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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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 현우 씨, 잠깐 쉬었다 할까요?”
“네.. 죄송합니다..”
어둠의 아우라를 뿜어대는 함현우 덕에 촬영 현장의 모두가 조용해졌다.
‘유독 [현세민]이랑 붙는 씬을 어려워하네?’
래원이 보다 못해서 함현우에게 다가갔다.
“현우 씨, 뭐 때문에 그래요? 감정이 잘 안 잡혀요?”
“담백하게 자상한 아빠이고 싶은데, 세민이랑 붙으면 자꾸 감정이 과잉으로 치닫네요. 하아···. 이러면 캐붕인데···. 죄송합니다, 도 감독님.”
“현우 씨 잘못 아니에요. 원래 이런 일상 씬의 대사처리가 더 어려운 법이잖아요.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22살에 계획에 없던 애 아빠가 돼서, 중간에 애 엄마는 집 나가고, 엄마이자 아빠로 오랜 시간 살아온 싱글 대디가 표현하기 쉬운 인물은 아니죠.”
“······.”
“흠, 현우 씨. 그럼 톤을 달리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 어떻게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1번은, 지금보다 덜 자상하게, 조용하게 묵묵히 딸을 챙기는 아빠 모드. 항상 세민이의 뒤에 서 있는 듯한 톤으로요.”
“그게 제 원래 성격이랑 맞을 수 있겠네요. 두 번째는요?”
“2번은, 딸이랑 티격태격하는 아빠 모드. 츤데레 느낌인 거죠. 근데 이 경우는 현우 씨뿐만 아니라 래미도 같이 연기 톤을 바꿔야 해요.”
“··· 1번으로 가볼게요.”
“좋습니다. 자상함은 덜어내고, 조용하게 묵묵히! 17씬부터 다시 가볼게요. 준비해주세요!”
멈춰있던 모두가 래원의 말에 다시 부산하게 움직였다.
함현우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고,
곧 촬영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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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이 순간, 불행히도 아무도 오케이 사인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함현우 본인도 그랬다.
새로운 시도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감정 과잉 문제는 확실히 해결됐지만, 함현우가 표현한 차분하고 조용한 [현수] 캐릭터가 딸 [현세민]과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어두운 아우라를 뿜기 시작한 함현우.
촬영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2번으로 가보는 건 어때요?”
지금 이 정적을 깬 건 래미의 나긋한 목소리였다.
“아까, 도 감독님이 말씀하신 2번 선택지. 저랑 티격태격하는 츤데레 아빠 모드로 가보는 건 어떨까 해서요.”
“래미야, 그럼 세민이도 같이 티격태격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해볼게요. 지금처럼 아빠가 너무 차분하면, 세민이 혼자 너무 틱틱대고 나대는 것 같아서요. 이왕 톤을 바꾸려면 아빠랑 세민이랑 같이 바꿨으면 좋겠어요.”
현장의 여럿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래미의 설명은 그만큼 일리가 있었다.
래미가 래원을 향해 자신 있다는 듯이 싱긋 웃었고,
래원은 반신반의하며 외쳤다.
“그럼 15분 쉬었다가, 다시 가볼게요.”
그동안 스크립터가 대사의 뉘앙스를 약간씩 손봐주었고,
배태람 촬영 감독도 [현수]와 [현세민] 부녀의 수정된 감정선에, 둘의 모습을 조금 더 와이드하게 잡기 위해 렌즈를 바꿔 끼웠다.
이윽고 촬영이 다시 시작됐다.
제발 래원의 ‘오케이’ 소리를 들을 수 있길 모두가 바라는 순간이었다.
“세민아, 너 현장학습이 다음 주랬냐?”
“아빠 바쁘잖아. 좋은 아빠 코스프레 안 해도 됨.”
“됐거든. 안 속거든! 신경 안 써주면 두고두고 우려먹을 거면서! 김밥 싸줄게.”
“싫은데? 아빠 김밥은 중딩 때 졸업했거든? 샌드위치 사 갈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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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
거의 열 테이크만에 드디어 떨어진 오케이 사인.
이에 함현우는 물론 래미도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고,
지켜보던 스텝들은 일동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이거 이렇게 코믹한 장면이었어요?”
“와, 캐릭터 매력 쩔어. 푸하.”
“하하하. 티키타카 좋네요.”
“이런 부녀지간도 괜찮네. 크크큭”
“괜찮았어요, 도 감독님?”
함현우의 물음에 래원이 엄지손가락을 척- 세워 보였다.
“스텝들 반응 봐봐요. 훨씬 좋았어요. 이 츤데레 모드로 계속 가죠. 현수 캐릭터도 맛이 살고, 세민이랑 쿵짝도 잘 맞고!”
“둘의 관계도 더 좋아 보이네. 훨씬 자연스러워.”
래원과 배태람 촬영감독의 칭찬에 함현우의 얼굴이 언제 어두웠냐는 듯 맑게 개었다.
“으휴, 다행이다. 이 장면의 늪에서 드.디.어. 벗어나네요! 어후, 속 시원해! 래미야 고맙다.”
“저는 그냥 도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현우 오빠가 주는 만큼 받아서 연기한 것뿐인데요 뭐.”
“너도 잘했어, 도래미.”
래원의 말에 래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드라마를 하며 래원에게 처음으로 듣는 칭찬이었으니까.
래원의 눈치를 보며 반응을 아끼던 다른 스텝들도 이때다 싶어서 거들었다.
“아빠 놀리듯이 대사 친 거 귀엽고 좋았어.”
“통통 튀어서 사랑스럽던데?”
“국민 딸 탄생 예감이다! 너무 귀여워!”
래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가..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그럼, 더 열심히 해야지!”
래원이 피식 웃었고,
다시 모두에게 소리쳤다.
“바로 다음 씬으로 넘어갈게요. 고비 넘겼으니 진도 쭉쭉 뽑아봅시다!”
이후의 촬영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함현우는 금방 페이스를 찾았고, 래미도 한층 자신감이 붙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편, 촬영장 한쪽 구석에서 대기하던 보조 출연자들이 래미의 연기를 보며 수군대고 있었다.
“그거 들었어요? [현세민]역, 정지예에서 교체된 히스토리.”
“아니. 뭔데?”
“원래는 도래미가 오디션 1위였는데, 낙하산 논란 생길까 봐 고사해서 2위 정지예로 했던 거래요.”
“저런 실력파 낙하산은 우리도 환영이지!”
“헐? 그럼 친오빠가 감독님이라서 일종의 역차별 받을 뻔한 거네?”
“그런 셈이죠.”
“근데 왜 다시 번복했대?”
“도래미가 저렇게 잘하는 거보면 실력이 아까웠던 거 아닐까요?”
“만약에 그대로 정지예로 갔으면 도래미는 꽤나 억울했겠네. 저렇게 찰떡인데.”
“우리 드라마도 엄청 손해였겠죠.”
이에 다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보조 출연자들.
“왠지 도 감독님 동생다워요.”
“남매가 쌍으로 잘났네. 부모님은 밥 안 먹도 배부르시겠어.”
* * *
시간이 흘러 촬영이 중반부를 훌쩍 넘어갔다.
오늘로 9, 10부를 찍고 있었고,
그사이 계절도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촬영장도 드라마국도 길거리도 모두가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다.
올해 여름, 업계 최대의 화두는 ‘JC그룹’ 이었다.
[ JC엔터실, SBC와 TBN에 총 500억 원 투자 ‘곧 드라마 제작까지 손 뻗나?’ ] [ JC그룹, 반도체-정유-푸드까지 연이은 호재로 시가 총액 작년 대비 1.5배 UP↑ ] [ JC, 유성 그룹 ‘갤럭시 카’에 대항하는 전기차 개발 계획 발표 ] [ JC그룹, 내년을 목표로 엔터/컨텐츠 자회사 설립에 투자 – ‘JC ENM’이 유력 ]덕분에 관련 주가도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래원의 주식 어플 화면 역시 매일매일이 새빨간 파티였다.
작년 말에 홍 실장의 귀띔과 래원이 기억하는 정보로, JC그룹의 주식을 잔뜩 매수해뒀기 때문이었다.
“히익···! 이게 다 얼마야? 이번 드라마 끝나면 래미 데리고 해외 여행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
래원의 입이 귀에 걸렸다.
JC그룹의 소식이 요란한 만큼,
래원과 황태수 그리고 홍 실장이 속한 라운딩 단톡방도 최근 들어 요란해졌다.
[홍 실장] 이번 달 마지막 토요일 라운딩 어떤가 들? 드라마 진행 상황도 궁금하고, 새로 귀띔해줄 정보도 있고. [황태수] 좋죠! 그 일정으로 준비해두겠습니다. [래원] 저도 좋습니다!“새로 귀뜸해줄 정보?”
래원은 홍 실장이 가진 정보가 무엇일지 지난 삶의 이맘때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 * *
프러덕션에 본격적으로 돌입된 후,
래원에게 오늘 처음으로 온전히 쉬는 날이 주어졌다. 몇 달 만의 일이었다.
온종일 침대와 한 몸이 된 래원.
“오빠! 택배 왔어.”
“어? 나 시킨 거 없는데?”
“몰라, 영어로 오빠 이름 적혀있던데? 직접 봐봐. 난 나가야 돼.”
래미의 말에 래원은 겨우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가 택배 상자를 살폈다.
“뭐지? 누가 보낸 거야? 세르..세르지오 보욜라?”
국제 택배였다.
상자를 뜯어보니 가죽 백팩 하나가 [Bojola] 라고 새겨진 더스트백 안에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와아···. 이게 뭐냐?”
래원은 가방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보욜라의 단골, 한국계 이탈리아인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보낼 수 있게 됐다는 인사로 시작된 편지.
그 안에는 놀라운 소식이 담겨 있었다.
「 한국에서 온 젊은 드라마 장인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당신이 팀원들을 대하는 모습, 작은 것도 타협도 하지 않고 끈질기게 원하는 퀄리티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모습. 그 모습들을 떠올리며 만든 가방입니다. 내 가방이 당신이 앞으로 드라마 감독으로 살아가는 데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가방이네? 와우! 그것도 보욜라가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래원은 싱글벙글해서는 편지를 마저 읽어내려갔다.
「 당신에게 드리는 가방이 아마도 나의 마지막 자식이 될 거 같습니다. 사실 작년에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내 죽음을 1년 정도 늦춰주는 것뿐이라더군요. 힘든 항암 치료를 받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나고 자란 내 가게, 내 작업실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어서 그냥 평소와 똑같은 삶을 살기로 택했습니다. 」
“암이라니···. 두 번이나 갔는데, 한 번도 그런 낌새 못 느꼈는데···.”
돌연 심각해진 얼굴로 편지의 다음 장을 펼쳐본 래원.
「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나는 곧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겠지만··· 나의 전부나 다름없는 내 가방들, 내 작업장,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필름으로 영원히 세상에 남겨줘서 고마워요. 내 인생을 예술로 봐줘서 고마워요. 」
“···제가 더 감사합니다.”
어느새 래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나는 당신 덕분에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졌습니다. 죽기 전에 당신이 만든 드라마가 완성되는 걸 꼭 보고 싶어서 병원 입원을 결정했거든요. 」
이 편지는 래원에게 지난 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가장 값진 선물이자 찬사였다.
“내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졌다는 말. 너무 감동이다···.”
래원은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 의료계 종사자라도 된 듯 말이다.
“그렇게 만들자. 보욜라가 힘든 항암 치료를 견디면서 하루하루 더 버틴 것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는 드라마.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더 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
래원의 진심 어린 다짐이었다.
이때,
이에 격하게 동의라도 하는 양, 휴대폰이 격하게 울렸다.
지이이이잉—
[하람 음악감독]“네, 감독님.”
– 우리 OST 더 추가하기로 한 곡이요.
“네네.”
– 이제 슬슬 가수 섭외 들어가야 하는데 ‘에이플’ 어떠신가 여쭤보려고 연락드렸어요.
“에이플···이요?”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첫 방이 연말이고 종방은 내년 초로 넘어가는 스케줄인데,
에이플은 내년 1월 1일자 디스타임의 신년 기사에 등장할 가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학폭 사건’으로 말이다.
피해자의 자살로 마무리됐던 사건이었다.
‘내 드라마로 누군가를 죽일 수는 없어. 아무리 에이플이 노래를 잘하고 지금 몸값이 높다 해도···.’
– 여보세요? 도 감독님···?
“하람 감독님, 에이플은 안 되겠네요. 그 한 곡 만큼은 대중들한테 익숙한 목소리보다는 아예 신선하게 신인으로 갔으면 해서요.”
– 으음, 곡 스타일을 생각하면 신선하게 가는 것도 좋죠. 생각해둔 신인 아티스트 있으세요?
“네, 그 곡에 적합한 신인이 지금 막 떠올랐습니다.”
지난 삶을 돌이켜봤을 때,
향후 드라마 OST 섭외 1순위가 될 가수.
하지만 지금은 아직 데뷔 준비 중인 가수.
여태 긁히지 않은 그 복권의 이름이 래원의 머릿속 전광판에 띵동- 하고 띄워졌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82화 – 리디북스
– 신인 이면···?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에서 올겨울 나올 신인 걸그룹 메인 보컬이요.”
하람 음악감독의 물음에,
래원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분명한 어조로 답했다.
아직 긁히지 않은 복권의 이름은 ‘노노카’였다.
래원은 래미와 함께 ‘브라이트 걸스’를 준비하는 그녀를 이번 OST 작업에 추천할 생각이었다.
– 아? 그럼 아직 데뷔 전..이라는 말씀이시죠?
“네.”
– ··· 원더빅 소속에 메인보컬이면 한 번 트라이는 해볼 만하죠. 데뷔도 안 한 신인을 감독님이 그렇게 자신 있게 추천하시니 궁금하긴 하네요.
“네, 만나보시고 최종 결정은 하람 감독님이 해주세요.”
하람 감독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래원은 원더빅 박현만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래원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박현만의 반응은 예상대로 나쁘지 않았다.
– 무조건! 하겠습니다. 다른 드라마도 아니고 도 감독님 연출작에다가, JC그룹 투자도 받는 대작의 OST 아닙니까?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종 결정은 음악감독님이 하실 거라, 일단 녹음해보고 혹시나 교체되거나 불발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페이는 지급됩니다.”
– 걱정 마십시오. 저희는 자신 있습니다. 노노카가 보컬 라인에서는 저희 애들 중에 최고거든요.
“저도 공연 때 봤습니다. 엄청 잘 부르더라고요. 이제 갓 20살이라는 게 소름 돋을 정도로요.”
래원은 이미 지난 삶에서도 노노카가 부른 수많은 OST를 들었더랬다.
때론 발랄하면서, 때론 나이보다 성숙한 보이스로 다양한 진폭의 감정을 소화할 줄 알았다.
노노카가 가수로 활동한 곡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드라마 OST만큼은 기억하는 래원이었다.
– 그리고 노노카도 엄청 열심히 준비할 겁니다. 안 그래도 래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애들 관심이 대단하거든요. OST 시켜준다 그러면 신날 게 벌써부터 눈에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