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61)
561화. 전생자 반상회 (2)
“……주변 풍경과의 분위기 같은 건 신경 안 쓰는 타입이야?”
“사소한 걸 따지시네요. 지난번 오두막은 좁으니까 급히 증축한 거예요…… 그리고 서양식 저택도 괜찮잖아요.”
그러고 보니 요 녀석, 얼마 전에 우리 쪽 대륙의 건축 양식에 관한 자료를 슬쩍하던 거 같던데…….
누구나 자기네 쪽엔 없는 걸 가끔 원하기 마련이지. 이해한다.
중요한 건 건물 따위가 아니지-나는 성큼성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준비된 회의장에는 다수의 전 생자들이 모여 있었다.
“……전생자 열일곱 명이라. 용케도 이만큼 모았군.”
기껏 해 봐야 열 명도 넘지 않을 거라고 상정하던 때와 달리 꽤 모였다.
‘다만 수준은…… 음…… 좀 아쉽나.’
전생자가 아닌 인간보다야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확 느낌이 오는 정도도 아니다.
완전히 허접까진 아니나.
그렇다고 믿고 맡길 정도로 든든한 것도 아니군.
‘말 그대로 좋은 건 저쪽이 다 골라 먹었다는 느낌이군.’
그것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이 자리를 미리 소집하고자 했다.
내가 그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한편.
저쪽도 나에 대해 나름 품평을 하고자 하는지 시선이 모인다.
그래. 봐라, 봐.
순순히 그 건방진 시선들을 허용했다.
“……정말로 저자인가?”
“……의외로 멀쩡하군.”
“……그 괴물 같은 놈하고 한 판떴다길래 어떤 괴물을 데려올까 기대했는데.”
응? 어째 분위기가 싸늘하다.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자니 뭔가 나에 대해 어지간히 오해한 것 같다.
아무래도 저들의 머릿속에서 상상한 나와 실제로 본 나와 이미지가 맞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원흉으로 짐작되는 이 꼬맹이의 뒤통수를 쿡 찔렀다.
“야, 리렌센. 너 쟤네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나에 대해 뭐라고 한 거야? 왜 단체로 실망하는 건데?”
“알아서 오해하게 내버려 뒀어요.
해명하는 것도 귀찮았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거짓말은 안 했어요.”
“……거짓말만 안 했다고 해야겠지.”
“……어쩔 수 없었어요.”
리렌센은 둘러대며 적당히 발뺌했다.
다 떠맡겼으니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거군.
그래, 기대하는 대로 알아서 잘 처리해 주마.
나는 그들의 주목을 받으며 원탁의 비어 있는 자리 중 하나에 조용히가 앉았다.
일단은 다 모였는데도 처음에는 도통 말이 없었다.
어색하기 때문이겠지.
다들 부끄럼쟁이로구나.
결국 내 기준으로 맞은편쯤에 앉아 있던 검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이 조심스레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그쪽이 아렐 에르네시아이옵니까?”
“내가 아닌 아렐이 또 있나?”
“그렇군요. 전 넬리 알테르라고 해요. 당신과 같은 전생자죠.”
그녀는 나름 예의라도 갖추듯 정중하게 자기 이름을 대며 자기소개를 해 왔다. 그러나 정중한 척해도 은연중 묻어나오는 자신감은 감출 수 없다.
그나저나 나랑 같다라.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나는 슬쩍 웃으며 최대한 삐딱한 자세를 취했다.
“댁들이 무슨 기대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래, 내가 아렐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묘한 시선은 달라지지 않는다.
“……서로 피차 입장 잘 아는 사이끼리 가식은 집어치우자.”
사회에선 가식이나 예의나 웃음이나 그런 게 필요하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그건 쓸모없다.
사악한 본심과 앞으로를 향한 비전만이 답이고.
내가 처음부터 이런 태도로 나오자 다들 황당해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일단 댁들에 관한 프로필은 오면서 리렌센한테 대층은 들어서 확인 했어.”
각자가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이는 일국의 왕이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그저 속세를 버리고 산속에서 지내는 자도 있다.
욕심을 추구하는 자도 있으며, 무욕을 추구하는 녀석도 있다.
모두가 선하냐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유하자면 내 머리카락 색에 가까운 조합이다.
순백도, 칠흑도 아닌 적당한 회색.
흙탕물 같은 분위기.
“각자가 나름 한가락은 한다고 자신 있어 하는 모양이더군.”
나는 다시 한 번 여기 모인 모두의 면면을 눈으로 쭈욱 훑고는.
척, 다리를 원탁 위에 올리고는 삐딱하게 자세를 고쳤다.
“착각하고 있군.”
그리고 웃기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시늉을 했다.
“하아…… 안 됐군. 내가 한 가지 장담하는데 얼마 뒤면 나 빼고 한둘정도를 제외하면 죄다 여기서 강제로 추방되겠구먼.”
죽는다는 말을 해 봐야 우리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으니 나는 적당히 추방이란 말로 빗댔다.
당연히 분위기가 단숨에 험악해졌다.
리렌센은 그럴 줄 알았다며 이마를 손으로 덮고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
“……꽤나 거만한 말을 하는군.”
“확실히 나잇값 못하는 건 그 괴물과도 견줄 만하군요.”
“어떤 자인가 기대했더니 별 볼 일도 없는데다가 오만하기까지……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가 인간을 초월한 전생자들입니다. 당신이라해도 결코 쉬이 무시하지 못할 자들일 터인데요?”
“풉, 뭐? 무시?”
그들의 불쾌한 시선을 받으며 나는 살짝 뿜는 척했다.
내 이런 반응이 그들을 더욱 험악하게 해 준다.
“무시도 급이 돼야 받는 거야. 지금 너흰 그냥 일회용 방패밖에 안돼. 음. 그래. 열일곱 명이나 되니까 한 명씩 방패로 써먹으면 열일곱 수는 막겠군. 아니지. 한 방에 열일곱이 전원 전멸하려나? 그럼 방패로도 못 쓰겠군?”
쓸모없다.
내가 내린 이 냉정한 판정에 당연히 그들이 가만히 듣고 넘길 리가 없다.
“지금 뭐라고 했냐!”
“더는 못 들어 주겠군!”
이미 이 시점에서 리렌센의 자리가 비어 있다.
드디어 나 몰라라 하고 밖으로 튀었다.
그러나 다른 놈들은 지금 내 도발에 눈이 뒤집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멀었다, 멀었어.
이 정도 싸구려 도발에 열이 뻗치는 시점에서 이놈들의 품격을 알 만하다.
“잘도 지껄이는군! 우리들은 그자의 협박에서도 살아 남은 자들이거늘!”
꽥 꽥 소리 지르는 게 시끄럽군.
“아무래도! 리렌센에게 들은 것과 달리 당신은 협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 자리에 있을 필요도 없다!”
고함을 지르며 따지고 드는 사내를 흘겨보며 나는 하품을 했다.
내가 말없이 노려보자 그는 잠시 움찔거렸다.
“ 뭐요?”
“……아니, 됐고. 그래서 자네, 이름이? 뭐였더라? 일단 읽긴 읽었는데. 그래, 햄이던가?”
“네멜이다! 아예 기억도 못 하잖아!”
“음…… 그냥 햄으로 개명하면 안되냐? 그쪽이 더 맛있어 보이는 이름 같은데?”
“이 새끼가!”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네멜은 드디어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숨기지 않고 기운을 개방했다.
그것만으로도 저택이 삐걱거리며 원탁에 금이 간다.
……리렌센 녀석, 공사를 날로 해먹었군.
“지금 문제는 그거지? 내가 왜 너희들을 얕잡아 보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거?”
“이유 모를 시비를 거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군요?”
넬리라고 이름을 댄 그 전생자가 대꾸했다.
“별거 아냐. 너희들이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지. 뭐? 그놈의 협박에서 살아남아?”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박수를 쳐줬다.
큰 착각이다.
“그냥 너흰 방치해도 전혀 해가 될 거 같지 않아서 그놈이 내버려 둔 거야.”
혹은 귀찮거나.
대답은 하지 않지만 다들 분노에 찬 시선으로 나를 노려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열일곱 번은 심장이 멈출 정도의 살의.
그러나 내게는 그냥 수달 열일곱마리가 크릉거리는 정도의 느낌밖에 오지 않는다.
“그럼 너희들의 착각이 사실이란걸 보여 주지.”
나는 짝! 손뼉을 치며 일어났다.
동시에 내가 터트린 기운이 ‘팡!’
방 안에서 풍선처럼 터진다.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가득 찬 싸늘한 기운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일부 녀석들은 순간 당혹한 듯 눈동자를 떨었다.
“말로 해 봐야 납득하지 못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아예 깔끔하게 먼저 서열 정리부터 하고 시작하자.”
전생자가 여럿이 모인다.
우리처럼 고집 있는 족속들이 이렇게나 모이면 할 일은 하나다.
“누가 가장 센지부터 정하자? 어떠냐? 어때?”
서열 정리는 필요한 거지.
다행히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들 자신감과 호승심이 깃든 눈빛을 번뜩였다.
우리들의 속은 우리들이 가장 잘 알지.
내가 그래도 저놈보단 낫다!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거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게 뭘까.
적어도 매우 친한 사이거나 가족이나 목줄을 쥐고 있는 관계가 아닌 이상은 반드시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이 존재한다.
바로 서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무리를 짓는것.
그리고 그 위에 서는 자가 필요하지.
“이 바닥의 진짜 미친놈이 누군지 확실하게 가려야 하는 법이지. 그렇지?”
나는 가볍게 어깨를 풀며 밖으로 나와 모두를 향해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딱히 대답해 오진 않았지만 다들 순순히 나오는 걸로 봐서는 동의한 거로 치겠다.
……뭐어~ 너희들이 동의한 건 반쯤 사망 동의서에 가깝지만.
아직은 티는 내지 말자. 괜히 물러나면 아깝다.
나는 히죽거리며 다른 녀석들을 향해 손짓했다.
오라! 오라! 굴욕의 구렁텅이로 오라!
“자, 어쩔래? 너희가 전원이 한 번에 덤비면 나라도 질지 모르겠는데?”
“홍, 필요 없지. 필요 없고말고! 혼자면 충분하다!”
그렇게 말하며 전생자들 중 금발의 청년이 자신 있게 나섰다.
“그대의 자신감! 이 베킨이 시험해 보도록 하지!”
“홈?”
기백이 보통이 아니다.
최소 화경의 경지는 넘은 걸로 추측된다.
나는 베킨이라 이름을 댄 녀석이 꺼내 든 무기의 형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참, 보기 드문 무기군.
분명 연접검이라 불리는 무기였을 것이다.
다만, 검의 크기가 저 금발의 몸통보다 크다. 어지간히 제정신이 박힌 녀석이라면 다루지 않을 법한 무기다.
“……무기 취향 한번 꽤 독특하군.
그런 무기로 괜찮겠어?”
“그 말. 곧 쏙 들어가게 해 주지.”
그는 자신 있게 말하며 먼저 신호 하지도 않았는데도 검을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겠다!”
그래, 선빵이 최고지. 동감이다.
“하아아아앗!”
그가 검을 휘두르자 연접검의 이음매가 단번에 벌어지며 순식간에 늘어난 칼날은 기다란 뱀처럼 꾸불거리더니 몇 개나 호를 그리며 나를 향해 날아든다.
독특한 건 그 검의 변화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무려 다섯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갈라지며 그 개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처음에는 무기에 내재된 특수한 장치가 아닌가 싶었지만 잘 보니 이 분열은 어디까지나 기의 구현으로 일으킨 현상이다.
오러가 물리적인 현상까지 왜곡시킨다.
“블레이드 비전 템페스트!”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의 천 갈래에 가깝게 증식한 검날이 제각각 독자적인 궤적을 그리며 퍼부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독특한 형태 때문에 다루기 어려운 무기일 텐데.
그걸 천 자루로 증식하여 하나도 꼬이지 않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기술의 섬세함은 인정할 법하다.
위력도 나쁘지 않은 게 빗나간 칼날이 지면에 닿자마자 마치 고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수천 번의 폭음이 울려 퍼지며 일대를 뒤흔들었다.
마치 닿기만 하면 갈가리 찢겨나가는 마물을 보는 듯하군.
“하지만……
나는 가볍게 손을 한 번 쥐락펴락하고 주먹을 하늘을 향해 올려 후려 쳤다.
“그걸로는 약해.”
피할 필요도 없다.
그저 한 번 강하게 올려친 것만으로도 그 여파로 천 갈래의 검의 궤적이 튕겨 나간다.
그뿐이 아니라 도로 튕겨 나간 참 격은 되레 놈을 향해 쏟아지게 했다.
그는 튕겨 나간 자신의 참격을 피하며 당혹해했다.
“일부러 튕겨 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