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왕과 흑마법사 (9)
“생각해 보시어요, 에르네시아. 인류의 비극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는가.
당신은 생각해 본 적이 없으신가요?”
“?????? 그런 건??????
아마 왕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추상적인 질문에 불과하지.
그러나 루이레이나는 마치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눈을 번뜩였다.
처음으로 그녀가 묘한 희열이 담긴 미소를 띠었다.
“죽음이어요.”
“죽음?”
“예. 인간의 의지가 허무하게 끝을 맺는 것도, 비극이 일어나는 것도 모두 죽음 때문이죠.”
그녀는 망설임 없이 주장했다.
“저는 500년 전 수많은 비극을 보았어요. 그렇기에 확신하죠. 죽음이 없다면 인류는 더욱 발전할 수 있어요. 진정으로 구원받을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짓을 꾸몄다는 건가?
무엇을 위해서! 생명이 장난이라 생각하는가!”
“그 마을은 실험이어요. 그들 모르게 제 비술을 적용해 봤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죠. 걱정 마시어요, 단점은 보완했으니까요.”
불안해할 것 없다며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평생을 쏟아부은 비원……
「영원의 서」는 이걸로 완성하였어요.”
그녀가 그리 말하며 허공에서 꺼낸 것은 두 권의 마도서였다.
“. 비원?”
레이첸은 약간 힘없이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원이라면 그녀가 그간 몇 번이고 그에게 말했던 것이었다.
그녀가 은둔하면서까지 완성시키고자 했던 무언가.
그것이 저 두 권의 마도서란 말인가?
두 가지 마도서 중 하나에는 그조차도 소름이 끼칠 만큼이나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책에서는…….
“ 마나?”
마기가 아닌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마나가 흐르는 것이 감지되었다.
흑마법사인 그녀가 마나를 사용하다니?
그의 의문을 읽은 듯 그녀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흑마법사도 마나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어요. 단지 익숙지 않아 효율이 떨어질 뿐. 물론 만드는 건 쉽지 않았죠.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제 과거의 벗 중 하나의 몸을 재료로 쓰기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그녀는 약간 씁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제 비원의 완성을 위해서는 마기와 마나, 모든 것에 통탈해야 할 필요가 있죠. 마법사들은 부정하지만 마기 또한 자연의 일부죠.”
마나가 순수한 자연을 의미한다면 마기는 그것의 어두운 면을 뜻한다.
“조화를 이용해 생과 사의 조화를 무너트린다. 뭐, 실제로는 그렇게 간략하진 않지만요. 마법사도 아닌 당신에게 이런 걸 자세히 논해 봐야 의미는 없잖아요?”
“생과 사를 무너트린다니……
그제야 레이첸은 수년 전 그녀가 그 영지민들을 살릴 때 펼쳤던 마법을 떠올렸다.
설마…… 그것부터가…….
“그것 또한 그대가 바라던 것이었단 말인가? 단순한 흑마법이 아니었던 건가?”
“그것이 평범한 흑마법일 리가 없잖아요?”
한심하다는 듯 흘겨보던 그녀는 두개의 마도서 중 하나를 손바닥 위에 펼쳐 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 위로 수백 개의 복잡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것 전부가 이 마도서 한 권이 내포하고 있는 마법식이다.
“당연히 평범한 마도서는 아니어요. 이것 자체가 아티팩트. 제가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이어요.”
“꿈꾸는 세상이라니…… 대체 자네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그렇게 죽은 자를 되살리고, 산 자를 죽지 않게 하고…… 그것이 자네가 바라는 것이라는 건가?”
“예, 그것이어요.”
그녀는 두 번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단번에 인정했다.
“죽은 자를 되살리고, 산 자를 죽지 않게 하는 비원…… 그것이 이루어지면 더는 인간은 고통받지 않게 되겠죠.”
“그럴 리가……
“에르네시아,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요.”
루이레이나는 냉담하게 절망과 체념으로 찌든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당신은 일부라면 이해하겠죠. 인간의 정해진 수명이, 생명이 얼마나 큰 벽인지요. 그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인지요.”
그녀는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리며.
“저는 지난 500년 전부터 수도 없이 봐 왔어요. 질병, 기근, 전쟁……
온갖 추악한 수단으로 인간이 스러져 가는 것을요. 그리고 500년 전 나타난 괴물…… 인간은 너무나도 약해요. 약하기에 긴 세월을 들이고도 전혀 발전을 못하죠. 왜 그럴까요?”
“전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 말도 안 되는 결론을 입에 담았다.
“인간은 언젠가 죽기 때문이랍니다;’터무니없는 결론이다.
여기 있는 자가 레이첸이 아니라 다른 인물이었다 하더라도 분명 지금 그녀의 논리는 어딘가 엇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그것은 너무 나간 생각이오……
“과연 그럴까요? 위대한 인물이 수명 때문에 뜻을 못 이루고 죽는 일도 많죠. 그에 따라 발전의 가능성을 보인 문명이 그대로 몰락한 적도 있어요. 죽기 때문에 장래 큰 발전을 이끌 인재가 꽃피기도 전에 사라진 경우도 있죠.”
단순한 광기가 아니다.
지금 자신의 생각의 정당성을 어필하는 그녀의 눈빛은 지극히 차분하고도 목소리의 톤은 지적이었다.
지극히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그녀다.
하지만 레이첸은 더할 나위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 간극에 두통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이딴 짓을 꾸몄단 말이 오‘?”
“예,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세상이 되면 인간은 더는 고통받지 않을 것이어요.”
그리 말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은 사악한 야망을 꿈꾸는 악인이라기보다는 마치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성자와 같았다.
하지만 레이첸은 그런 그녀를 두고 오히려 두려움을 느꼈다.
‘……내 실수다.’
그녀는 말했다.
처음부터 그런 터무니없는 뜻을 두고 있었다고.
그 말의 뜻은 지금의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것도, 일탈한 것도 아니란 의미다.
레이첸이 처음 알게 된 루이레이나의 본연의 모습인 것이다.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눈이 어두웠을 뿐이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해했을 뿐이야기하면 풀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옹호해선 안 된다……
조금만 더 일찍 눈치를 챘더라면 그는 확실하게 그녀의 뜻을 막을 수단을 궁리했을 것이다.
레이첸은 이를 악물며 검을 움켜쥐었다.
그것을 본 루이레이나는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볼 뿐이다.
“역시 이해하지 못하시나요?”
“당연하오. 어떻게 그런 두려운 일을 인정하겠소?”
“두려운 일이라니……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이것은 해방이어요.”
“해방은 무슨! 그저 인간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망자로 만드는 것이지!”
그 역시도 죽음의 비극은 이해할 수 있다.
그도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이들을 잃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장 저 밖에서는 흑마법사들을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주장에 동의 해줄 수 없다.
무엇보다 인정해선 안 된다. 그녀를 막아야 할 간절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뜻을 이루는 순간.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크나큰 비극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루이레이나, 지금 당신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소! 섭리까지 건드려서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구원이 있겠죠.”
그녀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안타깝다는 듯이 푸념을 할 뿐이 었다.
“유감이어요, 에르네시아. 당신은 이해한다고 했거늘.”
“이런 짓까지 이해할 수는 없소.”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는 검을 들어 올렸다.
보아하니 설득으로 막을 상황은 아니었다.
‘……실력으로 그녀를 이길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러 유저의 극한.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그도 그녀와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거란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리는 건 하나.
그녀가 들고 있는 마도서뿐이다.
‘저것이 계획의 중심이라면 파괴……까진 어렵더라도 손상을 입히면 늦출 수 있겠지.’
판단을 내린 그가 재빨리 바닥을 걷어차는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내달렸다.
루이레이나도 그의 행동을 예상한 듯 말없이 손짓만으로 공격 마법을 쏘아 냈다.
보랏빛의 수정의 창이 무수히 쏟아지는 것을 레이첸은 아슬아슬하게 쳐내며 그녀에게 접근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우회했다.
그대로 정신없이 궤도를 바꾸며 그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노렸다.
“우선 그 계획부터 막아야겠네!!”
그는 가능한 모든 힘을 끌어모아 검을 내찔렀다.
하지만.
레이첸의 검이 닿기도 전에 루이레이나의 손바닥이 그의 검을 막았다.
“?????? 뭐?”
“그 검술을 가르쳐 준 게 누구라 생각하는 것이죠? 당연히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였어요.”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 시선을 내리 깔았다.
“당신의 검은 제 제자에게 가르친것을 기반으로 전수한 것. 당연히 대응법은 꿰뚫어 보고 있죠.”
그가 약한 것은 아니다.
틀림없이 이 검만 해도 전 대륙을 통틀어 막을 수 있는 인간은 몇 되지 않겠지.
하지만 루이레이나가 살아온 기간은 더욱 길고 어둡다.
“안타까워요.”
그녀가 눈짓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힘이 그의 전신을 때렸다.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지는 그에게 그녀는 그저 미련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알아주지 않는다면 더는 대화할 이유는 없어요……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죽이지 않고 쫓아내기만 하겠어요. 그럼 안녕히……
루이레이나는 그를 바깥으로 쫓아내려 했지만.
그때 레이첸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기다려 보시오!”
“?…”
부질없는?…”
“그게 아니오! 하다못해! 시간을!
시간을 주시게나.”
“시간?”
그녀의 팔이 약간은 내려갔다.
“무슨 말이어요?”
“나는 아직 납득할 수 없소.”
“그런 말을 하여도……
“500년 전엔 자네가 말하는 대로 참혹했는지 모르지.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잖소?”
레이첸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각국의 틀도 안정화되어 가고 있고. 마법도, 기술도 지난 세월보단 틀림없이 나아졌지. 자네가 결론을 내리긴 아직 이르다는 뜻이네!”
루이레이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짜고짜 그를 내쫓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의 말을 듣고 고민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아직은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의사가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 근거는?”
“근거는……
레이첸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통증 때문인가?
루이레이나가 의아하게 여기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것이다.
“서두르게!”
그것은 그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제3자에게 하는 말.
“아??????
그제야 루이레이나는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답지 않게 빈틈을 보였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그녀의 등 뒤에서 제3자의 마나가 유동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마법사?! 대체 어디서?”
그것도 예사 애송이가 아니다.
8클래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가 출현하더니 루이레이나의 마도서를 노렸다.
그 마법사가 사용한 마법에 직격당한 마도서 중 하나는 마기가 감소하고, 또 하나는 강탈당하여 그 마법사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루이레이나가 막으려 했지만 당황했는지 틈을 보인 사이 레이첸이 필사적으로 검을 내질러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에르네시아!”
“미안하오. 하지만 그대의 끔찍한 계획은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 네.”
그는 그저 조용히 사과의 말을 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