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es, Demons & Villains RAW - chapter (159)
157마왕의 전투
“거절하겠어.”
그것은 죽음과 같은 정적이고 침묵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들었기 때문인지 그는 한참 동안의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흔들림 없는 눈빛이나 무표정한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나지막이 질문을 건네 왔을 뿐이다.
“…어째서지?”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을 건네오는 그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래, 분명 모든 걸 잃었던 직후, 그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설령 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미친 듯이 ‘로드 오브 킹덤’의 재건과 마족의 부활이라는 목적에 매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만났다.
“비록 패배했을지언정 ‘로드 오브 킹덤’은 최선을 다해 싸웠고, 마지막까지 노력했어. 결국 그 끝은 절대 행복하지 못했지만, 아무리 그들의 끝이 슬프다고 해도 나는 그날의 눈물을 간직하겠어. 단지 나만의 욕심으로, 나의 눈물을 되돌리기 위해 그들의 삶을 모욕하지는 않겠어.”
나는 그의 가르침을 기억했다.
후회는 과거에 묻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황제는 내게 말했다.
왕에게 있는 것은 권리뿐 책무란 없다고.
내게 그들을 되살리고, 로드 오브 킹덤을 재건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나는 로드 오브 킹덤의 패망을 받아들였고, 후회 대신 추억을 안고 살아갈 것을 선택했다.
아무리 불행하고 힘들었을지언정, 그것은 우리의 추억이자 삶이었고, 슬프고 가슴 아프고 비통할지언정 나는 그들의 죽음을 부정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단지 나의 필요로 그들을 되살리고, 그들이 죽을 때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그들을 한낱 도구로 삼는 행위이자, 그들의 삶조차 부정하는 모욕이 될 테니까.
침묵 속에 나를 바라보길 잠시 마검자는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이 그의 가르침인가.”
“……?”
나는 의아한 눈으로 마검자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를 찾아냈을 정도의 정보력이 있다면 ‘프리 나이츠’의 수장이었던 코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알고 있는 정도를 넘어 묘한 항수마저 담고 있는 마검자의 혼잣말은 나를 의아하게 했다. 그런 나를 향해, 마검자는 나지막이 물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나?”
“뭘 말이지?”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하는 나를 앞두고 마검자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 갔다.
“‘데몬 소울’이 대체 어떻게 오래전에 사멸한 ‘다크 스톰’의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붕괴한 ‘골든 서클’의 자금을 얻을 수 있었는지 말이다.”
순간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마왕으로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고, 딱히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지적을 받고 나서야, 나는 그것이 무척 공교로운 우연임을 깨달았다.
아니, 과연 그것이 우연이었을까?
문뜩 샘솟는 의문에 침묵하는 나를 향해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과거 암흑성이 무너졌을 때, 암흑성의 총사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신의 저주와 13사도의 배반으로 《악의 서》를 빼앗기고 대다수의 힘을 잃기는 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암흑성의 총사는 그 이후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다.”
암흑성의 총사가… 살아 있었다고?
이미 50여 년 전, 죽은 거로 알려진 그 암흑성의 총사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내가 놀람을 금치 못하는 사이에도 그의 말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비록 대다수의 힘을 잃었을망정, 13사도와 그들의 조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던 암흑성의 총사는 복수와 함께 《악의 서》를 되찾기 위해 그들을 찾아다니며 파멸시켜 왔다. 하지만 암흑성의 총사에게는 《악의 서》를 완성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가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심장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이유 모를 불길한 느낌이, 그리고 오싹한 한기가 마음을 갑갑하게 했다.
“이 세상에 악의 서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을 갖춘 것은 요마들뿐이었지만, 암흑성의 총사는 요마들을 찾아낼 수 없었다. 아니, 설사 찾아냈다고 해도 본래 악마의 시종으로 탄생한 요마들의 힘만으로는 《악의 서》를 완성하기에 부족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골든 서클’이 붕괴할 때 허공에 뜬 막대한 자금을 카산드라 가문을 통해 ‘데몬 소울’에 흘려보내고, 과거에 훔쳐 냈던 ‘다크 스톰’의 연구 자료를 가지고 ‘데몬 소울’에 투신했다.”
마검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꿰뚫을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흔아홉 악마 중 서열 99위의 악마, 탐식의 발샤크가 봉인된 팔찌를 지닌 마법사 캐스터 S. 레빈이라는 이름으로.”
“……!”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지끈거리는 통증.
그래, 그렇다.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나는 그자를 알고 있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자, 케스터 S. 레빈이야말로 ‘데몬 소울’의 수장이었던 ‘38녹수를 흘리는 자’ 레벤트스의 충복이자….
“바로 《악의 서》의 열쇠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우리 마족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었으니까. 머리가 뜨거워지며 정신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텅 빈 듯한 감각 속에 내가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던 진실을 마검자는 너무나 냉혹하고도 잔인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다. 마족은 애초부터 《악의 서》를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벼락이었다.
그리고 혼돈이었고, 폭풍이었으며, 절망이었다.
전투 병기로서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도구의 도구로서 만들어진 것이 우리 마족이었다고?
“열쇠를 완성한 그는 내분을 조장하여 그 틈을 타서 마족을 훔쳐 내려고 했지만, 애초부터 그를 믿지 않고 있던 레벤트스의 손에서 마족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여 그자는 마족에 관한 연구 자료를 불태우고 단지 몇 개의 실험체만을 데리고 도망쳐 버렸지.”
그 뒤의 일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데몬소울은 공중분해되다시피 흩어졌고, 레벤트스는 마족들을 데리고 지하로 잠적한 채 세계 정복을 꿈꾸다가 결국 내 암습에 쓰러졌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그자가 꾸민 음모였다고?
“결국 《악의 서》를 완성할 수 있는 열쇠를 만들어 냈지만, 손에 넣는 데는 실패한 그는 훗날을 기약하며 다시금 《악의 서》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악의 서》조차 손에 넣을 수 없었지. 《악의 서》는 이미 10년 전 내 손에 모두 들어온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3년 전, 하나의 이변이 일어났다.”
그 이변이 뭔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로드 오브 킹덤’을 만들어 낸, 그리고 마족이 공식적으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으니까.
“‘로드 오브 킹덤’을 보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 자신 외에 《악의 서》를 손에 넣은 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자가 《악의 서》를 완성하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마족에게 손을 뻗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마족과 접선할 수 있는 조직에 들어가 그 동태를 감시했겠지. 마족과 《악의 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손에 넣을 기회를 얻기 위해서.”
‘로드 오브 킹덤’은 수많은 동맹 조직을 두었다.
그중에서도 ‘로드 오브 킹’덤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조직의 구속력이 약한 만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조직은 어디였을까?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쉽사리 ‘로드 오브 킹덤’과 접촉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악의 서》의 완성을 두려워하고 있던 신의 힘이 먼저 ‘로드 오브 킹덤’을 휩쓸었다. 애초부터 로드 오브 킹덤을 감시하고 있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 마검자의 말대로 그자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면 누구보다 빨리 그곳에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드 오브 킹덤을 처음 찾아온 건 누구였지? 그는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폐허를 찾아왔지? 그리고 왜 로드 오브 킹덤을 파헤쳤던 거지?
“그렇게 ‘로드 오브 킹덤’의 폐허에서 열쇠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 그자는 도망쳤다. 열쇠를 마저 부수기 위해 찾아올 신의 대행자를 피하려, 그리고 《악의 서》를 완성하고자 열쇠를 찾아올 나를 유인하기 위해… 코드 렐 스핀이라는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를 이용해서.”
얼어붙은 나의 심장에 마검자는 그렇게 마지막 일격을 박아 넣었다.
“그런데도 그의 가르침을 믿을 수 있나?”
“…….”
심장이 터질 듯한 충격 속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마치 숨통이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외침은 목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폐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조여들며 심장이 망치로 두들기듯 쿵쿵거린다.
피가 싸늘하게 식는 듯한 감각 속에 팔이 소름으로 뒤덮이고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현기증이 목 뒤에서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가운데 나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그는 마족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로드 오브 킹덤의 폐허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내가 마족임을 알면서도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암흑성의 총사였기 때문이라고?
내가, 《악의 서》를 완성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배반당했던 걸까?
나는 이용당했던 걸까?
나는 어리석었던 걸까?
그것은 원망이었다.
그것은 한탄이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그것은 의문이었다.
그것은 의심이었다.
그것은 확신이었다.
그렇게 너무나 깊고도 복잡하여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듯만 싶은 감정의 폭풍이 나의 마음을 휘저었다.
그 폭풍에 휘말려 혼란스러워하던 도중, 나는 문뜩 깨달았다.
무엇이든 휩쓸어 버릴 듯, 거세게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하지만 정작 그 중심부만큼은 폭풍의 눈처럼 평온하고도 잔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곳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나의 감정을 내가 자각한 순간, 마음속의 소용돌이가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그렇게 산들바람처럼 평온한 상태로 나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음울한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래, 당신의 말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라. 적어도 당신은 그게 진실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몰라.”
마족으로서 핍박받고 외면당해 온 만큼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 익숙했다.
거짓말쟁이와 아닌 이를 구분할 정도는 되었고, 그런 내 안목은 그가 거짓말쟁이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더없이 가볍고도 약해서 단지 몇 가지 말만으로도 흔들리고 움직인다.
그렇기에 나는 마검자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 너무나 나약한 마음이기에 나는 또 다른 기둥에 마음을 기댔다.
“하지만 당신은 봤어? 나를 지키기 위해 싸워 왔던 그의 모습을? 언제나 나를 봐 주었던 그의 눈을?”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 내심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폐허에서 죽어 가던 나를 구해 주었으며, 나를 가족으로 받아 주었고, 나를 마족이 아닌 인간으로 인정해 주었다.
“그는 내 생명을 구해 줬어. 내 마음을 지켜 줬어. 내 영혼을 믿어 줬어.”
내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찾아와 주었다.
거센 전투로 피투성이가 되고,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도 그는 항상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주었다. 그런 그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말 따위는 믿지 않는다.
아니, 설령 거짓이라도 상관없다.
그는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었고 나는 내가 봐 온 그의 모습과 그를 봐 온 나 자신을 믿었다.
“나는 그를 믿어. 그의 가르침을 믿고, 그를 봐 온 나를 믿어.”
비록 이제는 패망했을지언정, 세계의 반을 지배했던 72주문의 마왕으로서, 그리고 그의 가족이자 그를 사랑하는 한 명의 소녀로서 나는 마검자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도, 나도, 세레나도, 우리는 고작 당신의 말 몇 마디 따위에게 놀아날 장난감이 아니야.”
한낱 진실이라는 위명 아래 나의 마음을 흔들려 했던, 그 치졸한 행위에 대한 불꽃 같은 분노를 담아 어떤 진실로도 무너지지 않을, 우리 가족에 대한 폭풍 같은 긍지를 담아 나는 단호하게 말을 끝맺었다.
“우릴 얕보지 마!”
쾅!
단호한 선언과 함께 나는 식탁을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에 찾아온 것은 한없는 정적이었다. 침묵을 지키던 마른 체구의 복면인이 흠칫 놀라는 소리마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한 기묘한 공간에서 마검자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협상은 결렬이로군.”
“협상? 아니. 당신의 망상이겠지.”
내 싸늘한 조소에도 마검자는 동요하지 않았다. 다만 《악의 서》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으며 내 뒤에 석상처럼 굳어 있던 복면인에게 말을 걸 뿐이었다.
“23호. 데려가라.”
그렇게 나는 마검자와의 이야기를 끝냈다. 거의 끌려 나오듯 식당을 나선 뒤, 복면인이 나를 데려간 곳은 성의 밑바닥보다 훨씬 더 깊은 지하에 있는 거대한 홀이었다.
홀 안을 채우고 있는 방대한 규모의 마법진과 그 중심부의 제단 뒤에 있는 수정관을 보며 나는 무심코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법진은 흑마법으로 분류되는 금기 중 하나. 그것을 이런 대규모로 펼쳐 놨다는 것만 해도 신전이 알면 전투 신관들을 파견할 일이었지만 내가 이를 악문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봉마의 사슬을 개조하다니…!
마족을 제압하기 위한 흑마법, 봉마의 사술.
차이점이 있다면 이것은 마력을 봉인하는 걸 넘어, 강제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연 마검자.
미리 준비해 놨다는 걸까?
물론 단순히 마력을 봉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의지에 상관없이 제어하고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검자 또한 나를 회유했던 거겠지만, 이 정도 규모와 정밀도를 가진 마법진이라면 결국 내 마력을 지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저 없이 수정관에 들어갔다.
“…두렵지… 않나?”
이 목소리는…?
그런 나의 담담한 태도가 뜻밖이었던 것일까, 나는 왠지 익숙한 음성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복면 사이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검푸른 눈동자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이 복면인이 누구인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복면인….
아니, 그녀를 향해 나는 차갑게 웃어 보였다.
“이만한 마법진을 발동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설령 발동한다고 해도 내 마력을 통제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하루나 이틀? 아니면 열흘이나 한 달?”
“…고작 남은 그 며칠 사이에… 누가 널 구해 줄 거라고… 믿나?”
내 말에 담긴 의미를 파악한 듯, 그녀는 불신감을 숨기지 않고 물어 왔다.
그래. 나도 안다.
적월의 기사를 적검자로 만들 정도의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상대로 마왕인 나를 구해 줄 인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두고 봐. 그들은 반드시 올 테니까.”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이며 나는 뚜껑이 닫히는 수정관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인간이 아닌, 나의 가족에 대한 믿음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