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15
Chapter 47. 출동(1)
영쉬남 사건 후, 정신없이 이틀이 지나갔다.
그리고 사흘째, 다시 찾은 지하 요새.
“민여진! 영업국 참관자가 아까부터 난리야! 답장 뭐라고 해?”
“으…… 1분만! 아무 얘기나 하면서 잡고 있어!”
사무실처럼 꾸며둔 방 안은 바삐 움직이는 여진이의 목소리와 서류 펄럭이는 소리, 그리고 타닥대는 타자 소리로 꽤 소란스러웠다.
“아빠, 아빠! 율이가 이거 그려써!”
“와, 우리 율이 ‘서명 완료’ 도장 그린 거야?”
“웅!”
심지어 어린 율이까지 나서서는 ‘서명 완료’한 구독자들을 위한 아이콘을 그려 낼 정도.
“다들 바빠 보이네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네.
오전 내내 자리를 비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일단은 나도 놀다 온 건 아니니까.
“바쁘지 그럼! 그걸 말이라고…… 아이고, 우리 팀장 청년 아녀?”
“드디어 왔네!”
“삼초오오오오온!”
반갑게 맞아주는 팀원들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울상을 짓는 민여진.
“아저씨! 왜 이제 와요!”
“하하, 어쩌다 보니 점심까지 먹고 왔네. 밥은 먹었어?”
“헙! 벌써 두 시예요? 미쳤다…….”
끼니 하나는 확실히 챙기던 민여진이 밥시간도 모를 만큼 집중하다니.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진짜였나 보다.
“그렇게 바빴어?”
“네! 제보 들으랴, 사인 받으랴 완전 정신없었어요.”
“우리 파트장 학생이 고생이 많긴 했어. 안 그려?”
“허허, 그랬지!”
아참.
민여진이 우리 팀 ‘내부고객지원파트’ 파트장이다.
팀 공식 채널과 메일을 총괄하는.
“치, 감투 하나 씌워 놓고 놀러 다니는 거 아니죠? 혼자 막 맛있는 거 먹고!”
“놀러 다니다니. 그럴 리가.”
논 건 아니고, 맛있는 거 먹은 건 맞고.
아무튼.
“은호 씨, 볼일은 무사히 끝난 거예요?”
“아, 예. 생각보다 더 잘 됐습니다.”
지은 씨의 물음에 웃으며 답했다.
“다행이에요! 아침부터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는데.”
“맞습니다, 형님! 전 또 형님 또 감빵 가시는 줄 알고 두부 사 와야 하나 걱정했습니다!”
오늘 아침, 감찰국에서 또 사람이 왔었다.
모호와 붙어먹은 예전 처장이야 잘린 지 오래.
새로 부임했을 처장이 왜 첫날부터 날 부르는 건가 싶어서 긴장했는데.
[오! 귀인! 왔어?]아는 얼굴이더라고.
“3과장님이 감찰처장으로 진급했더라고요.”
“3과장님이면…… 은호 씨 OJT 했던 곳 과장님이요?”
“예.”
감사국 현장감사과 3과장 전도(顚倒).
극의 직속 상사였던 그자가 감찰처장이 되었단다.
발로 뛰는 성정 탓에 지금껏 성과가 워낙 좋기도 했고, 이번 비리 사건을 처음부터 맡아 집중 수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투명한 수사, 엄정한 처벌을 구현했다는 명분도 있었단다.
‘눈치 본거지, 뭐.’하며 전도, 아니 새 감찰처장은 눈을 찡긋했지만.
[이거, 또라이 같은 신입 하나 들어왔다 생각했더니 물건은 물건이었어.]“제가 한 게 뭐 있나요.”
[없긴 뭐가 없어? 이거 참, 내가 줄을 잘 섰다니까?]어쨌든 덕분에 고맙다며 작은 선물까지 받았다.
[또 치고받을 일 있으면…… 아니, 무조건 있을 것 같네. 그때 마셔.]독려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건넨 물약.
▣ 물거품의 자양강장제
– 향유고래의 기름에 인어의 거품을 섞어 만든 자양강장제.
– 섭취 시 30분간 체력 스탯이 2배 증가하며, 적을 끌어당기는 ‘도발(Lv.1)’ 스킬이 활성화된다.
단, 원치 않는 이목까지 끌 수 있으니 주의.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지은 씨한테.”
“네? 저요?”
“영상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하셨다고요.”
“아…….”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에 지은 씨의 공도 크다.
지은 씨가 열심히 편집한 ‘영쉬남’ 영상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 바람에 이 정도로 이슈가 된 거니까.
그래서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그걸 감찰국에서 받게 될 줄이야.
▣ 몰래 마이크
– 감찰국 특제 초소형 마이크.
작은 크기로 어디든 숨길 수 있으며, 투명화 옵션이 추가되어 웬만해선 들키지 않는다.
– 단 최대 12시간 사용 시 충전이 필요하며, 방수 기능이 없으므로 주의할 것.
“이걸로 또 건수 잡히면 터뜨려 달랍니다.”
“어머, 혼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선물도 선물이지만, 팀 차원에서도 잘된 일이었다.
[축하합니다!] [팀장 ‘이은호’의 활약으로 ‘노사협력팀’의 명성이 증가했습니다.]명예의 전당에 오르면서 따라 얻게 된 명성.
[전사에 ‘노사협력팀’의 존재가 알려집니다.] [전 직원에게 접근 시 잡상인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소속을 밝힐 경우 주목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소속을 밝힐 경우 신뢰도가 소폭 증가합니다.]덕분에 회사 안에서 활동하기가 여러모로 편해졌거든.
“근데 좀 어이없지 않아요?”
“뭐가?”
“명성 없었으면 잡상인 취급 했을 거란 소리잖아요.”
“잡상인은 X발, 뒤통수 안 때리면 다행이지. 이 회사에 뭘 바래?”
이예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묻자 욕쟁이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이 회사에 뭘 바라느냐…….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철저히 준비해야겠지.
“제보는?”
“여기 리스트요. 항목별로 분류하긴 했는데, 아직 특별한 건 없어요.”
그와 동시에 여진이가 정갈하게 정리된 종이를 건넸다.
대분류는 불평, 또는 불만.
소분류로는 시설. 서비스. 미션 난이도. 상사와의 불화 등, 세부 유형을 나눴다.
거기다 제보자의 소속을 한 번 더 가공해 불만이 많이 나오는 부서를 순서대로 정렬하기도 했고.
“정리 잘했네. 방 내 준 보람이 있는데?”
“헤헤, 그쵸? 눈 빠지게 본 보람이…… 악! 왜 발을 밟아?”
“정리는 제가 했어요.”
“……그래, 솔아도 수고했어.”
그나저나 들어온 제보며 미션이라는 것들이…….
【미션명 : 남자 화장실 변기 칸 증설 요청】
【보상 : 남자 직원들의 호감도 소폭 상승】
남자 화장실 변기 칸이 하나뿐이라 불편하다.
배식형 구내식당이 너무 맛이 없다.
-따위의 일상적인 불만 사항들이거나.
【미션명 : 미션 난이도 헬인데 조정되나요?】
【보상 : 이름 모를 제보자의 호감도 상승】
그도 아니면, 업무 목표가 너무 많다거나 미션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 달성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단순 불만들뿐이었다.
‘업무 목표 같은 건 그래도 쓸 만한데…….’
중요한 것들은 죄다 익명이라 제보자들 찾기도 힘들고, 보상도 별 볼 일 없었고.
쉽게 말해 가성비가 안 나온달까.
“다 이런 식이야?”
“네.”
결국 우리가 찾아가 직접 해결해 줄 만한 제보는 거의 없단 소린데.
“아오! 제보가 이게 다 뭐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쵸? 보상도 다 구려요.”
“하, 어디 보상 팍팍 주고 빡세게 싸우는 의뢰 없나?”
욕쟁이가 툴툴대자 민여진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근데 아저씨, 빡세게 싸우는 의뢰 할 순 있어요?”
“X발, 나 무시해?”
“무시라기보단 합리적 의심이라고 해 둘…… 악! 왜 때려요?”
어찌 됐든 장난 전화 같은 제보들이 못마땅한 모양.
“아직 신상 다 까고 말하긴 어렵겠죠. 좀 더 기다려 봅시다.”
그래서 달래듯 대답하자 청소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려! 천천히 기다리면 되지 않겠남?”
“뭘 천천히 기다려? 천년만년 이 짓만 하고 살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욕쟁이의 말에 손을 들어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천천히 기다리기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진 않으니까.
《소에주》 처장 추가 주문.
《소에주》 납품 기한 열흘.
소에주의 메시지에 따르면, 인사처장이 주문한 물품들의 납품 기한을 열흘.
즉, 열흘 뒤를 예상 공격 날짜로 보는 게 맞을 터.
그렇다면.
‘좀 빠듯하긴 하지만…….’
해야 할 준비를 다 하더라도 이틀 정돈 뺄 수 있다.
그러니, 내일까지 큰 건수가 걸리지 않는다면.
‘일이야 직접 만들면 돼.’
그리 판단하고는 옅은 미소로 안심시키듯 말했다.
“적당히 받아 주고, 이번처럼 큰 건이다 싶으면 바로 보고해 줘.”
“네, 아저씨!”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 띠링!
반가운 알림이 모두의 귓가를 때렸다.
[팀 미션, ‘1,000명 서명받기’ 성공!]‘!!’
회사에 맞서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낼 수 있는 ‘노사협의체.’
그걸 만드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명이 천 명을 넘었다.
“100명 넘긴 지 며칠 안 되지 않았어? 대박인데?”
“명예의 전당 덕분이지, 뭐.”
유명세가 가져다준 속도다.
“생각보다 금방 모으네요.”
“음…… 그러게요.”
그러나 모두의 얼굴이 해맑지만은 못했던 까닭은.
“하, 이거 또 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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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보상을 선택하세요!
[모두의 ‘방어기제’] [나만의 ‘방어기제’]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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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시간이 또 한 번 다가와 버렸기 때문이겠지.
「방어기제 : 활성화할 경우 모든 정신 침투 및 정신이상 효과를 막는다.」
「남은 지속 시간 : 100분」
다행히 이번엔 선택의 형태가 조금 다르긴 했지만.
“뭐야? 모두의 방어기제나 나만의 방어기제나 똑같은 거 아냐?”
“100분을 나눠 쓸지, 혼자 쓸지 고르는 거 같은데?”
정신 이상의 방어.
능력은 하나지만, 그걸 쓸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는 건가.
“팀장님…… 이거 어떡하죠?”
* * *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자는 샴페인을 마실 수 없다.
드미트리는 고향의 격언을 떠올리며 조용히 동의했다.
‘힘은 가질 만한 자가 가져야 한다.’
지금껏 가장 많은 위험을 무릅쓴 남자.
그렇기에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는 남자를 주시하며.
“이번에도 그럼…….”
강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입을 바로 막아버리는 더 강한 남자.
“다 같이 쓰는 걸로 하죠.”
“음…… 은호 씨 마음은 알겠지만, 상의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뇨.”
역시. 강한 남자에게 타협이란 없었다.
“이번엔 이게 맞습니다.”
불굴의 의지만 있을 뿐.
하지만 이건 이은호답지 않았다.
독식할 수 있는 보상을 거절하다니.
천하의 이은호가? 어째서?
“우리 팀장님, 욕심이 없는 건가?”
옆에서 멋모르는 누군가가 중얼거렸지만, 모르는 소리였다.
누구보다 욕심 많은 남자.
그렇기에 강해질 수 있었던 남자.
그게 바로 그들의 팀장, 이은호라는 걸.
“대신.”
드미트리의 의문 섞인 눈빛이 이은호를 향했다.
그러자 이어진 황당한 이야기.
“100분을 초 단위로 잘라서 쓸 겁니다. 싫으셔도 어쩔 수 없어요.”
“네?”
초 단위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거, 팀 공용 스킬이라 팀장이 지시를 내릴 수 있더라고요.”
“!!”
있겠네.
빛처럼 빠른 남자, 이은호라면.
“초 단위, 어쩌면 20분의 1초 단위까지 잘라서 쓰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이은호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팀원들 모두를 제 팔다리라 생각하고 있는 거다.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확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누군가 정신계 공격에 넘어가 우리 계획을 발설해 버리는 순간 모두가 위험해질 테니, 대비책은 마련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정신계 공격이라.
거기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히 대비책이 필요하긴 할 거다.
드미트리와 마찬가지로, 팀원들이 하나둘 동조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러자 이은호의 얼굴에는 편안한 웃음이 떠올랐다.
“뭐, 솔직히…….”
실력에의 확신이 있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편안한 웃음이.
“단체로 정신이상 걸릴 일이 언제 또 있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래요.”
“아껴 쓰죠, 100분.”
* * *
있었다.
단체로 정신이상 걸릴 일.
[주의!] [상태 이상, ‘정신착란’에 돌입합니다!] [‘환각’이 실체화됩니다!]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사, 살려 주세요! 살려……!”
“히이이이익!”
일행들의 비명이 귓속을 찌르듯 파고든다.
— 사각, 사각, 사가각, 사가가가가각…….
가늘고 긴 다리가 사방으로 오십 개는 달려 있는 돈벌레.
지네의 그것 같은 다리를 물결치듯 움직여 다가와, 귓구멍 속까지 파고들려는 듯 바퀴벌레 같은 몸뚱이를 비비적대는 소리와 함께.
‘X발…….’
차마 쳐다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일행들도 나처럼 짙은 갈색의 돈벌레들에 둘러싸인 몰골일 게 분명했으니.
“미친! 첫 출동부터 너무한 거 아냐?!”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러게 욕쟁이 씨는 왜 이걸 고르자고…… 히익!”
“X발…… 보상이 제일 빡셌잖아!”
【미션명 : 전나무숲의 마물을 퇴치하고 의뢰인을 만족시키시오】
【제한 시간 : 24시간】
【보상 : 복지 포인트 10만 점 및 단축한 시간당 복지 포인트 1만 점 추가 지급】
눈치챘어야 했다.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듯, 큰 보상에는 큰 시련이 따르리라는 것을.
그나마 다행인 건, 이 태워 죽이지도 못할 만큼 몸속에 파고들어 있는 벌레들이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방어…… 기제 발동!”
[‘방어기제’를 발동하시겠습니까?] [발동시킬 대상을 선택하세요!]“대상은…… 푸휏!”
[대상이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발동시킬 대상을 선택하세요!]환각을 없애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백 마리의 돈벌레들이 입안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으, 은호 씨! 제보 그냥 포기하면 안 될…… 케헥!”
“누님! 입 열지…… 우웨에에에엑!”
침착하자.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르지만 침착해야 한다.
— 사각, 사각, 사가각, 사가가가가각…….
다리 50개 달린 돈벌레가 몸의 모든 구멍으로 파고들지만.
귓구멍, 콧구멍, 목구멍 가릴 것 없이 들이닥치지만.
— 사각, 사각, 사가각, 사가가가가각…….
심지어 바지 속으로까지 기어 들어와 소중한 속살을 갉아 먹기 시작했지만!
침착해야…….
“방어기제 발동!”
는 개뿔!
[발동 대상을 선택하세요.]“김…… 지은최재혁명태평X발!”
첫 출동 난이도 실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