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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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치킨런.
“방금전에 봤어? 저 괴물을 고작해야 일격으로 처리했다고!”
“그전에 우리가 체력을 줄여놔서 그런거지. 물론 그래도 일격에 처리한건 대단한거지만….”
“괜히 탑랭커가 아니야. 항상 가명을 쓰고다니고 유령이라는 웃긴 이름을 사용해서 우습게 봤는데.”
“요새는 엔젤 나이트라고 부르지 않냐?”
휘청!
근처에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부축하려던 성훈은 의식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에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질뻔했다. 만약 가면을 쓰지 않았더라면 쪽팔림 때문에 얼굴을 들수도 없었을것이다.
‘새삼 미리내나 강무한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엔젤 나이트라는, 듣기만해도 손발이 오그리토그리 굳어버리는 저 단어는 바로 성훈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도망치던 천병을 잡기 위해 꺼낸 광익 스킬은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한 반응을 낳았다.
물론 아이템이나 스킬을 사용하면 공중에 나는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전투에는 활용하는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는데 성훈은 그런 것들과 비교할수도 없을정도로 자유로운 이동과 속도조절이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서 단순히 나는것이 아니라 등뒤에서 뻗어나온 은백색의 아름다운 날개 또한 일부 사람한테는 주목의 대상이었다. 물론 여기까지만이라면 그 엔젤 나이트니 뭐니 하는 부끄러운 별명은 붙지 않았을것이다. 사실 일을 이렇게까지 키운것은 성훈의 책임도 반쯤은 있었다.
“그러니까 너는 선봉 공략 파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거냐?”
“그렇다는거죠.”
“결국 도시 전체를 강제 공략으로 밀어넣고 너는 뒤로 빠지겠다는 소린데 대체 어떻게 그런 개소리를 하게 됐는지 내가 납득이 가는 설명을 할수 있을라나?”
S급 미션에서 고위 실력자, 그것도 성훈같은 탑랭커 한명은 어중간한 사람들 수백, 수천에 필적한다. 본래대로라면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강무한이 절대로 허락해줄리가 없었다. 이 사실을 가지고 강무한이 정치적으로 공격하면 성훈, 아니 유령의 입지가 굉장히 위태로워질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사실을 성훈이 모를리가 없었다.
“고신의 정원안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물량이 아닌 질로써 상대할수 있는, 최소한 일대일로 발이라도 묶어놓을수있는 실력을 가진 탑랭커급의 강자는 구파까지 포함시켜도 채 열명이 안됩니다. 그렇다고 한파티에 탑랭커 한명만 보낼수는 없는노릇이니 안전을 생각한다면 탑랭커는 두곳, 많아봐야 세곳정도에만 투입될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허락해줄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 녀석의 말은 한번 들으면 귀를 땔수없게 만드는 기이한 마력이라고 가지고 있는것만 같았다. 머리속으로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강무한은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듯이 불현듯 다음에 이어질말을 재촉하고 말았다.
“그러면 나머지 사냥이 이뤄지는 곳은 어떻게 할겁니까? 강무한님이 말씀하셨든 S급 미션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탑랭커도 팀을 붙여서 보내야할 마당에 숫자로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보통랭커와 일반인들로 구성된 파티, 아니 공격대는 자칫 한번의 실수로 파티 전체가 괴멸하는 피해를 입을수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
“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위해서 제가 나서겠다는겁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가장 빠르고,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수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말이죠.”
“그거야 다른 전담 파티를 구성하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던 강무한은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깨닫고 알아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설령 지원대를 구성한다하더라도 넓게 퍼져있고 적게는 수십명부터 수백, 수천명이 싸우는 전투에 시기적절하게 지원을 가는것도 힘들고 하는것도 힘들다. 그런데 지면이 아닌 하늘을 이용하는 탑랭커가 그 역할을 맡아준다면?
‘씨…발.’
“저한테 맡기는게 정 그러시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말이죠.”
한번에 한곳만 공략해야하는 일반적인 파티와는 달리 마음만 먹으면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스틸을 하거나 이득을 뺏어갈수있는, 속된 말로 꿀빠는 역할을 넘겨주기가 정말로 싫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온것처럼 성훈의 주장은 언제나 반박할 여지가 없는 가장 합리적인 주장이었고 강무한은 울며겨자먹기로 허락해줄수밖에 없었다.
강무한이 생각한대로 성훈은 별생각없이 그냥 꿀을 빨기 위해 한말이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광익의 외견과 몇번의 활약상이 퍼지기 시작하자 성훈에게는 어느새 미리내에게 붙는 마검이라는 별호처럼 엔젤 나이트라는 중2력이 넘치는 별호가 붕게 된것이다.
“엔젤 나….”
“그냥 유령으로 불러주십시오.”
빛나는 날개가 그대로 입자로 화해 사라지는 모습을 황홀한듯이 바라보던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성훈 자신은 전혀 변한것이 없다. 그저 빛나는 날개 하나만 등에 붙였을뿐인데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나 달라지는게 새삼 신기하기까지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유령님. 만약 지원을 와주시지 않았더라면 전부 당했을수도 있을겁니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걸요. 그보다도 일단은 부상자들을 먼저 돌봐야할것같군요.”
“그, 그렇군요! 다들 뭐해? 구경할시간 있으면 붕대라도 들고 뛰어다녀!”
고작해야 한번의 반격을 허용했을뿐인데 수많은 사람이 너무나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말았다. 피와 살점, 내장조각으로 물들어있는 땅을 지긋이 바라보던 성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품에서 포션을 꺼내서 부상자들에게 다가갔다.
골렘의 공격력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던탓에 부상자의 숫자는 오히려 적은 편이었다.
따닥! 따다다닥!
“으, 으그그극!”
안색이 시퍼렇게 질린채 쉴새없이 이빨을 부딪히던 여자의 짓뭉개진 팔을 바라보던 성훈은 망설임없이 룬 블레이드를 뽑아 팔을 잘라내버리고 포션과 붕대를 꺼내 치료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깔끔하게 잘라내버리고 고위 신관에게 재생마법을 받는게 나을겁니다.”
“흑, 고마, 고맙,습니다!”
“고통은 어떻나요?”
“포, 포션 효과도 돌고 저, 전사여서 견딜만해요. 정말, 정말로 고마워요.”
골렘에게 그대로 밟혀서 죽을뻔한 위기에서 구해주고 치료까지 해준 성훈은 지금 이순간 여자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 그 자체였다. 잠시라도 떨어질수없다는듯이 성훈의 팔을 단단히 붙잡던 여자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끔찍하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합이 대체 뭐라고 이런 사지로 저희들을 내모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지금 우리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있는 사람들은 전부…아!”
뒤늦게 유령도 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깨달은 여자는 말을 멈추고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성훈은 고작해야 그런말때문에 감정을 겉에 내보일만큼 어수룩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은 최대한 막았어야하는건데 제가 힘이 없어서.”
“아, 아니에요! 유령님이야 아무 잘못없어요! 오히려 항상 저희들을 위해 힘써주는걸 알고 있는데 제가 그걸 순간 잊어버리고 헛소리를 해서 죄송해요.”
위에 군림하는 자들은 일을 잘하든 못하든 언제나 욕을 들어먹을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훈은 언제나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상태를 유지했으며 적어도 겉으로는 항상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해왔다. 거기에 더해서 평소 행해오던 언론조작까지 합해져 유령이라는 인물의 이미지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마음같아서는 조금 더 곁에 있어드리고 싶지만 언제 다른곳에서 지원이 필요할지 몰라서 말이죠. 이만 가봐야할것같군요.”
“죄, 죄송합니다!”
파앗!
광익을 만들어내자 몸을 속박하고 있는 중력에서 벗어나며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주목받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성훈은 망설임없이 공중으로 치솟아올라 다른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상은 했지만 사람들 반응이 진짜 장난이 아니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사람들도 일단 납득할수밖에 없기는 할테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사라지는것은 아니다. 직접 목숨을 잃은 사람 말고도 다친 사람, 친구가 죽은 사람, 강제징병당한 사람들까지 어떤식으로든 불만은 계속해서 쌓일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틈이야말로 바로 적들이 노리기 쉬운 빈틈이었기에 연합에서는 전력을 다해서 간자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성훈이 음지로 엘리와 사종원을 움직여서 사전에 잭과 카미카제의 접촉을 차단하거나 일부러 다른 도시와는 접촉을 묵인한것도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이 널널하다면야 이걸로 뭔가를 벌여볼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건 딱히 써먹을만한 건수는 되지 못할것같군.”
어차피 신지역의 공략을 끝마치고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엄선된 인원들로 최후의 무대 공략에 들어갈것이다. 거기서 성공한다면 어차피 이 세계와는 완전히 작별하게되는것이니 굳이 민심을 관리할 필요도 없었기때문에 이런 조금 막무가내같은 결정도 할수있는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성훈도 딱히 착한사람을 연기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제는 연기가 완전히 몸에 익어버려서 그냥 반쯤 포기하고 행동하는 중이었다.
‘공략 자체는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문제는 외부로군. 세르게이와는 동맹, 잭쪽은 엘리가 처리하고 있으니 실제로 남는건 아르벤.’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로 판단하면 가장 불리한건 바로 너희들이다. 나머지 세 도시야 어떻게든 따라온다하더라도 아르벤, 과연 네가 따라올수 있을까?”
정의감 넘치는 영웅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 상황을 극복해나갈지 상상한 성훈은 그대로 하늘 높이 올라가며 자유를 만끽했다.
토론토 제일의 길드는 바로 아르벤이 세운 더 호프 길드다.
마법검사인 아르벤을 중점으로 성녀 루시아, 신투 렉터, 프라임 가드 알렉스등 고작해야 여덟명 남짓한 소수정예로 이루어진 길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드에 속해있는 한명 한명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영향력이 너무나 막대했기 최고의 자리에 설수 있었던것이다.
그렇다고 압도적인 힘으로 군림하는것은 아니었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존경심에서 나오는 통치를 시행하고 있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호프는 다른 세력과 비교했을때 민심이라는 심각한 제약을 가지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유토피아는 앞서 말한대로 완벽하게 전시체제로 돌아갔다. 정말로 전쟁이라도 치르는거서럼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연합과 붉은 폭풍은요?”
“붉은 폭풍은 일정 목표를 정해놓고 한 길드당 반드시 그 목표를 채우는식으로 공략을 진행하고 있고 연합은 유토피아랑 비슷해. 차이가 있다면 더 효율적이고 세련되게 진행하고 있달까?”
“아르벤님. 우리도 언제까지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을수만은 없소. 지금이라도 당장 전면적으로 나서야….”
“저도 압니다. 알고는 있지만….”
신시에서야 아래 길드에게 뭐 좀 하라고 시키면 속으로 욕을 해도 결국은 할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호프에는 강제력이 없다. 대형 길드에게 뭘 시키는게 아니라 부탁하는 형식인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아르벤의 영웅적인 행동들과 더 호프가 해온 일을 알고 있기에 그 부탁들을 들어주지만 거기에는 강제성은 없었기에 언제라도 거절할수 있는것이다.
“저희는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토론토 전체를 무리한 공략에 참여시킨다면 그 지지기반을 잃어버릴수도 있어요. 게다가 한번 신뢰를 잃어버리면 그것을 되찾는것은 아주 힘들죠.”
“그럼 이대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그냥 당하자는 겁니까?”
“알렉스 조금 진정해.”
“…후우.”
‘다른곳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말고 우리는 우리대로 느긋하게 가는게 가장 좋아. 하지만 신의 자리를 빼앗긴다면….’
원탁을 둘러싸고 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응시하기 시작한 아르벤은 마지막으로 루시아의 눈을 한참을 바라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 개인을 위한 일이라면 포기할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서는 할수밖에 없어.’
“…투표를 실시하겠습니다.”
“투표라.”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투표입니다. 현재 상황을 모두에게 전부 알려주시고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행동할겁니다.”
“반반이군.”
지금까지 아르벤이 쌓아온 업적과 신뢰, 그리고 사람들이 직접 감수해야할 위험과 손해를 비교한다면 어느쪽으로 결정이 날지 쉽게 예측할수없었다. 마음같아서는 강제로 밀고가고 싶었지만 아르벤이 결정한이상 자신들은 그저 따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