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꼭 하지 말란 짓은 멋대로 하더라 (1) 젤니안 성국의 국경 요새인 누아튼요새.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요새 앞 평원에 거점을 세우고는 벌써 수일째 국경 요새와 대치 중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투는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직 공성전을 벌이지 않는 대신 요새 성문 앞에서 병력을 대기 시켜둔 채 성녀의 행위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전하고는 항복할 것을 권유했다.
결코 공격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점령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복만 받아내도 충분했다.
그러나 성국군의 답변은 늘 단호했다.
벌써 세 번째나 항복을 권유했는데도 답변 대신 돌멩이가 날아왔다.
훌륭한 거절의 뜻이다.
“저리도 훌륭하게 거절을 해 오는데 그에 응해 줄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구려.”
선발대의 총괄 지휘를 맡은 헤닐튼후작은 막사 내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각 영주들을 모아 놓고는 마치 농담이라도 하듯 말했다.
오늘도 성국군은 여전히 굳게 성문을 걸어 잠근 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분수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신을 모신다는 자들이 참으로 뻔뻔스럽기 그지없지 않습니까?”
다른 귀족들 역시 헤닐튼 후작의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내심 그들은 어딘가 근질근질한 듯 답답해하는 눈치였다.
“그건 그렇고, 참으로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진만 치며 기다려야 하다니. 차라리 먼저 공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흐음, 경거망동한 말을 마시게.”
젊은 귀족 하나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 듯 어설픈 발언을 하자 헤닐튼은 그를 나무랐다.
어디까지나 사전에 의논되어 내려진 결정은 본대가 합류하기까진 전선만 유지할 뿐 대기하는 것이다.
“곧 있으면 본대가 오네. 그때까지 기다리게나.”
일단은 당장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
약간은 불만족스러워하는 느낌이나 노골적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다른 귀족 하나가 이런 말을 꺼냈다.
“……아렐 님께서 합류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네. 어디까지나 임시로 지휘를 맡고 있을 뿐. 그분이 오시면이 자리를 비켜 드릴 것이네.”
이번에는 아렐이 모든 지휘권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카니아 에르네 시아가 이끄는 16기사단도 사정상늦게 출발해 다른 시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전장에서는 에르네시아 왕국군을 지휘할 자는 작위로도 핏줄로도, 아렐 외에는 그 누구도 합당한 이는 없다.
그 점에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아렐의 명성이야 이미 지난 전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아렐 님이 오시면 이 전쟁도 끝이겠군요.”
신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맹신이라고 해야 할지.
본인이 들으면 기가 막혀 할 소리였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도 안 되지 않겠나? 비록 이런 상황이나 엄연히 전쟁 중일세.”
대치 중이라 해도 방심을 하다 역습을 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성국은 오래전부터 이종족과의 분쟁으로 전쟁에는 익숙하니 결코 가볍게 여길 상대도 아니었다.
“우리들은 아렐 님의 당부대로 신중하게 기다리기만 하세.”
헤닐튼은 일단은 정론을 말했다.
당장이라도 활약하여 전공을 세우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나…….
실은 본인도 마찬가지이나 일단은 명령이지 않은가.
“……헤닐튼 공, 꼭 기다리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수긍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가 있었다.
“기멘트 공?”
“성국은 감히 역습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저리 꽁꽁 숨어 있네.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나?”
기멘트 후작.
헤닐튼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에 자원한 영주들 중 한 명이다.
“……일단은 명령이……
“아니, 그러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만일을 위해서 신중하자는 게 아닌가?”
기멘트 후작은 묘하게 초조함을 드러내며 무언가를 주장하고자 했다.
“성국 놈들은 겁에 질려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가 아닌가?”
“기회라니? 기멘트 공, 자네 대체……
그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눈치챈 해닐튼 후작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 진군하자는 것이오?”
“가능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전투가 벌어질 것을 감안하고 편성한 부대일세.”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성국이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하지 않아 우선적으로 진을 치고 상황을 보자는 흐름이 된 것이지, 원래는 당장이라도 격렬한 전투가 시작돼도 이상할 건 없었다.
공성 장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공성전에 들어갈 수 있다.
“몰아칠 수 있을 때 공격해야 하지 않겠나? 신중한 것도 좋지만 과감할 때도 필요한 법이네.”
“아렐 님께서 오신 뒤에 하는 게…… 아니, 그분께 여쭈어야 하지 않겠나?”
“열흘이나 걸리지 않나? 혹시 모르지 않나, 저들이 그 뒤에 무언가 수를 낼지?”
“흐음?…”
기멘트 후작이 묘하게 조바심을 드러내는 점이 걸리긴 했지만 헤닐튼역시 한편으로는 동의하고 싶긴 했다.
“혹시 기멘트 공…… 지난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오?”
“내, 내가 왜 그러겠소!”
그는 무언가 뜨끔이라도 하듯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실은 모두가 알고는 있다.
기멘트 후작이 지난 전쟁에서 역습을 해 오던 삼국 동맹의 군대에 크게 깨진 적이 있다는 걸.
그리고 내심 지난 오명을 만회할 기회를 얻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해할 말은 마셨으면 하는구려.
그저 나는 당장이라도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를 손 놓고 있자니, 그게 아까웠을 뿐이네.”
“기회……인가?”
헤닐튼도 내심 갈등은 되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공격하기에는 적기라는 생각은 들었다.
망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왕가의 결정이기에 뜻을 굽히는 것일 뿐.
“다른 분들은 어떻소?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기멘트 후작이 모두의 동의라도 구하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잠자코 듣고 있던 다른 귀족들도 하나둘 조심스럽게 동의의 뜻을 내기 시작했다.
“저…… 저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치지 않으면 언제 나서겠습니까?”
“맞습니다.”
조금 전까지 지켜보자는 의견에 동의했을 때는 언제고…….
사실은 다들 공적에 목말라하고 있다.
귀족가의 인물이 공을 세울 기회는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전쟁은 다르다.
전공만 세우면 얼마든지 이후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장에 따라서는 작위마저 하사받을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전쟁 이후 에르네시아왕국의 귀족들은 전장에 설 기회를 도통 잡지 못했다.
힘이 강해졌기에 쉽게 싸움을 걸어오는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후에는 정말로 전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에 내심 하나둘 초조해하고 있던 것이리라.
“무엇보다 아렐 님께선 성가신 일을 싫어하신다고 들었네. 그렇다면 그 걱정을 덜어 드리는 게 신하 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 으음.”
헤닐튼은 갈등했다.
그도 공적을 세우고 싶은 건 마찬가지 다.
그러나 망설여지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기면 모든 것이 무마되겠지만, 만일 진다면?
“거기에 우리 군의 질도 지난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네. 무엇이 두려운가?”
기멘트는 노골적으로 헤닐튼을 부추겼다.
“어느 명장을 데려와 의견을 구해도 똑같은 대답을 할 거네. 이미 이길 수 있는 전투네.”
수도 우세하고 장비도 우세하다.
그 사실에 모두의 자신감이 절로 충만해져 있다.
“……그렇군.”
헤닐튼은 드디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대로 지금이 적절한 시기 일지도 모르네.”
“오오! 알아주니 기브군.”
일단은 설득에 마지못한 척은 하고 있지만 헤닐튼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걸려 있다.
내심 누군가가 부추겨 주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다들 눈치는 챘지만 지금은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다들 욕심에 눈이 먼 것이다.
말만 아렐의 번거로움을 덜어 준다는 거지, 실은 공적을 빼앗길까 봐두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 우선은 공성에 능한 기사들을 불러 의견을 구하세나.”
“당연한 일이지! 그래! 그렇게 하게나.”
그들은 크게 웃으며 끄덕였다.
자세한 의견을 구한다고 했으나.
이미 답이 정해져 있음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에르네시아 왕국군 선발대는 곧바로 젤니안 성국의 국경 요새를 적극적으로 공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것에 반대하는 귀족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이튿날,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젤니 안 성국의 국경 요새를 향해 최후의 경고를 전했다.
“성문을 여시오.”
헤닐튼 후작이 대표로 그들을 향해 직접 목소리 전달용 마법 도구를 이용해 뜻을 전달했다.
“지금이라도 항복을 하고 길을 터준다면 그대들은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겠네!”
그러나 그의 목소리만이 허무하게 울려 퍼질 뿐이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마저 외쳤다.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되레지금의 상황을 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답이 없다면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그대들의 요새를 함락할 것이 오!”
역시나 대답이 없다.
마침내 그 상황을 지켜보던 귀족들은 제각각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전공을 세울 기회가 왔구나, 하고 내심 환희하고 있다.
“헤닐튼 공.”
“으음, 어쩔 수 없군.”
결국 마지못한 척하며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더 이상의 통첩은 없다! 공격하라!”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병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젤니안 성국의 성도.
성궁 내에 위치한 회의실 내에서 성녀 넬베니아는 현재 전황에 대한 급보를 받아야 했다.
“누아튼 요새에서 연락입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에르네시아 놈들…… 결국은 직접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나 보군요.”
“고얀 놈들…… 감히 어딜……
사제들은 혀를 차며 넬베니아가 무슨 말을 하기를 내심 눈치를 보며 기다렸다.
“그런 얼토당토않은 억지를 써서 쳐들어오다니 괘씸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그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인 것마냥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에르네시아 왕국군을 욕하기 바빴다.
그들이 유난히 평소보다 더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혈안된 것은 괜한 일이 아니었다.
전쟁이 선포된 뒤.
소수이지만 그녀에 대한 반발의 의견이 있었다.
원래부터 젤니안 성국에는 적게나마 성전에 반대하는 파벌이 있었다.
전쟁보다는 대화와 관용으로 교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제들.
넬베니아는 이번에 그들을 철저하게 배척했다.
지금까진 그래도 의견이라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가차 없이 그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켜 버린 것이다.
다른 때였다면 모를까, 전쟁을 앞두고는 그들의 존재가 거슬리기 때문이겠지.
반감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눈앞에서 본 이상 토를 달 배짱은 없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넬베니아는 눈을 감은 채 한탄이라도 하듯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