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come No. 1 in the rankings without paying RAW novel - Chapter (244)
외전 9화
공동묘지에서의 전투가 일단락되고 루이나를 포함한 일행 모두는 테레사의 의지에 따라 영주 성으로 오게 되었다.
아득할 정도로 실력 차가 나는 강자로부터의 위협에서부터 겨우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일행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다들 괜찮아?”
“지금껏 게임을 하면서 가장 힘든 하루였어.”
과연 일반 플레이어 중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어지간한 방법이 아니면 들어오기 어렵다는 영주의 성까지 들어오게 되었으니 에스턴들로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때, 에스턴이 옆방의 문을 응시하며 불쑥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저 방에서는 무슨 대화가 오갈까.”
“신경 꺼.”
에스턴이 옆방에 관심을 보이자 유라가 그의 귀를 세게 잡아당기며 만류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유라의 생각처럼 지금 옆방에서는 루이나와 테레사, 그리고 키아라까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대화 중이었다.
“정말로 오빠의 동료가 맞나요?”
“네 오빠와는 여러 번 같이 싸운 바 있으니 그런 셈이지.”
키이라는 루이나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차분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반응에 루이나의 머릿속엔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오빠는 이 게임을 시작한 날 데리고 자신이 이곳에서 사귄 다양한 이들을 소개해 줬어.’
플레이어든 NPC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엔 키이라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오빠에게 연락하면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루이나는 이대로 키이라의 말을 믿기로 했다.
적어도 그녀가 두 번이나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구한 게 사실이고 오빠의 친구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루이나는 허리까지 숙이며 키이라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이러한 루이나를 본 키이라가 말했다.
“과연 그가 소중하게 생각할 만하네.”
“키이라 씨.”
“편하게 키이라라고 불러.”
아름다운 미모에도 무표정했던 키이라의 얼굴에 처음으로 작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덕분에 인형같이 딱딱하던 키이라의 인상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렇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된 두 사람은 조금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 갔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떻게 키이라는 제가 있는 곳을 알고 나타나신 건가요?”
생각하면 충분히 이상한 일이었다.
곁에 항시 붙어 있지 않는 한, 위험한 때를 알고 두 번이나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말이다.
“…더는 숨길 이유는 없겠지. 나는 네 오빠의 부탁을 받고 네 신변을 근처에서 지켜 주기로 했어.”
“오빠가요?”
루이나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조치를 테오가 취했으리라 전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곁에 있었으면서도 재앙에 얽히게 만들고 말았으니깐.”
“아, 아니에요. 다 제가 부주의했던 탓인 걸요.”
루이나는 사과하는 키이라에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때, 키이라는 루이나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처음보다 더 확장되어 팔목까지 문신처럼 새겨진 것을 보고 말했다.
“침식이 이미 진행되었구나.”
“이것에 대해 잘 아시는가요?”
“…그래.”
아직 ‘재앙’과 연관되어 내막을 자세히 아는 플레이어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키이라는 이미 재앙에 대해 잘 아는 눈치였다.
“이대로 그 힘을 계속 사용한다면 네 몸은 마기에 잠식되어 타락될 거야.”
“타락이라면…?”
“오염이 지속되면 최종적으로 플레이어의 몸으로 몬스터가 되는 거지.”
루이나는 키이라의 이어진 말에도 솔직히 실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 중에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면 최종적으로 벌어질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 자신이 정말 몬스터가 된단 말씀인가요?”
“그래. 안타깝지만 이미 그런 선례가 있어.”
키이라가 말한 것은 바로 대전쟁의 최종전에서 마왕에게 몸을 뺏겼던 제우스의 일이었다.
지금이야 오염도가 낮아 몸 일부가 일시적으로 변형될 뿐이나, 앞으로 심해지면 몸 전체가 변형되고 나중에는 몸의 통제도 잃게 될 터였다.
“그럼 이대로 방치한다면 제가 큰 재앙이 되겠네요.”
“그렇게 되겠지.”
무겁게 받아들이는 루이나와 그런 그녀에게 솔직히 대답하는 키이라였다.
그러자 장내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게 되었다.
“어떻게 이걸 제거할 방법은 없는 거야?”
이때, 대화에 테레사가 끼어들며 질문했다.
그러자 키이라가 대답했다.
“현재로선 매우 위험한 방법으로만 제거가 가능해.”
“방법이 있단 말이지?”
“그래.”
놀랍게도 키이라는 ‘원초의 마기 파편’을 없앨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 방법을 찾던 루이나로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루이나, 아직 이 일에 대해 테오에게 말하지 않았지?”
“…네.”
“그렇겠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자기 일을 팽개치고라도 여기로 달려올 사람이니깐.”
루이나는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틀림없이 그러고도 남을 오빠였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테오를 대신해 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와줄게.”
“괜찮아요. 저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하실 필요는….”
“그에게서 부탁받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니 내 책임이라고 할 수 있어.”
키이라는 자신이 곁에 있었음에도 루이나가 이런 일에 휘말린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말에 루이나는 송구하면서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랭커급은 아니나 테오와 함께 싸웠던 키이라가 함께라면 큰 힘이 될 게 분명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
이제 든든한 조력자도 확보되었으니 방금 키이라가 말한 방법을 실행할 차례였다.
이윽고 키이라는 그 방법에 대하여 설명했다.
“네에?”
“말도 안 돼.”
그런데 그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이 의외였다.
대체 무슨 방법이기에 이 둘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 * *
같은 플레이어를 살해하거나 혹은 게임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플레이어들은 국가로부터 수배를 당해 도시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다.
그런 레드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레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 지대로 흘러들어 가게 되었다.
그리고 성향이 악인 NPC들도 모여들면서 어느 사이엔가 기존 개발자들이 설계하지 않은 작은 도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도시의 이름은 ‘아캄’이었다.
“그래서 너희 둘이 갔는데 성과 없이 돌아왔단 말이지.”
어둠에 상반신이 가려진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자의 말에 부동자세로 선 전사가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무려 30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가 쉽게 보일 만한 태도는 아니었다.
“뭐라 변명의 말이 없습니다.”
같이 간 동료는 게임 오버 당하고 자신은 도망치듯 텔레포트 스크롤로 탈출했으니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했다.
이에 의자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담당하고 있던 마기 파편이 완전히 힘을 모을 때까지 지키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고작 중렙 수준도 못 되는 플레이어들도 감당 못 하고 돌아온 너희를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노를 겨우 억누르는 게 느껴질 정도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이자가 마왕이 남긴 힘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의 흑막인 게 분명하다.
“우선 이번 달 받은 월급은 전액 차감하도록 하지.”
뜻밖에도 내려진 처벌은 월급을 깎는 것이었다.
하기야 같은 플레이어를 부리려면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제일일 터였다.
즉, 이 두 사람은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인 셈이었다.
“제가 책임지고 다시 가서 회수해 오겠습니다.”
전사는 목소리에 힘주며 이렇게 말했다.
월급이 날아가는 거야 둘째 치고 자신에게 실패의 치욕을 안겨 준 이번 일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은 모양이다.
“…좋아.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감사합니다.”
“길드원 중 쓸 만한 자들을 몇 명 데려가도록.”
“예.”
이렇게 기회를 다시 얻은 전사, 칼리드는 방을 떠났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있던 자가 몸을 일으켰다.
한때는 최고의 상징이었으나 제대로 수리를 받지 못했는지 오래인 듯 곳곳에 금이 간 갑옷과 넝마처럼 변한 망토.
그것은 과거의 영광을 보여 주고 있었다.
* * *
실베릭 영지의 북동부 외곽.
그곳에는 약 170레벨 전후의 레벨을 가진 몬스터가 출현하는 사냥터가 있었다.
다만 경험치면이나 드랍 아이템이 썩 좋지 않아 평소 이곳을 찾는 플레이어는 적은 편이었다.
“아이언 게일!”
세찬 칼바람이 날아들자 닳아빠진 갑주를 걸친 ‘본 나이트’가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공격을 성공시킨 루이나가 더욱 앞으로 나아가며 주변의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이곳 계곡에 있는 언데드 몬스터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서컥!
사방에서 날아드는 다수의 공격을 막고 피하던 루이나의 몸에 상처가 점차 생겨났다.
급기야 HP가 50퍼센트 아래까지 떨어질 때쯤이었다.
‘원초의 마기 파편’의 능력이 발동됩니다!
‘각력 강화’ 효과에 의해 이동 속도와 도약력이 200% 증가합니다.
신체가 마기에 오염되었습니다. (현재 진행률: 55%)
손등에 심어진 ‘원초의 마기 파편’이 발동되면서 루이나의 두 다리가 역관절의 기형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외형적 변화와 함께 루이나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몬스터들 사이를 벗어났다.
“하아, 하아.”
루이나는 가픈 숨을 몰아쉬면서 자신의 변한 두 다리를 내려다봤다.
이젠 익숙할 때도 되었는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싸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타다닷!
곧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 루이나가 몬스터들을 베며 돌파했다.
“잘하고 있어.”
그런 루이나를 높은 곳에서 키이라가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루이나가 홀로 사냥 중인 것은 단순히 레벨 업이 목적이 아니었다.
루이나의 몸에 귀속된 ‘원초의 마기 파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염도를 100퍼센트까지 올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능력의 해방할 필요가 있었고 그를 위해 의도적으로 루이나가 무리한 사냥을 하게끔 한 것이다.
이 덕에 루이나는 현재 급격하게 레벨을 올려 155레벨까지 될 수 있었다.
“우리만 편해서 왠지 미안한데.”
“그러게 말이야.”
루이나와 따로 떨어져 사냥 중이덴 에스턴 일행은 루이나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했다.
마음 같아서는 돕고 싶으나 키이라의 눈치를 봐야 해서 그럴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저 멀리서 응원만 할 따름이었다.
“하아, 하아.”
마침내 전투를 끝낸 루이나가 파김치가 되어 숨을 골랐다.
이때, 소리없이 그녀 앞으로 키이라가 착지했다.
“수고했어.”
“…네.”
“이제 어느 정도 레벨도 충족되었으니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
“다음 단계라면 전에 말한 그것인가요?”
“맞아.”
루이나는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빡셌지만 방금 키이라가 말한 오염도를 높이는 다음 단계는 더욱 혹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루이나는 자신을 옭아매는 ‘원초의 마기 파편’으로부터 해방되고자 기꺼이 시련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