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87)
587화. 들어갈 때는 내 마음대로
(6)
“믿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너 짚이는 건 있지?”
아예 없지는 않는 듯하다.
좋아, 그럼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
나는 그 자리에 낼름 방석 깔고 앉아 몇 가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다.
정확히는 이것들 때문에 벌어진 상황.
“동쪽 황국이라는 곳에서 내전이 벌어진 모양이더군. 아직까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수습까지 몇 년이 걸리려는 모양이다.”
“남쪽은 현재 막 개전에 들어갔어.
그리고 이미 일부 접전 지역에선 몇 번의 전투가 벌어진 모양이더군.”
“……그게 뭐?”
“그리고 꼬맹이 네가 태어난 마을 이 그 전투에 휘말려서 없어졌다고 한다.”
꼬맹이는 눈을 돌렸다.
“전쟁 때문이야. 전멸한 건 아니나 꽤 피해가 크다 하더군.”
지금은 그들은 리렌센이 통치하는 국가 쪽으로 망명한 듯하지만.
과연 그들이 다시 제 일상을 찾을까?
“원인이 뭔지는 알지? 이 혼란, 누가 불러일으킨 건지는 굳이 가르쳐 줄 필요도 없지?”
너희 잘난 전생자님들께서 일으킨 상황이다.
“이게 너희가 말하는 인도냐? 이 혼란이? 그리고 그거 다시 읽어 봐.
정말로 너희가 바라는 게 그거냐?”
“한 가지 묻고 싶군. 바로 놈에게 가담했던 너한테 말야, 꼬맹아.”
“너, 이 풍경이 네가 경멸하는 인간과 뭐가 다르게 보이는데?”
저 꼬맹이는 그동안 보아 온 인간의 어두운 면에 염증을 느끼고 헤리 얼이 제안하는 사상에 찬동했다.
“네가 이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는 모른다.”
나는 품에서 몇 개의 자그마한 수정 형태의 마법 도구를 꺼내고는 발치에 순서대로 늘어놓았다.
곧 홀로그램처럼 영상이 펼쳐지며 기록된 내용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와 리렌센이 각자 영향이 닿는 안의 범위에서 조사하고 기록한 어떤 영상이다.
각지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국지전의 기록.
그에 휘말려서 피해를 본 자들이 피난하는 것을 담은 기록.
그리고 카두케우스 연합의 뜻이 닿은 국가에서 그들이 준 것을 베풀고 그 난민들을 거두는 가증스러운 광경.
과연 저들은 알까?
지금 자신들에게 쉴 곳과 먹을 것을 베푸는 게 이 혼란을 만든 자라는 걸.
먹이를 주고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란 것을.
그들이 없었으면 이런 상황 따윈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게 네가 말하는 올바른, 역겹지 않은 인간의 모습이더냐?”
나는 천천히 물었다.
저 꼬맹이에게 화를 내든 뭘 하든, 그리할 마음은 없다.
그저 이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알건 알아야 하지 않겠나.
자신들이 만든 광경이 무엇인지.
꼬맹이의 시선이 어떤 영상 하나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된 아이 하나가 스러져 그대로 안타깝게 숨을 거둔 모습.
애초에 이 영상은 나와 리렌센이 뿌린 장치로 관측한 거라 안타깝게도 이때는 도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꼬맹이를 규탄했다.
“정말로 너는 이들의 지금의 삶이 보기 좋다고 여기는 거냐? 이 광경이 그렇게 보기 좋더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음?”
드디어 꼬맹이가 반응을 보였다.
“오해는 말았으면 함. 그저……
꼬맹이는 잠시 주저하더니 다시 마저 입을 열었다.
“……그저, 계획대로 된다면 아무런 탈 없이 인간들을 이끌 것이라고 했음.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이런 내용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끄덕이거나 하지 않지만,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의 계획의 일정을 알고 싶은 거라면 소용없음. 나는 그저 그가 인간들을 이끌 것이라는 것만 암. 다른 건…… 모름.”
“그렇겠지. 알았다면 네가 잡힌 시점에서 어떻게든 입을 막으려 했을 테니까.”
결국, 이 꼬맹이 역시 그저 그런 부하 중 하나라는 소리다.
아니, 어쩌면 연합의 전생자 중 그놈의 진의를 아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을지도 모르지.
“그놈의 목적은 됐어. 그건 내가 알아낼 거고, 내가 어떻게든 할 거야.”
“그럼? 무엇을 묻고 싶은 것? 이런 것까지 보여 주고……
나는 일부러 여기서마저 다그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다.
“알아 두라는 거다. 몰랐다고 해도.
그놈이 생각했던 건 마찬가지로 글러 처먹은 생각이니까.”
그거면 충분하다.
반성까진 바라진 않는다. 무언가 하기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확실히 알아뒀으면 한다.
꼬맹이 네가 뭘 도왔는지를 말이다.
해가 밝자마자 바로 내 쪽에 협조하는 전생자들을 전부 모았다.
그것도 강제로.
내가 직접 오가면서 납치까지 해가면서 전부 데리고 온 것이다.
아렐 특제 배달 서비스.
당연하지만 이 괘씸한 녀석들에게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음에는 그냥 성층권에서 콱! 떨어트려 줘야지.
넬리라고 했던가? 그녀는 바로 대놓고 내게 따지고 들었다.
“저기요? 아렐 에르네시아? 저희들도 일상이 있거든요?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부르려면 차라리 날짜를 잡고 연락을 보내요.”
“분신 시켜. 아니면 딴 놈 시키든가. 까짓것, 몇 시간 미뤄도 안 죽어.”
내가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바로 차갑게 쏘아붙이자 그녀는 반쯤 입을 벌린 채 말문이 막혔다.
평소에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질적으로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나라면 좀 더 농담을 섞어서 말했을 테니까.
다른 녀석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불평을 멈추고 잠시 자기네들끼리 눈치를 보았다.
대부분이 ‘저 인간, 뭘 또 잘못 먹었길래 저래?’라는 느낌이다.
하여간 한결같은 것들이다.
결국, 리렌센이 한숨을 쉬며 내게 묻는다.
참고로 그녀는 밥 먹다가 끌려 나왔다.
그리고 내 이런 행패에는 이젠 익숙해졌는지 이곳에서 마저 밥 먹고 있다. 그래, 아침 식사는 중요하다.
“얼마 전 그자가 있는 도시에 다녀온 듯하던데요. 그거 때문인가요?”
“그래. 알고 있었냐?”
“저도 그 도시 부근은 계속 주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럼 좀 도와주지 그랬어?”
“저는 주제를 안답니다.”
위험할 거 같고, 고생할 거 같으니까 슬쩍 모른 체한 거겠지.
“묘하게 불쾌해 보이시네요. 거기서 뭘 보셨길래 그런 거죠?”
“글쎄? 본 거? 음? 뭐, 몇 가지 있지. 안 그래, 크레셀?”
[……그래, 그렇지.]내가 왜 언짢은지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아는 크레셀은 평소와 다르게 짧게 대답한다.
“본 건 몇 가지 없어. 기껏 해 봐야 거기 도시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지난 천 년 간 어떻게 농락당하고 지냈는지 정도?”
“……농락? 뭔가 이상한 말씀이시네요. 지난번 당신이 정보를 공유했을 때는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전생자들에게 의존하고 지낸다 하지 않았나요?”
넬리가 의문을 말했다.
확실히 지난번 모였을 때는 나는 그때 헤리얼과 대면을 가졌을 때 당시 내가 본 것을 그대로 가르쳐 줬지.
“그땐 내가 거기까지 눈치채지 못했어.”
정보는 언제나 최신판으로 갱신해야 하는 법이다.
지금의 내겐 그 도시의 광경이 다르게 보인다.
“그놈들은 피해자다. 헤리얼이 자신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무슨 실험을 했는지조차 몰라.”
“그게 무슨……?”
“말로 설명하자니 목이 아프군. 일단 이거나 읽어 봐.”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요약본을 각자의 머릿수에 맞춰서 넘겨주었다.
“내가 그놈 도시 쳐들어가서 그놈이 애지중지하는 연구실 하나 박살내면서 털어 온 거야. 보면 알 거다. 내가 왜 이렇게 언짢은지.”
“대체…… 뭐라고 있길래……
다들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일단 시키는 대로 읽는다.
제멋대로인 것인지, 그냥 순순한 것인지 모를 녀석들일세.
일단 다음 이야기는 저것을 다 읽고 나면 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냥 의자에 걸터앉은 채 다리만 꼬고 기다렸다.
……막상 기다리자니 심심하네. 과자라도 가져올 거 그랬나…….
아무래도 밤을 샌데다가 짜증이 겹쳐서 그런지 평소의 나답지 않게 그냥 막무가내로 이 자리를 열어 버린 탓에 오늘은 아무것도 준비해 온 게 없다.
뭐, 일단은 기다리자.
잠시 머릿속도 좀 정리할 겸해서.
내가 눈을 감고 잠시 명상이라도 하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슬슬 하나둘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느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잠깐, 이건?”
“아무리 그래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적었다는 건……
그리고 작지만 당혹해하는 숨소리와 혼잣말도 들렸다.
뭐, 예상하던 대로의 반응이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멎었을 때쯤 돼서야 나는 다시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켰다.
“그래? 다 읽었지? 소감은?”
말하기 싫다면 감상문이라도 써서 제출하라 시킬까.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다들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적어도 이 내용을 이해 못 한 녀석은 없다는 뜻이다.
리렌센조차도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입가를 가리고 있다.
[……왠지 다들 진짜냐고? 물을 거 같으니까 형씨 대신 내가 증언하지.실화다.]
크레셀마저 보증하자 다들 잠시 시선을 돌린 채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놈…… 제정신인가?”
“아니, 아무리 미쳐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요. 천 년을 넘게 꾸민 게 고작 이거라고요?”
“진짜야. 어디까지나 사실 그대로고…… 그리고 그 외의 근거도 얼마든지 봤어.”
나는 그들이 지금 다시 보고 있는 요약본의 결론을 직접 입으로 말했다.
보는 것과 직접 귀로 듣는 건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놈은 처음부터 인간을 지배하느니, 이곳의 신처럼 군림하느니 그런건 조금도 관심이 없었어.”
모든 건 자기 본심을 숨기기 위한 연기일 뿐이다.
그놈이 꿈꾸는 것은 따로 있다.
“보아하니까 그놈은 이 별에 사는 모든 인간을 전생자로 만들고 싶은가 보더라고.”
그의 연구실에서 털어 온 자료는 그 결론 하나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 인간을 전생자로.
전생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죠? 무슨 이득이 있다고.”
“단순히 이득을 논하고자 벌인 일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그래서 그가 미쳤다는 말을 쓰는 거군요.”
리렌센은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그놈은 처음부터 미쳐 있었어. 아마 이곳에서 태어나기 전부터겠지.”
당연히 본인은 스스로가 아주 정상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체 어디서, 뭘 잘못 주워 먹었는지…… 별 하나 단위로 전생의 비술을 걸려는 건지, 원.”
놈의 계획을 요약하자면.
별 전체에 적용될 정도의 거대한 전생 비술을 건다.
오로지 그것뿐이다.
전생용 비술이야 이미 어느 정도 갖추고 있겠지.
다만 그것은 개인 하나에 거는 것이고, 그 효과도 완전하지 못하다.
기껏 해 봐야 한두 번 사용하는 게 한계일 터.
예전에 그 성녀처럼 말이지.
그러나 그가 이번에 거는 것은 별전체를 범위로 지정하고.
그리고 무한히 지속되는 전생 비술이다.
“비술 자체는 완성이 되어 있더라고. 남은 건 그걸 걸기 위한 원동력과…… 효과를 확실히 하기 위한 범위의 설정이겠지.”
“……원동력. 지맥이군요.”
“효과 범위는 지금 대륙을 이동시키는 것일 테고.”
지금 하는 짓도 결국은 그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준비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일부러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핑계로 감쌌고.
가만 생각해 보면 징조는 있었다.
성녀의 일이라든가.
왜 당시 성국을 이용해 정령술을 견제하려 했는가.
‘정령은 전생자를 알아보니까.’
정령 자체가 크게 위협요소는 되지 않으나 만일을 위해 눈치를 챌 만한 틈을 없애고자 한 거겠지.
거기에 암흑 교단의 교주라든가.
암흑 교단에 왜 그가 관심을 가지고 관망하고 있었냐는 것.
‘암흑 교단의 교주의 계획과 비슷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