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60)
대만 게이트에서 나온 보물을 두고 벌이는 소유권 분쟁.
내 은퇴 자금을 두고 네 거니 내 거니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려 죽을 맛이지만,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여기서 최강의 각성자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내가 마법서와 무구를 노골적으로 노리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며 매입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게 뻔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발견한 길드와 당시 게이트에 있던 각성자 집단 그리고 대만 정부 이렇게 3파전으로 흘러가는 소유권 분쟁은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먼저 행동에 나선 나.
그 대상은 바로 가장 지분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길드였다.
“원래 뭐든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인 건 이 바닥 진리인데, 안 그렇습니까?”
내 말에 길드장이 열을 내며 말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우리 길드가 발견한 건데 공동 탐사니 대만 땅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으니 제가 화딱지 나서 미칠 지경입니다.”
…네가 그 정도면 나는 오죽하겠냐.
애초에 그건 내 분실물이라고.
분실물 주우면 주인한테 돌려주고 10퍼센트 보상 받는 게 국룰인 것 몰라?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하는데요.”
“제안이요?”
“지금 소유권을 두고 서로 몇 퍼센트를 먹느냐는 게 쟁점 아닙니까? 길드가 요구하는 게 대충 70퍼센트죠? 다른 각성자들이랑 대만 정부는 50퍼센트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렇습니다만.”
“그럼 이렇게 하는 겁니다. 딱 중간인 60퍼센트를 제안하는 겁니다.”
그러자 길드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60퍼센트라니요? 저는 그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어허. 한국인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60퍼센트를 가져가는 대신 책과 장비들을 전부 요구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그것들을 지금 산정한 평가액의 1.5배로 사 드리죠.”
현재 내 은퇴 자금과 물품들은 자산평가를 통해 금액이 산정되어 있는 상황.
그걸 어떻게 나누냐가 이번 소유권 분쟁의 핵심이었는데, 이걸 조기에 개입해 일거에 전부 사들이는 거다.
“지금 평가액이 얼마입니까?”
“보물이 50억 달러, 책과 장비들이 10억 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내가 고작해야 1조 원 정도라 생각한 것과 다르게 금은보화만 해도 무려 6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책정된 상황.
금액이 이렇게 된 건 당연하게도 게이트에서 나온 첫 보물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렇다.
나야 그냥 단순히 황금 얼마, 보석 얼마 이런 식으로 산정해서 1조 원이지만, 다른 수집가들 입장에선 게이트에서 처음으로 나온 조각상 같은 보물들이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보물은 내 알 바 아니니 알아서들 하고, 내 목적은 오직 책과 장비다.
“그럼 제가 책과 장비를 모두 합쳐 15억 달러에 매입하겠습니다. 그럼 지분 10퍼센트 깎은 값은 충분히 될 텐데요.”
현재 평가액 기준 10퍼센트면 6억 달러니 딱 적당하지.
아니나 다를까 길드장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요.”
“그렇죠? 하하.”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장비는 그렇다 치지만 책은 대만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라서 말입니다. 뭐라더라. 게이트 연구를 위해서 책만큼은 반드시 정부가 가져가야 한다고 하던데.”
쯧.
마법서는 또 그쪽에서 탐내고 계셨어?
“그건 제가 해결해죠. 잠시만요.”
나는 핸드폰을 들어 대만의 고위 관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한 회장님.
“헬로우.”
그렇게 인사를 하고 옆에 있는 박인귀의 부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책 길드 쪽으로 넘기라고 해.”
그렇게 부하가 내 말을 전달하며 한참 동안 통화를 하더니 말했다.
“지금 미국과 공동 연구를 위한 연구진을 구성 중이라 곤란하다고 합니다.”
“내가 매입할 테니 나랑 공동 연구 하자고 전해.”
물론 핑계다.
적당히 공동 연구 하는 척하면서 성과 없음으로 못 박고 입을 싹 씻으면 그만이니까.
“만약 거절하면 원전 핵폐기물 처리 순위가 밀리는 건 당연하고, 추가로 방위조약 연장이 불가할지도 모른다고도 전해.”
그렇게 당근과 채찍을 던지자 결국 저자세로 나온 고위 관료.
“총통과 회의를 해 보겠답니다.”
“긍정적인 결과 기대합니다 말하고 끊은 다음 다시 이쪽 통역해.”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다시 길드장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나.
“말이 좋아 회의지, 사실상 이쪽으로 넘긴다는 소립니다. 이러면 해결이죠?”
“대단하시군요.”
“뭐, 대만 정부 입장에서 방위조약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크게 휘청거리며 주저앉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대만보다 압도적인 강자고, 그런 강자에 대항할 대만의 주력 카드 중 하나가 바로 방위조약인 만큼 대만 정부는 내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걸로 하시죠.”
“오케이!”
“대신 15억 달러는 조금 적은 것 같은데요. 20억 달러로 하시죠?”
하.
이 욕심쟁이 새끼.
내가 이래서 눈치 보며 조용히 있었던 거다.
내가 나서면 무조건 가격을 높게 부를 게 분명하니까.
물론 저 마법서와 장비들의 가치를 생각하면 20억도 싼 거지만, 여기서 옳다구나 하고 받아 주면 더 올릴지도 모르는 법.
그러니 그건 힘들다는 것처럼 적당히 밀당하며 가격을 책정한다.
“20억 달러는 곤란한데요. 저도 이건 도박입니다, 성과가 나올지 어쩔지 알 수 없는. 그러니 16억 달러로 하시죠. 그럼 딱 10퍼센트 아닙니까.”
* * *
적당히 협상을 하여 17억 달러로 최종 결론을 낸 나와 길드.
그렇게 물밑 교섭이 끝나고, 70퍼센트를 주장하던 길드가 60퍼센트로 만족하겠다며 한발 양보하고 대만 정부도 그런 길드의 주장을 거들자 지지부진했던 소유권 분쟁이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지분대로 물품을 나눈 다음 매입하면 끝… 이었지만 갑자기 상황이 급변한다.
“아니, 거기서 왜 입을 나불거려!”
게이트의 임계점이 다가오자 사라질 우려가 있어 지구의 보관소로 옮긴 보물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만의 한 SS급 각성자가 무구들을 보더니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며 언론에 입을 턴 거다.
당연히 무구가 각성자들에게 주목을 받게 되자 지금 산정한 가치가 맞지 않다며, 길드가 그 사실을 알고 무구와 책을 요구한 게 분명하다고 반발하기 시작한 각성자 그룹.
그렇게 잘 풀리나 싶었던 소유권 분쟁이 다시 점화된다.
“아오! 내가 이래서 미리 끝내려고 했던 건데!”
돈도 아끼고 한 번에 전부 수거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이러단 끝이 안 나겠다.”
돈은 포기하고 그냥 회수에 전념한다.
“들어와!”
내 외침에 호텔방으로 들어온 박인귀의 부하.
“길드장에게 전화 걸어.”
“뭐라고 할까요.”
“지분율이고 나발이고는 그냥 알아서 하고, 대신 그 보물이랑 물품들 전부 경매 걸어서 일단 먼저 처분하라고 해.”
지금까지는 먼저 보물을 나누고 그다음 처분은 알아서 하는 방식이었지만, 이걸 선처분 후배분으로 바꾼다.
일단 내가 경매를 통해 돈 주고 살 테니 그 돈을 어떻게 나눌지는 알아서 하라고.
지금 평가액 가지고 시비가 털린 거니 이러면 깔끔하잖아?
“젠장. 이게 뭔 헛짓거리야.”
내가 가져온 물품을 내 돈 주고 사야 하다니.
“알겠습니다.”
“길드장이랑 통화 마친 다음엔 대만 정부에도 전화 걸어서 똑같이 전달해 주고.”
* * *
“흐음.”
미국의 재벌 회장이 경매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게이트의 보물이라. 아주 탐이 나.”
게이트에서 처음으로 나온 보물들이란 희소성만으로도 투자가치가 충분한데, 심지어 SS급 각성자가 심상치 않다고까지 말했으니 더욱 욕심이 동한다.
“제이슨 길드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미국의 SS급 각성자인 제이슨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맡겨 두시죠.”
아우라.
이제는 에너지라 불리는 힘을 직접 느끼고 컨트롤할 수 있는 SS급만이 보물의 진짜 가치를 판별할 수 있기에 동행을 부탁한 회장.
그렇게 자리에 앉고 얼마나 지났을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경매 진행자가 단상 위에 올라 본격적인 경매의 시작을 알린다.
이 물건들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녔는지 등등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드디어 첫 경매품이 공개된다.
“황금으로 만든 조각상입니다! 무게는 20kg! 엑스레이 촬영 결과 그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 있었습니다. 자, 과연 이 황금 조각상은 게이트의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요! 경매 시작합니다!”
그 말에 회장이 제이슨을 보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요? 흠. 일단 금의 가치만 따졌을 땐 100만 달러짜린데.”
잠시 고민하던 회장이 번호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300만 달러.”
“오! 300만 달러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그러자 제이슨이 회장에게 말했다.
“매입하시려는 겁니까?”
“해 보는 거죠. 가끔은 이런 도박에서 대박이 나는 법이니까요.”
게이트라는 미지의 장소에서 나온 황금 조각상.
비록 에너지는 안 느껴진다지만 그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니 도전해 볼 만하지 않나.
“320만! 320만 나왔습니다!”
누군가가 320만을 부르며 따라오자 다시 번호표를 들어 올린 회장이 말했다.
“350만.”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지는 레이스.
결국 최종 승자는 회장이었다.
“91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회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생각보다 저렴하게 샀군.”
“열어 볼 생각이십니까?”
“다른 조각상이라면 그냥 내버려 뒀을 겁니다, 저걸 여는 순간 조각상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될 테니까. 하지만 저건 게이트 보물 아닙니까.”
회장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혹시 압니까, 안에 엄청난 무언가가 있을지. 저렇게 황금으로 조각을 해 둘 정도면 분명 엄청난 게 들어 있을 겁니다.”
그렇게 황금 조각상을 시작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계속해서 낙찰 받아 가는 회장.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10번째 경매품을 공개합니다!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언어로 작성된 책!”
“오호?”
혹여나 게이트의 비밀이 담겨 있는 책이 발견된다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터.
하지만 반대로 쓸모없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책이야말로 그 누구도 진짜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가장 복불복인 품목이었다.
“좋아. 이건 300만까지 불러 볼까?”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책 경매.
회장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회장이 300만을 부르는 순간 조용해진 경매장.
“300만! 더 없으십니까?”
“후후.”
“더 없으시면 이대로 낙……!”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번호표를 들어 올린다.
누군지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회장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한지혁?”
번호표를 들어 올린 사람은 바로 한지혁.
그런 한지혁이 말했다.
“600만.”
갑자기 2배를 불러 버리는 한지혁.
그 모습을 보고 회장은 직감했다.
“건들지 말라는 거구나.”
돈이 얼마가 들든 간에 저걸 사야겠으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엄포.
회장은 고민했다.
“더 불러?”
분명 책 경매는 도박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한지혁 아닌가.
한지혁이 흥미를 가지고 저렇게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선 거면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길드장님, 특별한 게 느껴지십니까?”
“아니요. 아무 에너지도 안 느껴집니다.”
“으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 건 패스합시다. 보아하니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은데, 괜히 따라가서 가격만 높였다가 한 회장이랑 얼굴 붉히기는 싫으니까.”
* * *
“좋았어.”
조각상이랑 각종 보물이 나올 때는 조용히 있다가 마법서가 등장하자 바로 돈을 질러 낙찰 받은 나.
저 마법서는 기초 마법 수련법이 담긴 서적으로 마탑에 가면 널리고 널린 책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
아무 기초도 없는 사람에겐 어려운 단어가 가득 적혀 있는 전공 서적보다 기초 문제집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600만 정도면 나쁘지 않은 가격.
“그나저나 이거 재미있네.”
보물의 진짜 가치를 알고 있는 나이기에 여기 모인 사람들의 지름 포인트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맨 처음 미국 재벌이 사 간 조각상.
그 안에 미지의 뭔가가 있다고 했지?
그건 그냥 화장하고 남은 뼛가루들이다.
마왕군에게 멸족당한 귀족 가문이 조상들 뼛가루를 모시고 있던 조각상.
후손들이 모두 죽어 내가 그냥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하고 가져온 거였지.
당연히 저걸 열어서 뼛조각을 꺼내는 순간 조각상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되며 같은 무게의 금과 똑같아진다.
그럼 대략 100만 달러 정도.
“800만 달러 손해 보셨네. 안타까워라, 쯧쯧.”
아무튼 그렇게 경매를 계속 진행하던 그때.
한 펜던트가 경매로 나온다.
“…저주의 펜던트.”
저 펜던트는 착용자로 하여금 시름시름 앓다 천천히 죽어 가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사망을 유도할 수 있어 귀족 가문 여자들 간의 치정 경쟁에서 사용되던 건데, 귀족이 사용하던 거라 능력과는 별개로 비싼 보석이 달려 있어 챙겨 왔었지.
저건 사야 된다.
“50만!”
“70만!”
일단 처음은 기다린다.
어차피 경매는 마지막에 지르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니 초반에 힘 뺄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잠시 기다려 점점 높은 금액을 부르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나.
“370만.”
이번에도 두 배를 부른다.
그러자 순식간에 잠잠해진 경매장.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그래. 그냥 나한테 얌전히 넘기라고. 어차피 저건 가져가 봐야 저주 걸려서 죽는 게 전부라니까?’
그때 진행자가 외쳤다.
“370만! 더 없습니까? 그럼 이번 물건은 370만에 낙찰……!”
그런데 그때.
한 남자가 번호표를 들어 올리고는 말한다.
“500만.”
…500만?
저딴 저주 펜던트를?
나는 고개를 돌려 경매에 참가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사우디의 왕족.
이번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 중 손꼽히는 거부 중 하나였다.
“아니, 저걸 왜……! 이런 씹!”
설마 석유 치킨 게임 했던 걸 복수하려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내가 관심 있어 하니 덩달아 지른 거?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단 하나.
나는 다시 번호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600만!”
저 펜던트는 무조건 내가 회수해서 박살 내야 한다는 것.
마음 같아선 마력을 이용해 펜던트 내에 설치된 마력진을 파괴하고 싶지만, 지금 사방에 널린 게 SS급들이라 함부로 마력을 운용할 수 없으니 돈으로 지른다.
“700만!”
“1,000만!”
그렇게 사우디 왕족과 나의 미친 레이스.
그리고 그 최종 승자는 바로 나였다.
“3,400만에 최종 낙찰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런 진행자의 외침에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저딴 저주 펜던트에 3,400만 달러를 태워!?’
돈 아까워 미치겠네!
나는 억울한 마음에 사우디 왕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사우디 왕족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저놈 진짜 사고 싶어서 지른 거구나.’
심지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안 나서다 갑자기 나섰다는 건 내가 경매에 참가하니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참가했다는 뜻.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네.
앞으로 사야 할 물건이 태산인데, 내가 지르면 저놈이 따라올 것 아닌가.
“젠장. 어떡하지?”
돈 지를 각오로 나오긴 했지만, 이러다간 내 예상 지출보다 더 많이 나갈 게 분명했다.
당장 저 펜던트만 해도 원래 내가 매입하려던 금액의 10배를 지출했으니까.
“방법 없나?”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아!”
지금 왕족이 펜던트를 지른 건 전적으로 나 때문이다.
내가 사려고 하는 걸 보니 뭔가 있나 보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럼 이걸 역이용해야지.
“원하는 것만 딱 골라서 매입해 가지고 될 일이 아니었어.”
페이크가 필요하다.
첫 경매로 나온 조각상같이 쓸모없는 걸 마구 지르다가 포기하는 척 넘긴다.
그럼 낙찰 받은 놈이 가져다가 확인해 보고는 절규하겠지.
“무구들도 페이크 치기 딱 좋으니 완벽해.”
SS급 각성자가 무구의 범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딱 거기까지.
무구들 대부분이 전투용인데, 어느 미친놈이 내 무구 강합니다 하는 걸 대놓고 보여 주며 다니겠어.
당연히 무구들은 모두 마력을 최대한 감추도록 처리가 되어 있지.
SS급들이 느낀 범상치 않은 마력은 거기서 흘러나온 편린이고.
“SS급들이 나서 봐야 에너지가 나온다, 안 나온다 정도만 판별이 가능하니 진짜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분간을 못 할 거란 말이지.”
정말 구린 무구에서 느껴지는 마력이나 마력 처리가 모두 끝난 강대한 무구에서 느껴지는 마력이나 모두 거기서 거기니까.
그러니 이걸로 페이크를 치는 거다.
내가 진짜 사고자 하는 물건이 뭔지 알 수 없도록 마구잡이로 뒤섞어서 말이다.
저것들의 진짜 가치를 모조리 꿰고 있는 나만이 가능한 방법.
“어차피 하루 만에 끝날 경매도 아니잖아. 좋아.”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한번 해보자고, 쓸모없는 물건 비싸게 주고 사는 기분 너네도 똑같이 느끼게 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