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35)
3. 시험에 대비하는 방법 (10)
눈을 꾹 내리감고 그 감정을 깊이 느끼던 그녀는 이내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이런 걸 그냥 받을 수는 없어.”
“선배가 절 구하러 왔잖아요? 그 보수라고 생각해 주세요.”
당신이 나를 구하러 와서 다쳤으니, 나는 그 은혜를 갚을 뿐이다.
“게다가, 저렇게 난리를 쳐 놨으니 벌점도 장난 아닐 거 아니에요?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죠.”
장난스러운 내 말에 이하나는 제 손안에 쥔 노리개를 말없이 내려다보더니 이내 그걸 꽉 쥐었다.
“……그렇다기에는 너무 비싼 보답이야.”
“뭐가 비싸요?”
나는 일부러 장난스레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하나는 가벼운 내 말투엔 아랑곳하지 않고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널 지켜 줄게. 반드시.”
고마워.
그 말에 나는 속절없이 웃어 버렸다.
정말 곧고 곧은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며.
* * *
소란스러웠던 점심시간이 지나, 다시 수련 시간이 찾아왔다.
수련장에는 오늘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실험실에서 벌어진 소란 이야기를 들은 듯, 계속 나를 싸고돌았던 나유리는 수련장에 가까워질수록 눈에 보일 정도로 축 처졌다.
왜 이러지?
“……저, 나현 씨.”
나유리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꽃분홍색 롤빵 머리 학생이 의기양양하게 나유리에게 다가왔다. 전에 나유리에게 처음으로 러브 콜을 날렸던 그 학생이었다.
“유리 님! 어서 이리로!”
아, 나유리는 저 팀과 함께하기로 한 건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유리가 내 양어깨를 덥석 잡았다.
“나현씨오해하지말아요이건어머님의명령때문에어쩔수없이-”
“진정해.”
네가 정말 원하지 않은 상황이란 건 잘 알겠다. 나는 랩을 하듯 속사포로 말을 토해 내는 나유리를 진정시켰다.
“같은 팀이 아니라도, 우리가 친구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 거지?”
“……! 물론이죠!”
“다행이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나유리를 배웅해 줬다. 그 모습을 보던 최수정이 내게 다가왔다.
“냐하하! 유리는 언제나 재밌네! 그렇지?”
“글쎄요…….”
나는 그냥 허허로이 웃었다…….
농담을 던지곤 주변을 둘러보던 최수정은 갑자기 진지한 태도로 돌변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녀는 평소에 거의 본 적 없는 진중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있잖아, 후배님.”
“네.”
“하나의 저주, 해결해 줘서 고마워.”
그 말을 하는 최수정은, 조금 울 것처럼 보였다.
“보답이었는데요, 뭐!”
나는 그저 방긋 웃었다.
가장 친애하는 친구에게 제 손으로 저주를 박아 넣어야만 했던 최수정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라며.
언젠가, 둘과 더 친해지고 단순히 아이템으로 임시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하나의 병을 치료하는 날이 온다면 둘의 사정을 다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최수정의 상처 많은 과거를 생각하며 그저 상냥하게 웃었다.
“냐하하! 그것도 그런가~?”
할 말은 그게 전부였다는 듯, 최수정은 다시 물러났다.
하지만 어쩐지, 날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전보다 한결 더 편안해진 듯 보였다.
친해진 걸까?
그리고 어제에 이어 우리 팀원들에게 또다시 러브 콜이 쏟아졌다.
어제와 달라진 점은, 이하나가 이렇게 선언해 버렸다는 거다.
“나는 나현이가 있는 팀에만 들어갈 거야.”
‘널 지켜 주겠다’는 스스로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겠지.
고맙긴 한데, 덕분에 나도 덤으로 이하나와 같이 러브 콜을 듣게 되었다.
어쨌든 우리는 모든 러브 콜을 제치고 언제나처럼 101번 수련실에 도착했다.
“어차피 이제 딱 다섯 명인데, 그냥 이렇게 팀 신청해 버리지?”
나유리가 빠지자 사기꾼이 냉큼 팀 제안을 해 왔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중간고사 시험을 위한 ‘팀 게이트 보물 탐사부’가 결성되었다.
후에 그 소식을 들은 나유리가 보디 어택을 한 후 내 허리에 매달려 울먹거리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지긋지긋한 러브 콜은 이제 끊어졌다.
해피 엔딩이었다.
……아마도.
그리고 이번 저주 해결 건으로 인한 독자 반응은…… 제법 아슬아슬했다.
c_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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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하나X나현 지지합니다 ~하나현 지지회~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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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백합충 OUT
이건 그나마 양호한 반응이었고,
c_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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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뭐임? 갑자기 뜬금없이 이하나 저주 해결? 주인공 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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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작가야 전개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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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작가야 미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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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원래 히로인의 저주 이런 건 주인공이 해결해주면서 플래그 꽂아야 하는 거 아닌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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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ㅋㅋㅋ 킹받네
대부분은 이하나의 플래그를 꽂을 계기인 저주가 갑자기 내가 준 아이템으로 해결되었다 하니 황당해했다.
다행히 이번엔 비난이 작가를 향했지만, 전개가 조금만 더 엇나갔다면 또 내 포인트가 깎였겠지.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그게 그때의 내 최선이었다.
이번 에피소드는 사기꾼과 계속 함께 붙어 다닐 테니 시간이 지나면 여론도 좀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하자.
* * *
그 후의 나날은 수련과 약간의 사건의 연속이었다.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나현 씨!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실험 좀 도와줘요!”
박율아가 가끔 쳐들어오기도 했고,
“나현 씨…… 나도…… 나도 팀에 넣어 줘요…….”
나유리가 꽤 자주 찾아와 울먹이긴 했지만, 대체로 평화로웠다.
시험 며칠 전이 되자 사기꾼이 모두를 모아 브리핑을 시작했다. 아마 앞으로 벌어질 원작 게임 속 이벤트를 대비하기 위함이겠지.
그렇게 중간고사 최종 대비를 가장한 사건 대비 브리핑이 시작됐다.
“중간고사 실기 시험 내용은 다들 알고 있지?”
“몬스터 레이드.”
“네. 실기 시험 방식은 몇 년째 동일해요. 대형 몬스터 ‘별의 슬라임’을 팀별로 레이드하라는 미션이 주어지죠.”
사기꾼이 화이트보드에 웬 덩어리 하나를 그렸다.
……슬라임 맞지, 그거?
“별의 슬라임을 상대할 때, 우리 팀의 포메이션은 이렇게 갈 거야.”
전위, 덤덤이, 이하나.
중앙, 최수정.
후방, 사기꾼과 나.
예상대로였다.
“그렇지만 몇 년 동안 몬스터 레이드였다고 이번에도 몬스터 레이드가 출제될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사기꾼은 슬슬 발동을 걸었다.
“그래서 우리는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하기 위한 포메이션도 짤 거야.”
사기꾼이 별의 슬라임 레이드용 포메이션 옆에 또 다른 포메이션을 그렸다.
1열. 덤덤이와 이하나.
2열. 사기꾼
3열. 나와 최수정
하지만 1열과 3열이 2열을 감싸듯 약간 기울어진 형태였다.
“우선, 우리는 한자리에서 최대한 많은 몬스터와 싸우는 걸 목표로 할 거야.”
사기꾼의 시선이 1열 멤버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이 포메이션은 성과 같이 나를 둥글게 감싸는 형태야. 1열은 최대한 몬스터를 많이 막고, 3열은 1열을 도우면서, 옆이나 뒤로 접근하는 몬스터를 처리한다는 구상이지.”
“그렇구나! 유한이는 꼼꼼하게 준비했구나!”
뭐, 사기꾼으로서는 여러 전략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중간고사 실기 시험 때 열릴 게이트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게이트가 열린다는 정해진 미래를 아는 사람도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살고 싶으면 싫어도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 세 번째, 레이드와 웨이브의 융합 형태야.”
“흐음? 그렇게까지 난이도가 높아질까아?”
“혹시 모르니까.”
“대비해 두는 건 나쁘지 않지.”
“응.”
“나도 설마 싶긴 하지만, 진짜 혹시 몰라서 준비한 거야.”
안타깝게도 그 설마는 진짜 현실이 될 예정이다.
나는 조용히 사기꾼의 세 번째 전략을 경청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세계는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
그래서 나는 메타 포인트를 제대로 활용해 최대한 성장할 예정이다.
그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그리고 고아원 식구들을 지키고, 가능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이 손에 닿는 사람들을 돕는 데 힘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뭐 이렇게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힘없는 예비 헌터 지망생일 뿐이니까. 지금은 강해지는 것에만 신경 쓰자.
며칠 뒤, 드디어 중간고사 실기 시험 날이 다가왔다.
아카데미 수련장 지하에는 모든 학생들이 모일 수 있을 만한 큰 체육관이 있었다.
중간고사 실기 시험은 이곳에서 진행했다. 체육관 바깥 복도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조를 순서대로 호명하는 방식이었다.
바로 이 장소 자체가 비극을 더욱 크게 키운 원인이기도 했다.
체육관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수련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밀폐된 공간이었고, 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런 종류의 비극만은, 꼭 막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왜냐하면,
‘살려 줘! 제발! 잠깐만 열어 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갇힌 채 몬스터에 짓뭉개지는 광경이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조용히 현재 내게 있는 메타 포인트를 확인했다. 시스템이 현재 내가 가진 포인트를 비췄다.
[현재 메타 포인트 : 1800]좋아. 할 수 있어.
나는 몇 번이고 계산해 봤던 실습 시험 상황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메타 포인트 소비라는 지름길을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조금 참기만 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메타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날 인내하게 했다.
그래서 현재까지 모은 메타 포인트의 양은 드디어 내가 원하는 이야기 비틀기의 포인트 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