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제자와 전생자 (4) 놈은 아무래도 좋다.
그 외에 아마 그놈이 끌어들인 것으로 보이는 고수들이 몇인가 있었던 거 같지만 내가 눈을 돌렸을 땐 전부 내가 무의식적으로 가한 반격에 의해 시체만이 되었을 뿐이다.
아마 각자가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였던 것 같지만 내 앞에선 종잇장이나 다름이 없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나는 괴물과도 다를 바 없을지 모르지.
하지만 지금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저 얼굴도 기억도 안 나는 놈과 해후하러 온 게 아니다.
그놈의 원한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찾는 건 다른 녀석이다.
“큭, 어디냐! 어디야!”
나치고는 드물게 고함까지 치며 찾아다녔다.
최근 들은 소문이 있다.
왕국 학회에 몇 년 전 들어온 유망주가 있다.
지방 영주의 영애인 그녀는 어느 기연을 통해 여러 가지 지식을 배웠다고 한다.
특히나 그녀는 약학을 통해 많은 활약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개 지방 영애라고 우습게 보였지만 이내 그 지식의 깊음과, 그리고 그녀가 제안한 약들의 효능 덕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당연 어떤 이들은 그녀에게 추궁하듯 그 지식의 출처를 물었다고 한다.
보통은 그런 질문 따윈 적당히 무시하거나 흘려 넘길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멍청이는 곧이곧대로 누구에게 배웠는지 자랑스레 말한 모양이었다.
그것만이면 문제는 없다.
그 스승이란 자가 비록 인성이 개차반이긴 해도 나름 한 것은 많았다.
쥐똥만큼이긴 해도 존경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그 스승이란 자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리석은 자의 귀에도 들어간 것이지.
가령 조금 전 피죽이 되어 버린 어느 어리석은 왕자처럼.
원한을 가진 자들에겐 좋은 구실이 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그놈은 왕위를 찬탈할 겸 겸사겸사 그 멍청이를 이용해서 원한을 풀고자 했던 거겠지.
이제 와서 인질극이나 생각하다니.
정말로 어리석다.
그도, 그녀도.
……무엇보다 이 상황을 만들게 된 계기인 나 역시-아니지……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다.
“엘메나!”
체면도 잊고 나는 엘메나를 부르며 그 녀석의 기척을 쫓았다.
그 시건방진 기척을 내가 잊을 리는 없다.
“. 젠장.”
그런데도 도통 잡히지가 않았다.
적어도 이 왕성 부지 내 어딘가 있다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나는 주먹을 꾹 쥔 채 간신히 진정하며 짐작이 갈 만한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학회에 속한 자들이 있을 법한 장소는 한정되어 있다.
왕성에서 북쪽에 위치한 별궁.
그쪽은 성 전체가 도서관이나 강의를 위한 강당 연구실들뿐이다.
왕국에 속한 학자들을 위한 곳. 학회궁이라 불리는 구역이다.
당연 그 녀석도 거기 있겠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 녀석이니까 쓸데없이 놀러 가서 왕성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부질없는 나의 바람일 뿐.
이미 숱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현실은 늘 최악으로만 우리 앞에 펼쳐지기 마련이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인생을 거듭하면서 이리도 초조해했던 적이 얼마나 되지?
적어도 근래에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기사 하나가 내게 덤볐지만 나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자를 던져 벽에 처박아 버렸다.
그대로 그는 벽을 뚫고 나가 형체를 알아보지도 못할 피 주머니나 마찬가지인 꼴이 되어 버렸다.
“?????? 꺼져.”
그제야 병사들이 무기를 놓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전부 무시하고 아마 포로들을 가둬놓았을 장소로 향해 굳게 잠긴 문을 부숴 열고는 안을 확인했다.
무슨 일인지 모여 주저앉아 있는 아직 어린 소년, 소녀들……?
아마 이곳에서 배우는 제자들이겠지.
그리고 막 그 아이들을 감싸려는 듯한 모습으로 쓰러진 금발의 여성…….
엘메나였다.
나는 주저 없이 엘메나를 향해 다가갔다.
처음엔 나를 보고 흠칫거리던 소년, 소녀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적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는지 간신히 진정하며 내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조금 전 소동에 놀란 기사님이…… 검을 휘둘렀는데…… 스승님께서 저흴 감싸다가……
“설명은 나중에 들으마.”
애써 설명하려는 그 꼬맹이들에겐 안 됐지만 구구절절 들을 여유는 없다.
‘괜찮아. 숨만 붙어 있으면 어떻게든 돼.’
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서둘러 엘메나의 상태를 파악하려 했고.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파악했다.
급히 회복 마법을 캐스팅하려던 것을 중단하고 나는 다른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이 철부지가.”
나는 일부러 그녀의 코를 꽉 잡았이제야 좀 정신이 바짝 드는지 엘메나가 “우갸가갸갹!”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비명을 내며 버둥거렸다.
그렇게 간신히 내게서 벗어난 엘메나는 새빨갛게 물든 코를 부여잡으며 맹맹한 소릴 냈다.
“너무해요오오오오! 조금 더 감동스럽게 찌잉 하는 말은 못 해요?”
“할 리가 없잖냐. 오히려 잔뜩 설교라도 해 주고 싶은 기분인데?”
“죽다 살아난 제자한테 너무하네요!”
“생사의 문턱은커녕 그쪽 티켓도안 끊었구먼!”
열심히 항의하는 이 철부지를 놔두고는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그건 이 철부지가 괜한 쇼를 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의 제자일 터인 꼬맹이들까지 합작한 쇼였다.
바깥은 아직도 난리인데 이런 장난이나 치다니.
참으로 태평하기도 하지.
“하여간 가르쳐도 너 같은 애들만 가르치는군.”
“착한 애들이랍니다. 그렇죠?”
“진짜 착한 애들이면 방금 같은 장난은 안 칠 거다.”
오히려 내가 창피하다. 왜 눈치를 못 챘지? 대체 조금 전 나는 얼마나 당황하고 있었다는 건가.
생각해 보니 이런 일 일어나지 말라고 보호 능력을 잔뜩 건 아티팩트도 줬지 않았던가.
‘내 실수야.’
일부러 내색하진 않지만, 진심으로 창피했다.
나는 슬쩍 괜히 주변을 살폈다.
‘……슬슬 진압하는 건가?’
내가 깽판을 놓은 것 때문에 이미 반란을 일으킨 놈들은 붕괴하고 있다.
뭐, 버티더라도 이미 그 왕자가 뒈져 버린 시점에서 끝난 거지만.
자업자득이다.
그러게 누굴 건드리는가.
“……내가 거들 것도 없겠군.”
이제 와서 화풀이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남은 놈들은 그저 명령대로 행동하는 놈들 혹은 고용된 것들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이 이상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 할 일은 하나군.”
나는 엘메나를 돌아보며 작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그제야 그녀도 뭔가 아차 싶은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스, 스승님? 왠지 예전에 제가 실수할 때 설교하실 때 느낌이네요.
그…… 왜 제가 깜박 실수해서 폭포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때…… 같네요?”
“잘 기억하네. 맞아. 그리고 그때, 네 실수에 떠밀려가서 떠내려간 건 나였지?”
나는 훗, 그녀가 평가하길 비웃음같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너 좀 혼나자, 이 철부지 같으니.”
그래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도 보기가 썩 좋지 않다.
나는 그녀가 개인 연구실로 이용하는 방으로 향했다.
서로 마주 보며 앉은 채 잠시 안절부절못하던 엘메나가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본다.
“아…… 그러니까…… 화나셨어요?”
“당연하지.”
조금 전 그 장난은 뭐, 그렇다 치기로 했다. 듣자 하니 내가 오는 것을 확신하고 갑작스레 꾸민 짓이라는 모양이다.
그보다 따지고 싶은 건 다른 것이다.
“왜 도망치지 않았지? 너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아? 스승님표 탈출 수단 말이 죠?.”
“그래, 그거.”
충분히 이런 상황도 상정하고 몸을 피할 방법은 가르쳤다.
도망치든, 되레 범인을 상대로 역으로 인질극을 벌이든. 혹은 폭탄을 터트리든 어떻게든 살아남는 나름의 요령 정도는 익히게 했다.
혼자라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터.
“만약 잘못됐으면 장난이 아니라 어찌 될지 몰라. 바로 도망쳤어야 했어.”
“어떻게 그러겠어요. 다 같은 학회의 동료에, 심지어 그 아이들은 제가 가르치는 애들인 걸요.”
“고작 그거 때문에?”
“고작이 아니에요, 스승님.”
엘메나는 이때만은 단호하게 내게 맞섰다.
지금까진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녀석이 말이다.
“……스승님이었다면 버렸을 건가요?”
“나야 그럴 능력이 되니까…… 하지만 넌..
넌 그저 평범한 인간이니까.
이렇게 말하려 했지만 재빨리 쏘아붙인 그녀의 말에 내 말은 쏙 들어갔다.
“되고, 되지 않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실격이잖아요.”
“?…”
인간.”
인간으로서……인가.
설마 그런 대답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당연하다.
그래…… 거기선 버리지 않는 게 답이겠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엘메나의 주장은 전혀 그릇되지 않았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럼 왜 내게 배웠다고 떠벌리고 다닌 거냐?”
“아??????
“그것 때문에 그 얼간이 왕자가 굳이 날뛴 거다.”
“설마 그 정도로 원한이 깊을 줄은 몰랐네요. 참, 사람이 속이 좁죠?”
“헛소리 말고.”
나는 진지하게 엘메나를 노려봤다.
“스승님에 대해 그들이 다시 생각해 주길 바랐어요.”
“그래 봐야 모두가 알아주지 않을 거다.”
그럴까요?”
“세월이 흘러 돌아보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거다. 결국은 의미 없는 일이야.”
인간은 간사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난 보았다.
도망치는 이들 중 엘메나의 동료일터인 학자들도 섞여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게 인간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차라리 좀 더 현명한 행동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체념이다.
그러나 그런 내게 배운 이 제자는 다른 결론을 말한다.
“의미. 없어도 되잖아요?”
조금의 주저도 없이 주장하는 것이다.
“어째서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나는 어느샌가 그렇게 묻고 있다.
“저는 그 의미 없는 행동에 감사하고 있으니까요.”
“뭐?”
엘메나는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는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스승님도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예전에 아버님께 약을 전해 준 분이 누구신지요.”
“……그저 일이었다. 부탁이었으니 들어준 것뿐. 당시 대금도 받았어?”
그랬다.
과거 내가 아직 이곳 학회에서 머물 적의 일이다.
그가 찾아와 약을 구해 달라고 의뢰한 적이 있었다.
이곳에선 난치병이지만 내 지식으로는 충분히 구제할 수 있는 병이었지.
그래서 우연히 듣고 구해다 준 것 뿐이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설마 제가 스승님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고 가르쳐 달라고 졸랐을 거라 생각하세요?”
“……처음부터군.”
아마 그 지룡 때는 몰랐겠지.
하지만 그 이후 알게 된 것이리라.
의외로 이상한 데서 치밀하단 말이지.
“스승님은 정말로 인간을 환멸하시는 건가요?”
지긋지긋하니까.”
“그럼 왜 저를 가르치신 거죠?”
“……변덕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지금도 다르지 않고.”
“그럼 제가 정말로 위험하더라도 스승님은 아무렇지 않아야 해요. 아니, 오시지 말아야 했어요.”
자기 목숨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냉정하게 주장했다.
혹시 조금 전 그 장난은? 일부러 내 반응을 보기 위해 한 건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불쾌하시다면 제가 이 자리에서 스스로 제 목을 찌를 수도 있어요.”
“야??????
나는 이번에는 한마디 하려다가 엘메나의 눈을 보고 멈칫했다.
진심이다.
아니, 지금 엘메나는 화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