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98
나는 어머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기 아이들에게 떡볶이 1인분 더 주시고, 오뎅이랑 튀김도 좀 주세요.”
“응?”
“귀여워서 그래요.”
“그려. 그려.”
사장님이 떡볶이 1인분과 어묵, 튀김을 조리해서 아이들 식탁위에 올려놓으니, 누나의 얼굴이 토끼눈처럼 커진다.
‘저기 있는 아저씨가 사주는 거야.’라고 어머님이 말하시니,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온다.
“잘 먹겠습니다! 아저씨! 너도 얼른 인사해야지!”
“잘 먹을게요!”
아이들이 씩씩하게 소리쳤다. 특히 누나의 목소리가 컸다.
“맛있게들 먹고 쑥쑥 자라.”
“네!”
대답하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웃음이 뿜어져 나왔다.
‘이제 일어나 볼까.’
티슈 한 장을 뽑아 입을 닦고 일어났다.
어머님에게 포옹 한번을 해드린 뒤, 장사 대박날거라는 덕담과 현금은 접시 아래에 있다는 말과 함께 가게를 나가려는 찰나.
“너는 인제부터 매일 공짜여!”
분식집 어머님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잽싸게 읍내 시장을 빠져나왔다.
‘산수 시장’
시장의 간판을 보니 정겹기만 하다.
정녕 마을의 인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 나오질 못하니 다음부터는 제대로 마음먹고 와야겠다.
현금도 두둑하게 챙겨서 플렉스도 가끔 해줘야지.
‘집으로 가볼까!’
유쾌하고 재밌는 시장 쇼핑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옷이든 봉지를 달랑거리며 포터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타려는 때였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았다.
가까운 곳에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님이 서 계셨다.
“어? 도일이 아니냐?”
“네? 누구시죠?”
이번에는 또 누구지?
“나 모르겠어?”
누구더라.
나이는 나보다 확실히 많은데.
분명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 누님!”
무슨 날 인가?
오늘 제대로 물 만났다.
밤나무 (3)
이분은 경훈이 누나이자 이장님의 장녀였다. 노총각 경훈이와 달리 누나는 자식을 다섯 명이나 낳았다.
애를 다섯 키우기가 쉽나?
그래서 틈나는 대로 경훈이네 술집에서 알바를 하곤 했는데, 그때 한 번씩 마주쳤었다.
“시장에 장보러 온 거야?”
“네!”
“요즘 경훈이네 술집에서 잘 안보이더라? 어디 좋은 곳 찾았나봐?”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요즘 바빠서 경훈이 얼굴 볼 시간이 없었어요.”
“얼굴 참 좋아졌네. 우리 경훈이도 관리를 하면 좋을 텐데 걔는 게을러 터져서. 어휴.”
“술집 일이 워낙에 힘들잖아요.”
“애가 이제 결혼은 완전 포기했나봐. 선 자리를 알아봐줘도 싫다고 하네.”
“아…”
“네가 얘기한 번 잘해봐. 요즘 애가 갱년기를 겪는지 통 말이 없어.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밥도 잘 먹질 않아.”
“네. 연락해볼게요.”
“바쁜 데 붙잡아서 미안해. 다음에 또 봐.”
“네. 누님!”
“아, 내 정신 좀 봐. 이거 먹고 가.”
누님이 내게 건넨 것은 사탕이었다.
어쩐지 주머니가 두툼하고 했더니…
누님이 장바구니를 끌고 읍내 시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누님이 주신 사탕 하나를 까먹으며 트럭에 올라탄 뒤 시동을 걸었다.
경훈이가 우울하다니.
매일 웃으며 밝던 친구에게 아픈 속내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잘 살고 있을 줄 알았건만, 정녕 우울함에 소식(小食)을 하고 있을 줄이야.
‘조만간 술집에 가봐야겠어.’
가서 아무 대화라도 나누어 봐야겠다. 녀석은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매번 고민을 들어주곤 했으니까.
* * *
[우리, 오랜만에 모여야지?]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꽃보다 중년]의 깨톡방에 글을 올렸다.
참 오랜만이다.
근래 철수는 장사하느라 바빴고, 봉선이는 늦깎이 대학생이라 공부하느라 시간을 못 냈다.
한동안 조용했던 꽃보다 중년의 깨톡방에 조약돌 하나를 던졌다.
미세한 물결의 파동이 친구들의 마음까지 닿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술 먹고 싶어서 죽어버릴 것 같아.]봉선이가 글을 올렸다.
술 먹고 싶어서 죽겠다니, 알코올 수혈이 다급하다.
[오늘 볼까?]철수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나는 녀석들의 흥분된 마음을 일단 가라 앉혔다.
[다들 진정하자고. 술은 경훈이네 술집에 많으니까.] [지금 갈까? 출발 한다?]한데, 봉선이와 철수의 적극적인 구애와는 달리, 경훈이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부답이었다. 분명 깨톡은 확인 한 것 같은데, 왜 말이 없을까.
[경훈아? 네 생각은 어때?]질문을 하니 그제야 경훈이가 깨톡을 올렸다.
[와라. 먹을 거 만들어 놓을게. 오늘은 술집 쉴 거야.] [술집을 쉰다고?] [어.]경훈이의 단호한 말투.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친구들은 눈치만 살필 뿐 아무런 글을 올리지 않았다.
내게 전화가 온 녀석은 봉선이었다.
-도일아. 경훈이 왜 저러냐? 무슨 일 있지?
“나도 잘 모르겠네. 술집까지 닫겠다고 하는 거 보니까 뭔가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얼른 정리하고 술집으로 갈게. 너는 언제와?
“나도 바로 갈 거야. 콜택시 불렀으니까 출발하면 20분 정도 걸릴걸.”
-알았어!
봉선이와 통화를 끝내고 외출 준비에 나섰다. 경훈이의 속사정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그래서 친구들이 혹시라도 말실수 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약초를 챙겨갈 셈이다.
“황복아! 약초 가방!”
황복이 녀석이 입으로 가져온 것은 최근에 산 나만의 약초가방이었다.
의사가 청진기를 들고 다니고, 한의사가 침을 챙기듯, 나 또한 약초를 들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구매한 가방인데, 내용물을 넉넉하게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납공간이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어 약초가 섞이지 않도록 다양하게 보관할 수가 있었다.
‘필요한 걸 챙겨볼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해서 약초를 신중하게 챙겼다.
다방면으로 필요한 것들을 챙긴 뒤, 경훈이네 술집으로 향했다.
무언가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술집에 술을 먹으러 가는 기분이 아닌, 왕진을 가는 기분이랄까.
* * *
“철수야!”
경훈이네 술집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던 철수를 만났다.
철수는 아까 이곳에 도착했는데, 술집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때마침, 경훈이가 장바구니를 들고서 술집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
“어!”
경훈이가 우릴 흘깃 바라보곤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런 철수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뒤 경훈이를 보며 주절주절 한다.
“미리 와서 문 좀 열어 놓을 것이지.”
“아서라, 오늘은 경훈이 편 좀 들어줘.”
“왜?”
“그냥!”
술집에 들어가자 음악 소리가 은은하게 깔렸다. 매우 잔잔한 음악이었다.
평소에는 시끌벅적한 노래를 틀어 놓더니, 확실히 경훈이가 심적으로 우울한 것 같다.
봉선이가 도착하니 술집이 좀더 생기가 돈다. 녀석은 도착하자마자 자신 있게 외쳤다.
“나는 어묵탕 먹고 싶어!”
“어묵탕?”
마침 봉선이의 손에 들린 게 어묵이었다. 어디서 사왔는지 경훈이에게 요리를 해달라고 채근이다.
“너희들은 따로 먹고 싶은 거 없냐?”
경훈이가 주방에서 우리를 보며 물었다. 나는 가방에서 은행을 꺼내다가 경훈이에게 건넸다.
“은행이야. 잘 손질한 거니까, 다음에 안주로 써.”
“고마워.”
철수가 허벅지에 손을 박박 문지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따로 준비해온 게 없다며 경훈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사실 미안한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준비한 적도 처음이었으니까.
“어묵탕 얼큰하게 해줘! 청냥고추 팍팍팍!”
“알았어.”
“대파도 슝슝슝!”
“알았어. 가서 앉아. 금방 내올게. 또 먹고 싶은 건?”
“없어. 다이어트 중이라.”
“오케이. 그럼 내가 알아서 차릴게.”
철수가 술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냈다. 봉선이가 앞 접시와 수저를 세팅했고, 나는 소주잔을 꺼냈다.
세 명이서 테이블 세팅을 끝내고 나서야, 우리는 원으로 둘러진 식탁에 둘러앉았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틀고 있을 때, 경훈이가 내온 것은 은행 꼬치와 마늘 꼬치, 닭 꼬치였다.
“와아, 이렇게 잘 차려준다고?”
“많이들 드셔. 어묵탕은 곧 내올게.”
닭 꼬치 하나를 집어 맛보니,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갈수록 경훈이의 요리 실력이 늘어남을 느낀다.
때마침 어묵탕 큰 사이즈가 테이블위에 대령됐다.
상당량의 어묵 양이었다.
국물을 한 모금 떠먹으니 얼마나 얼큰한지 켁켁거릴 정도였다.
“이제 세팅 끝이네? 소주 한 잔 할까?”
“좋아.”
딸깍!
소주병을 여는 경쾌한 소리.
친구들의 빈 잔에 술을 한 잔씩 따라준 뒤, 경훈이가 병을 건네받아 내게 소주를 따랐다.
“천천히 음미하자고.”
친구들끼리는 건배가 따로 필요 없다.
각자의 느낌 있는 그대로 소주를 찬찬히 들이켰다.
크으.
봉선이는 소주잔과 애무를 하는 것처럼 깊이 있게 음미했다.
그동안의 학업 스트레스를 아주 진득하게 푸는 것 같다.
철수는 한 입에 벌컥 넣어버리고, 경훈이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철수가 경훈이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기운 좀 내라. 많이 우울해 보인다.”
“괜찮아.”
“괜찮긴. 평소 너 답지 않은데 뭘.”
“흐, 그르냐?”
철수가 경훈이에게 소주 한 잔을 따랐다. 아직 술이 들어가질 않아 그런가, 경훈이의 속마음이 열리기까지는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시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