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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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열사의 거인.
“선수를 치다니, 뉴욕에서 열사의 거인 미션을 진행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없을텐데.”
“뉴욕이라면 그렇겠지.”
“예?”
“이 미션을 진행하는 사람이 우리 도시의 사람들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다른 도시에서도 충분히 수행할법하단 말이야. 불꽃의 심장은 구할수 없는건가?”
“예? 아이템은 중복드랍되지 않습니까?”
레이첼의 말에 애프론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통이라면 그렇겠지.”
등급상으로는 유니크, 엘리트, 레전드 등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아이템은 결코 한 개만 존재하는게 아니었다. 미션에서 보상품으로 나오는것이니만큼 똑같은 형태와 능력을 지닌 유니크 아이템이 두개, 세개 등 여러개가 출현할수도 있는것이다. 물론 여러개가 드랍된다고 희소성이 떨어지는건 아니었다.
최소한 C급 미션에서 보스급의 몬스터를 처리해야 드랍되는것이 유니크 하급의 아이템이다. 그것도 드랍률이 두 자리수가 아니라 한 자리수다. 운이 없으면 수십, 수백번을 보스를 잡아도 유니크 아이템 구경도 못한다. 시중에 풀린것중 그나마 가장 흔한 유니크 아이템인 플레임 블레이드의 갯수가 고작 5개 남짓하니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것은 아이템이 중복으로 나온다는 사실이었는데 이제 더 구할수 없다는듯한 애프론의 말투에 레이첼은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이건 중복드랍이 불가능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니크 아이템. 단일 드랍이지.”
“드랍이 안된건 아닐까요?”
“그건 아니야. 이건 내가 사냥하는 이상 드랍률이 100%로 설정된 일종의 키 아이템이야. 안나온다면 누군가가 선수를 친거라고 봐야지.”
‘그나저나 이거 곤란하군.’
겉으로는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애프론은 내심 초조한 상태였다.
마왕의 다음 각성직업인 마황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션을 깨는게 아니라 특별한 조건이 필요했다. 조건만 갖춰진다면 어떤 직업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니만큼 그만큼 각성조건도 복잡했다.
‘빙하의 숨결, 뇌전의 깃털, 강철의 정수는 이미 모았다, 불꽃의 심장만 획득하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해질수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어.’
애초에 밸런스 따위는 갖다버린게 바로 더 미션이라는 세계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마왕을 비롯한 몇몇 특별한 직업은 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과하게 강했다. 그래서 조건도 까다롭고 만약 그 과정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각성 자체가 불가능했다.
지금 같은경우에는 만약 불꽃의 심장을 가진 ‘누군가’가 그것을 가지고 어딘가에 감춰놓고있으면 애프론은 각성을 영원히 할수없다. 이 불합리한 조건에 애프론은 이마를 찌푸렸다.
퍽!
“큭!”
괜히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강이를 까인 남자를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내질렀다가 곧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애프론은 이어진 발차기로 그의 머리를 후려차서 쓰러트렸다.
“저 새끼는 교화소로 데려가서 정신교육 다시 시켜. 그리고 가능성은 없지만 일단 불꽃의 심장이라는 물건을 구한다고 알려. 그걸 구해오면 누구든 바로 특급 신분으로 상승하고 아니면 그에 비견되는 대가를 주겠다고.”
“예!”
“…이런.”
눈을 감고 있었지만 뚜렷하게 잭 애프론의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인간, 아니 신인 사탄은 이마를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잭 애프론은 처음부터 그가 주목하고 있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알게모르게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을 줬는데 설마 이런 상황에 빠질줄은 몰랐다.
그가 가진 마왕이라는 직업은 아주 강력한 직업이었지만 강한만큼 제한도 많았다. 지금처럼 발목이 잡히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벗어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잠시 고민하던 사탄은 뜬 눈을 다시 감으려고 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잡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런이런, 사탄님. 그렇게 집적 나서시면 일이 귀찮아집니다.”
“…로키인가.”
“제가 오는것도 모르시다니. 그렇게 집중하시고 계셨던건가요? 그나저나 편의를 봐준다고해도 정도가 있습니다. 일정이상 움직이시면 애초에 저 세계에 자율성을 부여한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럴거면 차라리 직접 후계자를 만드시는게 나으실텐데.”
거기까지 말한 로키는 과장스러운 태도로 고민하는듯한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설마 저 잭 애프론이라는 인간이 그렇게나 마음에 드신겁니까?”
“부정할수는 없군.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손을 쓴것도 아니고 자연히 성장했는데 저 정도로 악한 인간은 나도 거의 본적이 없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잭 애프론보다 몇배는 음험하고 사악한 존재를 만들어낼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가 만든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것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게 바로 인간이다.
“다소 눈총은 받겠지만 고작해야 별거 없는 신들이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지. 로키 너도 이런 일을 굳이 말릴 성격은 아니고 말이야.”
로키는 말리기보다는 옆에서 불이 번지라며 부채질을 해주고 구경하는 존재다. 딱히 신경쓸 필요는 없을터, 그렇게 생각한 사탄이었지만 예상밖의 상황이 이어졌다.
“아뇨, 죄송하지만 꼭 그런것만도 아닙니다만.”
“…뭐?”
“이번에 사탄님이 찾을 인간이 저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성훈. 알고 계시죠?”
“그 놈이 아직도 살아있었나? 겉만 그럴듯한 조잡한 악당 나부랭이인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야.”
“그 조잡함에 넘어간 유망주들이 꽤 있습니다. 그 아이가 그 물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상밖으로 잘 활약해주고 있어서 저도 기쁜 상황이죠. 후후후.”
로키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탄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운명을 지배하는 신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다른 신의 견제를 받으면서까지 함부로 손을 댈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어쩌자는거지? 알겠지만 나는 어떻게든 저 녀석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만 원하는게 뭐지?”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딱히 말린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응?”
“사탄님께서 유성훈에게서 그 물건을 빼앗는다면 저는 꽤 슬퍼하겠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는 않을겁니다. 그러길 원하신다면 어서 하시죠.”
예상치못한 행동에 사탄은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로키는 언제나 이런 느낌이었다. 어떤 쪽을 선택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로키가 얽혀있으면 그는 알게모르게 득을 보는쪽으로 일을 흐르게 만들었다.
지금도 만약 로키가 사탄을 말리려했다면 그 말을 듣지 않고 강행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그냥 해도 상관없다고 멍석을 깔아주니 오히려 꺼림직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결국 고민하던 사탄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원하는게 뭐냐?”
“원하시는것이라뇨? 제가 감히 사탄님께 뭘 요구할수 있겠습니까?”
“시끄럽다. 네가 이곳에 나타난 시점부터 이미 일은 틀어졌다. 네가 이렇게 나오는걸볼때 내가 직접 나서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생기겠지. 그렇다고 내가 그 물건을 포기할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너는 분명 다른 해결책을 가지고 왔겠지?”
“과연 사악한 지혜의 주인답군요. 괜히 복잡하게 이야기를 꼴 필요가 없어서 좋군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쳐다보자 로키는 부끄럽다는듯 헛기침을 하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요는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되는겁니다. 그럴듯한 과정을 만들어주면 될 일이죠. 그 와중에 물건의 소유권이 바뀌는건 저희와는 관계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할 셈이지? 아직 다음 도시의 개방은 시간이 꽤 있다.”
“미션에서 만나게하면 되지요. 사탄님과 제가 힘을 조금만 쓴다면 충분히 다음 미션에서 둘을 만나게 하는것도 가능합니다.”
“너도 설마 무신같은 놈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거냐? 시련을 통해 더 강력하게 만든다는? 그 유성훈이라는 인간을 단련시키려고?”
“설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스윽.
가볍게 손짓해 공간을 가른 로키는 가볍게 모자를 들며 고개를 숙인후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냥 그게 더 재밌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로키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사탄은 다시 눈을 감고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햇다. 그의 말을 믿어도 될 것이다. 흔히 머리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신들도 그 종류가 다양하게 갈리는 법이었다.
사탄 자신같은 경우는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계략이라도 망설임없이 짜내는 타입이다.
“재미있다인가.”
로키는 그야말로 종잡을수 없다는 말이 가장 어울렸다. 그의 머리속에는 사탄이나 상제마저도 꿰뚫어볼 혜안과 온갖 계략이 들어있지만 그는 그것들을 자신을 위해서 이용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체스를 둔다고 할때 각자 사용하는 전법이나 수는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게임의 승리에 있다. 그러나 로키는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만약 이길수 있는 상황이 찾아와도 이유도 없이 항복하거나 몰아넣었다고 생각하면 체스판의 뒷면을 통해 킹을 치는, 때로는 판자체를 뒤엎고 쉽게 해결할수있는데도 괜히 판을 더 어지럽히는 그야말로 미쳤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존재였다.
‘언제나 이 녀석을 상대하면 의도대로 끌려가는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썩 좋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