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436)
436화. 장사와 양심의 저울 (2) 그 역시 자각은 있다.
말단 상인들을 함정에 빠트려 빚을 지운 다음 필사적으로 빚을 갚게 만들어 밀수에 손을 대게 한다.
이게 어지간히 더러운 방식이라는 것 정도는 모르지 않는다.
아니, 모른다면 애초에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정심도 있다.
그러나 동정심뿐이다.
“어쩔 수 없지. 금화를 벌기 위해서는 뭔들 못하겠나.”
이런 세상에서 어중간한 규모의 상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것뿐이다.
그래, 그가 알려 준 이런 더러운 방법뿐.
적어도 굶어 죽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모든 건 탐욕스러운 상인의 업보다.
“그렇습니다.”
케이긴 역시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 역시 눈에서 묘한 이채를 띠며 동의했다.
“돈을 벌기 위해선 뭔들 못하겠습니까.”
부델 상회를 나온 엘리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쫓아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우와, 진짜 쫓아오네? 진짜냐?’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통해 빙 돌아서 이동하던 엘리엄은 새삼 그들의 한결 같음에 이젠 감동마저 느껴지는 기분을 맛봤다.
‘그냥 보내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냐?’
그녀는 상회에 탈퇴 의사를 전하기 전에 늘 머무는 여관과 그리고 아는 상인들에게 미리 언질을 해 놓고 왔다.
지금 와서는 충분히 잘한 짓이었다.
상회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사람이 따라붙은 기척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래 보여도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수인과의 혼혈인 덕에 남들보다 시력, 청력 등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미리 눈치채고 위험을 피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뭐, 평소라면 따돌렸겠지만, 그녀는 일부러 상대가 쫓아오게 내버려 뒀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대담한 짓이다.
조금이라도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칼을 품은 상대를 끌어들이다니.
평소의 자신이라면 못해 먹을 짓이라는 자각 정도는 있었다.
‘뭐…… 확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그녀가 완전히 다른 이들의 눈에서 벗어날 쯤까지 걸어갔을 무렵.
드디어 기척이 양측에서 그녀를 가로막았다.
얼굴을 가린 4인조가 각각 두 명씩 길 끝에서 앞뒤로 그녀를 막은 것이다.
“나 참, 그렇게 제 입이 쌀 거라 생각했습니까?”
말을 걸어 보지만 뭐, 대답할 리는 없지.
어느 상회든 어둠은 있다.
일개 말단 상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입을 무겁게 하는 건 간단하리라.
고작 금화 대여섯 개만 움직이면 가능하지.
그 점을 생각하니 참으로 입이 썼다.
사람 목숨이 금화 대여섯 개라 그 거군.
싼 건지, 비싼 건지 영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부당하다 생각하기에는 그만큼이나 돈은 매력적이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예상대로다.
“……뭐, 실제로도 입은 싸지만 말입죠.”
그녀가 비웃음을 머금자, 그제야 괴한들이 움찔거렸다.
도저히 불의의 기습을 당한 자의 반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겠지.
그리고 곧 깨닫는다.
엘리엄의 뒤를 막은 2인조가 갑자기 건물에서 뛰어내린 여성에게 붙잡혀 그대로 양쪽 벽에 처박혀 침묵했다.
“아이고~ 그쪽도 참, 팔자도 험하지 말임다. 진짜 몰렸잖슴까? 이걸 보면 상인도 참 못해 먹을 짓 같슴 다만.”
아렐이 데리고 온 호위 세이나가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나타난 것이다.
“..!!”
갑작스러운 불청객, 그것도 자기네 동료를 두 명이나 한 번에 처리한 그녀의 존재를 두고 남은 둘은 눈을 부릅떴다.
그제야 그들은 이해했다.
역으로 유도당한 건 그들이다.
처음부터 누가 노리고, 누가 노려지고 있던가.
그 전제가 반대였다.
“제가 어렸을 땐 마을에 가끔 행상인들이 오면 그렇게 대단해 보였슴다. 왠지 돈도 많이 버는 거 같고.
아이들에겐 나름 동경의 대상이었죠. 근데 아니네요.”
“……그거 흔한 환상입죠.”
엘리엄이 씁쓸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세이나는 축 늘어진 습격자를 대충 걷어차 골목길 한구석으로 치우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이걸 보니 이쪽도 영 먹고 살기 힘든 모양임다.”
“세상엔 쉬운 일은 없습죠.”
“그런 모양임다. 사기도 당하고, 그리고 이렇게 주머니를 노리는 녀석도 있으니. 참 무섭슴다.”
세이나는 일부러 농담을 하면서 나머지 둘을 노려보았다.
“제가 우연히 지나갔길 망정임다.
참으로 큰일 날 뻔했지 말임다.”
“그 우연에는 저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그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엘리엄은 남은 두 습격자를 노려보았다.
“뭐, 저들에게는 다소 불운한 모양입 니 다만.”
칫! 멋대로 지껄이긴!”
우연히 좋아하네.
명백하게 습격할 걸 알고 유도한 것이다.
그는 혀를 차고는 재빨리 몸을 돌려 달아났다.
신속하게 의뢰를 포기한 것이다.
상회의 의뢰긴 하나 이건 명백하게 상정 외의 상황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시키는 일을 할 이유도 없고.
‘명백하게 보통 인물이 아니잖아!’
도시의 한구석에 서식하는 불한당정도의 수준으로는 도저히 당해 낼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건 진짜다.’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현명한 판단이다.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녀석들을 두고 엘리엄은 망연자실하게 그들이 달아난 방향을 바라보였다.
“저거 도망치잖습니까? 놔둬도 괜찮은가요?”
“안심하세요, 상인 씨. 놓치지 않슴다.”
반면 세이나는 여유를 부리며 걸어 나갔다.
굳이 초조해할 이유도 없다.
상대가 훈련받은 전문가라면 주의를 기울이면 되지만 기껏 해 봐야 도시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찌끄러기를 고용한 거다.
“기척은 외워 뒀슴다. 도망쳐 봐야 얼마나 가겠슴까?”
“……그, 그렇군요.”
“상인 씨는 그대로 돌아가시지 말임다.”
굳이 사양할 이유도 없다.
엘리엄은 그대로 망설이지 않고 돌아갔다.
세이나는 가볍게 손을 풀며 그들이 도망친 자리를 뒤쫓았다.
기척도 숨길 줄 모르는 애송이들을 쫓는 거야 지금의 그녀에겐 지극히 간단했으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여유를 부린 건 고의 였다.
“그럼 아렐 님께서 뭘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리는 해두지 말임다.”
실은 엘리엄에게도 말해 두지 않은 거지만 습격자는 좀 더 많았다.
아마 그 상회인지 뭔지 하는 것들은 어지간히 그녀를 경계한 모양이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그녀에게 본보기로 네 명만 남겨 두었을 뿐.
그녀의 앞에서 저들을 직접 처리하는 걸 보여 주고 행여나 딴소리 못하게끔 미리 엄포를 놓고자 하는 의도였다.
아렐의 당부로는 일부러 그 정도는 보여 줘야 그녀가 진심으로 저들을 경멸하고 등을 돌릴 거라고 했으니까.
아마 아렐은 처음부터 그녀가 양측사이에서 끝까지 어느 줄이 더 견고한가 재 보고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면 진짜 결론을 내렸겠지.
“그럼 어디 힘내 주시길 바라지 말임다.”
세이나는 그리 중얼거리며 남은 놈들을 쫓기 위해 설렁설렁 뒤따라갔다.
몇몇 놈들이 낯이 익었다.
지난번에 혼쭐이 나고도 주제를 모르고 기어들어 온 놈들이다.
이번에는 다소 교훈 정도는 새겨줘야 할 필요는 있었다.
아렐이 생각하는 일과 별개로 그게 나름 호위로서의 업무니까.
“하아, 이번에는 그냥 아렐 님하고 땡땡이칠 거라 생각했는데 말임다.”
세이나는 반쯤 농담 삼아 푸념하며 흔적을 따라갔다.
엘리엄은 머무는 여관까지 돌아오고 나서야 안심한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저절로 폐 속에 든 공기가 단번에 긴장과 같이 빠져나간다.
그 세이나라는 호위에게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만일은 모르는 법이다.
이곳까지 도착했다면 보는 눈도 많으니 이젠 안심해도 되겠지.
‘……정말로 그분 말씀대로 되어 버 렸잖아.’
이 모든 게 아렐이 충고한 대로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그들은 널 버릴 게 뻔해.’
그리 말하며 그는 이렇게 될 걸 예견했다.
하긴, 그녀도 반쯤은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들이 그녀를 하찮게 여기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정말로 그렇게 되었잖아.”
“그렇지?”
혼잣말을 하는 그녀에게 아렐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 왔다.
돌아보니 그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설마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엘리엄은 살짝 놀랐다.
“설마 호위도 없이 혼자 계셔도 되는 것입니까?”
“글쎄? 세이나는 기다리라고 했는 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
정작 아렐 본인은 걱정 없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보다 기분이 어때?”
엘리엄은 입을 다물었다.
이미 대비해서 알고 있다 해도 정말로 이렇게 그들이 자신들 같은 말단 상인들을 어찌 취급하는지 확인해 보니 차마 표현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은 것이다.
“화가 나면 말수가 적어지는 타입인가 보네?”
반면 아렐은 남 일인 것마냥 느긋하게 히죽거리고 있다.
실제로도 남 일이고.
“어때? 아직도 그 상회의 눈치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럴 리가요. 최악입죠”
엘리엄은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고는 냉소를 지어 보였다.
뭐, 여기서 울상을 지어 봐야 상대가 바라는 반응도 아닐뿐더러 돈 한 푼 되지 않겠지.
상인에게 우는 소리는 거래할 때를 제외하면 필요 없는 것이다.
“저도 그들이 하찮게 보이기 시작했습죠. 네, 그렇고말고요.”
“그래, 그 대답이면 충분할 거 같군.”
아렐은 두어 번 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녀는 완전히 그쪽이 등을 돌릴 마음이 충분하다는 걸 이해했을 것이다.
“아렐 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는 말했다.
단순히 이적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에게 몇 배로 되갚아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라고.
물론 보복이면 고발만으로도 충분하다.
거기에 아렐이라면 그녀만을 거래의 대가를 통해 쏙 빼 주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그가 제안한 대로 좀 더 본격적인 대가를 치르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도 그쪽을 바랐다.
“간단해.”
아렐은 안주 삼아 먹고 있던 볶은 콩 하나를 집어 콩의 껍질을 까고는 알맹이를 씹으며 남은 콩깍지를 흔들었다.
“상인이면 상인답게 복수해야지?
이렇게 탈탈 털어줘야지. 안 그래?”
상인이 할 수 있는 복수.
그 방법은 굳이 듣지 않아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약간의 장사 거리를 맡겨 주마.
네가 한번 해 볼래?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시험도 포함해서 말이야.”
“예,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단호하게.
“돈은 돈으로, 그리고 하얀 것은 하얀 것으로. 그렇게 갚아야 상인이겠죠?”
완전히 결심이 선 것이리라.
“해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호? 한번 말해 봐.”
그는 느긋하게 그녀가 말하는 제안을 들어주었다.
마치 원한을 이용해 일부러 싸움을 붙이려는 것처럼.
* * *
2주가 지난 후.
부델 상회의 체르팔은 연달아 들려오는 심기를 거슬리는 소식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엘리엄을 놓쳐 버린 이후로 조금 심기가 불편하던 참이었다.
제까짓 말단 상인 따위가 뭘 할 거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뜻밖의 소식이 들린 것이다.
“……눈을 이용한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예, 전보다 눈에 띄게 호응이 줄어들었습니다.”
엘리엄이 도주한 후 눈을 이용한 밀수는 중단했다.
어차피 더는 위험하다는 판단도 있었고.
그러나 그걸 제외하고도 눈을 이용한 상품은 여전히 당분간도 수요가 있을 터였다.
적어도 향후 두 달 정도는 꾸준히 버텨 줄 터인데.
설마 자신의 안목에 착오가 있던 건가?
그는 의문을 품었다.
“벌써 수요가 떨어진 건가……? 아깝군. 그렇다면 이 장사도 슬슬 다시 재고해야겠군.”
혀를 차며 머릿속으로 취급하는 상품의 목록을 다시 수정하는 그였다.
그러나 남들 이상의 미련은 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