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콘서트 회의
더블즈의 회의실.
송진하 실장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너네 단독 콘서트 일정 잡혔다.”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준서는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너무 좋아요.”
“아, 벌써 떨린다!”
그동안 크고 작은 행사를 다니면서 공연장을 경험했지만, 쇼케이스 때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단독으로 콘서트를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단독 콘서트라는 건, 우리에게도 그 의미가 컸다.
가수라면 꿈에 그릴 만한 무대니까.
덩달아 마음이 설레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그때, 강시우가 손을 들며 물었다.
“어디서 해요?”
“체조 경기장.”
진세현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체조 경기장의 좌석 수가 15000석이었나. 고작 1년 차 신인이 오르기에는 생각보다 큰 무대였다.
다들 별다른 말은 없었으나 아까보다 눈빛이 조금 더 결연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러프하게 셋리스트를 회의해 볼까 하는데-”
송진하 실장의 시선이 기획팀 직원으로 향했다.
“네! 회사에서 추려본 셋리스트가 앞에 있는데, 아마 여기에 멤버분들의 의견이 많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앞에 놓인 셋리스트를 확인했다.
스타더스트 프로젝트 시절 공연 곡들과 앨범 타이틀곡들은 당연히 공연 셋리스트에 포함되겠지만, 수록곡에 한해서는 멤버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보라는 소리였다.
좋은 기회였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차성빈이 가장 먼저 입을 떼었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이 곡은 넣었으면 하거든요.”
차성빈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한 곡은 우리의 미니 앨범 활동곡이었다.
“들어올래?”
“도서한 넥타이 무는 건 꼭 들어가야….”
“저기요.”
아니, 잠깐만.
노래는 좋은데 의도가 불순하잖아.
이거 맞아?
문제는, 차성빈의 한마디가 기획팀 직원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는 점이었다.
“음. 아무래도 인상적인 포인트 안무가 있으니까…! 셋리스트에 꼭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
“푸흡.”
서이안이 웃음을 참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서한아, 파이팅…!”
응원 참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도 의견을 내었다.
“저는 Build in이요. 저희 미니 1집 수록곡인데 넣었으면 합니다.”
활동곡은 아니라 공연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끈적한 베이스가 매력적인 섹시 컨셉의 곡이었다.
하준서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얹었다.
“도서한 아직도 섹시 컨셉에 진심이야?”
“서한이랑 섹시는 떨어질 수 없지.”
아뇨, 그건 아니고.
“이안이 형이 한 번쯤 벗어줘야….”
“야…?”
그대로 갚아줬다.
“저희 콘서트에 서이안의 복근 공개가 없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서이안, 파이팅…!”
물론 이 사태의 원 제공자도 빼놓을 수 없지.
나는 차성빈을 향해 빤한 시선을 보내었다.
“성빈이 형도 요새 운동한다던데….”
“야, 그러면 너는!”
“저는 미성년자라서요.”
하하.
“어린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차성빈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어리다고 나를 그렇게 놀려먹었거늘, 같은 논리로 말문이 막힌 것이다.
“당했다….”
셋리스트는 이러한 불순한 이유 덕분에 금세 채워졌다.
“시우 형의 귀여움을 팬분들께 마음껏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용.”
“하임아, 너는?”
“저는 이제 멋있는 남자라서요. 어른이잖아요!”
1시간의 콘서트 회의 끝에 남은 것은….
차성빈, 서이안의 상의 탈의.
강시우, 도서한의 재롱잔치.
서하임, 진세현의 어른미(?) 정도 되겠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던 덕에 이 모든 걸 피한 한 사람이 있었다.
“하하하!”
하준서였다.
심기 불편한 이들의 말이 얹어졌다.
“안 되겠다, 준서 형은 뭐 시키지.”
“무서운 것들!”
하준서는 하이에나 마냥 사방에서 꽂히는 시선에 질겁했다.
앉은 자리에서 확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콘서트 때까지 차차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회의를 한참 이어가던 중,
나는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빼먹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 맞다.
“저희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1월에 콘서트 얘기가 나왔으니 당장 다음 달에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여름쯤인가?
나름의 추측을 하며 송진하 실장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째.
기획팀 직원의 시선이 스윽 나를 피했다.
불안한 침묵이 이어졌다.
“저희가 여러 대안을 생각해 봤는데….”
“체조경기장이 올해 여름부터 리뉴얼 공사를 한대요!”
“원래는 여름으로 잡았었는데 이게 갑작스레 정해진 거라.”
“네, 그래서 다른 공연장들을 잡아보려 했는데 일정이 안 맞는 부분이 있고….”
직원들의 말이 길어지는데….
그래서 언제냐고.
“4월 20일과 21일입니다.”
“오….”
“와우.”
달력을 확인한 진세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금요일, 토요일이네….”
심지어 주말도 아니야?
당신들 미리미리 안 잡았지.
이것 참.
더블즈가 더블즈했다.
* * *
[우주먼지 콘서트 일정 나옴]4월 20, 21일이래(금토)
일정 뜬 거 보고 학생 더스티 슬퍼짐 ㅜㅜ
7, 8월 놔두고 왜째서 4월?
4월 좋지… 벚꽃도 예쁘고….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니까 시발….
-더블즈야…. 팬들도 현생이라는 게 있는 거야….
└ㅇㅈ 우리가 다 백수인 줄 아네 이 샛기들
└학생 팬들은 빡칠 만함…. 첫콘 던져야지 뭐 어쩌겠어 ㅠㅠ
└잡을 거면 토일로 잡지 왜 금토 이지랄임
└직장인 더스티는 금요일에 아플 예정입니다….
└아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아플 예정입니다…ㅋㅋㅋㅋ
-차라리 5월에 해주란 말이야 더블즈 개열받게 하네
└ㅇㅈ 아니 한 달만 미루면 되는 거 아님?
└더블즈가 일처리 미리 안 했을 확률 100%
└원래 여름으로 잡았는데 공사 때문에 밀린 거래요ㅠㅠ
└그래도 더블즈는 처맞아야함
└222222
[더블즈 이 새끼들 일 안 하냐?]4월 콘은 대체 뭔데
여름방학 놔두고 4월?? 4월 ㅋㅋㅋㅋㅋ
아 몰라 학교 때려칠래
-학교 때려치는 거 가능?
└가능한데 내가 선생임
└???
└예?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선생님… 학교는 가셔야죠….
콘서트 일정이 공개된 직후.
주말도 아닌 금토 콘서트에 팬들의 민심이 흔들렸다.
주로 그 시점이 시험 기간인 학생 팬들의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역사적인 첫 단콘을 기대하는 글들이 주르르 올라왔다.
더블즈는 오늘도 더블즈했지만….
그럼에도 콘서트를 포기할 수는 없는 팬들이었다.
[스타더스트 첫 단콘 개같이 떨린다]왜 이틀만 하는데ㅠㅠㅠ
내 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간다….
강시우 내가 실물로 꼭 본다
-금토 시발이지만 강시우 실물 보러 내가 무조건 간다
-사실 날짜가 언제든 그건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ㅎ 내 자리가 없을 수도 있거든
[우주먼지 티켓팅 빡셀까?]그래도 체조에서 하는데
전석 바로 매진될 것 같음?
-응 내 자리 없을 것 같은데….
-티켓팅의 신이 내게도 들렸으면 좋겠다 ㅠㅠㅠ
-좋은 자리 바라지도 않아 그냥 천장에 붙어서 볼게ㅋ
└아ㅋㅋㅋㅋㅋ 전 공중에 띄워주세요
그렇게 더스티들이 곧 있을 티켓팅에 전의를 불태우고 있던 시각,
뜻밖의 기사가 갑작스레 올라왔다.
[비케이 한가빈 솔로 데뷔, ‘더 다양한 스펙트럼 보여주고파’]바로 비케이 한가빈의 솔로 앨범 준비 소식이었다.
비케이 팬들은 멤버들이 라이브에서 몇 번 스포한 덕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기사가 뜨고 나서 난리가 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한가빈 솔로 앨범에 차성빈이 작곡 참여함]바로 기사에 함께 뿌려진 차성빈의 프로듀싱 소식이었다.
.
.
.
“아, 에이투….”
서한은 갑작스레 터진 기사에 머리를 싸매며 중얼거렸다.
아직 완성 곡도 나오지 않은 미공개 샘플을 듣자마자 저쪽에서 픽스해 버릴 줄은 몰랐는데.
자신이 차성빈을 제대로 설득해 보기도 전에 기사부터 터트릴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만큼 비케이의 음악 스타일에 찰떡인 곡이었지.
에이투가 탐낼 만했다.
어쨌든 솔로 앨범 기사가 터진 후에, 반응은 현재 두 종류로 나뉘었다.
-우리 성빈이 타돌 프로듀싱도 하네 ㅠㅠ 진심 천재는 세상이 알아보는구나….
-우리 애가 작곡 존나 잘하긴 함
-여기저기서 부르는 내새끼 자랑스러워ㅠㅠㅠ
이쪽이 대중적인 반응이었고….
-차성빈이 무슨 프로듀싱ㅋㅋㅋ 신인이 꼴값 떤다
-벌써부터 작곡에 진심인 거 보니 나중에 작곡으로 걍 빠지려나 어쩐지 요즘 무대 하는데 팔다리 ㅈㄹ 허우적댐
└차성빉이 춤 못 추지는 않는데?
└응 못 춰~
뭐, 수면 밑에서는 욕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으나 소수였다.
원래부터 차성빈은 유독 별거 아닌 일로 까내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서한이 걱정하는 건 여론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 좋은 곡이 발매도 전에 묻혀버릴까, 그게 걱정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른 쪽에 넘기고 싶었던 건데.
기사가 터진 다음이라 이제 가능성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면 답은 정면 돌파뿐이었다.
“후우.”
서한은 연락처를 뒤적이다가 한 사람을 찾았다.
[비케이 태경 선배님]전에 대기실에서 만났을 때 교환한 번호였는데, 안부 인사 외에는 대화를 많이 나눈 상대는 아니었다.
서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네
└지금 가능해요
마침 휴대폰을 보고 있었던 건지 답장이 즉각 왔다.
그럼 됐다.
서한은 숨을 짧게 들이켠 뒤에 전화 연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뚜르르-
수화음이 이어졌다가 이내 멈추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바스락-
이어서 비케이 태경의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에 무슨 일이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서한은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떼었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