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맞선이라요?! (6) 맞선 자체는 무탈하게 끝을 내었다.
제아무리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멋대로 깽판을 치는 것도 도리는 아니지.
이래 보여도 나는 신사다.
적이 아닌 상대에게까지 일일이 못된 짓을 하는 몹쓸 놈은 아니고말고.
이제 문제는 이 맞선의 결과를 어찌해야 할까, 인데.
당초 예정대로 적당히 거절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여기서 받아들일까?
어느 쪽이든 가능은 하다.
다만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엄마가 이 맞선 결과에 적지 않은 기대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엄마를 안심시킬 겸 그냥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되기도 한다.
그런데,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엄마가.
“그 아가씨가 아렐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니?”
“……티 그렇게 많이 나요?”
이상하다.
나름 아무렇지 않은 척 얼굴 표정까지 제대로 포장하고 있었는데.
“보면 안단다. 왠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거 같구나.”
“그, 그게 말이죠.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기보다는……
가능한 적당한 변명을 꺼내기 위해내가 말하려 했지만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단다.”
“하지만 아버님도 기대하고 계신다 하지 않으셨나요?”
혹시나 내가 이대로 거절하면 엄마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게 아닐까 우려했지만.
“걱정 마렴. 페하께서는 어디까지나 아렐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셨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하셨단다.”
음…… 카니아 누나의 사례로 아버님도 뭔가 반쯤 해탈하신 모양이다.
강제적으로 짝을 지어 주려 해 봐야 예상치 못한 사고만 치게 된다는 걸 아셨나 보군.
적어도 약혼 문제는 내 뜻을 존중해 주겠다는 의도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거절할게요.”
코웬스트 가문 측에는 내가 잘 말해 놓을 생각이다.
혹시라도 그 아가씨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잘 정리는 해 줘야지.
그 정도 매너는 있다.
나는 엄마에게 맞선에 대해서는 거절하겠다고 밝혀 두고는 잠시 혼자 생각할 게 있으니 산책 좀 하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정원을 걸으며 나는…….
“진짜 살았다아?.”
나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게 되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실은 결혼, 진짜 안 내켰어.
아직은 좀 더 느긋하고 한가롭고 그리고 방탕하게 살고 싶다.
그런 나에게 아직 결혼이니 뭐니 하는 건 이르고말고.
응, 응. 그래, 앞으로 몇 년은 더 느긋하고 유익한 삶을 살아야지.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아직 콜라도 완성하지 못했다!
결혼은 무조건 그다음이다!
결혼보단 콜라 개발!
나는 콜라를 완성하게 되면 그때야 결혼하겠어.
그렇게 보다 확고하고 쓸데없는 마음을 굳힐 때였다.
바스락.
내가 산책하고 있던 정원 한구석 수풀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작은 생물이 뛰어다니는 듯하다?
토끼인가? 싶었지만 그것치고는 기척이 애매했다.
반사적으로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나는 가만히 선 채 그 생물이 튀어나오길 기다렸다.
애초에 왕궁 내에 위험한 생물이 있을 리도 없으니까.
그리 위험한 느낌도 들지 않았고.
그렇기에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
“……어? 잠깐? 이 녀석?”
수풀에서 튀어나온 그것을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예상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생물이었기 때문이다.
강아지만 한 붉은색의 도마뱀.
처음에는 누군가가 풀어 놓은 희귀한 애완동물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그 도마뱀의 기척을 확인한 나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샐러맨더?”
흔히 불의 정령으로 알려진 존재다.
언제부터 왕궁 정원에 정령이 굴러다니게 된 걸까.
‘그전에 말이 안 되는데?’
정령이 단순히 길바닥에 굴러다닐 존재였다면 나는 불의 정령들을 보이는 족족 잡아다가 살아 있는 난로 대신으로 써 먹었겠지.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이곳에 정령이 존재한다는 건 이미 여러 옛 서적 같은 기록으로 확인해 두었다.
그럼에도 나는 일부러 정령 따윌찾아다니진 않았지.
여러 이유가 있긴 하나 그건 제쳐두고.
‘정령이 있다는 건 이놈을 불러낸 녀석이 있다는 건데?’
정령은 아무나 쉽게 불러내지 못한다.
이놈들은 흔히 말하면 사람을 지나치게 가리는 녀석들이라.
친화력이 높지 않으면 보는 건 고사하고 불러내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하지.
그 친화력이란 게 마나의 친화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비슷하면서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순수하게 자연 그 자체의 마나의 성질에 친숙하지 않으면 어렵다.
다만, 내 경우는 어릴 적부터 자연 그 자체에 떠도는 마나를 받아들이는 연공법을 익혔기에 자연과의 친화력이 높아져 자연스레 정령을 볼수는 있다.
거기에 한때는 정령을 다루는 기술도 익힌 적이 있기에 잘 알고 있다.
근데 내가 알기로 에르네시아 왕국내에는 정령 친화도가 높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데?
진짜 드문 재능이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어디서도 발견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잠깐? 얘 어디로 간 거니!!”
그때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기척을 살피니 이 샐러맨더랑 마나가 이어져 있다.
즉, 이놈을 불러낸 녀석이란 거군.
목소리를 들으면 여자인 것 같은데?
내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오렌지 빛에 가까운 머리 색의 소녀가 뛰어오고 있었다.
‘어? 잠깐? 저 녀석……
아는 사이라고 하진 못하겠지만 얼굴도 이름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대였다.
“페나 아므레트 자닐?”
지금 뛰어오는 상대가 다름 아닌 제국의 황녀이자.
이번 전쟁의 결과로 인해 에르네시아 왕국에 유학이란 형태지만 사실 상 볼모로 오게 된 참으로 가엾은 입장에 놓인 소녀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그저 지난 전쟁의 결과를 확인할 때 정보를 확인해 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것뿐이다.
결과만을 확인한 뒤에는 관심을 끊었기에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당연히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와 여기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왕궁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혹시 산책 중이었나?
하긴, 대외적인 명목은 유학이다.
대우 자체를 섭섭하게 해 줄 리는 없겠지.
괜히 가둬 놓거나 하는 짓 따윈할 필요도 없다.
성 내부라면 어느 정도 자유는 줘도 되겠지.
성 밖의 경비는 철저한 데다가, 일개 공주님이 그 경비를 뚫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기본적으로 타국의 공주로서 어느 정도 최소한의 권리는 존중받는 정도는 당연하다.
다만 그뿐이다.
결국 이곳에 있는 이상은 정치적인 입장에서는 볼모나 다름없는 셈이다.
‘……뭐, 내가 상관할 건 아니지만.’
제국의 공주님의 인생은 그녀의 몫이고.
어차피 그 꼴이 된 건 어른들의 욕심이 빚어 낸 결과니 자업자득이다.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문제는 그런 그녀와 이 자리에서 마주쳤다는 거.
‘내가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저쪽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니까……
적어도 메르만 제국의 황족의 입장에서 나란 놈은 그야말로 얄미운 상대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가능한 마주칠 생각은 없었다.
이쪽으로 달려오던 제국의 공주는 나를 보자마자 멈춰 섰다.
음, 역시 나를 알아보나?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그녀는 갑자기 손을 내게 내밀고는.
“그 도마뱀. 넘겨주지 않을래?”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 혹시 싶어서 그녀의 얼굴을 살펴봐도 내게는 별반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렇군, 내 얼굴은 모르나.
혹시 몰라 긴장한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설마 했는데 아예 알아보지 못할 줄이야.
하기야 내가 대외적으로 활동한 적은 없으니 얼굴을 모르는 것도 당연한가?
즉, 나를 보고 달려온 건 이 빨간 도마뱀 때문이란 거군.
“이…… 샐…… 아니, 도마뱀이 당신 겁니까?”
나는 붙잡고 있는 샐러맨더를 내밀며 물었다.
황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민 샐러맨더를 받아 안아 들었다.
내가 붙잡고 있을 때와 달리 참으로 익숙해 보인다.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봐도 지금 저 둘의 마나가 이어져 있다.
요컨대 이 정령을 불러낸 게 지금 저 황녀란 건데.
제국의 황녀가 정령을 다루는 자질이 있었나?
그건 금시초문이다.
아니, 애초에 정령 친화력이 정말로 희귀한 재능이란 걸 감안하면 진즉에 타국에 알려져도 이상할 게 없는데?
조금 신경 쓰이는군.
“저…… 당신은 제국의 황녀님이십니까?”
내가 조심스레 묻자 황녀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페나 아므레트 자닐이라고 해.
뭐, 기니까 황녀님이든, 페나 님이든 좋을 대로 불러.”
“황녀님치고는 참 소탈한 대답이시네요.”
“여긴 제국도 아니잖아? 그리고 유학 온 입장이고. 또한 일일이 상대한테 격식 강요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면 이 황녀님도 성격 참 골 때리는 것 같다.
“그런데 당신은? 여기서 일하는 귀족이야?”
“……뭐, 일한다기보단 여기 사는 사람이라고 하죠.”
거짓말은 안 했다.
어디까지나 거짓말은 아냐.
그래도 내 본적은 여기거든.
순순히 내 정체를 밝힐까도 고민했지만.
일단은 보류했다.
황녀가 내 이름을 묻고자 하면 몰라도 굳이 내 쪽에서 먼저 밝히기도…….
……귀찮지?
응, 귀찮고말고.
어차피 저 아가씨는 내겐 크게 관심은 없는 모양이다.
그저 적당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 녀석, 붙잡아 줘서 고마워.”
그렇게만 말하고 어디론가 가려고 한다.
아니, 어디를 가? 아직 궁금한 게 남았거든?
“저, 황녀님? 혹시 묻겠는데 그 녀석, 정령이 아닌가요?”
그 순간, 도마뱀을 안고 걸어가던 황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움직임이 딱딱해지더니 천천히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 눈동자 제대로 흔들리고 있어.
그렇군, 내가 제대로 지뢰를 밟아줬구먼?
“저, 정령이라니? 무슨 말일까‘?”
“그 도마뱀 말하는 건데요.”
“무, 무슨 소리니? 이 애는 그냥 애완용 도마뱀이거든? 자, 봐! 그냥 도마뱀이 지?”
어째서인지 그녀는 샐러맨더를 정령이 아니라고 변명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잡아떼는 느낌인데.
“저기? 도마뱀은 그렇게 하품하면서 불을 뿜지 않아요. 그리고 그렇게 새빨갛지도 않죠.”
어느 날개 달린 도마뱀이 아니면 모를까요.
근데 명백하게 저건 그것들과는 생김새가 다르다.
“으, 으으윽…..”
황녀 스스로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이란 것쯤은 자각하는지 그대로 할말을 잃었다.
어딜 봐도 명백하게 동요하고 있군.
대충 훑어봐도 지금 그녀는 ‘으아, 사고쳤다’라면서 끙끙거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혹시?
“너, 너! 잠깐 일로 와 봐!”
내가 무언가에 확신을 가지기도 전에 황녀는 갑자기 나를 끌고 정원한구석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