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드래곤 사냥 (4)
역시나 넬베니아는 모종의 수단으로 드래곤의 의식을 빼앗고 조종하고 있다.
그렇기에 드래곤은 자기 의사가 아닌 그저 본능대로밖에 싸우지 못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부수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조건 반사적 프로그램 같은 거다.
이게 지금의 토벌대의 움직임이 통하는 이유 중 하나다.
패턴이 보이면 대응하긴 쉽지.
결국 잘 피하기만 해도 드래곤을 혼란시키는 데는 충분하다는 거지.
이건 내가 처음 지적했던 문제가 그대로 들어맞았다.
우선 시작은 순조롭군.
만족스레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사이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렸다.
“브레스!”
드래곤의 18번 특기.
마법보다도 이쪽이 더 잘 알려진 특기다.
체내에 깃든 고밀도의 에너지를 토해 내는 것.
화이트 드래곤의 경우에는 체내에 축적된 대량의 냉기를 토해 내는 아이스 브레스인가?
브레스로 단번에 부대를 쓸어버릴 작정이다.
그러나 그것도 당연 예상했지.
“2번, 7번! 마법사대, 브레스 대응준비!”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리자 묘한 냉기가 병사들의 주변을 감싼다.
“브, 브레스다!”
“각 부대는 최대한 드래곤에게서 떨어지도록!”
오한에 몸을 떨 새도 없이 브레스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부대는 신속하게 뭉쳐서 한 지점으로 피했다.
누군가가 본다면 어리석다 비웃을지도 모르겠지.
차라리 산개하여 흩어지면 몰라도 한곳으로 뭉쳐서 물러나다니.
그러나 엄연히 이유가 있는 행동이다.
이번에는 다른 부대와 달리 비교적 거리를 두고 있던 두 개의 부대가 나섰다.
파힐리아 소속의 마법사들이다.
“브레스 대응 준비!”
“모든 방호 마법을 전개하라!”
한 개의 부대에 속한 마법사들은 일제히 시전할 수 있는 모든 방호 마법을 전개했다.
단순히 보호막부터 냉기나 과다한 마력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보조 마법까지, 모든 가용 가능한 마법을 전부 시전하며 준비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마법사 부대는 별개의 다른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역행벽! 전개!”
그들은 어떤 하나의 도구를 가져와 그것을 중심으로 둘러싸고는 마법을 전개한다.
만약 성녀가 저것을 보았다면 경악에 눈을 동그랗게 떴을 것이다.
성국이 사용하던 수호의 방패.
그것을 개조한 물건을 이용하여 마법을 영창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벽 바깥에 또 하나의 결계가 둘러쳐졌다.
시전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드래곤이 새하얀 브레스를 토해 냈다.
용암마저도 한순간에 얼려 버릴 정도의 살인적인 냉기를 품은 숨결.
그것이 보호막에 부딪혔다.
공기마저 얼어붙는 숨결에 방호벽이 그대로 깎여 나가려 한다.
“크윽!”
“최대한 버텨라!”
“마력이 부족하면 마정석에서라도 끌어내서라도 버텨!”
마법사들이 이를 악물고 버티기 시작했다.
가용 가능한 모든 마법사들이 동시에 마법을 분담해도 버티는 게 어지 간히 쉽지가 않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들은 억지로라도 마정석에서 마력을 보충하며 버텼다.
지금 뚫리면 뒤에 보호받는 부대가 전멸하게 된다.
“1초만이라도 버티면 된다!”
마법사 부대의 지휘관이 착용한 통신구에서 아렐이 외쳤다.
모든 마법사들이 전력을 다해 버틴다 해도 그 시간은 고작 초.
그러나 그거면 충분하다.
보호벽 바깥에 두른 마법 이 작동한다.
브레스의 속성과 마나의 벡터를 전부 해독하고는 바로 효력을 발휘한다.
새하얀 브레스가 역으로 튕겨 나와 되레 화이트 드래곤의 얼굴에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 !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브레스를 중단하는 화이트 드래곤.
“……나 참, 엄살은.”
부대장들의 통신구 너머에서 아렐이 그 광경을 보고 있는지 어이가 없다는 소리를 내었다.
그의 말대로 브레스가 역으로 반사되어 쏟아졌지만 정작 화이트 드래곤은 별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냉기를 자기가 뒤집어썼다고 손상을 입을 만큼 나약한 생물은 아니다.
그래 봐야 비늘에 약간의 새하얀 서리가 끼었을 정도?
그 증거로 곧바로 진정했는지 드래곤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몸에 낀 서리를 털어 냈다.
새하얀 비늘에서 떨어지는 서리 때문에 위압적이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토벌대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짜증 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기왕이면 새하얀 자태가 아니라 드래곤이 피를 뿜는 광경을 보고 싶다.
간사한 재주를 부리는 인간들의 생각을 의식이 없더라도 본능적으로 증오라도 하는 듯 드래곤은 낮은 울음소리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케일런 요새는 별개로 공성전을 걸어오는 별동대를 맞이해야 했다.
“처음부터 양동이었군요!”
성녀는 혀를 찼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은 했던 일이다.
충분히 기습에 대비하라 지시했기에 방어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성국의 기사들에게 방어를 지시하는 한편 넬베니아는 요새 위에서 드래곤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쪽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저거, 아무리 봐도 그거죠?!
저희의 방패잖아요!”
아이스 브레스가 반사되는 순간을 목격한 넬베니아가 비명을 질렀다.
분명 저 효과는 성국에서 개발한 신형 무구, 수호의 방패의 효과와 동일하다.
‘……그러고 보니 방패 하나를 빼앗겼다는 보고를 보긴 했었죠.’
설마 그것을 브레스 방어 대책으로 이용할 줄이야.
보아하니 단순히 그대로 써먹은 게 아니라 그 방패를 주축으로 보다 광역적인 결계를 펼치도록 개량 또한한 모양이다.
이용할 수 있다면 타국의 무구까지 써먹는다는 건가?
그 수완에 넬베니아는 새삼 경악했다.
“대체 아렐 에르네시아는……?”
넬베니아가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지금 전투도 그녀의 화이트드래곤이 보다 우세한 건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고작 저 정도 군대를 섬멸하지 못하고 있다.
그 점에 넬베니아는 스스로도 이해 하지 못할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이쪽이 우세한 건 변함이 없을 터.
넬베니아는 스스로 진정하고자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드래곤 쪽을 주시했다.
여전히 혼란스러움을 유발하려는 듯한 부대의 움직임을 화이트 드래곤은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움직임으로는 저 군대를 잡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본능에 의지한 방식으로는 신속한 대응은 무리인가?
할 수 없이 넬베니아는 예의 그 조련사 소녀에게서 받은 아티팩트를 꺼냈다.
“그럼 제가 직접……
넬베니아가 그것을 작동시키려는 순간이었다.
아군들이 경악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개입하게 놔둘 수 없습니 다만?”
동시에 하늘에서 수 발의 화염 덩어리가 쏟아졌다.
넬베니아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알아채고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날아온 불덩이가 역으로 튕겨 나갔다.
뭐든지 튕겨 내는 아티팩트를 만들어 낸 근원.
그 기초가 되는 기술을 당연히 그녀 본인이 습득하지 않고 있을 리는 없다.
튕겨 내는 동시에 넬베니아는 의아한 듯 위를 보았다.
“마법?”
의아해하는 순간.
이번에는 그녀가 올라선 성벽 주변에 강력한 돌풍이 몰아쳤다.
돌풍은 마치 벽을 이루듯 휘몰아치며 그녀를 고립시켰다.
직접적으로 노리고 시전한 마법이 아니기에 이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것은?”
넬베니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처음 그 불덩이가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이번에는 수십 종의 약화 마법이 그녀를 옭아맨다.
“가지가지 하는군요.”
넬베니아는 이번에는 품에서 투명한 액체를 꺼내 자신의 머리 위로 뿌렸다.
성수다.
효과는 모든 마법과 저주의 무효화.
“아직 더 시험할 게 남아 있나요?”
넬베니아가 위를 노려보며 묻는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처음 보는 여마법사가 공중에 떠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죽을 만한 공격이었습니다만. 하긴, 그 성수를 만든 여자답습니다.”
넬베니아가 마법을 지운 현상을 천천히 분석하듯 읊조리는 여마법사.
“ 당신은?”
“디아 레키. 파힐리아 소속 전속마법사. 아렐 에르네시아 님의 직속입니다.”
착지한 두]. 디아 레키라고 이름을댄 마법사에게 넬베니아는 입을 다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렇군요. 드래곤을 노리는 척을 하며 저를 처리할 셈이었나요?
암살이라니, 아렐 에르네시아도 참 치졸한 방법을 생각했군요. 저를 쓰러트리면 드래곤의 조종이 풀릴 거라 생각한 건가요?”
이번에는 디아가 입을 다물고는 대답 대신이라는 듯 지팡이를 휘둘렀다.
얼음 창 한 조각이 날아와 넬베니 아의 바로 발 앞에 꽂혔다.
공격이 아니라 명백한 위협이다.
“우선 그 뻔뻔한 착각을 정정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저희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드래곤을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무표정하게 그 착각을 정정해 주겠다며 설명하지만 디아의 목소리에는 묘한 불쾌감이 섞여 있다.
“그저 당신을 공격한 건 당신이 직접적으로 드래곤을 조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작전일 뿐. 그리고 또 하나, 제 개인적인 분노를 풀기 위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분노?
넬베니아는 눈가를 찡그렸다.
“……개인적인? 당신은 절 아시는지?”
“개인적으로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도 저를 모를 것입니다. 저흰초면입니다.”
“그럼 개인적인 분노란 건 뭘 말하는 거죠?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넬베니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자, 디아는 조용히 성벽까지 내려왔다.
밖에서는 이변을 눈치챈 성국의 병사들이 진입하려 하나 돌풍과 그리고 성벽 아래에서 에르네시아군이 쏘아 대는 장궁에 방해를 받아 간섭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 정도야 충분히 파훼할 수 있지만 넬베니아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디아가 조용한 시선으로.
그리고 노골적인 살의를 드러내며 지팡이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격리한 마법을 파훼하고자 빈틈을 보이면 바로 마법으로 저격할 게 틀림 없다.
“우선 한 가지 묻겠습니다. 아니, 대답해라.”
억양은 조용하지만.
디아가 표출하는 건 틀림없는 분노였다.
“10년 전 내가 살던 마을에 전염병을 퍼트린 건 성녀, 너였냐?”
처음으로 디아 레키는 타인에게 존대를 잊고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만약 이 자리에 그녀의 평소 언동을 아는 이가 있었다면 적잖게 놀랐겠지.
“다시 묻겠다. 넬베니아, 너였냐?”
“……모르겠군요.”
“10년 전 에르네시아 서남부 변경의 작은 마을. 그 마을은 갑자기 발병한 전염병 때문에 치료약조차 없이 마을 주민들은 죽어 가야 했다.”
넬베니아가 입을 다물었다.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린다.
그 모습을 보며 디아는 지팡이를 꾸욱 쥐었다.
“마을은 불타고. 살아남은 이는 나를 포함해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나가던 마탑 소속 마법사가 거두지 않았다면 우리들도 살지 못했겠지.”
“그렇군요. 생존자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좀 더 확실하게 실험을 해 둘 걸 그랬네요.”
넬베니아는 결국 인정하는 건지 소름 끼치는 대답을 내놓았다.
얼굴은 분명 웃고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광기가 서려 있다.
“실험?”
“예, 그저 연습이었어요. 같은 병이라 해도 인종 혹은 종족에 따라 발병 경과는 다르니까요. 보다 확실하게 해 둘 샘플이 필요했죠. 하지만, 이번도 그렇고…… 이 수단은 영 못써먹겠네요. 너무 불확실하네요.”
넬베니아는 그리 말한 뒤 디아를 바라보았다.
“……라고 해도 납득은 못하시겠죠. 하지만 그게 사실이랍니다. 당신의 불행은 안 됐지만 전 당신 개인에게도 그 마을 주민에게도, 원한도 뭣도 없어요. 그저 에르네시아 왕국의 그 깃발만을 치우기 위한 연습일 뿐이었죠.”
마치 푸념과도 같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디아는 그 어떤 말도 없이 불덩이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