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53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래미가 온몸에 땀 흘리며 격렬한 춤을 추고 있었다.
래원이 온 줄도 모른 채 한껏 집중하고 있었다.
래원은 처음 보는 래미의 열정적인 모습이 그저 기특했다.
“래미까지 저렇게 5명의 아이들이 같이 데뷔를 준비하는 건가요?”
래원의 눈에 그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다들 래미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네, 그리고 이번 방학부터는 영어와 화술 레슨도 추가될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참. 피디님, 래미만 토요일에 연기 개인 레슨을 따로 붙여볼까 하는데 어떠세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 하는 것도 많아 보여서요.”
래원은 래미의 입학 전부터 학기 초까지, 따로 연기 레슨을 시켰었다.
다른 아이들 대부분 연기 학원에 다니다가 예화 예고에 입학한 건데, 래미는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뒤처질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원더빅의 연습 스케줄이 바빠지면서 지금은 끊은 상태였다.
“제 생각에 래미는 연기랑 가수 둘 다 준비해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양쪽 다 재능이 있어요. 래미도 연기 레슨을 받고 싶댔고요.”
“아, 래미가요?”
“네. 아무래도 피디님한테 자극을 받은 모양이에요.”
“저한테요?”
“밴프에서 상 타신 날, 그날 래미가 연기 레슨도 시켜달라고 말했었거든요.”
“······.”
래원은 래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춤을 추고 있는 래미의 표정이 집에서와는 다른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 * *
래미가 샤워를 하고 나오는 동안
래원은 차에 타서 래미를 기다렸다.
캐나다 밴프에 가기 전에 뽑은 새 차였다.
오늘에야 인도받아서 안에는 새 차의 가죽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래미가 나오자 래원은 시동을 켜고 차를 굴려 래미의 옆으로 다가갔다. 창문을 내렸다.
“래미야!”
“으악, 깜짝이야!”
놀라는 래미를 보면서, 래원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오빠 차야?”
“어.”
차를 둘러보던 래미의 눈이 커졌다.
“오빠 차 샀어?”
“어. 이제 뚜벅이 생활은 끝이다. 안 바쁠 땐 이렇게 너 데리러 올 수도 있고.”
래미는 곧장 조수석에 올라탔다.
“출발!”
래원의 새 차에 래미가 더 신나 보였다.
“밴프는 어땠어?”
“풍경이 진짜 끝내주더라. 나중에 오빠랑 같이 여행 가자.”
“좋아!”
래미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달리는 차 창 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오빠.”
“어?”
래원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래미의 시선을 느꼈지만, 운전대를 잡고 전방주시를 한 채 대답만 할 수밖에 없었다.
“··· 나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런 데 가서 상 받을 수 있을까? 오빠처럼?”
어쩐 일인지 주눅이 든 목소리의 래미.
래원은 래미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조금의 뜸도 들이지 않고 소리쳤다.
“당연하지, 도래미! 넌 뭐든 될 수 있어. 오빠도 도와줄 거고.”
아무래도 데뷔 조에 들어간 후로 힘든 듯 보였고,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는 스트레스도 생각보다 큰 것 같았다.
“래미야,”
“웅?”
“네 꿈은 밖에 다른 사람한테 있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있어. 그것만 생각하면 돼. 중요치 않은 외부의 것들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래미는 래원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 * *
매앰매앰-
매미의 울음소리.
늦여름의 수목이 푸르게 우거진 학교.
해 질 녘의 진한 오렌지빛 햇살이 교실을 비추고 있다.
텅 빈 교실.
이 반의 담임이자 문학 담당 교사 [박태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한 사물함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바로 7년간 녹슨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던 낡은 사물함이었다.
[박태하]의 첫사랑이자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소은]의 사물함.7년간 굳게 닫혀있다가, [박태하]가 7년간 간직하고 있던 열쇠를 넣자 비로소 열린 그 사물함.
“말도 안 돼···.”
현재의 [박태하]가 그 안에 들어있던 낡은 교환 일기장을 꺼내 펼친다.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다.
“후우-”
입김을 불어서 먼지를 대충 털어낸 후,
떨리는 손으로 힘을 꽉 주며 글씨를 적는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까?}
동시에 이 내용을 읽는 나래이션이 그의 음성으로 흘러나온다.
다 적은 교환 일기장을 덮어 [이소은]의 사물함에 다시 넣은 후 사물함을 닫는 [박태하].
정확히 1분이 지나고 사물함을 다시 열어서 일기장을 펼치자,
{바꿔봐야 알지.}
놀랍게도 [이소은]의 필체로 적혀있는 새 글씨.
[박태하]는 떨리는 손으로 그다음 줄을 또 써 내려간다.{만약에 우리가 과거를 바꿨는데, 그 결과가.. 지금이랑 똑같으면? 네가 여전히 이 현재에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역시 또 일기장을 덮어서 사물함에 넣는다.
1분 후, 다시 사물함을 열고 펼쳐본 일기장에
{그렇다면 그 경우는, 우리가 바꾼 과거가 내가 죽은 원인이랑 아무 상관 없다는 뜻이겠지.}
이번에도 과거의 [이소은]에게서 답장이 왔다.
현재의 [박태하]도 답장을 쓴다.
그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주체할 수 없이 흐른다.
{그럼, 우리가 바꾼 과거로 인해서 네가 현재에 살 수 있게 된다면···? 소은이 네가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이어서 도착한, 과거 [이소은]의 답장.
{우리가 바꾼 그 과거가, 바로 내가 죽은 원인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말이겠지?}
에서, 4부 엔딩!
.
.
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이곳은 SBC 대회의실.
드디어, 수목 미니시리즈 의 대본 리딩이 끝났다.
“대본 리딩부터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배우분들!”
메인 연출자인 도래원이 상석에서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캐나다 밴프에서 돌아온 후,
래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차가을 작가와 대본 회의만 여러 차례 했고,
미술 감독과도 여러 차례 만나 세트장을 완성했으며,
지명 오디션과 공개 오디션을 통해 조연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등···.
길지 않은 프리 프러덕션 기간을 단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바쁘게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 막.
프리 프러덕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상견례와 대본 리딩까지 잘 치러냈다.
1화부터 4화까지 리딩하고 나니, 벌써 3시간 넘게 시간이 지나 있었다.
배우들은 앞에 놓인 생수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감독님, 작가님.”
돌연, [이소은] 역의 ‘류소현’ 배우가 슬며시 상석의 두 사람을 불렀고,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아까 대본 리딩을 하며 역할에 분했을 때와 전혀 다르게, 거의 기어들어 갈 듯 소심한 목소리였다.
“이소은 말인데요, 4화 초반까지 읽을 때는 캐릭터 톤이 약간 미스터리하면서.. 뭐랄까, 창백한 느낌의 소녀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네.”
“근데, 4화 중반부터는 갑자기 톤이 바뀌는 거 같아서요. 아련아련 첫사랑 느낌처럼 친절하고 따뜻하게? ··· 이게 제가 잘 파악한 게 맞나요?”
“네, 제가 쓴 의도대로 잘 읽어주셨어요, 류소현 배우님.”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류소현은 갸우뚱하며, 아직 뭔가 석연치 않은 얼굴이었다.
래원이 이를 캐치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톤이 바뀌는 게 연기하시는 입장에서 너무 급작스럽다는 말씀이시죠?”
“네네, 맞아요.”
류소현이 반가운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파악하신 거예요. 그 사이 간극이 있는 게 맞아요. 왜냐면, 비어있는 그 중간의 이야기가 과거 회상으로 5화에 나올 거거든요. 과거에 두 사람이 얼마나 애틋한 사이였는지가 나와요. 5화 수정고를 아직 못 보셔서 그렇게 급작스럽다고 느끼시는 게 당연합니다.”
“아, 다행이네요. 저는 제가 캐릭터 파악을 잘못한 줄 알고···. 감사합니다.”
류소현은 이제야 안심한 듯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다른 배우들과 스텝들도, 래원의 설명에 흥미롭다는 듯 다시 대본을 뒤적였다.
류소현의 실제 동생이자, 배역으로도 동생인 [이지은]을 맡은 ‘류지현’ 배우도 언니의 옆에 앉아 털털하게 웃고 있었다.
래원이 오늘 가만히 관찰해보니, 실제 두 자매의 성격이 극 중 자매와 닮아있었다.
언니인 [이소은]과 류소현은
많이 여성스럽고 나긋나긋하며 조금은 소심한 타입이라면,
동생인 [이지은]과 류지현은
언니와 다르게 좀 더 쾌활하고 씩씩한 타입이었다.
래원은 자신이 원했던 배우와 스텝들이 이 회의실에 모두 모여있는 모습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마치 원하는 포켓몬을 모두 모은 포켓몬 트레이너가 된 듯 흡족한 얼굴로 말이다.
이때,
“우리 대본 너무 재밌습니다, 작가님!”
주인공 [박태하]를 맡은 ‘양수호’ 배우가 소리쳤다.
이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조하는 대답을 하며 반응을 보이자,
래원의 옆자리에 앉은 차가을 작가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
오늘 처음 모였을 때와 달리, 대본 리딩을 끝낸 후 모두의 얼굴에 기대감이 피어오른 것이 래원의 눈에도 확실히 느껴졌다.
‘이제 현장에서 잘 찍고, 잘 편집하기만 하면 된다.’
래원이 두 눈이 비장하게 빛났다.
“감독님, 우리 드라마도 밴프 가는 건가요?”
주요 배역 중 가장 연장자 [정성욱] 이사장 역을 맡은 ‘우종세’ 배우가 장난스레 물었다.
첫날이라 서먹서먹하게 진지하기만 한 상견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띄워보려는 의도를 알기에, 래원도 농담으로 받았다.
“밴프로는 안 되죠. 몬테카를로, 에미까지 우리가 다 휩쓸어야죠!”
이에 대회의실의 모두가 파안대소했다.
래원이 이렇게 상석에 앉아있는 게 이번 생에서만 두 번째다.
지난번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때와는 래원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분명 묘하게 달랐다.
똑같이 담당 PD로서 메인 연출을 맡았지만,
그때는 4부작 단막극이고
지금은 16부작 미니시리즈인 탓이 클 것이고,
아무래도 밴프 상 수상으로 인한 후광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래원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우쭐해 한다거나 반대로 부담스러워하는 기색 따위는 없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로 스스로를 결정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은 래원에게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금 래원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단 하나,
‘이렇게 대본이 좋으니 작품성은 당연히 챙겨야 한다.’
을 성공시키는 것뿐이었으니까.
작품성은 물론 시청률도 포기할 수 없었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와,
SBC 9월 편성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1위.
이 자리에 있는 배우들, 스텝들과 함께라면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자, 그럼 모든 배우분들, 스텝분들 오늘 수고 많으셨고요, 앞으로 단톡방이랑 카페 공지 자주 확인해주십시오.”
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드라마, 다같이 잘 만들어보죠! 촬영장에서 뵙겠습니다.”
이 대회의실이 흡사, 커다란 선박이라면.
지금 이 순간,
여기 배 안에 탄 모든 선원들이 도래원이라는 선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신뢰가 듬뿍 담겨 있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54화 – 리디북스
* * *
「 한 번 만난 인연은 끝내 잊히는 게 아니라, 잠시 잊고 있는 것뿐이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대사지. 나는 문학을 가르치는 ‘박태하’라고 한다. 내가 아마도 여러분 인생의 마지막 담임 교사가 될 텐데⋯ 좋든 싫든 이미 어쩔 수가 없어. 한 번 출발해버린 인연은 되돌릴 수가 없거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5살의 신입 교사 [박태하]가 교단 앞에 서서,
지금 막 자신의 제자가 된 아이들을 빙 둘러보더니
돌연 칠판지우개를 들었다.
분필 분진이 하얗게 내려앉은 지우개에 입바람을
“후-”
불었고, 이에 분진 입자가 연기처럼 흩날리는 게 보였다.
“허공에 흩어지는 연기처럼 결코 되돌아올 수도 없고, 끝나지도 않는 여정을 떠나는 것.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것. 그게 바로 ‘인연’이다. 올 1년 동안, 아니 앞으로 평생 잘 지내보자.”
.
.
“컷! 오케이!.”
래원의 시원한 외침이었다.
이곳은 의 교실 세트장, 첫 촬영 날.
지금 1화의 1씬을 촬영하는 중이다.
“그럼 이제 칠판지우개 부는 거, 인서트 딸게요.”
이에 분장 스텝 두 명이 양수호에게 달라붙어 재빠르게 입술 화장과 피부 화장을 수정해주었다.
소품 스텝들은 미리 분필 가루를 잔뜩 묻혀놓은 칠판 지우개를 새로 가져다 놓았다.
“레디, 액션!”
다시 양수호가 손에 든 분필 지우개에 입을 가져가 입바람을 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