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1
10화-안녕하세요, 신참입니다 (06)
“돌겠네, 진짜.”
루가 짤막한 욕설을 내뱉으며 골목을 돌았다.
차원이동자를 놓친 걸로도 모자라 인질에 폭탄까지. 이쯤 되면 혜성이한테 걸리고 말고를 떠나 제시간 안에 차원이동자를 잡는 것 자체가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폭탄은 왜 가지고 있던 거냐고.”
빠드득 이 가는 소리와 함께 매서운 시선이 쿤을 향했다.
루와 녹턴을 따라 힘겹게 달리던 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게, 누나가, 걱정… 으헉. 된다고 가방에 넣어둔 거예요……!”
“대체 뭐 하는 인간이기에 동생 가방에 폭탄을 둬?”
“취미가, 허윽, 무기 수집이거든요.”
이렇게 말하니 엄청난 걸 수집하는 것 같지만, 리나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인간이라 불법 무기나 살상력이 뛰어난 무기는 일절 사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무기는 무기. 비록 한 개밖에 없다 하더라도 벽 정도는 거뜬히 무너트릴 수 있었다.
“다른 건?”
“연막탄 두 개가 전부예요. 아, 식칼 세트도 있어요.”
“식칼은 또 뭔데.”
“제 취미가 요리하는 거라, 하아, 탈출하면, 어쩌죠?”
“뭘 어째. 죽여야지.”
“예? 혜성 씨도 그렇고, 루 씨도 그렇고, 왜들 이렇게 극단적인 거예요.”
“누구 때문에 이 사달이 났는데.”
“죄송합니다.”
“넌 차원이동자여도 죽고 신참이어도 죽을 줄 알아.”
“윽.”
루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쿤은 자연스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다시 헉헉거리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루는 그런 쿤을 흘끗 쳐다봤다.
쿤을 혼자 두고 갈 순 없기에 나름 속도를 조절하곤 있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인을 웃도는 속도로 뛰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걸 따라붙다니.
‘폼도 깔끔해.’
체력만 제하면 훈련을 받았다 해도 믿을 만큼 잘 뛰는 거였다.
‘등줄기 산을 넘었다고 했지…….’
거기에 감옥을 빠져나온 것 하며, 무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까지 뭐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루는 여전히 쿤의 말을 믿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혜성이 그를 스카우트한 게 아닐까 싶었다.
‘눈썰미 하나만큼은 좋은 인간이니까.’
일단은 판테테 단장이지 않던가. 얼굴 외에는 하등 쓸모가 없어서 그렇지 사람 보는 눈은 있었다.
‘그래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이 이상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시간도 없고.
“그나저나 얘는 왜 연락을 안 받는 거야.”
루가 짜증을 내며 이어 커프를 꾹 눌렀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은 연결되지 않았다.
“녹턴 씨, 보보 어디 있는지 알아요?”
“모르겠어. 나도 정신이 없어서 연락 못 해봤거든.”
보보는 전투에 특화된 판테테였지만 인질사건과는 맞지 않아 곧바로 루에게만 연락했다.
“설마 얘 개미집에 있는 건 아니겠지?”
녹턴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쿤이 물었다.
“개미집이, 어디에요?”
“오즈벨 지부 판테테 건물을 말하는 거야.”
“거길 왜, 개미집이라고, 해요?”
“개미들이 사는 곳이니까.”
그 소린 판테테들이 개미란 건가? 나라의 일꾼이니 틀린 비유는 아니네.
쿤은 어릴 때 읽었던 동화를 떠올리며 크게 숨을 토했다. 그때 모퉁이를 돌던 녹턴과 루가 걸음을 멈추었다. 쿤 또한 다릴 멈췄다.
무거운 다리를 달래며 고갤 돌리니 무너진 돌벽과 화단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이마가 길게 찢어진 남자가 피를 훔치고 있었다.
“보보!”
녹턴의 부름에 쿤은 금세 그 남자가 보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X자 모양의 동공을 가진 그는 조금 놀란 듯 반걸음 물러나며 서둘러 얼굴의 피를 닦았다.
“다쳤어?”
“아, 괜찮아요. 살짝 스친 게 전부예요.”
“이게 어떻게 스친 거야. 누가 봐도 파편을 정통으로 맞은 얼굴인데.”
루는 보보의 이어 커프가 반쯤 으스러진 것을 보며 그가 왜 계속 연락이 안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루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가서일까. 보보는 서둘러 상황을 설명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어요. 폭탄도 소형이었고요. 차원이동자들도 안전해요.”
안전할 수밖에 없다. 생활관인 1, 2층이면 모를까 차원이동자를 가둬놓는 지하나 쿤이 갇혀 있던 별관 감옥은 오즈벨 지부 판테테 전부가 날뛰지 않는 한 무너지지 않게끔 설계되어 있다.
루와 녹턴이 곧바로 달려온 것도 폭탄을 훔친 범인을 잡고, 인질 사태 같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함이 컸지, 차원이동자가 걱정되어서는 아니었다.
“범인은?”
“죄송해요. 놀라서 주춤거리는 사이 놓쳤어요.”
“놀라서 주춤거리는 게 아니라 다쳐서 그런 거겠지.”
“죄송해요…… 근데 대체 누가…… 어?”
눈치를 살피며 뒷목을 긁적이던 보보는 루와 녹턴 뒤에 서 있는 쿤을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차, 차원이동자가 왜 여기 있어요?”
“저 차원이동자 아니에요.”
“예?”
보보의 눈동자가 혼란으로 물들었다. 어찌나 당황하고 놀라는지 가뜩이나 하얗던 피부가 한층 더 창백해졌다.
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걸로 세 번째네요.”
이러다 종일 해명만 하고 다니겠다.
쿤은 울적한 마음을 접고, 또 한 번 차원이동자가 아니란 해명과 그간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잦은 설명에 지쳤던 탓인지 쿤의 이야기는 녹턴에게 했던 것보다 더 짧고 간결했다.
그러나 보보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녹턴만큼의 이해력은 없었지만, 루보다는 생각이 깊고 눈치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루가 그를 가만 놔두는 걸 보면 필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벽을 무너트린 사람이 쿤 씨의 짐을 훔쳐간 차원이동자겠네요. 폭탄도 쿤 씨 거고요.”
“얘 말이 진짜라면.”
루의 탐탁찮은 대답에 쿤이 발끈했다.
“진짜라니까요.”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고.”
“제가 꼭 진짜라는 걸 증명해서 루 씨에게 사과를 받고 말 겁니다.”
“누가 내 이름 멋대로 부르래.”
“그럼 뭐라 불러요?”
“부르지 마.”
“알겠어요, 부르지 마 씨.”
“이 새끼가…….”
루가 미간을 찌푸렸다. 매서운 시선에 살짝 쫀 쿤이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뻔뻔한 얼굴을 해댔다.
보보는 그런 쿤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움직이는 것도 싫고, 생각하는 것도 싫고, 만사가 귀찮아 모든 걸 떠넘기는 루가 저리 반응하다니.
‘조금 속이 시원한 것 같기도…….’
보보는 그리 생각하며 쿤이 좀 더 루의 속을 뒤집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바람은 녹턴의 말과 함께 끝나고 말았다.
“벌써 4시야.”
루와 보보가 동시에 흠칫 고갤 들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젠장.”
“한 시간 반 남았네요…….”
세 사람의 심각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쿤은 뒤늦게 어떤 사실 하나를 깨닫고 경악했다.
“설마 72시간까지 한 시간 반밖에 안 남았단 소린 아니죠?”
“…….”
“진짜예요?!”
쿤이 파랗게 질렸다.
판테테는 물론 일반인들도 다 아는 기초 상식 중 ‘72시간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걸 이해하려면 우선 차원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차원문은 그 이름 때문에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처럼 여겨지는데, 사실 일방적인 방향을 가진다. 넘어온 차원이동자를 곧바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판테테들은 차원이동자들을 어떻게 돌려보낼지 연구했고, 끝내 ‘모든 차원문은 사라지고 정확히 72시간이 지난 후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난다’는 규칙을 발견해 냈다.
단, 이때 나타나는 차원문은 처음과 그 방향이 반대이며, 넘어온 생명체와 그들이 지닌 무기체만 빨아들였기에 ‘반송 차원문’이라 지칭했다.
설명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모든 차원문은 일방적인 방향이다.
2. 차원문은 72시간 후, 또 한 번 나타난다.
3. 다시 나타난 차원문은 앞의 차원문과 반대 방향이며, 해당 차원문에서 넘어온 차원이동자만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72시간 법칙’이라 한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차원이동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방법. 역으로 말하면 반송 차원문을 놓칠 시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근데 그게 지금 일어났다.
“이제 어떡해요? 절차대로라면 최소 한 시간 전에는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쿤이 발을 동동 구르자 루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시끄러워.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너 때문이거든?”
“아니, 이게 어떻게 제 탓이에요. 제가 뭘 했다고!”
“네가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잖아.”
“윽. 저라고 제 짐을 도둑맞고 싶어서 맞은 건 아니라고요!”
“그래서 잘했다 이거야?”
“그건 아니지만…… 잠깐, 근데 저 왜 혼나는 거예요? 이 사건에서 전 피해자 아니에요?”
제 과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막을 기회는 몇이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계속 차원이동자가 아니라 말했다. 그저 루가 그 말을 믿지 않았을 뿐이지.
“처음부터 제 말을 믿어줬으면 좋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왜 시작이에요? 차원이동자를 놓친 게 시작이지. 심지어 사흘이 되도록 제대로 파악도 못 하고! 대체 뭘 했기에 이 사달이 난 거냐고요!”
쿤이 버럭 성을 냈다.
루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차마 그 앞에서 냉면 먹느라 늦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가장 짜증 나는 건 쿤이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게 없단 거였다.
한참을 가만있던 루가 뚱하니 답했다.
“그걸 알아서 뭐하게.”
“설마 딴짓하다 늦은 거 아니죠?”
“…….”
“진짜예요?!”
“윽. 너 아직 의심 풀린 거 아니거든? 그리고 지금은 도망친 차원이동자를 잡는 게 먼저야.”
“절 차원이동자로 의심하면서 도망친 차원이동자를 잡는다는 건 무슨 궤변이에요!”
“너 진짜……!”
“둘 다 그만-!”
쿤과 루 사이로 불꽃이 튀던 그때 녹턴이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시간 없어. 말씨름은 한가로울 때나 해.”
녹턴의 타박에 쿤과 루가 동시에 눈을 피했다.
루는 짜증난다는 듯 머릴 헤집었다.
“하아… 보보, 넌 기사단하고 연락해서 차원이동자들 데리고 반송 차원문 위치로 가 있어.”
“다 같이 찾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시간도 그렇고…….”
“시간이 없어서야. 운이 없으면 도망친 녀석을 제시간 안에 못 잡아 올지도 몰라.”
“내 생각도 같아. 괜히 그 한 놈 잡겠다고 나머지들을 못 돌려보낼 수도 있어.”
“녹턴 씨도 보보랑 같이 움직여 주세요.”
“나도?”
“보보가 다쳤잖아요. 부탁할게요.”
“알겠어.”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건 아닌데…….”
보보는 끝까지 내켜하지 않았지만 루를 이길 수 없다 판단했는지 결국 고갤 끄덕였다.
“멀리 도망치진 못 했을 거예요.”
“그렇겠지.”
루는 허릴 짚으며 말을 이었다.
“뭐, 어디로 도망쳤는지는 대충 예상이 가. 추적할 방법도 있고.”
“추적할 수 있다고요?”
보보가 놀라 반문했다. 녹턴 또한 비슷한 반응이었다.
판테테가 많은 기술을 보유하긴 했지만, 애석하게도 차원이동자들을 잡는 기계는 발명되지 않았다.
덕분에 오즈벨처럼 추적 마법사가 없는 곳은 주먹구구식으로 영지를 돌아다니며 차원이동자를 잡았다.
그런데 추적할 방법이 있다니.
“어떻게?”
녹턴의 질문에 루는 대답 대신 쿤을 쳐다봤다. 의아함에 쿤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루는 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가름날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