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come No. 1 in the rankings without paying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사냥터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치는 일은 사실 흔하다.
하지만 이 근방은 플레이어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기에, 설마 누가 나타나리라곤 생각도 못 했던 터였다.
‘아, 깜짝이야. 갑자기 여기에 다른 플레이어가 나타날 줄은 몰랐네.’
그런데 왜 초면인데 이쪽에게 말을 건 것일까?
그에 대해 의문을 품은 테오는 살짝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2남 2녀로 구성된 파티를 보았다.
그저 사냥터에서 아는 척 인사나 하려고 부른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중 차분한 인상에, 가벼운 가죽 갑옷에, 허리에 검을 찬 청년이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보아하니 혼자이신 것 같은데. 이곳에서 솔플은 꽤 위험합니다.”
이 목소리, 아까 처음에 말을 걸어왔던 그 목소리다.
이제야 테오는 청년이 아까 위험하게 혼자 사냥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을 만류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딱히 수상한 꿍꿍이는 없어 보이네.’
그제야 테오도 상대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어쨌든 호의를 베풀려고 한 상대다. 그냥 모른 척을 할 수는 없어 청년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 써 준 것은 감사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니 신경 쓰지 말고 가세요.”
적당히 보내고 자신만의 사냥을 할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고양이 귀에 수염까지 외모를 커스터마이징한 여성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파티하는 게 어떻겠냥?”
외형처럼 컨셉인 듯 말의 어미에 ‘냥’을 붙인 상대의 말은 테오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더욱이 갑자기 초면의 자신에게 파티 제안이라니.
보통 파티를 짠다고 하면 사냥 전에 미리 플레이어가 많은 도시 같은 곳에서 수준이 비슷하고 파티 내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인원을 찾는 게 보통이다.
직업도 레벨도 파악이 안 된 초면인 상대에게 이렇게 선뜻 파티 제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난 좋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이 몸은 상관없다.”
청년 검사의 말에 이어 전신을 완전히 갑옷으로 가리고 머리마저 양동이 같은 투구를 눌러써 눈밖에 보이지 않는 거구가 대답했다.
거기에 늘씬한 키에 십자가가 달린 지팡이를 든 미녀도 말을 보탰다.
“어차피 파티에 남는 자리도 있으니 그 자리를 채우는 것에 나도 불만은 없어.”
뜻밖에도 모두가 테오의 합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자 청년 쪽에서 테오에게 다시금 제안해 왔다.
“우리는 이곳 보스 몬스터까지 사냥할 예정인데 괜찮으시다면 같이 사냥하실래요?”
“…….”
이 게임을 하면서 처음 받아 보는 파티 제안이다.
확실히 안정적으로 레벨 업 하기에는 파티로 사냥하는 게 낫다.
하지만 경험치 증폭 버프 하나 없어 어떤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했던 초기의 뼈아픈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도 내가 무과금으로 게임 하는 중인 걸 알면 외면할 게 뻔해.’
경험치 습득도 그렇고, 과금 아이템으로 이런저런 버프를 가진 쪽과 함께하는 편이 파티 사냥 효율에 좋기 때문이다.
테오는 상대의 제안을 거절할 셈으로 자신의 처지를 사실대로 밝혔다.
“파티에 넣어 준다는 말은 감사하지만 전 무과금인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무과금이라면…. 아!”
청년은 테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그러면서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요즘 시대에는 희귀한 사례를 봤으니 놀랄 만도 할 테지.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테오의 예상과 달랐다.
“이야, 대단하시네요! 이 게임, 무과금으로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네?”
무과금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켜세우다니.
테오의 입장에선 이런 상대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러한 테오의 모습을 본 청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과금은 하긴 하지만 게임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소과금만 하거든요. 과금하면 게임이 그만큼 쉬워지지만 그럼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맞다냥!”
“무과금이든 아니든 저희는 실력만 봅니다. 그러니 개의치 마세요.”
알고 보니 이들은 필요 최소한으로 과금을 하고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부류의 플레이어였다.
이렇다는데 제안을 어찌 거부할까.
“그렇다면야….”
파티 ‘루시안과 동료들’에 들어가시겠습니까?
테오는 파티 승낙을 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테오라고 합니다. 레벨은 49이고 직업은…. 전사입니다.”
레벨은 그렇다 치고 차마 직업이 라고 밝힐 수 없었다.
일단 희귀하기 짝이 없는 ‘영웅 직업’임을 밝히면 괜한 주목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사실 직업 이름을 밝히기가 창피하다는 이유가 더 컸다.
“생각보다 레벨이 낮다냥.”
“뭐 레벨이 꼭 강함의 척도라고 할 수는 없으니깐요.”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은 테오를 두고 다행히 이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저는 67레벨 검사인 루시안입니다.”
“도둑인 타냐다냥! 잘 부탁한다냥!”
“전사인 바이슨이오.”
“파티에서 힐러를 맡은 예지라고 해요.”
모두 초보자 딱지를 떼었다고 말할 수 있는 60레벨이 넘은 플레이어들이다.
특색 있는 이들과 함께 처음으로 해 보게 된 파티 사냥.
기대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리라.
* * *
테오가 파티에 합류하고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었다.
“코보오!”
유인 담당인 타냐에 의해 어그로가 끌린 여러 마리의 코볼트들이 떼 지어 몰려온다.
이 순간!
“우오오오!”
바이슨이 크게 고함을 지르자 코볼트들의 모든 주의가 그에게 쏠렸다.
고유 스킬인 를 쓴 것이다.
“아이언 월!”
자신을 향해 모든 코볼트들의 공격을 쏟아지기 직전, 바이슨이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손에 든 커다란 방패를 앞세우고 그 자리에 마치 벽처럼 선 바이슨.
곧 그를 향해 코볼트들이 사방에서 무자비한 타격을 쏟아냈다.
하지만 스킬로 방어력을 기존의 세 배로 늘린 바이슨의 HP 게이지는 찔끔찔끔 줄어들 따름이었다.
“일섬!”
“더블 슬래쉬!”
“스니크 어택이다냥!”
바이슨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코볼트들 등 뒤로 테오를 비롯한 딜러 역할을 맡은 세 사람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날렸다.
그 기습에 코볼트 중 한 마리가 그대로 회색빛이 되어 고꾸라졌다.
타냐의 이 즉사 판정으로 들어간 것이다.
“흡! 실드 차지!”
숫자가 줄어들자 바이슨이 스킬을 풀고 루시안이 공격했던 코볼트를 향해 돌진했다.
덩치 큰 바이슨의 몸에 부딪혀 날아간 코볼트는 ‘기절’ 상태가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자 루시안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평으로 검을 뿌려 코볼트의 허리를 베었다.
이러한 연계를 봤을 때, 루시안과 다른 파티원들은 이번이 함께하는 첫 사냥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한편, 테오는 방금 자신이 공격했던 코볼트와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오, 저 레벨대에는 저런 스킬을 배우나?’
테오는 코볼트와 공방을 주고받으면서도 곁눈질로 루시안을 비롯해 다른 파티원의 스킬을 보기 바빴다.
그 때문에 싸움을 쉬이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끌던 참이다.
부웅!
“어이쿠, 이런.”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방망이를 때늦게 발견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상체를 젖혀 이를 피했다.
아무래도 너무 딴눈을 팔았던 것 같다.
“슬슬 끝내 볼까.”
테오는 태세를 바꾸더니 쾌속하게 연속 공격을 펼쳤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코볼트는 루시안이 상대해 쓰러뜨린 코볼트보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먼저 회색빛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이에 루시안이 감탄하며 말했다.
“저보다 더 빠르시군요.”
“뭐 간발의 차였죠.”
소개를 전사라고 한 바람에 다른 직업 스킬을 쓸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도, 보스 몬스터도 아닌 일반 몬스터쯤은 상대하기 쉬웠던 터였다.
하지만 루시안 일행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래도 제가 테오 님의 실력을 몰라봤던 것 같네요. 레벨도 낮으신데 이렇게 저보다 잘 싸우시니 말입니다.”
“게다가 공격을 전부 피하는 통에 내가 회복할 기회도 주지 않았고 말이야.”
“음.”
“대단하다냥!”
이렇게 사람들에게 칭찬 세례를 받는 게 대체 얼마인가.
그간 솔로 플레이만 하느라고 미처 몰랐을 뿐이지, 사실 테오의 플레이는 초보자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본인 스스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렇게 테오가 실력을 입증하자 그의 참가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었던 바이슨과 예지의 태도도 바뀌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유독 테오에게 관심을 갖는 이가 있었다.
“장비도 상점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그리 잘 싸울 수 있는 것이냥? 혹시 무슨 비결이 있으면 알려 주라냥.”
“딱히 비결은 없는데…. 그보다 그 말투는 일부러 그러는 겁니까?”
“냐하하! 그렇다냥! 기왕 고양이 인간이 되었는데 고양이처럼 안 하면 재미없잖느냥.”
타냐는 깔깔 웃으며 자신의 컨셉 플레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테오의 곁에 가깝게 붙었다.
이후로도 파티의 사냥은 쭉 순조롭게 이어졌다.
“네 마리가 온다냥!”
“오케이!”
몬스터를 유인해 오는 타냐의 뒤로 소리치며 달려오는 코볼트들이 보였다.
범위 공격이 가능한 마법사 부류의 직업이 없는 루시안 파티는 이렇게 타냐가 몬스터를 유인해 오면 바이슨이 주의를 끌어 자신에게 공격을 오도록 유도하고, 테오와 루시안이 이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프로텍션!”
그리고 후방에서 힐러인 예지가 회복을 맡아 모두를 지탱했다.
원래부터 호흡을 맞춰 왔던 네 사람에 테오가 잘 융화하면서 연계가 척척 이뤄지니 전투는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테오 님, 축하드려요.”
“축하한다냥!”
“감사합니다.”
테오의 몸 주위로 레벨 업을 나타나는 이펙트가 나타나자 파티원 모두 그를 축하했다.
파티 분배로 경험치가 다소 줄기는 해도 그만큼 빨리 많이 잡을 수 있어 레벨 업 속도는 오히려 솔로 플레이 때보다 더 빨랐다.
약 네 시간 동안의 사냥으로 테오는 54레벨에 도달했고, 다른 이들도 각자 레벨을 한두 개씩 올릴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갈까요?”
루시안의 제안에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당초 루시안 일행이 이곳에 온 목적은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테오도 바라는 바였다.
모두 찬성했고 보스 몬스터가 리젠되는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일전에 테오가 쓰러뜨린 바 있는 늪지의 주인이 그러하듯 이곳 보스 몬스터도 여러 리젠 지점 중 한 곳에 랜덤으로 출현했다.
그렇기에 일행은 예상되는 지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놈을 찾아냈다.
“저기 있네요.”
“다행히 생각보다 빨리 찾았군.”
산 능선을 따라 천천히 이동 중인 거대한 체구의 코볼트 곁에는 네 마리의 수하가 사방에서 호위로 붙어 있었다.
코볼트 워 치프 (78레벨, BOSS)
사전에 놈의 정보에 대해 알아 온 루시안이 일행에게 설명했다.
“자, 모두 잘 들으세요. 제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저 워 치프는 전사 계열 스킬을 쓰고 HP를 일정 이하가 될 때마다 엘리트 등급의 수하 몬스터를 호출한다고 합니다.”
루시안의 말을 옹기종기 모인 일행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HP가 20퍼센트 아래가 되면 광폭화 상태가 되는데, 이때의 공격력은 70레벨 근접 캐릭터도 한 방에 보낼 위력이라니,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
“뭐 바이슨 님이라면 아마 한두 방은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요.”
루시안이 이렇게 말하자 바이슨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루시안의 말이 이어졌다.
“최대한 바이슨 님이 어그로 가져갈 수 있도록 어그로 관리에 신경 쓰면서 모두 좋은 성과를 얻고 돌아가도록 합시다.”
“그럼 파이팅하자냥!”
이러한 타냐의 제안에, 엉겁결에 테오도 동참해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본격적인 보스 사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