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88
88화 회사가 조용하니 좋네요
동방수의 말을 들은 서운영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 형님. 돈이 얼마나 많으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형님 자산이…….”
서운영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기껏 회사를 사더니 한다는 짓이 그 가치를 폭락시키겠다니.
“그 정도 돈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별거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주가는 나중에 제대로 끌어올려 줄 테니까.”
“어떻게 하시려고요?”
“일단 이렇게 진행하자.”
DBS 에너지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
김중우는 오성 에너지에서만 20년을 일한 베테랑이었다.
에너지 관련해서 모르는 업무가 없었고,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빠삭했다.
그럼에도 사내에서 그의 힘은 보잘것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내부 고발이었다.
더 좋은 원료를 더 좋은 값에 사 올 수 있음에도 커미션을 받고 조건이 안 좋은 업체에서 물건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의감에 불타던 젊은 시절, 그런 협잡을 참지 못한 김중우는 철저하게 그 부분을 조사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김중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성 에너지란 거대한 배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새고 있었다.
정의감이 투철했던 당시의 김중우는 그런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그 일을 처리하진 않았다.
대리부터 과장에까지 이르는 인고의 세월 끝에 엄청난 분량의 불법적인 관행과 비리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그 자료만 있으면 회사의 쓸데없는 지출을 최소화하고, 월급 루팡들 대부분을 쳐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장님. 이것 좀 보시죠.”
쾅!
“어이. 김중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쓸데없이 뒷조사할 시간에 일이나 똑바로 해! 그러니까 여태 과장이지.”
그 자료를 가지고 부장에게 찾아갔지만, 욕만 죽도록 먹고 돌아섰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절차를 무시하고 위로, 위로, 위로.
그 과정이 반복될수록 회사 내 입지가 줄어들었지만, 여기서 그만두기엔 그동안의 노력이 아쉬웠다.
오르고 올라, 그 내용은 박문선에게까지 전해졌다.
“흐음. 김 과장.”
“네. 실장님.”
“모든 조직엔 그 조직 나름대로 규칙이 있어요. 그러니 이건 그냥 묻도록 해요.”
“하… 하지만…….”
“됐어요. 회사를 위한 김 과장의 노력을 생각해서 특별한 불이익을 주진 않을 거예요. 그 마음만 잊지 않고 계속 노력해 줘요.”
아무리 정의로운 김중우였지만, 차마 임철우에게까진 찾아갈 수 없었다.
아니, 그럴 방법이 없다는 편이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후우. 제대로 썩었구나. 썩었어.’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니 아마 임철우도 관여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김중우의 회사 생활은 꼬일 대로 꼬였다.
상사들은 대부분 김중우를 눈엣가시로 여겼고, 부하 직원들조차 그를 무시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퇴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부 고발자를 받아 줄 만한 회사는 없었다.
오히려 몇 차례 다른 회사에 지원했다는 것을 이유로 대우는 더욱 안 좋아졌다.
자식들이 커 가는 가운데 회사를 관둘 수 없었던 김중우는 과장이란 직책을 가지고 10년 이상의 세월을 버티고 또 버텨 왔다.
그러다 보니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기에 더는 갈 곳도 없었다.
동기들조차 외면하고 있던 때였다.
‘후우. 진짜 미치겠네. 그냥 때려치우든지 해야지 원.’
그날은 신입 사원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20년을 일했으면 퇴직금으로 치킨집 정도는 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때 임시 주주 총회에 관한 소식이 들려왔고, 조금만 더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김중우 씨 되십니까?”
서운영이 찾아온 것이 바로 그쯤이었다.
“누구십니까?”
“전 이런 사람입니다.”
[DBS 인베스트먼트 대표 서운영]처음 들어 본 회사였다.
‘신종 사기인가?’
“하하하. 너무 의심하지 마시죠. 이번에 오성 에너지 임시 주주 총회가 열리는 거 알고 계시죠.”
“그건 들었습니다.”
“임철우 대표가 내려오면 그 자리로 스카우트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네? 그게 무슨…….”
너무 앞뒤 없이 들이대자 김중우는 오히려 의심했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기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왔던가.
“의심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래도 일단 조건이나 들어 보시죠.”
“아… 알겠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말 그대로 들어나 보기로 했다.
“연봉 3억에 인센티브는 따로 챙겨 드리고. 이걸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차피 더 이상의 바닥도 없었다.
그리고 아직 돈을 요구하진 않았으니까.
서운영은 대강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얼굴이 필요한데, 투자자가 저를 추천하셨다고요? 왜 하필 접니까? 전 에너지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인데…….”
스스로 생각해도 대표를 맡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투성이였다.
그런데 대뜸 대표를 맡기겠다니 의심이 되는 것도 당연했다.
“하하하. 바로 그 점이 김중우 씨가 대표가 되실 중요한 이유입니다.”
“네?”
“김중우 씨. 살생부 가지고 계시죠?”
“네… 네?”
김중우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원하는 대로 회사를 깨끗하게 만들 수는 없었으나 김중우는 원한을 잊지 않았다.
회사의 돈을 횡령한 사람, 회사의 물품을 함부로 빼돌린 사람, 회사의 이름으로 돈을 받아 낸 사람.
그리고 자신을 이유 없이 욕했던 사람 등.
뭔가 회사에 해악을 끼칠 만한 것들을 계속해서 수집해 왔다.
정의에 대한 의지라기보단, 이 조직에서 버티기 위한 발악이었다.
언제고 회사를 관두게 되면 언론을 통해 터뜨리려고 했던 비밀 장부였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떻게 알았는지 살생부를 언급했다.
“저희 투자자께서 정보에 아주 탁월하시거든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김중우 씨가 적격자입니다. 어떻게 해 보시겠습니까?”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김중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꼭두각시가 되진 않을 겁니다.”
“그게 저와 투자자께서 바라는 바입니다.”
이렇게 해서 DBS 에너지의 대표가 결정되었다.
* * *
김중우가 대표가 되자 그동안 그를 괴롭혔던 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쾅!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김중우 그 새끼가 대표가 된 거냐고!”
“부장님, 너무 흥분하지 마시죠. 그래 봐야 뭐 우릴 다 자르기야 하겠습니까?”
“어쨌든 대표가 아닌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그동안 오성 에너지의 직원이란 이름으로 많이도 해 먹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자신만을 위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위로 올라갔고, 그것이 비자금으로 쓰인다는 말까지 들었다.
딱히 숨길 것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증거는 차고 넘칠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런 관행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몰상식한 김중우가 대표가 된단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래서 어쩌실 거예요?”
“뭘 어째? 그놈이 대표면 난 일 안 해. 아니 못 해! 퇴사를 하든 파업을 하든 무슨 수를 내야지.”
“파업이요?”
“왜, 생각 있어?”
“그럼요. 저도 그동안 김 과장을 얼마나 갈궜는데요.”
일반적으로 파업은 생산직 직원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른 부서라고 파업 못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뜻 맞는 사람들 좀 모아 봐. 다 같이 들고 일어나면 제깟 놈이 뭘 어쩌겠어?”
생각해 보니 그럴듯해 보였다.
최근 들어 매출이 급락해서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이루어지면 그 꼴을 지켜볼 대주주가 아니었다.
‘그러면 그놈도 순순히 물러나겠지.’
비리쟁이의 희망 사항이었다.
* * *
파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김중우에 대한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 참 잘 돌아간다.”
– 전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넌 반어법도 모르냐?”
– 저도 농담한 겁니다.
“됐다. 됐어. 일단 일은 벌였으니 주가는 내려가겠네. 맞지?”
– 네. 마스터께서 원하시는 대로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파업 소식과 김중우 대표 선임. 그리고 회사명 변경까지. 악재가 될 만한 기사들은 있는 대로 쏟아붓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네. 흐흐. 오성 쪽에서는 별다른 반응 없고?”
– 기다렸다는 듯이 대주주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 내고 있습니다.
“어이쿠. 우리 일을 도와준다니, 잘하고 있구먼. 흐흐.”
동방수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임시 주주 총회가 있은 지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우선 대표가 변경되었고, 오성 에너지란 사명을 DBS 에너지로 변경하였다.
이것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한국에서 오성이란 이름이 주는 자부심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동방수는 그들의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덕에 주가는 하루 만에 20퍼센트가 빠지는 아름다운 기적을 보여 주었다.
그다음에 터진 것이 직원들의 대대적인 파업이었다.
하지만 동방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춘래를 통해 여론을 조작해 더욱더 악화일로를 걷게 했다.
그 결과 다시 20퍼센트의 하락.
그렇게 일주일 동안 빠진 주가만 해도 60퍼센트가 넘었다.
처음 오성 에너지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무려 92퍼센트가 빠졌다.
지금에 와선 시가 총액이 1조 원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야. 아직 안 팔고 버티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이쯤 되면 던져야 하는 거 아니냐?”
– 그들은 대마불사를 믿고 있습니다.
“나름 괜찮은 판단이네. 그럼 다음 작업을 시작해 볼까?”
– 김중우에게 메일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성 에너지, 아니 이젠 DBS 에너지를 온전히 손에 넣기 위한 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 * *
DBS 에너지의 대표를 맡은 김중우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후우. 괜한 짓을 한 건가?”
설마 자신이 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따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장 가지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서운영 측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우우우웅!
한참 앞으로의 대안을 고민할 때 전화기가 울었다.
“어! 서 대표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 하하하. 마음이 맞았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물론입니다. 할 일이 아예 없거든요. 회사가 멈췄어요.”
–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고 있네요. 제가 금방 찾아뵙겠습니다.
“네?”
– 자세한 건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뚝.
“갑자기 왜 오시는 거지?”
분명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은 확실했지만, 도무지 목적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똑똑!
“들어오세요.”
대표실임에도 제대로 된 비서조차 없었다.
김중우에 대한 회사 내 여론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하하. 회사가 조용하니 좋네요.”
“그러게요. 다들 한쪽에 모여 있어서.”
“그래서 고민이 많으신가요?”
사실상 김중우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전에도 제대로 된 일을 받지 못했고, 지금은 일이 아예 없었다.
그럼에도 김중우는 지금이 더욱 좋았다.
언제라도 원하면 관둘 수 있었고, 대표가 된 순간 퇴직금이 몇 배나 뛰었기 때문이었다.
“고민은 많은데 해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제가 그 고민을 해결해 드리죠. 일단 이것 좀 보고 대화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