소소한 수준이었다.
거의 만장일치로 세 번째 질문의 대상자로 지목되었다.
짝짝짝-
DJ 정훈이 유쾌하게 말을 건넸다.
“육아난이도 최하이신 걸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착하게 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기서 그 소감이 튀어나오넼ㅋㅋㅋㅋㅋㅋㅋ
-야 더스티들아 그만 놀려 ㅋㅋㅋ 도서한 이제 타격감 없잖아
-아쉽다 놀리는 거 재밌었는데
-도서한의 회개방송
팬서비스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 * *
같은 시각, 도서준은 집에서 여유롭게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모처럼 만의 연차라 푹 자고 일어난 뒤 우연히 라디오를 틀었던 것이다.
마침 타이밍 좋게 라디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라.
스타더스트 멤버들의 라디오 출연.
도서준은 흡족한 목소리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열심히 하네.”
예능국 피디로서 생각보다 재밌게 듣는 중이었다.
애들이 감각이 있다고 해야 하나.
지루하질 않네.
몇 분만 듣다가 끌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귀에 훅 들어온 질문이 있었다.
‘멤버들 중에서 어린 시절 육아 난이도 최하였을 것 같은 멤버는?’
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사람을 곧바로 배제시켰다.
“일단 도서한은 아니고.”
가장 가까이서 서한의 어린 시절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도서한이 육아난이도 최하?
지나가던 햄스터가 놀라서 기절할 소리였다.
도서준은 몇 번 본 얼굴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고민했다.
“서이안이려나? 아니면…강시우?”
차라리 이쪽이 육아난이도 질문에 있어서 더 적합한 대상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제 생각에는 서한이…?’
‘저도 도서한인 것 같아요.’
남들은 그럴 수 있어.
‘네, 이거는 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는 그러면 안 되지 않냐?
“응?”
도서준은 충격적인 말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제 귀가 살짝 의심될 정도였다.
도서한이 육아 난이도 최하…?
“누가 길렀는데?”
내가 길렀어!
열 살이나 차이 나는 바람에 사실상 자식처럼 키우고 살았다.
아니, 본인의 의견은 주관적이라 치더라도…. 마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던 어머니가 바로 옆에 계셨다.
“엄마, 어떻게 생각해?”
“뭐가?”
“도서한이 망언을 날리고 다니는데.”
저, 봐봐.
‘저 어렸을 때 사고 한번 안 치고 자랐거든요.’
도서준은 인상을 찡그리며 서한의 자기주장을 곰곰이 듣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러니까.
불과 십여 년 전이라고.
‘서한이는 꿈이 소방차야!’
꿈이 소방차라면서 집 안에서 입으로 물 뿜고 다니던 시절.(새로 붙인 벽지였음)
스파이X맨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아파트 2층에서 자유 낙하.
자전거 두 손 놓고 타다가 한 바퀴 굴러서 응급실 실려감.
그 찬란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도서준으로서는 말문이 막히는 이야기였다.
‘저 어렸을 때 사고 한번 안 치고 자랐거든요.’
뭐?
자라면서 기억도 함께 증발해 버린 건가?
‘저 되게 조용한 성격이었어요.’
그래, 조용히 사고를 치고 다녀서 그렇지.
어느새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야.
“…도서한 양심 없어?”
* * *
[우주먼지 초동 50만 축하해!]울 애들 정규 1집 초동 50만 찍었다 ㅋㅋㅋㅋ
다음 주에 트로피 안겨줄 수 있도록!!! 더스티들 열심히 스밍하자!!!
-우주먼지 초동 50만 축하해!
└울 애기들 초동 50만 축하해!!!
└갓 스타더스트
-3세대 라이징다운 내 새끼들…. 데뷔 1년차에 초동 50만? 자랑스럽다 ㅋㅋㅋㅋㅋㅋ
-더블즈야 믿는다? 제발 애들한테 잘 좀 해줘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해주는 거임 ㅋ
└헤메코는 일단…뭐…개판은 안 난 듯….
└ㅇㅈ 티플을 생각하셈 그렇게 개욕처먹고 나서야 샵 바꾼 거 ㅋㅋㅋㅋㅋㅋ
-정규 1집 반응 좋다 얘넨 다음 앨범에서 더더 잘될 듯
└이 정도면 올해 신인상 가능?
└ㅇㅇ ㅆㄱㄴ
└사실 우주먼지 말고는 받을 애들 없지 않나?
└더코어?
└더코어는 좀 힘들지 않으려나
└그래도 이번 앨범 반응 좋아서 잘하면 나눠 먹을 것 같은데
-더스티들 다들 스밍 돌리고 있지?
└당연히 돌려야지
└22222
“초동 50만 찍은 거 축하한다.”
초동 50만 달성 소식을 들은 건 뮤직은행 대기실에서였다.
아침 일찍부터 기분 좋은 소식을 들고 온 이재윤 매니저가 시원하게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네었다.
서하임이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요? 저희 초동 50만이에요?”
“와…. 대박이다. 미쳤다….”
하준서는 연신 감탄을 터트리며 실실 웃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좋아 죽을 것 같은 얼굴들이었다.
솔직히 좋지.
아직 데뷔 1년 차밖에 안 됐는데.
초동 50만?
우리가 목표로 하던 기록이었다.
이번 앨범 준비 전에 스타프 뽕이 다 빠져나가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이 많았다.
서칭왕 진세현이 굳이 보여주진 않았지만, 나도 가끔 스쳐 지나가다 본 적이 있었으니까.
[스타더스트 1집 성적 어떨 것 같음?]미니보다 잘 뜰까?
슬슬 스타프 뽕 다 빠질 때 됐는데
-그쪽 팬들은 초동 50만이 목표라던데 ㅋㅋㅋㅋㅋ 솔직히 안 될 듯
└ㅇㅇ 너무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ㅋ
└오디션 프로로 돌판 유입된 애들이라 초동 50만이 어떤 느낌인지 체감이 안 되나 봐 무슨 개나 소나 찍는 줄 알아
└우리 애들은 개나 소가 아니라서 충분히 찍을 듯 ^^
└이런 글 올라오는 거 보니까 견제 들어왔네 ㅋㅋㅋㅋㅋㅋㅋ 어디 쪽 팬들인지 투명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번에 지난 초동 못 넘으면 내리막길 확정이지└내리막길 잘 가시고^^ ㅋㅋㅋ
└응 네 본진 얘기야~
당분간 거품 빠졌다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되겠군.
어쨌든 목표로 했던 초동 50만을 찍으면서 2주 차 음악방송 1위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성빈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흐뭇하게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 음방 1위 하는 거 아니야? 나 행복회로 좀 돌려도 되나?”
“안 돼요, 형.”
곧바로 고개를 저은 건 진세현이었다.
나랑 차성빈은 동시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차성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볼멘소리를 내었다.
“아니, 왜~.”
“오늘 음방은 뮤직은행이잖아요. 무려 공중파라고…. 같이 나온 후보 봤어요?”
“…….”
망할 프로 팩폭러.
진세현의 말 하나 틀린 게 없었다.
케이블 음방 1위라면 모를까.
공중파 음악방송 1위부터는 난이도가 극악으로 올라가서 말이지.
TBN의 자기 방송사 출신 아이돌 챙겨주기, 이런 건 기대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같이 1위 후보가 된 상대는 올해로 4년 차 선배였다.
“같이 나온 후보가 비케이래요. 저희보다 1주 먼저 컴백하긴 했는데…. 그쪽 초동이 저희보다 높아서.”
“나 슬플라 그래~.”
“왜 성빈이 형 기를 죽이고 그래요.”
“아, 미안. 기대했다가 상처 받을까 봐 걱정했지….”
진세현은 단언컨대 먼훗날 비석조차 T자로 세울 것 같았다.
파워 T 인간 어떡하냐?
“아무튼 행복회로만 돌리지 말고 긍정적으로 기다려 봅시다.”
“이미 충분히 부정적이야…!”
“아니에요, 뭐 하늘이 두 쪽 날 수도 있지.”
“그 발언이 더 너무해.”
“3주 차 음방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아요. 공중파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 그래?”
둘이 투닥대는 걸 들으면서 나는 비케이의 이름을 떠올렸다.
대형 소속사의 레이블 출신. 데뷔 초부터 해외 진출을 노렸던 터라 그쪽 코어가 상당히 강했다.
한 몇 년 뒤에도 제법 잘됐던 그룹이긴 한데….
중간에 멤버 조정이 살짝 있었다.
그 외에는,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내 취향과는 좀 달라서.
한 번도 비케이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이맘때쯤 컴백이 겹쳤다면 스타더스트와 비케이가 1위 싸움을 했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자세한 부분까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8년 전 음악방송 11월 마지막 주차 1위 후보를 무슨 수로 기억하겠냐고.
그래도, 해볼 만한 싸움인 거 같은데.
“슬슬 무대 하러 갑시다.”
떨리는 심정으로 대기실을 나서던 참이었다.
그런데.
1위 후보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
.
.
.
.
“안녕하세요, 비케이의 한가빈이라고 합니다.”
복도에서 갑자기 마주친 거라 당황한 감도 있었다.
강시우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한가빈의 인사를 받았다. 다른 멤버들도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더했다.
“안녕하세요, 스타더스트입니다!”
“스타더스트 강시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미묘하게 휘어지는 눈꼬리.
무언가 살짝 불편한 듯 한가빈의 눈썹이 아래위로 들썩였다.
정갈하게 내린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며, 한가빈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우리 때는 90도로 인사했던 것 같은데.”
“…….”
“역시 라이징이라서 고개가 좀 빳빳하네.”
어쩌다가 맞붙게 된 1위 후보 상대는….
그러니까.
젊은 꼰대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