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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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중국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퍼져 나간 글로벌 경제 위기.
모든 게 거미줄처럼 이어진 세계화 시대에서 이 경제 위기를 피해 갈 수 있는 나라는 없었다.
그건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마찬가지.
중국과 관련되어 있는 많은 회사들이 타격을 입고 실업자가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한 거다.
미국조차 이렇게 타격을 입는 마당에 다른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때문에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때 유일하게 선방한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이었다.
“오늘부로 유원 모터스는 세론의 식구가 되었고, 앞으로 세론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단상에 올라 유원 모터스 회장 취임식 연설을 하는 한지혁.
그런 한지혁을 보고 유원 모터스 직원이 말했다.
“이번엔 진짜 큰일 나는 줄 알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게 전화위복이 되네.”
원래부터도 만년 적자 기업으로 유명하던 유원 모터스는 늘 위태위태했다.
조금만 위기가 닥쳐도 회사가 부도 나서 주인이 바뀌길 수차례다 보니 직원들조차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몰라 노심초사해 왔는데,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가 터지며 또다시 부도를 맞자 직원들은 이번에야말로 회사가 완전히 망할 게 분명하다며 먹고살 다른 길을 모색하던 상황.
그런데 갑자기 세론이 등판하더니 대뜸 유원 모터스를 인수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심지어 모든 직원이 가장 염원하는 고용 승계 약속까지 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유원 모터스는 물론이고 하청업체와 하청업체 직원 그리고 지역 주민들까지 모두 양팔을 들어 올려 만세 삼창을 외쳤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전 주인들과 다르게 자금력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나는 세론 그룹이란 완벽한 보호자가 나타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때 유원 모터스 직원의 동료가 말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우리 회사 말고 다른 회사들도 인수한다며? 대부분 경영 실적이 악화돼서 부도 났거나 부도 나기 직전인 회사들인데 괜찮을까?”
그 말에 직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지금 세론이 돈 없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혹시 미쳤어?”
“아니, 아니. 누가 세론이 돈 없을까 봐 걱정한대? 그게 아니라 회사를 인수했으면 정상화를 하는 게 최우선이잖아, 적자를 줄여야 하니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계속 적자만 나는 회사를 가만 두고 보겠어?”
“그건 그렇지.”
“그게 걱정이라는 거야. 지금이야 고용 승계 한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적자가 너무 심하다며 직원 감축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솔직히 그때 가서 누가 세론을 비판하겠어. 안 그래?”
모두가 지갑을 닫아 매수자가 실종된 상황에서 홀로 망해 가는 회사들을 쓸어 가는 세론의 행보는 그야말로 희생이었다.
특히나 스켈레톤을 부릴 수 있는 세론은 회사가 망하고 직원이 모두 퇴사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 회사의 공장이나 부지 같은 자산이 싸게 나오면 인수해서 연구원 같은 핵심 인력만 다시 재고용하고 생산직을 스켈레톤으로 채우면 그만이니, 경영학적 관점으로 볼 때 굳이 더 비싼 돈을 주고 쓰러져 가는 회사를 인수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만큼 직원의 염려처럼 추후 직원을 감축해도 해고 당사자인 직원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세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우리 회사같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가는 회사를 일단 인수해서 살린 다음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대량 해고 해서 스켈레톤으로 채울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 동료의 말에 직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그거 못 느꼈어? 요즘 편의점에 알바 스켈레톤들 사라지고 사람 알바생들 늘어난 거?”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저임금인 아르바이트는 경제 호황으로 인력난을 겪으며 상당수가 스켈레톤으로 대체되어 이제는 편의점 카운터에서 스켈레톤을 마주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시돼 왔는데, 최근 그런 스켈레톤이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는 상황.
“그거 회장님 지시로 스켈레톤 회수한 거래, 실업자가 많아지니 스켈레톤 회수해서 일자리 균형 맞춘다고. 당연히 세론 그룹 입장에선 벌던 돈을 포기한 거니 손해고. 그런데 그런 손해도 감수하는 회장님이 적자 줄이겠다고 직원 감축 할까? 오히려 원래 스타일대로 사업을 늘려서 일감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 같은데?”
그 말에 동료가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와. 그럼 지금 사람이 스켈레톤 일자리를 빼앗아 오고 있는 거야?”
“빼앗아 오는 거라기보단 양보받은 거지.”
직원이 단상 위에 있는 한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감히 누가 스켈레톤이 사람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할까?”
한지혁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비난이 바로 스켈레톤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더욱 확실해졌다.
한지혁은 본인이 손해를 감수할지언정 스켈레톤으로 사람의 일자리를 침해할 사람이 절대 아니라는 게 말이다.
오히려 일자리가 많을 땐 스켈레톤을 늘렸다가 부족할 땐 줄이는 식으로 일자리와 구직자 간의 간극을 유기적으로 조절해 준 덕분에 고용 시장이 더욱 안정화되는 등 지금까지 한지혁을 비난하는 데 사용되었던 모든 가설들이 모두 무너진 상황.
직원은 감명받은 표정으로 한지혁을 향해 말했다.
“개개인의 일자리를 사기업이 직접 나서서 조율을 한다니. 한 회장님이 한국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야.”
* * *
일자리 균형을 맞추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애매한 기업을 인수하는 등 정부가 대처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통째로 받아 낸 세론.
물론 세론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아무리 봉사를 한다지만 희망이 없는 폐급 기업까지 인수할 수는 없어 완벽하게 피해를 막아 내지는 못했지만, 다른 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한국은 그야말로 선녀였다.
비록 알바 같은 저임금 일자리로 대체된 거긴 하지만, 그래도 경제 위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된 고용 상황과 원래라면 쓰러졌어야 할 기업들이 세론에 인수되어 굳건히 버티니 글로벌 경제 위기란 거센 풍랑 앞에서도 잘 버텨 낸 한국.
“좋아, 좋아. 쏠쏠하네.”
덕분에 세론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가 하늘을 뚫을 것처럼 치솟았고, 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그런지 내 대선 출마설까지 대두될 정도였다.
물론 한국 법상 만 40세 이상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어 나는 자격이 없고, 무엇보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아무 의미도 없는 주장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세론이 희생해 가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하자 엄청난 호감도를 얻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론이 무작정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유원 모터스 이거 잘만 하면 돈 될 것 같은데. 이 회사도 괜찮고. 크, 기존 기업들 눈치에 진출 못 했던 산업에 전부 진출했네.”
그간 기존 기업들과 노동자들의 반발 우려와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산업의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며 새로운 먹거리가 생겨난 상황.
거기에 인수한 회사들 모두 당장은 힘들어도 가능성은 있는 그런 애매한 위치에 있으니, 세론의 자금력과 언데드가 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인수 가격도, 너무 일찍 개입해 비싸게 주고 샀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거야 지금이 경제 위기 상황이니 비싼 거지, 정상적인 상황에서 저 돈 주고 저 기업들을 인수한다 했다면 아마 콧방귀를 꼈을 거다.
애초에 나 아니었으면 없었을 경제 위기니 내 입장에선 충분히 저렴하게 매입한 셈.
“한국은 이 정도면 충분히 방어한 것 같고…….”
나는 김덕배를 보며 말했다.
“중국 상황은 어떻습니까?”
“최악입니다. 중국발 경제 위기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피해를 입자 그 피해가 다시 중국에게도 전해지며 그야말로 박살이 나고 있습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기에 피해가 피해를 낳고, 다시 그 피해 때문에 새로운 피해가 생겨나는 악순환.
한국의 세론처럼 이 피해의 악순환을 중간에서 버텨 주며 끊어 내는 존재가 없는 이상 이 경제 위기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나 다름없었다.
“오케이.”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슬슬 쇼핑 시간이네요.”
보자.
뭐가 좋을까.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한 회사가 떠오른다.
바로 연쇄 부도의 스타트를 끊은 회사이자 중국의 5대 전기 차 회사인 리무.
“리무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쯤이면 완전히 작살이 났을 것 같은데.”
“부도가 난 이후 매수자를 찾지 못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중국이 멀쩡한 상황이었다면 리무 하나 정도야 정부가 아예 국영기업으로 만들어서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지금 중국은 사방팔방에서 기업들이 터져 나가며 정부가 리무 하나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시총 25조를 자랑하던 리무가 무려 청산 절차에 들어간 거다.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는 건 직원들 모두 전원 해고 됐다는 말이죠?”
“맞습니다. 직원은 전부 해고됐고 리무의 공장과 부동산 같은 자산들을 처분할 준비 중이랍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망한 기업의 공장, 그것도 전기 차에 특화되어 있는 공장을 지금 같은 시기에 사 줄 회사가 있을까요?”
내 말에 김덕배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없습니다, 저희 세론 말고는.”
중국 정부가 지원금 그리고 대출을 해 주며 막대한 돈을 투입해 만든 전기 차 공장.
만약 내가 직접 공장을 만든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 텐데, 지금 매수자가 없어 헐값일 테니 그야말로 꿀단지나 다름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중국 정부 혈세를 꿀꺽해 볼까요?”
* * *
한때 중국의 전기 차 산업 선봉장 역할을 해 오던 리무.
하지만 그랬던 리무는 엄청난 부채를 껴안고 그대로 몰락해 버렸다.
당연히 중국 정부와 리무에게 대출을 해 준 공상은행은 이 리무를 인수해 줄 새로운 주인을 찾았으나,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마저 펑펑 터져 나가는 이 시점에 리무 같은 막대한 부채를 가진 기업을 인수할 매수자는 없었다.
결국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청산 절차에 돌입한 리무는 모든 임직원이 해고되고 전기 차 공장 같은 자산만 남겨 매각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리무의 청산 절차를 담당한 중국 공상은행의 상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팔아 치워야 되는데…….”
경제 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박살이 나며 연일 폭락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당연히 전기 차 공장 같은 자산도 하루하루 가격이 떨어져 가니 그렇지 않아도 없던 매수자가 더 없어진 거다.
팔리지는 않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그렇게 공상은행 상무가 한숨만 푹푹 내쉬던 그때.
“상무님!”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리무 전기 차 공장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습니다!”
“뭐?!”
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상무가 말했다.
“누가야? 내국인? 아니면 해외?”
“해외입니다. 그런데 그게…….”
“왜. 어딘데?”
“세론입니다.”
“…엉?”
상무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론? 한국의 그 세론?”
“맞습니다.”
“세론에서 리무 전기 차 공장을 매수하겠다고?”
경제 위기가 터지기 전에 끊임없이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던 세론이 매수자로 나타나다니.
“어, 어떡하지?”
평소라면 금액이 얼마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절했을 거다.
전기 차는 중국 정부가 차세대 미래 산업으로 지정하여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분야니까.
하지만 지금 중국은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마저 언제 무너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
즉,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란 소리였다.
“확실히 세론이라면 자금이 넘쳐나니 매수자로 딱이긴 한데…….”
게다가 현재 중국 정부는 사방에서 부채로 인해 기업들이 터져 나가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자금을 확보해 버티라는 주문을 내린 상황.
결국 상무는 직원에게 말했다.
“매각 의사 있으니 만나자고 해.”
* * *
“이야.”
리무의 전기 차 공장에 들어선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끝내주는데?”
모든 직원이 해고돼 텅텅 비어 있지만, 중국이 혈세를 투입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기 차 공장답게 온갖 최첨단 기계들이 즐비해 있다.
심지어 상태도 최상급이라 지금 당장이라도 가동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전부 새삥이네. 이거 언제 준공된 겁니까?”
내 말에 통역이 안내를 맡은 공상은행 상무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준공된 지 3년 됐습니다.”
“캬. 3년. 아직 짱짱하네?”
향후 수십 년을 생각하고 만든 공장이 불과 준공 3년 만에 매물로 나왔으니 사실상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유원 모터스랑 잘 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어.”
좋아.
이건 사자.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그러자 공상은행 상무가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부지 매입과 공장 건설에만 무려 200억 위안이 투자된 최첨단 공장입니다. 거기에 준공한 지 3년밖에 안 돼 감가도 적고요. 하지만 지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절반인 100억 위안에 드리겠습니다.”
“오호.”
200억 위안이면 대충 4조 원.
중국이 혈세 4조 원을 쏟아부어 만든 공장을 반값인 2조 원에 산다면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거야 평상시 얘기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너무 비싸네요.”
“절대 비싸지 않습니다!”
“아니. 비쌉니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200억 위안을 투자했다지만 그거야 중국 부동산이 한창 활황일 때 이야기잖아요? 그때 공장 부지 가격이랑 지금 공장 부지 가격이랑 같습니까?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게 뻔한데.”
그러자 침묵하던 공상은행 상무가 말했다.
“원하시는 가격이 있으십니까?”
“그거야 상무님이 제시하셔야죠, 내가 만족해할 만한 가격이 나올 때까지.”
지금 같은 시기엔 돈 가진 놈이 왕이니까.
내가 원하는 가격이 나올 때까지 깎아 보라고.
“90억?”
“……”
“8, 80억?”
그렇게 계속해서 내려가는 가격.
하지만 그 하락 폭이 성에 차지 않는다.
“상무님,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나 같은 매수자가 또 나올 것 같습니까? 아무리 최첨단 기계라도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녹스는 법이에요. 나는 그나마 전기 차 공장을 전기 차 공장으로 쓸 생각이라 어느 정도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지만, 만약 지금 기회 놓치면 기계 가격도 점점 내려갈 거고, 그러다 어쩌면 다음번 매입자가 최첨단 기계 필요 없고 땅만 필요하다며 땅값만 줄지도 몰라요?”
그렇게 상무에게 엄포를 놓았지만 내 말은 진실이었다.
나는 그나마 공장 내 최첨단 기계에 대한 가격도 고려 중이지만, 다음번 매입자가 전기 차 공장 할 생각 없으니 싹 다 비워 달라면서 땅값만 지불하겠다 할 수도 있으니까.
방치되면 방치될수록 떨어지는 최첨단 기계의 가치와 지속적으로 폭락 중인 부동산 가격.
당연히 이 가격 줄다리기에서 절대적 우위는 나에게 있었다.
결국 공상은행 상무가 울상을 하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여기 공장에 걸린 채무만 우리 은행 돈을 포함해 모두 150억 위안입니다. 100억 위안에 팔아도 50억을 손해 보는 판국인데 여기서 더 내리면 저희보고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그 돈을 내가 빌렸어요? 이미 망해서 없어진 리무에 공상은행이 빌려준 돈이잖아요. 나는 그냥 공장 사러 온 건데 채무까지 내가 고려해 줘야 합니까?”
만약 한국에서처럼 기업 자체를 인수했다면 기업에 걸린 채무도 내 몫이 된다.
하지만 이건 이미 파산한 기업의 부동산 거래니 채무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씀.
그래서 한국에서는 천사고 중국에서는 악마인 거다.
한국에선 채무도 어느 정도 끌어안아 은행까지 이어지는 피해를 차단해 줬지만, 중국에선 그딴 건 알 바 없고 무조건 최대한 싸게 줍줍 하는 게 목표니까.
“회장님…….”
“오케이. 인심 썼다. 40억 위안 드리죠.”
한국 돈으로 8천억을 제시하자 공상은행 상무가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4, 40억 위안?!”
“어영부영 시간 보내다 기곗값이랑 부동산값 폭락할 걸 생각하면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은데? 아니면 뭐 다른 매수자 있어요? 그럼 그쪽이랑 거래하시든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야 지금 중국에 널린 게 매물이니 아무거나 골라잡으면 그만이니까. 듣자 하니 중국 내 3위 전기 차 회사도 부도라면서요? 거기 청산 절차 밟을 때까지 기다리지, 뭐.”
“아무리 그래도 40억 위안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채무만 150억…….”
“채무는 나랑 상관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공장 사러 온 거지, 채무를 사러 온 게 아니에요.”
무려 5분의 1 토막의 가격을 부른 나.
하지만 상관없다.
궁지에 몰려 어떻게든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공상은행에게 다른 매수자가 없는 이상 선택지는 없으니까.
그나마도 나름 5분의 1이면 선처해 준 거라고?
첨단 기계가 너무 방치돼서 수리비 나오기 전에 사려고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부른 거니까.
“그럼 50억 위안이라도…….”
“40억.”
“45억……?”
“40억.”
결국 공상은행 상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40억에 팔겠습니다.”
“오케이! 땡큐! 땡큐!”
4조 원을 들여 만든 최첨단 전기 차 공장을 8천억에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실직한 연구원들을 재고용하고 생산직은 스켈레톤으로 채우면 끝.
아.
물론 8천억을 전부 현금으로 줄 수는 없지.
사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닌데, 돈을 아낄 수 있으면 최대한 아껴야지.
“그런데 40억 전부 다 한 번에 드리기에는 좀 부담스럽네요. 혹시 대출 좀 가능합니까?”
“예!?”
“리무 전기 차 공장 담보 대출을 좀 받고 싶은데. 이걸 해 주면 40억에 사 드리죠.”
“아니, 빌려준 돈 회수하려고 파는 건데 이걸로 다시 또 담보로 잡는단 말씀이십니까?”
“왜요. 싫어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게 부실채권 때문 아닙니까? 세론은 안전하잖아요. 설마 우리가 그깟 돈 못 갚겠어요?”
“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재지 말고 그냥 대출 좀 해 줘요. 대신 내가 공상은행에서 처분 중인 다른 것 매입도 고려해 볼게.”
“…다른 것도 말입니까?”
“부도 난 곳이 어디 여기뿐입니까? 내가 다른 것도 적당한 가격에 사 준다니까? 매수자 나왔을 때 팔아야지, 계속 가지고만 있으면 뭐 해요? 그러니 대출 좀 꽂아 줘 봐요.”
“어, 얼마나 말입니까?”
“최대한도로.”
“한국은 일시불로 지불하셨다 들었는데…….”
“그건 한국이고, 여긴 중국이잖아요. 대출 안 해 주면 저 안 삽니다?”
그렇게 잠깐의 밀당 끝에 40억 중 20억에 달하는 금액을 공상은행이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최종 계약에 성공한 나.
“으하. 역시 할인은 폐점 할인이 최고지!”
실질적으로 4천억을 들여 4조 원이 투자된 공장을 매입한 셈이니 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나는 시무룩해 있는 상무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상무님.”
“예.”
“뭐 하세요, 다른 곳도 보여 주셔야지.”
“예?”
“말했잖아요, 다른 매물도 살 거라고. 계속 보여 주세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쇼핑은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