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67
기회란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다.
그걸 알기에 머리 좀 굴린다 싶은 사람들은 죄다 열차로 모여들었다.
열차가 지나가는 곳에 만들어지는 거점.
철도와 역에 투자할 수 없다면 그곳에 만들어지는 수많은 시설들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역 근처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상단들에 대한 투자가 물밀듯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하수다.
이들보다 더 영민한 이들은 마법 공방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마탑의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폐기될 골렘들도 저렇게 활용되는 거 보면 다른 것도 가능한 것 아냐?”
“그래. 마법사와 달리 민간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것들도 많을 거야!”
골렘으로 인해 가능성을 본 사람들이 마법 공방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사실 말만 마법 공방일 뿐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공방.
지역마다 몇 개씩 신설되는 마탑에서 나오는 마법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공방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고, 그것은 곧 투자로 이어졌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더 큰 공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몇몇 감을 잡은 기자들은 이것을 기사로 쓰기도 했다.
「마법폐기물. 다시 재활용될 기회를 얻나?」
「미지의 영역 폐기물 처리공방. 이곳에 대박의 기회가?」
오늘 자 신문으로 나온 기사를 읽어내려간 알렉시안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은데···.”
투자심리가 과열되고 있었다.
상인들과 귀족들만 투자하란 법이 있나?
신분제의 힘이 약해진 지금 일반 제국민들 역시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일자리는 넘쳐난다. 경쟁이 심해진 만큼 받는 보수 역시 늘어났다.
자식들이 교육을 통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마저 생겼다.
팍팍한 삶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뭘까?
‘나도 대박 한번 노려볼까?’
‘지금 있는 돈을 불려볼까?’
인간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욕심.
그로 인해 수도는 때아닌 투자 열풍이 불고 있었다.
지구에서의 삶을 생각해보면 분면 언젠가는 크게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제국민들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지금 당장 돈이 부족한 공장들이나 공방에는 투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니까.
“후···아직까진 괜찮아.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지금 당장 신경 써야 할 것 투성이이기에 일단 나중으로 밀어낸 문제.
그러나 적어도 기억은 해놔야 하기에 노트 한구석에 적어놓았다.
「투자 과열문제 해결방안 모색」
그 밖에도 자잘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보고서를 읽으면서 주요 문제들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전부 다 지금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금융도 손을 봐야 할 것 같은데···.”
언제까지 현재의 시스템으로 운용될 수는 없을 거다.
당장에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운영하는 정부답게 은행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나라를 지탱할 수는 없다.
문제는 알렉시안조차 이 문제만큼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게임에서야 일반인도 알아먹을 수 있는 선에서 설명을 해주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경제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폭삭 망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당장에 지구에서도 전문가란 양반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세계경제를 나락으로 보낼 뻔한 적이 있는데 자신 따위가 가능할 리가 없다.
“일단 연구부터 진행해야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오래전에 했던 약속을 끄집어냈다.
숙청 기간에 자신을 도와 열심히 뛰어주었던 과거의 재무대신.
자문 위원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약속.
그러나 알렉시안은 그를 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곳에 복귀시킬 생각이었다.
“시종장.”
“예. 폐하.”
“지금 당장 재무대신을 불러오게.”
알렉시안의 명령에 황급히 황제의 궁으로 달려온 재무대신.
“제국의 경제학자들을 전부 불러모으게.”
알렉시안의 명령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이론.
“지금의 경제시스템. 이걸로 변혁의 시대를 버틸 수 있겠나?”
그의 말에 제이론이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 느끼고는 있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일어날 변혁을 감당하지 못할 것임을.
그러나 차마 말을 못 한 것은···
“당장 바꾸면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이미 곳곳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그 투자금을 바탕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 금융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야. 그래도 연구는 해야지. 어느 정도 이 불길이 가라앉으면 시작할 수 있도록 경제학자들과 자문기구를 불러서 회의를 진행하도록.”
“알겠습니다. 저···그보다 현재 자금 흐름에 관해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투자 과열문제라면 짐도 봤다. 문제가 심해질 것 같긴 당장은 이득이니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나을 것 같던데?”
“저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만··· 속도가 너무 가파릅니다.”
알렉시안이 제이론의 심각한 표정을 보면서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얼마나 가파르기에?”
“그것이··· 폐하께서 휴가제도를 만드신 이후 그 전보다 3배 이상···뛰었습니다.”
제이론의 말에 알렉시안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면 입을 쩍 벌렸다.
“···뭐?”
다시 되물었으나 들려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다가 제이론이 조용히 올려놓은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가파르게 상승폭을 그리는 그래프를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는 알렉시안.
그러자 제이론이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후···내가 미쳤지.”
이 난리를 피운 장본인이라 볼 수 있는 알렉시안이 음울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다시금 머리를 쥐어뜯었다.
사실 알렉시안 입장에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었다.
제국민을 위한 복지 개념으로 ‘휴가제도’라는 것을 정식으로 도입하게끔 한 것이 이 불상사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주라고 하면 힘들 것이기에 일 년에 3~4일 정도는 쓸 수 있게끔 만들려 했는데 사람들이 지금 아니면 못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휴가를 사용했다.
문제는 그 휴가 기간 투자할 곳을 알아보러 다닌다는 점이었다.
입소문이라도 탔는지 지금 투자하면 대박 난다는 헛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너도나도 투자할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등쳐먹을 전문 사기꾼들도 등장하고 있었다.
거기다 안정성이 없는 상단들이나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는 이들에게도 투자금이 몰리고 있었다.
‘거품 터지면 끝이다!’
식은땀을 흘리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본 알렉시안이 다급히 시종장을 불렀다.
“긴급회의를 소집하지. 전부 대전으로 모이라 전하도록.”
“예. 폐하.”
얼마 후, 알렉시안의 명령에 곧바로 대전으로 집합하는 관료들.
대전에 모인 이들에게 알렉시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다들 짐이 왜 소집했는지 들었을 것이다.”
그의 말에 재무대신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터지면 답 없다.”
대놓고 폭탄 취급하는 알렉시안의 말에 몇몇 이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제이론이 한숨을 쉬며 최악의 가정을 말해주었다.
“급하니 일단 단순 업무는 최대한 타부서에서 지원해주는 거로 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단 대신들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위기만 버티면 된다. 그러니 잠깐 고되더라도 버텨라. 대신 다른 일정들을 뒤로 미루는 것 역시 허하겠다.”
그의 말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숙이는 대신들.
그러자 알렉시안이 다시금 재무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경제학자들과 자문기구를 통해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게 해결책을 마련해봐.”
“그리하겠습니다.”
재무대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감찰기구와 치안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쁜 건 알지만 당장은 이쪽에 인력을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송구하오나 폐하. 이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이옵니다.”
감찰 대신이 범죄자를 잡아 들이는 것으론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투자하고자 하는 제국민들은 넘쳐나고 그들을 사기 치려는 세력들 역시 많다.
가뜩이나 치안대의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전부를 잡아 들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거기다 감찰부 역시 자잘한 사기들까지 파악하기란 역부족이고, 실제로 공장이나 땅을 가지고 있는 사기꾼들도 있기에 이들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폐하. 일단 정부에서 투자할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떨는지요.”
보다 못한 재무대신이 급하게 생각한 대안을 마련하자 알렉시안이 턱짓으로 더 말해보라는 시늉을 했다.
“국책사업에 제국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흠···.”
알렉시안이 턱을 문지르면서 고민에 빠졌다.
국가산업에 괜히 다른 말들이 나도는 것이 싫어 상단의 투자도 안 받는 판국에 그보다 많은 다수의 투자를 받는다?
알렉시안이 표정을 찡그리자 제이론이 재빨리 다시 입을 열었다.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옵니다.”
“결국, 투자했으니 나중엔 투자금액 이상으로 돌려줘야 할 터. 감당할 수 있겠나?”
“전부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 아닌 장기 혜택으로 커버하면 어떨는지요?”
그 말에 알렉시안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열차 같은 경우로 예를 들어보자면 투자한 이들에 한해서 장기적으로 열차요금을 깎아주는 것입니다.”
“음···.”
다들 제이론의 생각에 턱을 문지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는 단순히 투자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각 부처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이었기 때문이다.
대신들과 관료들이 각 부처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어느새 대전은 시장바닥처럼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기다려준 알렉시안이 목소리가 잦아들자 다시 제이론에게 더 말해보라는 듯 손짓했다.
“정비사업도 마찬가지옵니다. 곳곳에 있는 정비사업에 투자하면 세금을 감면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이득을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투자금은?”
“일반적인 투자처럼 대규모 이득은 보지 못하는 구조로 해야겠지요. 그래도 안정적으로 돈을 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많이들 오지 않겠습니까?”
사기치는 놈들을 잡아들이는 것도, 제국민의 투자심리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제국민이 돈을 더 굴릴 수 있는 길이라도 터줘야 했다.
“방금 말한 거···얼마나 걸리지?”
“재무부만으로는···.”
“위기 상황이니 내일까지 교수들을 전부 붙여주지. 또한, 임시 계약직으로 관련업무자들을 뽑아줄 테니 최대한 빠르게 진행시켜.”
“예! 폐하.”
재무대신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자 알렉시안이 다급히 내무대신을 바라보았다.
“법과 행정체계 관련해서 최대한 재무부를 배려해주도록.”
“예! 폐하.”
“감찰부, 치안대. 힘든 거 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니 최소한의 업무만 유지하는 선에서 모든 인력을 이쪽에 때려 박아.”
“예!”
“네!”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두 대신.
그러자 손뼉을 치면서 모두에게 말했다.
“자! 자! 그동안 고생한 거 안다. 내 반드시 이번 위기만 끝나면 인력을 대거 보충해줄 테니 조금만 더 고생하자!”
그렇게 말하면서 제일 바쁜 재무부를 비롯해 그를 도울 내무부, 감찰부, 치안대를 내보냈다.
“그럼 긴급회의는 폐하고 다음 정기 회의에서···.”
“폐하! 저희도 급하옵니다.”
“일단 저희 보고부터 들어주십시오!”
은근슬쩍 일어나려는 알렉시안을 향해 각 부처의 대신들이 다급히 알렉시안을 향해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아니···.”
“폐하! 가뜩이나 인력도 줄어드는데 이것 먼저 처리해야 하옵니다.”
“이쪽이 더 급하옵니다.”
서로 자기가 먼저라며 싸우는 대신들.
놔두면 개판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자 한숨을 쉬며 다시금 황좌에 앉은 알렉시안이 조용히 말했다.
“어디 안 도망갈 테니 싸우지들 말고 제자리로 가서 말하도록.”
그렇게 말하며 작게 한숨을 쉰 알렉시안.
왠지 오늘 회의가 길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