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87)
387화. 왕과 흑마법사 (10) 처음부터 그는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했다.
이번 토벌의 협력자이자 에르네시아 마탑의 초석을 다질 마법사를 대동한 채 그는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루이레이나가 그의 성격만을 생각하고 방심할 것이라는 의도였다.
“지금이네!”
레이첸이 외치자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이탈했다.
가능한 완전히 그녀를 막아야 하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 마법사는 마도서 중 하나만을 들고 도주했다.
이걸로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장은 막을 수 있겠지.
레이첸이 검을 뽑자 그녀의 몸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검에는 강력한 독과 마법사의 서클의 회전을 방해하는 주술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걸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라도 당장은 쉽게 해독할 수는 없다.
그 정도의 복잡한 저주다.
주저앉은 루이레이나는 레이첸을 노려보았다.
“에르네시아…… 어째서……?”
레이첸은 침묵했다.
말없이 검을 거두고는 등을 돌릴 뿐이다.
그대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 터무니없는 비원은 이루게 둘 수 없네.”
“어째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해해선 안 되는 것이니까. 그대가 이루려는 건 구원이 아니네. 재앙이지. 그대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한 것이네.”
그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 주었으면 하는 건 진심이네. 분명 그 대의 비원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발전할 거네.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하는군.”
그 후 물러나는 그의 뒤에서 루이 레이나가 무어라 외쳤지만 레이첸은 더는 듣지 않았다.
그것이 원망의 말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뜻이었는지조차 모른다.
그가 교단의 신전을 이탈하고 에르네시아 왕국군과 다시 합류할 쯤엔 흑마법사들도 교주의 신변의 이변을 알아챘는지 허둥거리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창을 빼 들고 그들을 추격하려 했지만.
“하지 마라!”
레이첸은 병사들을 제지했다.
“아군 역시 피폐하다. 이 이상 쫓는다면 아군도 손해를 입게 된다.”
그 말에 병사들도 내심 납득은 했는지 추격을 멈췄다.
물론 그것은 핑계다.
레이첸은 그저 쫓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한 번 속이는 것과 다름없는 식으로 배반을 했다.
이 이상 쫓는 것도 가혹하다.
그렇게 그는 전장에서 등을 돌렸다.
다신 흑마법사의 교주…… 루이레이나와 대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면서.
나와 형님, 디아, 우리 셋은 말없이 잠시 그 수기를 노려보았다.
이제 남은 건 고작 몇 페이지.
그러나 마저 읽기 전에 잠시 생각에 잠길 시간은 필요했다.
“우선은 몇 장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까지 읽고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편지나 수기는 끝까지 읽어야 하는 법이다.
그게 상식이지.
「그 후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처음에는 빼앗긴 마도 서를 찾기 위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를 했으나 그녀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암혹 교단 또한 타국의 눈길을 피해 어디론가 피신한 모양이었다.
그에 따라 나는 그녀에게서 빼앗은 마도서를 처분하려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그저 이곳에 숨겨 두기로 한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자 그의 문장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도 나는 그것을 후회한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눈치를 챘다면 하다못해 그녀의 일그러진 주장을 어떻게든 돌려놓으려 했을지 모른다.
설득을 하지 못한 것은 나의 실수이자 수치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 또한 어쩔 수 없었다.
변명이 아니라 그때의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나 역시도 몰려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언젠가 이 수기를 읽게 될 후손이나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녀는 분명 언젠가 이때 이루지 못한 비원을 다시 이루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분명 돌이킬 수 없겠지.
나는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오히려 최악의 방법으로 배반해 버렸다.
그렇기에 부탁하겠다.
설득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저 그녀를 막아라.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재앙이나 다름이 없다.」
더는 쓰여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수기를 덮고는 책장에 도로 꽂아 놓았다.
“……후회인가?”
제일 형님이 먼저 그런 감상을 읊조렸다.
“역사에는 단순한 토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꽤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인 모양입니다.”
실제로도 수기에는 적잖게 후회하는 뉘앙스로 서술되어 있다.
만약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제대로 그녀를 설득하고 싶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어쩌면 정말로 그는 그녀를 친우라 여긴 것인가?
“그런데 어째서 초대 폐하께선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지……?”
“음, 추측이지만 그가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그럴 여유는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는 가만히 짐작 가는 사실을 떠올려 보았다.
“토벌이 끝나고 난 뒤 2년 후 갑자기 세상을 뜨셨으니까요.”
“그렇군. 분명 기록에는 그랬지.”
이후 왕국은 레이첸의 여동생이 대리로 통치하게 되었다.
레이첸의 아들이 있긴 하지만 그가 갑자기 숨을 거둘 당시에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대 국왕의 여동생 또한 상당한 고수였다고 하지. 과거 역병을 견뎌내고 살아난 그녀는 뜻하지 않게 마법사로서의 재능을 각성한 모양이었다.
그 재능으로 어떻게든 나라를 유지 했다나.
그 후 15년 뒤. 레이첸의 아들이 정식으로 후계를 잇는다.
그는 제 아버지와 다르게 철저하게 흑마법사를 배척하는 정책을 펼쳤지.
특히나 지금의 마탑에 적지 않은 후원을 해 주었다고 알고 있다.
“거기에 그 시기를 기점으로 흑마법사의 인식은 최악을 달리기 시작했으니까요. 왕국의 안정을 우선시하기 위해서는 숨길 수밖에 없었겠죠.”
무엇보다 그가 이 사실을 숨긴 건 그녀의 비원이 너무나도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타국에 알리더라도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였고요.”
“흐음, 그렇군.”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형님은 납득했다.
그 여자의 목적이 전 인류의 불로 불사라면 분명 거기서 찬동하는 미친놈이 나올 가능성은 높다.
그렇게 되면 흑마법사를 견제하기 이전에 각 왕국들끼리 먼저 분쟁이 일어나겠지.
그렇기에 숨기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 수기를 읽고도 몇 가지 미심쩍은 구석은 있지만…… 그건 일단 그러려니 하자.
“대신 이렇게 혹시 모르는 때를 대비하여 숨겨 놓으신 모양입니다만.
흐음…… 분명……
나는 방 안의 벽을 더듬으며 무언가 찾고자 했다.
“아렐, 무엇을 찾는 것이냐?”
“분명 지금 수기에는 그분께서 이곳에 남겼다고 했죠. 그럼 어딘가 있을 겁니다. 디아, 찾아봐.”
“네.”
잠자코 있던 디아가 방 안 주변을 탐색했다.
이곳에는 달리 다른 물건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장소가 있겠지.
“침대 아래입니다.”
“아래?”
그녀의 말로는 침대 아래에 별개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침대 자체가 바닥에 붙어 있군.
할 수 없지, 뜯어내.”
“예.”
침대 자체를 박살 내서 뜯어내자 역시나 더욱 아래로 향하는 입구가 드러났다.
온갖 마법 결계로 대놓고 떡칠을 해 놓은 게 무언가 엄중히 봉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절실히 느껴진다.
마나 하나 샐 틈도 없겠군.
그래도 500년 전 봉인이라 최신 마법에 능통한 디아가 풀기에는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문제없다는 판단 아래 우리는 그 아래로 내려갔다.
“???”
?이건.”
방 안을 본 제일 형님이 중얼거렸다.
그 안은 그저 평범한 석재 구조로만 된 심플한 방이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 두툼한 책 한 권만이 있을 뿐.
“마도서 입니다.”
마법사인 디아가 나를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눈치챘다.
“마도서라……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는 표지를 이리저리 만져 보다 괜찮다는 생각에 펼쳐 보았다.
그러자 우리들의 머리 위로 무수한 마법진이 전개된다.
“그렇군요! 이것이 그 수기에 언급된 암흑 교단의 교주가 만든 아티팩트 중 하나라는 것이군요!”
「영원의 서」인지 뭔지 하는 것의 하나다.
“……이것이 말이더냐?”
“예, 틀림없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말은 못하지만 내 눈으로 지금 전개된 마법진의 구성을 훑어봐도 충분히 용도는 가늠이 되었다.
반쪽짜리지만 그 여자가 그리고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정도는 얼추파악이 된 것이다.
과연…… 이걸 노리는 거였나?
“이제야 납득이 가는군요. 왜 그 요새가 이쪽으로 향하는지 말이죠.”
“그렇구나…… 이것을 찾기 위한 것인가? 하면 파괴하면 되지 않겠는가? 거기 마법사여, 이것을 파괴할 수 있겠는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디아는 조용히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렇겠지.
왜 그런지는 내가 적당히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이 마도서 자체에 상당히 견고한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500년이나 지나가고도 페이지 하나 변색되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수기에도 파괴는 하지 못했다는 식의 언급이 되어 있다.
아마 당시 초대 국왕도 이것의 파괴는 시험해 봤을 것이다.
그래도 불가능했기에 결국 이런 장소에 숨겨 두고 쉬쉬한 것이겠지만.
“일단은 파괴가 가장 바람직하니 시도는 해 보게 할 거지만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제일 형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파괴는 아마 불가능.
그리고 현재 그 미친놈들의 우두머리가 이걸 가지러 오고 있다.
여러 가지로 심란하겠지.
“폐하, 꼭 파괴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이것을 분석하면 교주가 펼칠 마법을 방해할 수단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구나!”
그 제안을 들은 형님의 안색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래! 바로 이것을 마탑에 보내부…”
‘분석을 시키자!’라고 말하려던 형님은 말끝을 흐렸다.
그래요, 잠시 깜박하셨죠.
나는 이해한다며 그가 왜 머뭇거렸는지 말했다.
“……지금 마탑은 무리겠죠.”
마탑주가 뻗어 버렸고.
그들 다수가 현재 부상으로 마탑이 아니라 그냥 종합 병동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이걸 외국의 마탑에 맡기는 건 말도 안 된다.
악용의 소지가 높다.
나도 대충 훑어보았지만 이걸 분석하면 충분히 이용할 구석이 차고 넘친다.
“그러니 이건 이쪽에 맡기죠.”
나는 그 책을 현재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재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는 그 책을 디아에게 슬쩍 떠넘겼다.
“……제가 하는 것입니까?”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그렇지?”
지난 몇 년 간 널 누가 가르쳤다고 생각하니?
“거기에 요즘 너, 약간 벽에 막혀 있지?”
“읏.”
뜨끔한 듯 디아가 눈동자를 떨었다.
현재 디아는 7클래스 마스터.
그러나 아직도 그 이상의 벽을 뚫은 기미는 없었다.
내가 볼 땐 이미 그 이상을 넘을 조건은 달성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한 거지.
원래는 좀 더 느긋하게 지켜보려 했는데.
이 김에 잘됐다 싶었다.
“그럼 이참에 아예 차원이 다른 레벨의 마법을 보는 것도 참고가 될 거야. 그것도 포함해서 네가 해 봐.”
뭐,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거다.
당연히 나도 거들어 줄 거고.
그리고 마지못해 떠넘기는 인선도 아니다.
만약 탑주가 멀쩡했다 하더라도 나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디아한테 이걸 맡겨 버렸을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도 그녀가 가장 적합한 인재기 때문이지.
“할 수 있겠어?”
“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각오한 듯 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