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76)
76화
“형님, 이번 달 수익만 10억 원이 넘었습니다.”
부하의 말에 보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인기 많은 물건은 돈이 된다니까.”
보스가 프로티지의 제품.
정확히는 프로티지의 짝퉁 제품을 만지며 말했다.
“그러게 다들 잘 알아보고 사셨어야지. 킥킥.”
프로티지의 제품은 단순한 명품을 넘어 호신용으로서의 가치가 워낙 높기에 돈 많은 여자들이 들고 다니기에 정말 최고의 제품이었다.
비싼 명품을 들고 다니면 허세를 부린다며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인데, 프로티지의 제품은 자신의 보호를 위해 들고 다닌다는 확실한 핑곗거리가 있으니까.
추가로 남편들의 지갑을 털기 딱 좋은 제품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평소라면 이미 집에 쌓인 명품이 몇 개인데 또 사냐며 한 소리 할 만도 하지만, 아내의 보호란 이유가 걸려 버리면 안 사 주는 순간 돈 때문에 아내의 안전도 무시하는 좀팽이가 되어 버리니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여는 남편들.
덕분에 프로티지는 돈 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이만큼 남편이 자신을 아낀다는 상징처럼 되어 버리며 매장에 재고가 쌓이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당연히 아낌의 상징을 가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어떻게든 되팔이 제품이라도 구하려 안달을 냈고, 그때 등장한 게 이 조직이었다.
“그런데 형님, 이거 계속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보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늘 해 오던 건데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거래는 조선족 애들이 하는 건데.”
원래부터도 짝퉁을 오랜 기간 유통해 온 조직답게 당연히 판매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중국에 고용해 둔 조선족들이 중계기를 통해 한국 전화번호인 것처럼 만든 다음 문자로 거래하여 거래가 성사되면 이쪽에서 익명으로 물건을 보내는 방식.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도 익명으로 물건을 보낸 자신들을 다이렉트로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전화번호를 추적해 조선족을 먼저 잡는 수밖에는 없는데,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은 한국 경찰의 추적 범위 밖이기에 경찰의 수사는 늘 흐지부지 끝났었다.
“경찰 놈들이 수사해 봐야 아무 의미 없어. 아니면 뭐, 심부름하는 애들 몇 명 던져 주면 그만이고.”
그런 보스의 말에 부하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경찰이 아니라 세론 그룹을 말하는 겁니다.”
보스가 흠칫하며 말했다.
“세론 그룹?”
“다른 사람도 아닌 한지혁이 직접 만든다며 광고를 한 제품 아닙니까.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설 만큼 심혈을 기울인 브랜드인데, 짝퉁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찾아 나서면 어떡합니까?”
그러자 보스가 침묵하더니 말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한지혁이 SS급이기는 하지만 순하기로 소문났잖아.”
한지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일자리 염려 때문에 스켈레톤도 조심스럽게 배치하며 상생해 나가는 순한 사업가이자 각성자.
그도 그럴 게, 자신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으면 이미 한국 정복 하고 해외로 진출했을 거라 말하는 기업인들이 있을 만큼 한지혁은 상생을 위해서라면 사업의 많은 부분을 양보해 왔으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던데요. 그 소문 못 들으셨습니까? 그 무슨 중견 건설 회사가 뒤에서 수작질하다 세론에게 제대로 당했다고요.”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세론이랑 건설사 모두 지금은 쉬쉬하고 있어서 건설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건데, 당시에 살벌했다고 합니다. 거의 말려 죽일 기세였다고 하던데.”
그 말에 보스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하긴.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이 어떻게 대기업을 운영하겠어. 심지어 SS급인데. 확실히 그렇게 듣고 보니 좀 그렇네.”
“예. 그러니 차라리 해외에 파는 건 어떨까요.”
“흠··· 그럴까?”
그렇게 사업의 방향을 비틀까 고민하던 그때.
“이제 와서 고민을 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그들이 있는 창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뭐, 뭐야!”
당황한 그들 앞에 나타난 건장한 남자들.
남자들이 무전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창고 확보 완료. 중국 쪽은 어떻게 됐어.”
그러자 무전기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쪽도 확보 완료. 조선족 8명이랑 한국인 2명.
조선족 8명에 한국인 2명이면 중국에 있는 영업 팀의 숫자와 정확히 일치했다.
“서, 설마.”
그때 남자가 뒤쪽을 향해 외쳤다.
“길드장님! 전부 정리됐답니다!”
그 말에 창고 문을 통째로 뜯어내며 등장한 한 남자.
그 남자를 본 보스가 경악하며 말했다.
“바, 박인귀!?”
한국으로 귀화해 7번째 SS급으로 등록된 조선족 각성자 박인귀.
그의 등장에 비로소 보스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때 박인귀가 보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설마 저항할 생각은 아니겠지?”
감히 SS급에게 저항할 생각은 꿈에도 못 꾼 보스가 말했다.
“어, 어떻게 찾아내신 겁니까.”
박인귀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수법을 어디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게다가 한국에 오기는 했지만 조선족 사회에서 내 발언권은 절대적인 수준이라서, 너 같은 놈들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야. 아무튼 용기가 대단해, 한 회장님 비위를 거스르다니.”
박인귀가 보스의 뒷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가자. 용기에 대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
비록 박인귀가 중국에 완전히 배신자로 낙인찍히기는 했지만, 그거야 내막을 알고 있는 소수의 인물들에게나 해당되는 말.
박인귀는 직접 중국에 가지 않고도 중국 현지에 있는 지인 각성자나 조선족 협의회의 회장 등에게 연락을 돌려 순식간에 놈들을 찾아냈다.
그런 다음 중국 정부의 구린 일을 해 주던 실력을 백분 발휘하여 조선족들을 도청해 역으로 조직의 창고까지 추적하여 모조리 한 큐에 잡아 온 박인귀.
그렇게 박인귀가 조직을 모조리 잡아 오자 김덕배는 프로티지 짝퉁 판매만으론 원하는 형벌이 안 나올 것 같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어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의 증거까지 찾아 나섰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걸 하나 물어 온 김덕배.
“본인이 만든 거라고요?”
조선족을 이용해서 영업을 하길래 당연히 짝퉁도 중국에서 수입해 온 걸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앞에 있는 청년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처음엔 그저 먹고살 길이 막막해 몇 개 만들어서 판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직이 찾아와 자기들 장사를 방해했다며 자기들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 경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협박을 당해서 짝퉁을 만들어 줬다?
김덕배를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자금을 추적해 보니 한 달에 고작 250만 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짝퉁 같은 불법 제품을 만들고도 한 달에 250이면 거의 착취 수준.
“따로 돈을 챙긴 건 아닙니까?”
그러자 청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정말 아닙니다. 그랬다면 아직도 조직원들 감시 받으며 월세방에 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청년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차피 이번에 조직이 싹 쓸렸으니 저도 완전히 손 털고 평범하게 살겠습니다. 그러니 회장님, 제발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발······.”
아무리 협박으로 인해 짝퉁을 만들었다지만 어찌 되었든 만든 건 만든 거니 내가 이 청년을 경찰에 넘기는 순간 실형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그나저나 최근에 출시한 제품도 거의 똑같이 만들었던데, 어떻게 한 겁니까?”
솔직히 원래는 사정이 어떠하든 그냥 김덕배에게 알아서 하게 두려고 했다.
이번에 제대로 털어 내기는 했지만 내가 고작 이런 짝퉁이나 유통하는 조직과 엮일 레벨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번에 박인귀가 습격한 창고에 불과 일주일 전에 출시한 미니 크로스 백 짝퉁이 있다는 게 내 흥미를 자아냈다.
내부를 보면 확실히 진품과의 차이가 느껴지지만, 겉모양만 봤을 땐 진품과 구별이 힘들 만큼 퀄리티 있는 짝퉁.
심지어 듣자 하니 조직에서 진품을 구하는 데 실패해 오직 영상과 사진만 보고 구현했다는데, 이게 보통 대단한 일이 아니란 말이지.
당장 세론만 해도 임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 도안을 건네주었음에도 그걸 완벽히 구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고작 사진과 영상만으로 1주일 만에 이 정도 퀄리티로 만들어 내다니.
내 말에 청년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게··· 어릴 때부터 눈썰미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대충 눈으로만 봐도 미세한 차이를 감지한다고 해야 하나요. 손재주랑 기억력도 제법 좋은 편이었고요.”
미세한 차이를 감지한다?
‘설마······.’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이를 두 장 가져와 마법진을 두 개 그려 넣은 다음 청년에게 보여 주었다.
“차이점이 느껴지십니까?”
그러자 청년이 두 마법진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여기와 여기가 미세하게 다릅니다. 여기도 이쪽이 조금 더 안쪽으로 그려졌고요.”
이걸 이렇게 빨리 구분한다고?
그때 내가 그린 마법진을 본 김덕배가 말했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그래.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일부러 일반적인 사람은 캐치 하기 힘들 만큼 미세한 변화를 주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미세한 변화를 고작 두어 번 보는 걸로 찾아내다니.
나는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 청년에게 보여 주었고, 청년은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차이점을 바로 집어 낸다.
“오호······.”
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억력이 좋다고 했죠. 혹시 내가 3번째로 그려 주었던 것 기억나십니까?”
“대충은 기억납니다.”
나는 종이와 펜을 건네주며 말했다.
“해 보세요.”
그러자 주저 없이 그려 나가는 청년.
그렇게 청년이 기억력에 의지해 그린 그림은··· 내가 그려 준 그림과 디테일 한 부분까지 거의 대부분 일치했다.
‘마지막 테스트.’
나는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깐 손 줘 보시죠.”
“예?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청년의 손을 잡고 마력을 살짝 흘려보낸 나.
그런데 마력이 들어가자마자 청년이 흠칫하며 말했다.
“어? 뭔가 찌르르한데요.”
정말 극소량의 마력을 넣은 건데도 바로 반응이 오다니.
혹시나 싶어 이번엔 마력을 청년 몸의 이곳저곳에 넣었는데, 그때마다 정확히 위치를 짚어 낸다.
“이번엔 왼쪽 어깨가······.”
그런 청년의 모습을 보고 나는 더 이상의 테스트는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천재구나.’
그것도 마법에 특화되어 있는 천재.
마법은 마법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말은 완벽한 마법진을 그릴수록 더욱 효율 좋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
그렇기에 마법사에게 마력 감응력만큼이나 중요한 재능이 바로 눈썰미와 손재주 그리고 기억력이었다.
즉석에서 기억력에 의지해 언제든 정확한 마법진을 그릴 수 있어야 진정한 마법사이니까.
그런데 심지어 마력 감응력까지 뛰어나다니.
만약 세론이었다면 마탑의 대마법사들이 탐냈을 만큼 대단한 천재.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올해로 23살입니다.”
그 정도면 마법에 입문하기 조금 늦은 편이긴 하지만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당장 나만 해도 29살에 끌려가 입문한 거니까.
‘이놈을 어떡하지?’
돈을 벌고 언데드 군단을 막은 뒤 조용히 은퇴하는 것이 내 목표.
그렇기에 귀찮은 제자 따위 키워 봤자 골치만 아프고, 무엇보다 각성자가 즐비한 이 세상에 마법이란 학문까지 추가되어 생기는 변수의 영향을 걱정하여 그간 몇몇 마법진과 알고리즘을 제외하면 그 어떤 마법 지식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나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탐이 날 만한 천재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다니.
이 정도 기억력과 눈썰미 그리고 마력 감응력이라면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 내 지식을 습득할 테니 크게 귀찮지도 않을 거고, 오히려 나를 대신해 일을 하는 훌륭한 조수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놈을 시작으로 마법 지식이 퍼져 나가는 것도 문제고, 무엇보다 이놈을 내가 어떻게 믿고 마법을 가르쳐 주나.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만약 내가 봐주면 앞으로 뭘 할 생각입니까?”
그러자 청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저는 디자이너가 목표였습니다. 그러니 깨끗하게 손 털고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디자이너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짝퉁이 아닌 오리지널의 삶을 살고 싶다라.
“혹시 디자인해 놓은 것 있습니까?”
자신의 작품을 재벌 회장인 내가 봐 준다니 기쁜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실행하며 말했다.
“여기 있는 이게 제가 예전부터 고안해 오던······.”
나는 청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나 말고 부회장님한테 보여 주세요. 난 그쪽으론 문외한이라서.”
“아,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김덕배에게 설명하는 청년.
그런 청년의 디자인을 확인한 김덕배가 놀라기도 하며 탄성을 터트린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설명을 듣던 김덕배가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실력이 상당합니다. 디자인도 독창적이고요. 이 정도면 어지간한 디자이너 못지않은 수준입니다.”
“그래요?”
마법 재능도 충만한데 디자인 실력까지 있다고?
이것 참.
나는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이 뭐라고요?”
“나지운이라고 합니다.”
“나지운 씨, 혹시 디자이너로 프로티지에서 일해 볼 생각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저희 자체 디자인이 약해서 디자이너를 구하려던 중이었는데.”
그러자 나지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저, 정말이십니까?”
“예.”
탐나는 재능을 가진 나지운.
그러니 일단 옆에 두고 천천히 지켜본다.
나 역시 지금 당장 나지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니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
“부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찬성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리 만들어 줄 테니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
프로티지의 첫 디자이너로 받아들인 나지운은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간 꿈꿔 온 디자인을 줄줄이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임준일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임준일이 정말 23살이 맞냐 놀랐을 정도.
아무튼 그렇게 나지운을 품은 나는 일단 원래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나를 찾아온 한 미국의 유명 유통 기업.
“미국에 프로티지를 론칭하고 싶으시다고요.”
“예.”
재미 교포 직원이 약간 어눌한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미국 사람들의 실드 가방에 대한 관심은 상당합니다. 이미 일부 사람들은 한국에서 웃돈을 주고 직수입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고요.”
“흠. 근데 솔직히 말해서 미국에는 좀 안 맞지 않나요? 이게 칼 같은 무기는 잘 막아 줘도, 일정량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깨지게 되어 있어서 총을 막을 수는 없는데.”
미국의 사망 원인 1위는 바로 총기 사고.
지나가던 강도조차 총을 들고 다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인데, 이 실드는 그런 미국에서 영 힘을 못 쓸 거란 말이지.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꼭 총기 사고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폭력 사건부터 성폭행 등 다양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실드는 믿을 만한 방어 수단입니다. 게다가 이 실드가 총알을 막아 주지는 못하지만······.”
교포 직원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효과가 있다고요?”
“저희 회사에서 어렵게 실드 가방을 입수해 총기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역시 미국답게 입수하자마자 총질을 해 보는 구나.
그나저나 결과가 궁금하네.
총알을 막지 못한다고 추측만 했을 뿐 총기를 구할 수 없어 직접적인 실험을 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구경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총알이 실드를 뚫는 과정에서 관통력을 상당량 소실했습니다. 잘만 하면 한 번에 죽을지도 모르는 걸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수준으로 말이죠.”
그러니까 막지는 못하지만 치명상을 중상 정도로 바꿀 정도는 된다?
“이 정도만 해도 총기 사고가 만연한 미국에서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걸 다 떠나서라도 실드라는 이능을 쓸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셀링 포인트는 충분합니다.”
하긴.
애초에 이 사업은 내 입장에서 별것도 아닌 일인데, 그 별것도 아닌 일을 부러워하는 일반인의 심리를 생각하고 구상한 사업이니까.
“아무튼 판매는 전부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염려 마시고 수출만 해 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프로티지 제품이 미국에서도 먹힐 거라 확신하니까요.”
그렇다면야 거절할 이유는 없지.
마침 한국에서 일부러 확장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길이 열리면 프로티지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테니까.
“좋습니······.”
그렇게 수출 제안을 수락하려던 그때.
“음?”
뭔가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실드가 약한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가 마력으로 물리력을 구현하기 때문이잖아. 반대로 뼈 방패는 뼈를 매개체로 삼기에 방어력이 월등한 거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만약에 말이죠. 미국 현지화된 실드를 만든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현지화요?”
“지금 실드는 어디까지나 한국 사정에 맞춰 개발된 거란 말이죠. 실드 생성 모양부터 성능 등등 전부 다. 그러니 이걸 미국 현지에 맞춰서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일반 실드와 다르게 총알을 막는 것에 특화된 실드라든지.”
그러자 교포 직원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런 것도 가능하십니까? 그렇다면 더욱 펄펙트할 겁니다!”
“그렇죠?”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실험 한번 해 볼까요? 미국 현지화 실드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