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47
Chapter 53. 직원의 입장(4)
PM 2:00.
감사처장 전도(顚倒)는 책상 아래로 다리를 달달 떨었다.
[저 녀석들, 괜찮을까요?] [그러게 말이다. 많이 당황했을 텐데…….]잔뜩 긴장한 건 극(極) 또한 마찬가지.
서류뭉치가 머리 위로 떨어져도 냉정을 유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식은땀을 삐질 흘리는 게 별일이었다.
감사국 OJT에 참가했던 이은호와 김지웅. 하루짜리 부사수였어도 후배는 후배인 모양이다.
그러니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을 녀석들이 걱정되는 거겠지.
[피고 측은 자리에 착석하라.]“힉! 거, 거기 앉으면 되나요?”
피고 김지웅이 재판장으로 들어선다.
입구부터 휘청거리는 다리.
잔뜩 기죽어서 두리번거리는 고개.
피고석까지 걸어가는 내내 뻘뻘 흘려 대는 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이은호는.
[발걸음이 무겁나 봅니다.] [……그럴 수밖에.]발목에 모래주머니라도 달아 놓은 것마냥 느릿하게 움직였다.
[저 녀석, 손이 덜덜 떨립니다.] [센 척해도 신입사원 아니냐. 많이 놀랐을 거다.]등 뒤로 숨긴 손을 수전증에라도 걸린 놈처럼 바들바들 떨기도 했고.
[역시 뭔가 이상합니다.] [하,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의구심 가득한 극의 말에 전도 또한 동조했다.
[예. 일개 직원 하나 잡자고 국장이 나선다? 그것도 우주급 범죄자도 아니고, 팀장 하나를?]미간을 한껏 찌푸린 극이 고개를 도리질하며 한 마디를 더했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사실상 감사국장 정도 되는 인물이 신생 팀장 하나를 고유능력까지 사용해 가며 잡으러 올 이유는 없다. 그럴 만한 사건도 없었고.
[압박이 있었겠지.] [감히 누가 국장님을 압박합니까?]그들의 하늘이나 다름없는 국장.
그런 국장을 손바닥 위에 올려 두고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면.
[설마…….] [그래. 회장님 지시였을 거다.] [……!]이 정도 사건에 갓 처장 자리에 오른 전도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극에게 일러 갑작스런 참사를 조금이나마 빨리 알려 줄 뿐.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전도가 아까운 인재를 향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그 사이.
끼익-
피고, 노사협력팀 김지웅 대리가 재판장 중앙 의자에 앉았다.
변호인 이은호는 피고의 측면. 즉, 감사 측 맞은편에 마련된 변호인석에 자리를 잡았고.
그 순간.
【피고 – 노사협력팀(대표 김지웅)】
【출석 완료】
【‘재판’을 시작합니다.】
모두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
동시에 감사석과 변호인석 사이, 그러니까 중앙에 앉아 있는 지웅이의 시선 끝에 새하얀 빛무리가 모였다.
팟-
잠시 후, 환한 광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나무를 깎아 만든 망치와 받침대.
재판관을 대신할 시스템의 법봉(法棒)이었다.
“……아.”
이은호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홀로 공중에 떠 있는 법봉의 위엄 가득한 형상에 놀란 걸까.
법봉만 빤히 들여다보는 이은호를 흘끗 살핀 국장이 입을 열었다.
[김지웅 대리.]“예? 예!”
모두의 이목이 죄수복 차림의 피고를 향한다.
[오늘 아침, 수만 명의 직원들로부터 포인트를 입금받았더군.]시작은 ‘횡령.’
[무슨 명목으로 받았지?]꿀꺽, 마른침을 삼킨 김지웅이 입을 열었다.
“노동조합…… 의 활동비입니다.”
그러고선 이은호를 향해 곁눈질했다. 똑바로 대답했나 물어보는 눈치였으나 이은호는 반응이 없었다.
대신 돌아온 건 국장의 추궁.
[7천8백만 점 중 활동비로 지출한 금액은?]“예에?! 수금한 지 하루도 안 지나서 아직…….”
[근거는 없고.]“……?!”
아니, 억지였다.
“무슨 그런 억지를…… 지금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정확히는…… 모두가 아는 억지.
“……설마 지금 이 타이밍을 노린 건가요? 돈 받은 직후를?”
김지웅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깨달은 거다.
감사국이 이토록 갑작스레 들이닥친 이유.
다른 날도 아닌 오늘. 활동비를 수금하자마자 재판을 연 이유를.
“이건 공정한 재판이 아니잖아요! 여긴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것도 없습니까?!”
[누가 그러던가? 공정해야 한다고.]“그런……!”
하지만 저까짓 사원이 버럭 화내건 말건 눈 하나 꿈쩍할 국장이 아니었다.
[재판은 구형(求刑)을 위함이지, 구원(救援)을 위한 절차가 아니다.] [!!] [굳이 따지자면…… 그래. ‘유죄추정의 원칙’이라 보는 게 맞겠군.]높낮이 없이 평온한 목소리.
국장은 스스로 만들어 낸 표현이 꽤 마음에 드는 듯 나지막하게 곱씹었다.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인사규칙 419조 1항. 모든 직원은 인사적 보상을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아니한다.]묵직한 저음이 김지웅의 반발을 짓이기듯 끊어 버린다.
그렇게 머릿속에 든 인사규칙을 읊어 낸 국장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타앙-!
홀로 떠오른 망치가 나무판을 세차게 내리치며 재판장을 울렸다.
【횡령】
동시에 지웅이의 머리 위로 팟! 떠오른 새빨간 큐브가 빙그르르 돌았다.
“미친 소리! 우리가 무슨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고!!”
횡령. 제 위에 떠 오른 단어를 보자마자 김지웅이 펄쩍 뛰었다.
핏발 선 목덜미가 벌겋게 물들었지만.
[법정소란죄도 추가해 주길 바라나?]“!!”
국장은 이 ‘재판장’의 주인이자, 재판을 수백 번이나 치렀음에도 무패 신화를 이어 가고 있는 절대자.
소리만 질러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절대로.
[조합원들을 진급시켜 주는 대가로 갈취한 것이 아닌가?]“갈취라뇨! 그건 우리가 아니라 회장실 쪽에서 미션으로…….”
[그 미션.]나지막한 윽박에 김지웅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미션을 바꿔 주는 대가로 노사협력팀에서 비서실장에게 금품을 주는 걸 봤다는 증인이 있네.]“무슨…….”
“……?!”
팟-
텅 비어 있던 피고석 옆에 의자가 하나 나타났다.
동시에 정장 차림으로 걸어 들어온 사내 하나가 그 자리에 앉더니, 회장 비서실의 부실장이라며 저를 소개했다.
【증인 1호 – 출석】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진 문답.
[일주일쯤 전이었을까요? 늦게까지 야근하고 퇴근하는 길이었는데…….]비서실장이 늦은 밤 누군가와 접선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은호였다.
현물로 순금이 가득 담긴 상자를 건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뭔갈 속삭이는 게 아주 친밀해 보이더라…….
두루마리 휴지처럼 술술 나오는 부실장의 진술.
[진짜일까요?] [……진짠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재판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거였다.
‘유죄 판정 시 즉결 처분.’
증거가 조작됐다는 걸 증명한다 해도 이미 형을 처분받은 뒤일 테니 의미가 없다.
웬만해선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거고.
“거짓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라고요!”
김지웅이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횡령】【뇌물공여】
머리 위에는 ‘뇌물공여’라 적힌 정육각형의 큐브가 새빨간 외양을 뽐내며 나타난 뒤.
“X발, 진짜…….”
분한 듯 주먹을 꽉 쥔 김지웅이 나지막한 욕설을 내뱉었다.
눈에 띄는 동요.
‘틀렸다.’
저 상태로는 제대로 된 이의도, 반론도 제기할 수 없을 거다.
[이은호는 뭐 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입니다!]답답한 마음에 변호인석을 쳐다봐도, 이은호는 가만 앉아 지켜볼 뿐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포기한 건가?]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국장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투지를 잃은 것 같네만…… 그래도 끝까지 해야겠지.]국장이 입을 열었다.
승리를 직감한 자의 얼굴로.
[마지막으로 계약직들이 갑자기 삭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 발언했다는 증거가 있네.]“……그것도 죄가 됩니까?”
[허황된 말로 현혹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 그런 걸 두고 ‘사기’라 하지.]팟-
【횡령】【뇌물공여】【사기】
자포자기한 김지웅의 머리 위에서 빙그르르 도는 큐브 세 개.
국장은 덤덤한, 그러나 꽤 가벼운 얼굴로 핏빛 큐브의 의미를 읊었다.
[피고 김지웅은 노사협력팀에서 일으킨 일련의 범죄를 집행한 담당자로서…….]그 색깔만큼이나 무시무시한 구형을.
[부분 화형을 구형한다.]“부분 화형?!”
잘그락!
입을 떡 벌린 김지웅의 눈앞에 시뻘건 쇠사슬이 나타나더니.
[수금을 지시한 머리.]“이, 이게 뭐야?!”
잘그락!
김지웅의 머리통을 휘감고.
[값을 입력하고 수령한 손. 팔. 다리를…….]좌우의 손. 팔. 그리고 다리를 차례로 휘감았다.
[10년간 태우도록 하지.]“이게 뭐냐고!! 당장 안 풀어?!”
달궈진 쇳덩이 같은 쇠사슬이 붉게 물든다.
붉은 미라 같은 모양새에 대기하던 팀원들이 경악해 비명을 내질렀다.
[진정하게. 준비만 해 두는 것이니.]“큭……!”
그리고 안타깝게도, 냉혹한 구형은 끝이 아니었다.
[이은호 팀장. 자네는 죄인 김지웅에 대한 관리 소홀의 책임이 막중하다 볼 수 있지.]“뭐 하는 거야?! 피고는 나잖아! 왜 형까지 끌어들여!”
[이에 팀장 자격 박탈. 그리고 무기 교수형을 구형한다.]“안 돼!!”
김지웅의 우레 같은 비명 속.
스슷-
이은호의 머리 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양문형 창문처럼 생긴 쇠문이 나타나더니.
탕-!
총소리나 진배없는 소음과 함께 열리고.
팡!
열린 문에서 팔뚝만 한 밧줄이 확 떨어진다.
그 끝에 달린 건 머리 하나가 딱 들어갈 크기의 둥근 매듭.
“!!”
교수형을 위한 올가미가 이은호의 목에 걸렸다.
“형! 혀어어어어엉!”
느슨한 매듭. 그러나 저 매듭이 이은호의 하얀 목을 조여 부러뜨릴 것임을 모두 잘 알았다.
[처장님! 교수형이면 교수형이지 무기 교수형은 또 뭡니까?!] [……무기한 보존하겠단 뜻이다. 정신 못 차리는 직원들이 보고 뉘우칠 수 있도록.]죽기 직전의 상태. 가장 고통스러운 상태로 회사의 체제 선전을 위해 이용당하는 거다. 영원히.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이기적인 형벌에 극은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 형벌의 주인, 이은호는…….
“아. 따라오네.”
[?!]앞뒤로 한 발자국씩 움직이며 올가미를 관찰하더니.
“발언 끝나셨습니까?”
느슨한 매듭이야 문제없다는 듯 벗어 넘기더니,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뭐라?]“감사 측 발언 끝났냐 물었습니다.”
[……그래. 끝났다.]그 태연자약함에 국장의 얼굴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그때.
‘음?’
이은호가 ‘개소리 잘 들었고.’ 하며 중얼거리는 것 같았는데…….
귀가 먹어가나 보다.
그리 생각하고 넘어가려는 순간, 국장의 얼굴이 다 쓴 휴짓조각처럼 구겨졌다.
[변호인. 방금 뭐라고…….]“변호 시작하겠습니다.”
‘……?!’
제 말꼬리를 잘라먹고 걸어 나오는 이은호의 모습에 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저벅.
[왜 이리 오는 건가? 피고 옆에 서게!] [변호인! 자릴 지키거라!]감사국 인원들이 질색하건 말건 다가가는 이은호의 발걸음에 미간이 깊은 골짜기처럼 찌푸려졌다.
그러나.
저벅.
“피고 측 변호인 이은호입니다.”
그러든 말든, 이은호가 입을 열었다.
저벅.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다가가.
[무슨 수작질이냐? 당장 물러…….]“감사 측에 묻겠습니다.”
구겨진 국장의 안면을 잡아먹을 듯 마주한 채.
“재판 결과 유죄로 판정될 경우 즉시 형벌이 내려진다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국장의 미간에 깊게 파인 주름이 꿈틀, 움직인다.
[감히 어디서……!] [국장님한테 눈을 치켜뜨고……!]집어삼킬 듯 서슬 퍼런 눈빛.
잘 벼려진 날붙이 수백 개를 두른 듯한 기세.
적진의 한가운데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담대한 몸짓.
“대답하세요.”
답해 줄 필요 없다.
아니, 해 줘선 안 된다.
그리 생각했지만.
“대답!”
흠칫!
놈의 고함에 놀라 버린 어깨가 들썩였다.
풀 먹인 실처럼 팽팽하던 긴장감이 내리치는 벼락에 끊어진 듯한 기분.
[……맞다.]국장의 입이 열렸다.
아니, 열리고 말았다.
“그럼, 지금 재판이 끝났습니까?”
[…….]대답은 없었으나 필요치 않았다.
변호인이 발언하고 있다는 게 곧 재판이 진행 중이란 뜻이었으니까.
슥-
재판장 안을 죽 둘러보며 그 사실을 모두에게 인지시킨 이은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재판 안 끝났고.”
머리와, 팔과, 다리가 시뻘건 쇠사슬에 묶여 있는 제 부하.
“죄인 아니고 피고인입니다.”
김지웅을 바라보며.
“푸세요. 당장.”
이은호의 손끝에서부터 파도처럼 번지는 웅성거림.
[국장님!!] [응하실 필요 없습니다!] [닥치거라!]국장의 얼굴이 차갑게 식은 바위처럼 굳었다.
[건방지구나. 적법하게 구형된 피고는 죄수나 진배없거늘.]스스스스슷-
보이지 않은 기운이 피어오른다.
국장의 몸집이 산처럼 커지는 기분.
[!!] [처, 처장님!]숨이 턱 막히는 압박에 극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려는 찰나.
쩌적-!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 [저, 저, 저……!]이은호다.
이은호가 제 목을 감싼 올가미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그러고는 묻는다.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 주장해도 되겠습니까?”
[……!]“피고인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되며.”
장내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 또는 능력은 사용할 수 없다.”
[그건…….]“법정 규칙을 어기려는 건 아니겠죠?”
[……!]깨졌다.
콰드득-
김지웅의 머리와, 팔과, 다리를 압박하던 쇠사슬과 함께.
“변호 시작하죠.”