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0)
선발 -1
“뭐,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었네?”
“···무슨 거짓말?”
“아니, 축구 천재니 뭐니 하길래. 난 그냥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소린 줄 알았지.”
“···내가 왜 너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거짓말을 하냐.”
깜짝이야.
괜히 혼자 찔린 내가 말하자 지우가 웃는다.
“당연히 나한테 잘 보여야지. 내가 널 업어 키웠는데.”
“···무슨.”
“암튼. 와, 나오자마자 골 넣을 줄은 몰랐네. 우리 지안이, 이 정도였어?”
“말했잖아. 골, 별로 어려운 거 아니라고.”
와, 재수 없어··· 라면서도 지우는 뭐가 웃긴지 실실 웃었다.
그런 지우를 보며 나도 픽, 웃었고.
경기가 끝난 뒤.
나는 경기장 앞에서 지우를 만나 함께 집까지 걸어가는 중이었다.
‘휴우···’
아무튼, 다행이다. 정말로.
짧게나마 경기에 뛸 수 있었고, 게다가 골까지 넣었으니.
덕분에 적어도 오늘만큼은 거짓말을 들키지 않았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오늘 상대가 사수올로가 아닌 강팀이었거나, 혹은 3대0으로 일찍 리드를 잡지 못했다면.
아마 나는 경기에 뛰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마침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져 골을 넣을 수 있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
덕분에 이 축구 천재 놀이도 한주는 연장할 수 있게 됐는데···
“경기는 매주 있는 거지?”
“어.”
“다음 주는 누구랑 해?”
“다음 주? 나폴리였나.”
“나폴리? 잘하는 팀이야?”
지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 상대는 SSC 나폴리.
잘하는 팀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현재 그룹 3위인데, 나폴리가 2위라고 했지 아마.
1위는 토리노의 모 팀이고.
아무튼 나폴리는 우리보다 강팀이다.
“그럼 다음 주엔 처음부터 나오겠네?”
“···응?”
“오늘은 상대가 약해서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했었잖아. 그럼 다음 주엔 시작부터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잘하는 팀이라고 했으니까.”
“어··· 그렇지.”
아··· 맞다.
내가 그런 밑밥을 깔았었지.
“오오, 그럼 기대할게? 오늘은 10분 동안 한 골 넣었으니까. 다음 주엔 9골인가?”
“···진짜 축구 아무것도 모른다.”
“드립이잖아, 드립. 어쨌든 오늘보단 많이 넣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야···”
내가 머뭇거리자 지우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그 커다란 눈동자가 마치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
오늘이야 운이 좋았지만···
다음 주는 진짜 위기인데.
그룹 하위권인 사수올로와의 시합에서도 고작 10분을 뛴 내가, 그룹 2위인 나폴리를 상대로 경기에 나갈 수는 있을까.
아니, 어쩌면 벤치에조차 못 앉을지도 모른다.
근데···
“왜? 자신 없어?”
지우의 반달 같은 눈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 입에서는 저절로 맘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온다.
“자신 없긴 무슨. 말로 해서 뭐 하냐. 그냥 보면 알겠지.”
“오올. 이게 천재의 자신감?”
어깨엔 왜 또 힘이 들어가는 건데.
정말 나도 날 모르겠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까진 그저 오늘만 어떻게든 넘기면 일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거짓말이라는 건 실토하기 전까진 계속 커지기만 하는 거였구나.
일이 점점 커진다.
이러다 나중엔 내 입에서 발롱도르도 별거 아니라는 소리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암튼 기대할게. 다음엔 우리 지안이가 무슨 세레머니를 보여주려나.”
지우는 그렇게 말하곤 경례하는 시늉을 하면서 키득키득 댔다.
···얼굴이 뜨겁다.
아, 진짜.
하지 말걸.
*
“아빠 왔다-”
“다녀오셨어요.”
아빠는 저녁때가 지나서야 퇴근하셨다.
주말엔 항상 그러시는데, 그래도 오늘은 일찍 들어오신 편이다.
어쩔 땐 9시가 넘어서 퇴근하실 때도 있다.
간만의 칼퇴근이라 그런지, 아빠의 표정이 꽤 밝아 보인다.
“밥은 먹었니? 냉장고에 넣어둔 거 꺼내 먹었어?”
“네. 먹었어요.”
“빨래는? 이게 다야? 빨 거 있으면 다 꺼내 놔. 세탁기 돌리게.”
“그게 다예요.”
사실 아빠는 퇴근 후에도 쉴 틈이 없는 편이다.
오자마자 내 밥부터 챙기시고, 옷도 갈아입기 전에 빨래부터 챙긴다.
아무래도 내가 축구 선수라 밥도 잘 먹어야 되고, 빨래도 한 뭉텅이씩 싸대다 보니.
아빠만 이래저래 바쁘다.
이렇듯 아빠는 나 때문에 쉴 틈이 없다.
밖에서 바쁘게 일해야지, 집에 와서도 집안일 해야 되지.
그래서 유학 초에 적응 문제로 힘들 때, 아빠에겐 얘기를 못 했다.
아빠도 나 때문에 힘드신데, 별거 아닌걸로 징징 대기가 좀 그래서.
근데 그랬다가 나중에 엄청 혼났다.
도저히 못 참고 나 괴롭히던 녀석이랑 싸웠다가 얼굴이 엉망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떻게 얘기하다 보니 다 들킨 거다.
왜 진작 이야기 안 했냐던 아빠는 그 길로 팀에 찾아가 계약 해지하겠다며 깽판을 치고 돌아오셨다 들었다.
아빠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을 본 건··· 엄마와 싸웠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나 때문이네.
아무튼, 그땐 거의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남겠다고 했다.
아빠도 쉽게 마음먹고 이탈리아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직장, 한국 집, 기타 등등 모든 거 다 정리하고.
여기서 새 직장까지 어렵게 또 구하셨는데, 오자마자 나 때문에 돌아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또, 이탈리아 생활 대부분이 싫었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기도 했다.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무지 바쁘지만, 사실 아빠는 한국에선 더 바빴다. 그땐 거의 얼굴을 못 보고 지나가는 날이 더 많을 정도였다.
아직도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 하나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자고 있는데 아빠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내 곁에 앉더니, 작게 혼잣말을 하신 적이 있다.
많이 컸네··· 라고.
아빠는 그 정도로 바빴다.
덕분에 솔직히 말하면 아빠랑 친해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온 뒤로 옛날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부터였으니까.
나는 그게 좋았고, 그래서 한 번만 더 해보겠다고 했다.
다행히 그 시점에 지금 팀에서 날 찾아줘서 그럴 수 있었고.
···그러고 보면 참.
나란 놈도 진짜 철이 없다.
이랬으면 좀 진작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지.
빨리 돈이나 왕창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니 팀이랑 계약 얘기할 때도 다가온 것 같은데··· 시간 진짜 빠르네.
“빨래, 진짜 이게 다야?”
“다라니까요.”
“경기는 잘 다녀왔고?”
빨래 바구니를 든 아빠가 지나가듯 묻는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재밌었니? 시합.”
“재미는 있었는데, 좀 떨렸어요.”
“떨려? 뭐가?”
“시합 뛰었거든요.”
“···어?”
내 말에, 세탁기에 빨래들을 넣던 아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나는 딴청을 피우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봤자 10분이긴 하지만.”
“뛰었어? 시합을?”
“예. 뭐, 골도 한 골 넣고···”
“······그랬구나.”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세탁기에 시선을 두었다.
“요즘 열심히 하네. 보기 좋다.”
“열심히 해야죠.”
“음. 그래도 무리하진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치면 안 된다.”
“네.”
대답을 하며 슬쩍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뒤에서도 광대가 올라간 게 보였다.
ㆍㆍㆍ
주말 경기만 끝나면 어떻게든 한시름 놓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여전히 나는 가슴을 졸이며 훈련장에 나와 있었다.
“휴우우···”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 말을 여실히 실감 중이다.
상대가 약해서 에이스인 내가 안 나갈 수도 있다?
어휴. 그딴 말은 또 왜 해가지고.
혹시나 해서 깔아뒀던 밑밥이 다시 또 내 발목을 잡는다.
어쨌든 앞뒤가 맞으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주 경기에 선발로 나서야 하는데.
그룹 2위와의 경기, 그 중요한 경기에 날 선발로 쓸 리가 있냔 말이다.
교체로 들어갈 확률조차 손톱만큼 일 텐데.
이래서 사람은 말을 좀 하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평소에 하도 입을 안 쓰니까 중요할 때 제멋대로 움직이잖아.
하여튼 이번 주가 진짜 고비다.
“읏차···”
뭐, 걱정만 해봤자 바뀔 건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훈련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월요일인 오늘, 주전조는 회복 훈련을 하고 나머지는 평소대로 훈련을 한다.
나는 어제 경기를 뛰었기에 주전조 아이들과 함께 회복 훈련을 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고작 10분밖에 안 뛰어놓고, 열심히 땀 흘리는 아이들 옆에서 매트 깔고 스트레칭이나 하고 있으니 좀 민망하긴 했다만.
뭐 어쩌겠어.
코치님이 하라니까 하는 거지.
···솔직히 뭐 좀 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내가 진짜 주전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
현실은 택도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회복 훈련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친구들!”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일제히 고개가 돌아간다. 누군가 봤더니, 훈련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의 지노였다.
“인사는 하고 가려고.”
“여어, 지노. 가는구나.”
“축하한다. 지노!”
음··· 이게 무슨 소리지?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지노에게 한마디씩 건네기 시작한다.
대충 들어보니, 뭔가 작별인사 같은데···
아, 설마 U19 팀으로 가는 게 오늘인가?
“가서도 잘하고.”
“그래야지.”
“나도 인사해야 되냐? 조만간 또 볼 건데.”
“글쎄. 너가 올라왔을 땐 난 1군 가 있을 텐데?”
지노와 아이들이 한 명씩 인사를 나눈다.
그간 꽤 정이 쌓였는지 꽉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는 친구도 있고, 곧 다시 볼 거라고 생각하는지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친구도 있고.
음··· 근데 나도 해야 하나?
지노랑 사적으로 얘기해 본 적은 없는데.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며 서 있는데, 한 명씩 인사를 나누던 지노가 내게로 온다.
내 앞에 선 지노는 내게도 손을 내밀었다.
“지안.”
“아, 어.”
어색하게 그 손을 맞잡자, 지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많이 못 친해져서 아쉽네.”
“응, 그러게.”
“네 덕분에 일찍 올라가게 됐다. 또 보자.”
지노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어깨를 툭 친 뒤 돌아섰다.
그리곤 아이들과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눈 지노는 코치님과 함께 훈련장을 나섰다.
“아아, 부럽네.”
“가서 막내부터 다시 시작할 거 생각하면 안 부러운데.”
“그럼 뭐 나이 꽉 채울 때까지 여기 있을래?”
지노가 떠난 뒤 아이들은 다시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나 역시 매트에 앉았다.
근데··· 무슨 뜻이지?
나 덕분에 일찍 올라가게 됐다니.
아무리 곱씹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이거, 어째 세상이 날 돕는 기분인데.
지노가 U19 팀으로 가면, 우리 팀에 남는 세콘다 푼타는 나와 안드레아뿐이니까.
안드레아만 제치면··· 선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 아냐.
그렇다면 나, 이지안.
이번 주 훈련에 모든 걸 걸 준비가 되어있다.
안드레아!
정면으로 붙··· 진 말고!
형 한 번만 봐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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